-* 20세기 등반사의 영욕, 하인리히 하러 *-

20세기등반사의영욕,하인리히하러

20세기등반사의영욕을한몸에구현했던이희대의풍운아’하인리히하러’가2006년1월7일자신으고국인오스트리아의한소도시에서조용히는을감았다.향년94세이다.하지만그으부고가여전히낯설게만느껴진다.그는영원히죽지않을것이라믿었다는뜻이아니다.ㅇ히려그와정반대다.너무이른나이에스타가되어버린사람들에게는여생이너무도길다.그래서그가죽었다는사실보다그가최근까지살아있었다는사실이더욱놀랍게느껴지는것이다.

‘행복이란무엇인가?최후의역량까지쏟아붓는것이다."나는지금도이책의몇구절을정확히암송한다.확실히하인리히하러늬문장속에는산에미친청춘의피를끓어오르게하는마약과도같은성분이있다."거미의눈사태는우리들을암벽으로부터팽개치지못했다.그렇지만누사태는최후까지남아있던것,곧개인적허영심과이기적인야심을말끔히씻어버렸던것이다.이제이암벽에서는오직우정만이영속한다"

세계등반사에길이남을그의업적은물론아이거북벽의초등(1938년)이다.하지만그의삶과명예에대한속깊은이해는전후맥락에대한통찰을필요로한다.하인리히하러는오스트리아그라츠대학지리학과재학시절국가대표스키선수로서1936영베를린올림픽에참가했을만큼뛰어난체육엘리트였다.그가대학졸업직후아이거북벽에매달린이유는의외로엉둥하다."나는낭가파르밧(8,126m)원정대원으로선발되고싶었다.무명의청년이그런국가적프로젝트에참여하기위해서는아이거북벽의초등자가되는수밖에없었다."

에베레스트가영국원정대집념의산이라면낭가파르밧은독일원정대집념의산이다.독일은그때까지4차에걸쳐원정대를파견했으나우려31명으목슴을잃었을뿐등정에는성공하지못하고있었다.하인리히하러는자신이품었던야심그대로5차원정대원에선발되어낭가파르밧으로향했다.하지만운명은이쯤에서예기치못했던방향으로비약한다.정찰을마치고돌아오던중제2차세계대전이터지느ㄴ바람에영국군에게체포되어포로수용소에수감된것이다.그가이곳을탈출하여히말라야를넘는초인적인대장정끝에도착한나라가바로티벳이다.그리고그가당시소년이었던달라이라마와함께보낸신비한세월을기록한책이바로’티벳에서의7년’이다.

1953년에출간된’티벳에서으7년’은그를일약세계적인작가로급부상시키면서부와명예를동시에안겨주었다.하인리히하러는그열풍이가라앉기전에또하나의베스트셀러를세상에내놓는다.바로아이거북벽초등으기록인’하얀거미’이다.흔히알려져있는것과는반대로이책은’티벳에서의7년’의출간이후5년,그리고실제의등반이후로는무려20년만인1958년에출간된것이다.이두권의책으로그는남은생애를풍족하게보내기에충분하고도남을만큼의부와명예를한손에거머쥐었다.

이과정에서본의아니게평가절하된산악인이바로안데를헤크마이어(1905-?)이다.실제로아이거북벽초등의1등공신은당시뭔헨파의대표주자로서’12발아이젠의달인’이라불리우던이사내였다.그는하러가’하얀거미’를통해이사실을만천하에알리기도했다.하지만사람들은’알프스으3대북벽’을읽지않고’하얀거미’를읽었다.그리고사람들이기억하는아이거북벽의초등자는안데를헤크마이어가아니라하인리히하러일뿐이다.왜?그것이바로베스트셀러의위력이다.어떤뜻에서하인리히하러는산악인으로서가아니라작가로서더욱성공한인물이라평해야옳을듯하다.

하지만문제는여기에서그치지않는다.1997년장자크아노감독이브래드피트를캐스팅하여’티벳에서의7년’을영화화할때하인리히하러의명예는급전직하한다.오랫동안쉬쉬하며숨겨왔던그의나치부역혐의가만천하에드러난것이다.오스트리아의유력지’슈테른’에따르면그는아이거북벽등정당시나치친위대(SS)소속이었으며정상에서도나치깃발을흔들려했다는것이다.더나아가그가히틀러와함께찍은사진은’곧일으오스트리아합병에대한합리화’의도구로폭넓게사용되었다고한다.

여기서우리는한시대의한계를본다.알프스3대북벽의초등경쟁,더나아가히말라야14좌의초등경쟁에서국가주의적혹은제국주의적색채를읽어내는것은어려운일이아니다.역사의격랑에휘말린26살의앳된청년산악인에게냉철한정치적입장을요구하는것이무리일지도모른다.어쩌면그엇자체가20세기등반사의태샏적한계일수도있다.그모든영욕을한몸에구현했던하인리히하러가이제세상을떠났다.한시대가저물어가는느낌이다.

-산악문학작가심산님의[심산의산그리고사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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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거북벽과하얀거미

아이거(3,970m)는스위스알프스의베르네오버란트산군에속해있는바위산이다.아이거북벽은이산으북측절벽인데,벽밑둥에서정상까지의거리가1,800m에이른다.세상에는아이거보다높은산이무수히많고아이거북벽보다긴절벽도무수히많다.하지만아이거북벽보다더유명한등반대상지는세상에없다.역사상가장많은사망자를속출해낸곳으로서흔히들’클라이머의공동묘지’라고부른다.

하얀거미는아이거북벽의등반루트중한지역을일콛는말이다.흡사거미모양처런펼쳐져있는상습적인눈사태지역인데,장싱에오르려면이곳을통과하지않을수없다.독일의안데를헤크마이어와루드비히푀르그,오스트리아의프리츠카스파레크와하인리히하러는1938년7월24일이지역에서두차례의눈사태를겪고도기적적으로살아남아결국아이거북벽초등에성공한다.20년이지난수후하인리히하러가출간한산악몬학’하얀거미’는전게계에서1천만권이상이판매되어빌리언셀러가되었다.

한국인초등은1979년악우회의윤대표와허욱에의하여이루어졌다.아이거북벽등반을다루는국내산악몬학중가장널리알려진것은정광식의’영광의북벽'(1989년)인데,최근’지상에서가장아름다운도전:아이거북벽'(2003년)이라는제목으로재출간되었다.

-한국일보2006년3월9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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