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대표적인여성산악인오은선(40·영원무역·수원대산악부OB·사진)씨.
화려한이력을자랑하는국내정상급여성산악인오은선은키155㎝,몸무게50㎏의가냘픈체구로지난2002년8월유럽최고봉엘브루즈(5642m)를시작으로2003년북미최고봉매킨리(6194m),2004년남미최고봉아콩카과(6959m),아시아최고봉에베레스트(8850m),아프리카의킬리만자로(5895m),호주코시어스코(2천228m)를잇다라오른후같은해12월20일남극최고봉인빈슨매시프(4897m)까지2년4개월만에빠른속도로7대륙최고봉을모두올랐다.국내에서여성산악인이세계7대륙최고봉을완등한것은그녀가처음이며,세계적으로는12번째다.
아시아에서는일본의다베이준코,남바야스코에이어세번째이다.특히2004년에베레스트단독등정성공은오은선을단번에유명인사로만들었다.단독등반으로는한국여성중최초의기록이었기때문이다.그정도했으면만족할법도한데그녀의산행은아직도끝나지않았다.그녀는올해히말라야8천m급2개봉에연속도전했다.10월14일히말라야시샤팡마(해발8천27m)를무산소로오른그녀는곧바로이동해11월2일초오유(8천201m)도무산소로도전했으나불과100m를앞두고기상악화로뜻을이루지못하고아쉽게발길을돌려야했다.
“아쉬운정도가아니라너무속상하고억울했어요.돌아서는게나약한것은아닌가갈등을했지만,욕심내지않고돌아서는게용기있는행동이라고생각했다”며그당시를회상하던그녀는“다음에다시도전해정상에꼭태극기를꽂고말겠다”고강한의지를표시했다.사실그녀가시샤팡마에도전했을때도상황은그리좋은편이아니었다.등반도중얼음덩어리에맞아왼쪽갈비뼈2대가부러지고1대가금이가는부상중이었던그녀는그럼에도불구하고정상을정복했다.그녀가이번초오유등정마저성공했다면8천m급거봉을연속으로등반한아시아최초의여성이될수있었다.
하지만이번도전에서오씨는8천m급거봉연속등정의성공가능성을다시한번확인하는데만족해야했다.그는올가을인명사고가끊이지않을정도로나쁜기상상태에서시샤팡마에오른데이어초오유정상코앞까지이른것은그녀가남자산악인도오르기힘든8천m정상을연속으로오를정도로강한체력과정신력을가졌다는걸증명한것이다.지난달9일귀국한그녀는최근또다시인도네시아뉴기니섬서쪽에자리잡은오세아니아최고봉칼스텐츠(4천884m)에도전하기위해출국길에올랐다.
그녀는노르웨이,러시아,루마니아등에서온전세계산악인10여명과함께칼스텐츠를등반한뒤이달중순께귀국할예정이다.칼스텐츠는호주대륙과떨어진인도네시아이리안자야섬에있어아시아와오세아니아의경계에위치,국제산악계는오세아니아의최고봉으로코시어스코와칼스텐츠를함께인정하고있다.그녀는출국직전“이번등반은세계7대륙최고봉완등계획을마무리한다는점에서의미가깊다”며“인류의손길이거의미치지않은이리안자야의원시림과현지민들의생활에접할생각에벌써부터흥분된다”고설렘을감추지못했다.
하지만칼스텐츠행이이번이처음은아니다.올해1월말동계훈련중부러졌던다리에서철심을빼내자마자칼스텐츠로떠났던그녀는반군출몰을이유로당시입산이금지되는바람에산근처에도가보지못하고되돌아와야했다.“칼스텐츠하곤인연맺기가쉽지않네요.이번에꼭올라야속이후련하겠어요.”그녀는한번실패했다고해서그냥넘어가거나포기하는법이없다.“한번실패했으면다음엔꼭성공해야지다짐하면서내려와요.그리고다시가서꼭올라야직성이풀려요.”
