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산악인 고 지현옥 *-

한국최초의여성:에베레스트등정(1993.5.10.)

지현옥(1962-1999),최오순(1970-),김순주(1971-)

첫에베레스트등정여성은지현옥(등반대장),최오순,김순주이다.이들은1993년5월10일현지시간19시45분경해발8848m에베레스트정상에오름으로써한국여성으로는최초,세계여성으로는3번째로에베레스트에등정에성공한여성등반대가되었다.이중지현옥씨는1998년7월에여성으로서는세계최초로파키스탄령히말라야가셔브룸제2봉을무산소단독등정하였다.

한국인가운데에베레스트를처음으로등정한산악인은누구일까?라고묻는다면대부분고상돈씨를떠올린다.그러나한국여성최초의에베레스트등정자를묻는질문에는말문이막히기마련이다.영원한히말라야의산처녀지현옥.그녀는신들의거처인히말라야의꼭지점을국내처음,그리고세계에서열여섯번째로등정했던이시대의원더우먼이었다.

지현옥은에베레스트등정을비롯해남자들이주축을이룬원정대대장,세계최초로가셔브럼Ⅱ봉(8035m)무산소단독등반등역사가일천한한국여성산악계에수많은기록을남겼던인물이다.이제고인이된지벌써다섯성상(星霜)이지났다.그러나아직도산악인들가슴에깊이각인됐던그녀의강렬했던모습은지워지질않는다.길지않은40평생중절반인20년간을무엇이그녀로하여금산을잡고몸부림치게만들었는가.

산을사랑하고이해하며구도자의모습으로그곳에서삶의의미를찾았던산악인지현옥의발자취를이자리를빌어잠시되새겨본다.1961년충남논산군연산면에서태어난지현옥은히말라야를올랐다고는믿지못할정도의자그마한체격과가냘픈몸매의평범한여성이었다.청주사범대학(서원대전신)에입학하기전만하더라도산에대해서는문외한이었다.그러나산악부가독특한서클이라는고등학교선배의말에이끌려산악부에가입했다.

암벽등반을하면서산에대한매력을느끼게됐고대학3학년시절남자동기생두명이군입대와고시공부로산을멀리하게되자,자연스레산악부장을맡게됐다.이런그녀에게해외원정의기회는졸업후5년이지난뒤찾아왔다.1988년북미최고봉인매킨리(6194m)를등정했다.여섯명의여성클라이머로구성된매킨리원정대에서지현옥은심한고소증세를느끼면서도이를극복하고대원중가장먼저정상을밟았다.

1993년교보생명사보3월호에실렸던지현옥의수기에는당시의고통스러웠던상황을다음과같이소개하고있다.60㎏의짐을나르면서들개처럼헐떡거렸고목에서는피가넘어왔다.계속되는구토는막창의그무엇인가까지도끌어올리듯지독하게이어졌다.희박한산소로인한고소증세는두개골이빠개지는듯한고통으로이어졌다.그러나가장힘들었던것은이것이등반이란말인가?이것이인간이할짓인가?하는갈등이심했다.

여기서포기하고그토록우습게여기던편안한일상으로돌아가고싶은유혹을견딜수없었던것이다.하지만전투처럼치러진첫원정에서나는내자신에보란듯이승리했다.정상에올라아래를내려다보았지만그것은산정상에올랐다기보다는내자신의가슴속에존재하는산에올랐고하얀산은그전투의장을마련해주었을뿐이다.

이후89년과90년에는안나푸르나(8091m)와캉첸중가(8586m)를등반했다.그리고91년서원대산악부를이끌고중국곤륜산맥의무즈타그아타(7546m)로원정을떠나7000m대에서비박을하고후배대원한명과함께등정하는쾌거를이뤘다.여기서지현옥은고산등반가로서의자질과대장으로서의능력을인정받게되면서이러한경험은2년뒤93한국여성에베레스트원정대로이어지게되었다.

에베레스트원정대원에선발돼현지정찰겸적응훈련을위해92년히말라야의로부제(6183m)와임자체(6119m)를올랐다.그리고이듬해32살의나이에13명의대원을이끌고에베레스트원정에나서5월10일오전10시45분(한국시간오후2시)최오순(당시26세),김순주(25세)와함께정상을밟았다.지현옥님은등반은산에대한도전이아니라나자신에대한도전이라며산악인으로서의강한도전의지를피력했다.

