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베레스트 실버 원정대 [10] *-

노익장들세계최고봉에서일냈다!

▲크레바스지대를지나제2캠프를향해설원을걷고있는실버원정대원들.왼쪽옆의검은암벽면은에베레스트남서벽,오른쪽저멀리움푹한곳이제4캠프지인사우스콜이다.

“와!세계최고봉정상이다.”

노익장들이세계최고봉에서일을냈다.한국산악회(회장최홍건)와조선일보사(사장방상훈)가공동주최한에베레스트실버원정대의김성봉(66·한국산악회부회장)대장과이장우(63·대구거목산악회)대원이5월18일오전7시13분(한국시간오전10시33분)과9시45분지구의용마루에베레스트정상(8,848m)에올라서는데성공했다.한국인으로서60세이상의고령자가에베레스트에오르기도이번이처음이다.

두사람은해발7,900m의제4캠프(사우스콜)를17일오후7시경출발,밤을새며걷는12~16시간에걸친고투끝에등정에성공했다.마지막캠프에서정상까지는표고차900여m.거의절벽과같은길이어서로프를붙잡지않고는올라갈수없는길의연속이다.

상업등반대가활성화되면서아마추어산악인들의세계최고봉등정은많아졌으나60대이상의단일원정대가결성되고또한등정에성공한것은이번이처음이다.세계최고령등정자는지난해70세에성공한일본인아라야마다키오씨다.

‘실버에너지’바닥까지태우며올라

두대원의등정은숨가쁘게진행됐다.김성봉대장과이장우,조광현(67·해군UDT/SEAL전우회명예회장)대원은17일오후마지막제4캠프에도착했다.그러나‘12시간넘게걸리는등정길에나서기에는너무지쳤다’는고소등반전문가유학재(46)지원대원의판단에따라등정일을하루늦추었다.또한제4캠프도착이너무늦어등정도어렵지만하산길위험이높아보이는조광현대원은등정을포기해야했다.

▲아이스폴지대를오르는실버원정대원들.아이스폴지대는정상으로향하는길의첫난관이다.

대원들의등반과정이순조로워지며‘너무속도를내면정상사진촬영을위해영하20℃가넘는강추위속에서해가뜰때까지기다려야할지도모르겠다’며걱정하던베이스캠프의대원과스탭들은시간이흐를수록긴장했다.이제1시간이면도착하리라예상됐던김대장은정상이다가올수록다리가천근만근무거워지면서점점시간이늦춰졌다.

출발직후김대장과1시간거리를내내유지하던이장우대원은정상이다가올수록점점거리가벌어지더니정상을약30분남겨놓고는포기의사를나타내기도했다.하지만이장우대원은‘실버에너지’를바닥까지남김없이태우면서끝까지정상을향했다.15시간30분간에걸친인고의시간이었다.

김대장은등정후컨디션이비교적좋았으나뜻하지않은설맹증세로,이장우대원은하산중다리가풀리는컨디션난조로큰고생을겪으며일단제4캠프로하산했다.두대원은19일제3캠프까지내려와하룻밤을보낸뒤20일베이스캠프로하산을마쳤다.

▲한낮의빙하길은무덥기조차하다.강렬한

햇살때문에고개를푹숙이고걷는실버원정대원들.

그냥이루어지는일은역시없었다.실버원정대의등정은대원들의체력과인내외에철저한대원훈련과관리덕분이랄수있다.원정대는대원선발과정에서잡음이많았다.철저한회원제로57년간유지되어온한국최고(最古)산악회인한국산악회는지난해9월실버원정대원을공개모집,회원들의반발을샀다.하지만50여명의지원자중최종선발시에는산행경력과무관하게체력,훈련참여도등원정대에도움되는지원자들을우선적으로뽑았다.

대원8명모두연령대별체력은국내최고수준에이르는대원들이었다.20kg무게의배낭을메고실시한4박5일간의하중훈련에서한명도낙오하는이가없었고,전문등반기술훈련때에는전문산악인들보다오히려더욱열정적이었다.배낭을가볍게하라해도오히려더욱무겁게배낭을메는가하면,훈련량이너무많으면오히려해가된다해도평일에도훈련을위해산에서살다시피하는대원이많았다.

스탭들의노력도열정적이었다.대원8명대부분해외원정다운원정은전무한상태.때문에스탭들의도움없이는원정자체가이루어질수없었다.김종호(52ㆍ고려대산악회)부단장과천병태씨(49ㆍ인하대산악회회장)등에베레스트경험자외에유학재씨(46ㆍ한국산악회등산학교전문과정장)와같은히말라야원정다경험자로이루어진스탭진들이다.

