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베레스트 실버 원정대 [2] *-

에베레스트에백발휘날리며…

60~75세‘실버원정대’4월24일네팔로
넉달테스트거쳐뽑힌인생의황혼기8명남이못한일이루려…
25㎏배낭등에메고하루12시간강훈련…

왼쪽부터조광현(67),김성봉(66),박승언(66),이남진(69),이장우(63),차재현(75),김상홍(60),이충호(64)씨.

/사진:김보배객원기자

가랑비가내리는4일오후북한산백운대.

남자8명이경사가45도가넘는미끄러운암벽에서로프로몸을의지하고있었다.그들은20㎏이넘는배낭까지메고한시간가량오르내리기를반복한뒤훈련을끝내고안전모를벗었다.성성한백발과주름살팬얼굴에서모락모락하얀김이솟았다.퇴직자등60~75세노인8명으로구성된‘에베레스트실버원정대’가탄생했다.

강철체력과전문기술로무장된젊은산악인들도죽음을각오해야하는세계최고봉정복을이처럼노인들로만구성된원정대가도전한다.할아버지원정대는한국에선처음이고,세계적으로도극히드문일이다.이들은오는24일네팔로간다.에베레스트정상정복까지3개월간의대장정에오른다.인생황혼기에‘남이해보지못한일’을성취하기위해‘돌아오지못할수도있는길’을떠나는셈이다.

◆목숨건도전

올해는고(故)고상돈씨가한국인최초로에베레스트에오른지30주년이되는해이다.이를기념하기위해조선일보와월간산,한국산악회가공동주최로60세이상산악인을대상으로에베레스트실버원정대를모집했다.전국에서53명이지원했고,4개월동안의체력테스트등을거쳐8명이최종선발됐다.최홍건한국산악회장(한국산업기술대총장)이실버원정대단장을맡아총지휘를하고있다.

이날백운대훈련을마치고이장우(63·경찰청경감퇴임)씨가“백두대간9개정맥을단독종주했다”고자랑하자,다른대원들이대수롭지않다는듯킬리만자로,엘부르즈,안나푸르나,슐탄봉등화려한등반경력을쏟아냈다.그런이들에게도이번훈련은혹독했다.무게25㎏배낭을메고하루12시간씩나흘을행군하기도했고,네팔에서해발6000m현지적응훈련까지마쳤다.이들은새해첫날도눈이2m나쌓인설악산에서맞았다.

죽을고비도있었다.지난달3일한라산에서2~3m쌓인눈을헤치고전진하는훈련을할때눈사태가일어났다.훈련지원단까지합쳐16명중10명이눈속에완전히파묻혔다.선두에섰던이충호(64·서울증권지점장퇴임)씨는물구나무상태로1m눈속에서15분동안갇히기도했다.모두들“한날한시에죽다살아난셈”이라며“이제우리생일은2007년2월3일로똑같아졌다”고했다.

◆피할수없는고산병…일부가족들반대

이렇게맞춤훈련을해도3개월간계속되는에베레스트등정은환갑을넘긴이들에게목숨을건도전이다.에베레스트정복을목표로한60세이상대원이8명이나포함된원정대는세계적으로도구경하기힘든사례다.6500m캠프에서이들을지원해줄실버원정대김종호(52)부단장은“7000m이상부터산소통에의지하기로했지만설사,구토를일으키는고산병은피할수없다”

“전문산악인도최소12시간이상걸리는마지막마(魔)의900m가등정의관건”이라고말했다.이런위험을잘아는가족들은당연히반대했다.부대장이자‘막내’인김상홍(60·계명대산악부지도교수)씨의부인은아직까지도등반을허락하지않았다.

지난2004년김씨가단장자격으로계명대에베레스트원정대를이끌었을때그의제자가숨진아픔을부인도잊을수없다.나이가가장많은‘큰형’차재현(75·개인사업)씨는지난1989년에베레스트등반에도전했다가고산병을겪고난후몇년동안실어증(失語症)을앓기도했다.가족반대도제일심했다.

◆“내인생의마지막흔적이아니기를…”

가족이왜반대하는지도,8명이모두함께성공할수는없다는것도그들은잘안다.해군UDT(수중파괴반)대령으로전역해1996년수영팀을이끌고경주앞바다에서독도까지릴레이수영에성공했고,지난해킬리만자로까지오른조광현(67)씨지만“이번에는마음을비웠다”고했다.“자연의순리에따라야겠지.그래도우리들중한명은꼭정상을밟을거야.”

원정대등반대장을맡은김성봉(66·한국산악회부회장)씨는지난달6일부인이혀에암이생겨혀절반을제거하는수술을받았다.훈련을포기했던김씨를일으켜세운건말못하는부인이쓴메모였다.‘우리같은노인도하면된다는걸보여줘요.’중학교교장으로퇴임한이남진(69)씨는가족에게이말만은꼭하고싶다고했다.“어쩌면이등반이내인생의마지막흔적이될수있지만,나는최초의흔적이될거라고믿는다.여보,무사히돌아올테니걱정하지마.

◆꿈은이루어진다

실버원정대8명이훈련을하나하나이겨낼때마다가족들의반대는점점뜨거운응원으로바뀌었다.실버원정대홈페이지(www.silverexp.com)에는가족의응원메시지가줄을잇는다.“할아버지최고~”“아빠의도전이저에게큰힘이돼요”“아버님,사위입니다.정상도전의기회를거머쥐신아버님존경합니다”….

이들은훈련을마치고오후늦게북한산을내려왔다.눈이다녹아낙엽이훤히드러난산길을걸으며박승언(66·인천지방공무원퇴임)씨가말했다.“우리8명모두한국에무사히돌아와야지.그때는낙엽대신새파란풀을밟으면서다시산에오르자고.”다짐을했다.

/조선일보(070410)전현석기자

▲에베레스트정복을위해오는24일출발하는실버원정대가3일북한산백운대에서훈련을하고있다.

에베레스트실버원정대멤버

김성봉(대장,66)/직책:마운틴TV대표이사.한국산악회부회장/

출사표:"꼭성공해서투병중인아내와더행복하게살겠다"

김상홍(부대장,60)/계명대산악부지도교수/

"모든준비는끝났다.이제등반만남았다."

차재현(75)/한국산악회경기지부명예회장/

"큰형님들의연륜과열정을지켜보라"

이남진(69)/진도지산중학교교장퇴임/

"내인생의마지막이아닌첫번째흔덕을남기겠다."

조광현(67)/해군UDT/SEAL전우회명예회장/

"대한민국국민과해군UDT를대표해부끄럼없는등정을하겠다."

박승언(66)/인천지방공무원퇴임/

"실버세대9들의사기를위해서라도기필코장상에서겠다.

이충호(64)/서울증권지점장퇴임/

"내인생의처음이자마지막기회다.후회없이마치고무사히오겠다."

이장우(63)/경북지방경찰청경감퇴임/

"꼭성공해서나중에1000M이상되는산에서칠순잔치를열겠다."

단장:최홍건/한국산악회회장(한국산업기술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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