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대나이에도젊은패기를과시하며인수봉설교벽에서주마링훈련중인실버원정대
“3시방향또는9시방향으로발을놓은상태로주마링하십시오.한쪽손에의지해일고여덟시간씩주마링을할수는없습니다.평소잘사용하지않는손도익숙해지도록훈련해야합니다.”천병태씨의말이끝나자마자“나는그래서요즘이빨도왼손으로닦고밥도왼손으로먹으면서지낸다”는한대원의얘기에모두들웃음을터뜨린다.훈련대원가운데는젊은시절전문등반에몰두했던이들도여러명이다.최연장자인차재현씨(74·한산자문위원)는의정부시를중심으로하는경기북부클라이머들에게는대부격인산악인이다.75년에베레스트훈련대에참가한바있고,3년전에는일흔이넘은고령에불구하고미국레이니어(4.392m)단독등반을시도한바있다.
엄웅씨(66·한산자문위원·서울공대OB)는대학산악부출신으로2002년아프리카최고봉킬리만자로(5,895m)와2004년몽블랑(4,807m)을오른바있다.엄씨는참가비를내기는했는데아내의허락이떨어지지않아고민중이라고엄살을부리기도했다.한산등산학교교장인김성봉씨(65·한산부회장)는10여년전킬리만자로와유럽최고봉엘브루즈(5,642m)를등정했다.김씨는훈련장으로이동하는도중은물론훈련중에도틈틈이주변에떨어져있는쓰레기를줍는등등산학교교장답게모범을보여주었다.
이충호씨(63·두레산악회)는86년한국등산학교를나와암벽등반에빠져들었고,지난봄에는젊은산꾼들이관심갖는인공등반을배우기위해익스트림라이더거벽등반교실을나왔을만큼열정적인노익장이다.김용부씨(62·정원산악회)는82년토왕빙폭최고령등정기록을세웠던클라이머로,사업에몰두하느라10여년간등반활동을멈추었다가실버원정대합류를위해다시등반을시작했다.
이강수씨(61·한산감사·고대OB)는요즘도한달에두세번은바위를탈정도로열정적인등반활동을펼치고있는60대현역클라이머로,체격과체력모두거의완벽에가까워보였다.그는“그렇지만사실주마는사용할기회가거의없었기에주마등반은배워야한다”고말했다.김재근씨는67년설악산서북릉개척산행과75년2월구곡빙폭초등기록의보유자.대학시절중장거리육상선수출신인그는요즘도매일10~15km씩달리기를하고있다고한다.
이날훈련에참가하지는못했지만재미교포인선우중옥씨(65·남가주한인산악회)는선인봉박쥐길과인수봉취나드A·B를개척하는등60년대에맹활약을펼쳤고,2003년과2005년두차례에걸쳐에베레스트에도전한바있다.2003년8,400m지점까지올라섰다포기했기에누구보다에베레스트에욕심이많을수밖에없는산악인이다.“한번에2만원씩내요.요즘열기구한번타려해도얼마나많은돈을내야하는지알아요?”
“코털!자세가틀렸잖아-.”
무겁던분위기는주마링횟수를거듭할수록달라졌다.겨우네번째훈련이건만별명도불러대고,나이에따라선후배관계가성립되어있었다.
칠순때25일만에대간무지원단독종주
훈련대원가운데전문등반경험은아예없는이들도많았다.하지만체력에관한한타의추종을불허하는이들이었다.차재현씨에이어두번째고령인정종희씨(72)는백두대간을3회나완주해냈다.66세때29일의기록을2003년70세때25일로나흘단축시키고,3년뒤인75세때는23일을목표로재도전할계획이다.고소적응을위해나름대로하루에30분씩훈련하고있다는정씨는한북정맥종주중벌집을건드리곤몇발짝벗어난다음에서야조용히“벌이다!”속삭이듯외치는바람에대원들사이에서‘벌’이라는별명을얻었다.
조광현씨(66·과천율목산악회)는미해군에서UDT와SEAL훈련과정을거친해군대령출신.히말라야8,000m급14개거봉완등자인엄홍길씨가현역시절부부대장이었다는그는백두대간을비롯해국내산을다니다가올해초아프리카최고봉인킬리만자로(5,895m)정상에올라선뒤자신감을얻고고산등반에관심을가지고있던터에실버원정대소식을듣고참가했다.70세까지4마일30분이내구보,턱걸이15개,푸시업100개,잠영50m,숨참기3분등을일컫는UDT스탠더드를유지하는게목표라는그는“암벽등반은처음이지만무척재미있다”고말했다.
윤용운씨(66)는철인3종경기최고령기록보유자로,1주일에55km달리기를통해스피드를유지하고있다고한다.이태전여름에는30대건각들이주축을이룬백두대간이어달리기에동참,등산인들이2박3일코스로잡는한계령~대청봉~공룡릉~황철봉~미시령~진부령구간(도상거리39.33km)을8시간이내에주파하는놀라운속도와지구력을보이기도했다.또한학창시절잠시대학산악부에몸을담기도했던선우국진씨(61)는4년4개월만에1대간9정맥을완주해낸건각이다.“야간열차타고서울역에도착,대기실에서1시간쯤눈붙이고있다가모임장소로가곤합니다.”