-06년4월주왕산산행시오은선님과함께-
그녀의원정계획은계속이어진다.국내에는등반준비로잠시들어왔다산으로곧바로출발하는것.그녀는이미칼스텐츠에서돌아오자마자다시히말라야로떠날계획을세워놓고있다.에베레스트남쪽에있는`히말라야의보석’이라고불리는아마다블람(6천812m)에후배여성산악인4명을이끌고도전할예정이다.그녀의목표는‘순수여성원정대’를이끌고에베레스트에이어세계에서두번째로높은히말라야의K2를오르는것이다.아마다블람은가장등반하기어려운산으로알려진K2정복을위한초석을다지는셈이다.
앞으로여성등반대를꾸려낮은산부터8천m대고산까지단계적으로등반한다는계획이다.그녀는“뛰어난여자후배가참많은데아직히말라야를경험할기회가없어안타까워요”라며“여성산악인의선구자로서여성후배들에게실질적인도움을주는게내역할이아니겠냐”고웃었다.이어그녀는“이번원정이잘마무리되면다음엔브로드피크(8천47m)그리고K2(8천611m)에도여성등반대와함께도전할예정”이라고포부를밝혔다.올해굿모닝신한증권전문가모델로섭외돼TV광고에도출연한그녀는케이블TV에서’세계위에선한국여성’편에소개되기도했다.
세계각지의산을다녀본그녀지만무엇보다우리산의아름다움이최고라고극찬했다.“세계각지의이름난고산들을가봤지만,한국의산만큼아름다운곳이없어요.아기자기하게어우러진나무와바위,시내는우리산에서만볼수있죠.얼마전금강산에다녀왔는데,오르면오를수록산전체에서여성적인아리따움이풍겨나와정감을주더군요.”하지만그녀에게산이항상행복하고즐거운일이있는곳만은아니었다.97년히말라야가셔브룸(Gasherbrum)등정때대원한명이크레바스(얼음의갈라진틈)에빠지는사고를목격했다.
산에오르면서그가목격한최초의죽음은99년브로드피크등정때.연세대재학생이었던허승관대원이밤사이에실종됐는데결국그가입었던빨간재킷만발견됐다.2001년K2등반때는오씨자신이벽면에서50m아래로추락했으나구사일생으로목숨을건지기도했다.에베레스트등반때도동료였던계명대산악부박무택대장의시신과마주쳤고,그녀역시하산길에저체온증으로쓰러져죽음직전에이르기도했다.이처럼삶과죽음의갈림길에맞닥뜨리는산에왜가냐고묻자오씨는“산은내삶자체”라며“왜산에오르냐고묻는것은왜사냐고묻는것과같다”고단호하게대답했다.
전북남원출신인오은선은초등학교5학년때북한산인수봉에서암벽등반하는사람들을보며산에대한열정을처음마음에품었다.본격적인산과의인연은1985년수원대전산학과입학후산악부에들어가면서부터이다.그녀는대학생활4년내내집과학교,산을오가는생활을계속하며자신의꿈에천천히다가갔다.1989년대학졸업후공무원생활을하면서도산에대한그리움을떨쳐버리지못했던그녀는1993년대한산악연맹에서주고나한여성에베레스트원정대에뽑히자다니던직장에사표를던지고전문산악인의길로들어섰다.
당시부모와주위의심한반대에도불구하고,1993년고지현옥대장,김순주대원등과에베레스트등정에나섰지만그녀의1차시도는실패로끝났다.하지만에베레스트는그녀가‘산악인’의길로들어서는데결정적역할을했다.등산용품제조회사,학습지교사생활등으로생계를꾸리며,히말라야산맥의브로드피크(BroadPeak8천m,파키스탄)와마칼루(Makalu)에올랐다.2001년에는K2등반에성공했다.그렇게산에빠져살다보니그녀는아직까지결혼을하지못했다.