그렇게황금같은젊은시절을산에서보내고꿈에도그리던에베레스트를등정했건만이러한영광은그녀에게한순간의꿈처럼다가왔다사라졌다.자부심을안고귀국한지현옥의앞에는영광과찬사가아니라갖가지험담과시기·질투만이기다리고있었다.나중에모든것이잘못알려진것으로판명됐지만당시지현옥에게는치욕이자좌절이었고그녀는오랜번민끝에등정할계획을갖고있었다가을에는캉첸중가에도전하겠다고밝혔었다.

프랑스산악인가스통레뷔파는산은하나의다른세계다.그것은지구의일부라기보다는동떨어져독립된신비의왕국이다.이왕국에들어서기위한유일한무기는의지와애정뿐이다라고말했다.삶의의지와히말라야에대한애정으로철저히무장한그녀는여성들만의K2원정대를꾸리는것을인생의마지막목표로잡았던것이다.

미국의여성산악인인난다데비언솔드는산은우리를태어나게하고다시우리를거두어들인다.어차피우리의삶이란신이허락한짧은숨결이다라고말했다.지현옥도안나푸르나원정에서1982년한국여성최초로히말라야등반에나섰고하고픈등반활동을끊임없이해왔으며대자연속에서격렬하게몸부림치다대자연의품에안겼던J모선배가몹시도그리웠다고말했다.

등반기술을가르칠때는사정없이매서워시어머니라고불리지만평소에는후배들에게자상한선배로인기만점의지현옥.매사에치밀하고완벽함을추구하지만안경너머로보이는짙은눈썹과서글서글한그녀의모습이아직도그리운것은이시대를살아가면서인간이이상이라고여기는-이루려고해도이루지못하는그목표를향해끊임없이온몸으로부딪치며살아온그녀의열정을다시는볼수없다는이유때문일것이다.노벨문학상을수상한멕시코시인옥타비오파스의시로고인의마지막길을대신한다.

"저기모든경계가끝나고

길들이사라지는곳

침묵이시작되는그곳으로

나는천천히다가간다.

그리고밤을밝힌다.

별들로,이야기로,

멀리서나를기다리는

물결의숨소리로,

새벽이시작되는그곳"

우리나라여성산악인최초로세계최고봉에베레스트를등정한고지현옥님이1999년4월29일안나푸르나에서짧은생을마감한여성산악인지현옥씨가우리곁을떠난지5주년을맞아추모흉상이모교인청주서원대에세워졌다.서원대는지씨의업적과도전정신을기리기위해동문들의자발적인성금으로흉상을교내미래광장에건립하였다.흉상은높이140㎝크기로청동으로제작됐고,지씨가졸업한미술교육과선·후배동문들이직접만들었다.

흉상건립에필요한비용도동문회와학교선·후배들이십시일반으로성금을마련했다서원대총동문회는우리나라여성산악인의기개를전세계에떨친고지현옥동문의사망5주기를맞아고인의활동과업적을기리기위해흉상을세우게됐다고밝혔다.1959년충남논산에서태어난지씨는서원대미술교육학과를졸업한뒤본격적인산악활동을시작하였다.그러나1999년4월안나푸르나두번째등정에나섰다가하산길에실종됐다.

조령산촛대봉아래엔1994년암벽훈련하다추락사한서원대생산악인의묘비가엄숙히자리해있다.조령산정상엔작은묘비명으로만한산악인이이땅에살다갔다는흔적이남아있다.한국여성산악계를개척하고이끌어온산악인지현옥님의짧은추모비는비바람에깍이며쓸쓸히조령산정상에서있다.그곳에고지현옥님이자리잡고있는이유는그녀가생애처음으로산악을배우고훈련하던곳이바로이곳조령산이어서지인들께서추모비를이곳에세웠다고한다..

고지현옥약력

◎1961년충남논산출생◎충북서원대학교(청주사범대)졸업◎여성으로는한국최초,세계16번째여성에베레스트등정.◎체육훈장기린장(1993)◎올해의산악인상수상(1999)◎매킨리등정(1988)◎안나푸르나등반(1989)◎캉첸중가등반(1990)◎무즈타그아타등정(1991)◎로부제,임자체등정(이상1992)◎에베레스트등정(1993)◎가셔브룸1봉등정(1997)◎가셔브룸2봉등정(1998)◎안나푸르나등정(1999)후하산길에실종되었다.

.

아직도그녀의몸은히말라야어느눈덮인골에서그때의모습으로잠들어있을것이다.시신을찾지못하는한지현옥은살아있는것이다.단지돌아오지못하는것일뿐…..

[글/김세준중앙일보기자/99안나푸르나원정대원]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