이남진씨(68·광주대웅산악회)와막내격인김상홍씨(59·계명대산악부지도교수)등대원4명은매주먼길을달려와야한다.수십년간마산산악계의맏형역할을해온신재호씨(60·경남지부명예지부장)는“마산에서서울로오려면다른대원보다하루더잡고참가해야한다”며,“그래도너무나도즐겁다”고말했다.외모때문에‘코털’이란별명이붙은이장우씨(62·대구등산학교동창회회장)역시대구에서다닌다.경감으로서경찰공무원생활을마친그는백두대간무지원단독종주(41일)와9정맥단독종주를해낸바있다.산경표1대간9정맥외에6기맥100지맥까지완주하는꿈을가진그는“어떤희생이따르더라도꼭에베레스트정상에오르고말겠다”고다짐했다.
점심식사를마친뒤주마링훈련은20kg무게의배낭을짊어진상태에서진행됐다.무게를맞추기위해돌멩이를집어넣은80리터용량의배낭은보는것만으로도무거웠다.몸무게가가벼운사람은“몸무게에비례해무게를조절해야하는것아니냐”며은근히불만을나타내고,짐에자신있는사람들은“이정도무게로되겠어?”하는등반응은각양각색.체격이그리크지도않고최고령자인차재현씨가짐이가볍다고농담하자유학재씨가슬그머니다가가커다란돌멩이를배낭헤드에집어넣어웃음을사기도했다.
“이렇게무거운배낭을메고10시간20시간씩걸어야하는거냐”며짐짓황당한표정을지은최중서씨(66·서울사대부고동문산악회회원)는땀을뻘뻘흘리면서십여차례주마링을반복하더니“이제야좀자신감이생기는것같다”고말했다.훈련때마다아내가모임장소까지바래다주는등다른대원들에게부부애를과시한다는최씨는3,500여개국내산중2,000개이상을아내와함께올랐다고한다.
“자세좋네요.”“리드미컬하게오르십시오”.
어정쩡하던모습을보이던훈련대원들은시간이흐를수록점차안정감을찾아갔고,훈련을마칠시간이다가오자“오늘맥주누가낼거냐?”,“주마링횟수가지고정하자”는등간간이농담이오갔다.그모습에훈련을총괄하는김종호기획단장(한산기획이사·고대OB)은“역시평소에운동을많이하고운동신경이좋은분들답게금세실력이는다”며흐뭇한표정을지었다.
“꼭마술보는것같은데….”
주마링훈련을마무리하자마자한쪽에서유학재씨의매듭법강의가열렸다.한국산악회등산학교과정장인유씨는8자매듭,볼라인매듭등등반중꼭알아야할매듭법에대해알려주었다.안전벨트에자일을연결하는8자매듭을보여줄때는고개를갸우뚱하고,안전벨트가없을때자신의몸에자일을묶는볼라인매듭을알려줄때는마술을보는것같다며신기해하는이들도있었다.유씨는“히말라야에서장갑을벗고하다보면손가락을잘라야할만큼심한동상에걸릴수있다”며,“자일매듭은눈을감고도할수있을정도로숙달되어야한다”고강조했다.
매듭법연습에몰입하는대원들을지켜보던천병태씨는“처음에는경쟁심에무섭도록딱딱했는데,너무그러지말고훈련중이든야영중이든山얘기도나누고인생얘기도나누면서정을나누는게좋다는말을건넨이후분위기가좋아졌다”며,“히말라야전지훈련을다녀오면자신의한계를깨닫고알아서포기하는분들이나오리라생각하고는있지만그래도걱정”이라며사뭇고민스런표정을지었다.
“체력,열의어느것하나빠지는분이없습니다.그래서걱정이랍니다.대원을한번추려야하는데,그럴자신이없어요.11월중순아일랜드피크등반을다녀온다음유학재씨와도망갈생각입니다.”대다수의대원들은11월중순쿰부히말의아일랜드피크(일명임자체··6,189m)에서치를전지훈련에참가하는것만으로도흡족해하는모습이다.대부분젊은시절부터실패를두려워하지않고오히려실패를통해교훈을얻으려애썼던것처럼이훈련과정또한새로운도전으로받아들이고있었다.
“정말못말리는원정대라니까”
하산길에우이동오투월드에서한국산악회부회장이기도한이인정대한산악연맹회장의격려인사를받은뒤우이동삼겹살집뒤풀이자리에들어서자곧분위기가후끈달아올랐다.처음에는테이블당소주2병씩올려지자“이술을어떻게다마시겠냐”더니채20분이지나지않아주모에게소주를주문하는소리가곳곳에서터져나오고,형님,아우님하면서농담을주고받는등화기애애해졌다.마치여러해동안함께산행해온선후배들처럼느껴졌다.술이얼큰해지자누군가크게한마디했다.
▲설교벽에모여파이팅을외치는한국산악회에베레스트실버원정대.
“이거힘만좋은노인네들인줄알았는데,술도어지간히들마시네.정말못말리는원정대라니까.”실버원정대는2006년10월21~22일만경대리지와숨은벽리지에서암릉등반훈련을하고,한차례훈련등반을더치른다음제7차훈련은11월13일부터12월5일까지에베레스트부근에위치한아일랜드피크에서현지적응훈련을거친다음제8~14차훈련은동계시즌을맞아설산지구력,동계장비숙달,적설기종합훈련등을실시하고,2007년3월최종7명의대원을확정짓는다.
/월간산/글한필석기자/사진정정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