그녀는결혼에대한질문에“서른넘어서면서‘결혼도해야되지않나’싶었지만산이냐,결혼이냐하면결론은언제나‘산’이었다”며수줍게미소지었다.“`이사람이다’싶으면산을잠시접어둘수도있다는생각을하기도한다”는그녀는“그런데여성등반대꾸리고해야할일이많아과연결혼을선택할수있을까요”라며오히려반문했다.아직그녀의꿈은끝나지않았기에당분간결혼은생각하기힘들듯하다.그녀는“남성대원들보다여성대원들끼리떠나는산행이업무분담이잘되고팀웍도좋아져훈련성과가더좋다”며“실력있는여성산악인들이많아히말라야등정에성공할수있으리라믿는다”고자신했다.-경인일보2006년12월09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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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샤팡마등정길에오른여성산악인오은선-
초등학교5학년때북한산인수봉에서암벽등반을하는사람들을보며산악인의꿈을키운그는1985년대학입학후산악부에들어가면서본격적으로산과인연을맺었다.“세계각지의이름난고산들을다녀봤지만,한국의산만큼아름다운곳도없어요.아기자기하게어우러진나무와바위,시내는우리산에서만볼수있죠.
며칠전금강산에다녀왔는데,오르면오를수록산전체에서여성적인아리따움이풍겨나와정감을주더군요.”오씨는앞으로여성으로만팀을꾸려낮은산부터8000m대고산까지단계적으로등반하고싶다고했다.“여성산악인의선구자로서여성후배들에게실질적인도움을주는게내역할이아니겠냐”는것이다.-(신동아통권546호/2005년03월01일)이지은기자.-
한국여성으로는최초로세계최고봉에베레스트(8850m)를단독등정하고돌아온산악인오은선씨(38·영원무역·수원대산악회OB)는만나자마자“미안합니다.”이말부터꺼냈다.조난사고로목숨을잃은계명대산악부박무택대장(36)의시신을발견하고도그대로놔두고돌아와야했던게두고두고가슴아프다고하였다.오씨는지난달20일에베레스트북동릉루트중에서가장어렵다는해발8750m의세컨드스텝을올라서자마자박대장의시신을발견했다.“다가갈수없는암벽위로프에숨진채매달려있는박대장을보는순간울컥눈물이쏟아졌어요.그래도얼굴은편안해보였습니다.”
오씨는이사실을베이스캠프에알린뒤계속정상을향해올라갔다.그냥내려갈까생각도했지만그래도정상에오르는것이산악인의도리라고믿었기때문이다.오씨가박대장일행의조난소식을들은것은지난달18일오후3시경이었다.당시마지막캠프인해발8300m지점의캠프5에있던그는설맹(눈에서반사되는햇빛으로각막이나결막에염증이생겨앞이안보이는현상)때문에캠프까지내려갈수없다는박대장의무전연락을받았다.2차공격조로캠프에함께있던백준호씨(37)가정상도전을포기하고박대장을구하러간다고나섰다.
오씨는2차사고가날까봐말리고싶었지만그럴수없는상황이어서자신의산소통등장비를백씨에게내줬다.이틀동안캠프5에대기하고있던오씨는20일혼자정상도전에나섰다.강추위에산소가희박한곳에서이틀동안지샌몸은이미지칠대로지친상태.개당10kg씩이나되는산소통을두개나짊어지고오르던오씨는끝내산소통한개를버렸다.“나중에어떻게되든너무무거워어쩔수없었다”고하였다.출발11시간만에정상에올랐다.10분간정상에머물다가내려왔지만30분도안돼서산소가바닥나버렸다.
정신이아득한상태에서내려오느라보통3∼5시간걸리는캠프5까지11시간이나걸렸다고.멀리캠프5불빛이보일무렵기진해주저앉고말았지만다행히타국원정대셰르파의눈에띄어텐트에들어갈수있었다.그를기다리기로했던셰르파는기상악화를이유로하산해버린뒤였다.이번에베레스트등정으로오씨는세계7대륙최고봉중4개째정상에올랐다.“며칠전인수봉에서도사고가나생명을잃었잖아요,인생이란그런것같아요.그래도어려운상황일수록용기를내야죠.”죽음의문턱까지다녀온오씨는산에서인생의의미를터득한한국최고의여성산악인이다.
-스포츠동아2004-06-28/전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