지난해11월에베레스트부근의6,000m급봉인임자체(일명아일랜드피크)전지훈련을통해고소에적합한대원을선발하고,베이스캠프입성후에도등정에가장적합한대원을찾아내려애를썼다.이러한노력은막판까지이루어져마지막캠프에서다른대원에비해두어시간늦게도착한대원은정상공격조에서배제시킨것이다.

▲아이스폴지대를통과중인실버원정대원들.두달간의등반중빙하가움직이며수시로

루트가바뀌었다

대원들의현지적응과정도눈물겨웠다.베이스캠프의높이만해도해발5,400m.어지간한사람이라면올라서자마자쓰러지거나구토할만큼높은곳이다.그베이스캠프에서첫번째맞이해야하는구간이아이스폴(icefall)로서,얼음폭포가수없이많이겹쳐있다하여붙여진이름이다.

수많은크레바스(빙하가갈라진틈)와빙탑은수시로모양이변하고무너져히말라야고산족인셰르파들조차겁을내는구간이다.유학재지원대원은그구간의돌파는물론마지막캠프까지동행하며대원들은안심시켜주는가하면눈을녹여물을끓여마시게하는등고산등반에필요한모든것을가르쳐주었다

▲등정전,제4캠프지에모여선대원들.조금만

움직여도숨이몹시가빠지는고소다.

대원들은또한불필요한체력낭비를철저히피했다.제3캠프(7,300m)위제네바스퍼(7,500m)까지고소적응과정을거쳐야한다는정설을과감하게무시하고실버들의체력에맞게6,800m에서고소적응을마치고대신베이스캠프보다1,000m아래마을인딩보체에서두차례에걸쳐휴식시간을가졌다.

그러나등정에가장필요한것은편안한휴식보다는역시노력과인내였다.정상에올라선두실버산악인은마지막한발한발을뗄때마다포기하고픈마음이굴뚝같았을것이나포기하지않았다.15시간30분이란산행은평범한산에서도해내기힘든고행의과정이다.그산행을해발8,848m높이의에베레스트에서해낸것이다.

“젊은이들에게도전정신심어주고자”

한국산악인의에베레스트초등30주년을기념해이번행사를추진한한국산악회최홍건회장은“늘어나는실버세대에게꿈과희망을주고,젊은이들에게끊임없는도전정신을심어주고자기획한이번원정이성공리에끝나게돼기쁘다”며,“우리도이제산악강국으로서등반에도움을주는셰르파를위한다는뜻에서원정대가철수할때힐라리스쿨2개교에컴퓨터교실2개를지어주고컴퓨터25대,프린터4대를기증키로했다”고밝혔다.

3월24일네팔수도카트만두에도착,열흘간의캐러밴을거쳐4월7일베이스캠프(5,300m)에도착한원정대는60세에서75세의대원8명모두고소증을전혀느끼지않은채구릿빛얼굴로건강한상태였다.원정대는베이스캠프에대원과현지인들이사용할텐트25동을설치한다음4월11일오전6시30분부터2시간동안눈보라속에서라마제를지냈다.라마제란등반을시작하기에앞서무사안녕을위해지내는의식이다.

▲서로로프를연결한상태로크레바스를조심스레건너고있다.

원정대는4월12일부터아이스폴등반을시작했다.표고차는600m에불과하지만사다리를걸수없을만큼폭이넓은크레바스와높은빙탑을우회하노라면제1캠프(6,000m)까지실제등반거리는2km가넘는다.지난밤에도아이스폴이무너져셰르파들로구성된아이스폴원정대가보수했다.무너진빙탑을우회해새로운길을내고,크레바스에걸쳐놓은쇠사다리가빙하의움직임으로주저앉으면새로운지점으로다리를옮겼다.

4월15일유학재지원대원의인솔하에김성봉대장,이남진,조광현,이장우대원,이재승의료담당대원,촬영담당셰르파,기자로이루어진1조는새벽6시베이스캠프를출발했다.대원들의일거수일투족을살피며1조를인솔하는유학재지원대원의목은출발직후부터쇳소리가났다.

실버대원들은체력에관한한자신이있었으나기술적인면에서는대다수가아마추어수준이었다.폭10m가넘는크레바스에걸쳐진사다리를건널때는앞사람이나뒷사람이줄을잡아당겨주어야균형을잃지않고건널수있고,그런협동이이루어지는사이대원들은하나가되어가고있었다.

“아니,아직도여기밖에못오면언제제1캠프까지가시려고해요.”

비슷한시간에출발한남서벽원정대의박영석대장은정오경유학재대원을만나자걱정된다는표정을지었다.그로부터10분쯤지나자이번에는한국도로공사원정대원들이또다시비슷한반응을나타냈다.실버대원들은“역시나이는속일수없구만”하면서가는세월을안타까워하는표정을지었다.

빙탑지대에걸친사다리통과하며팀웍다져

노익장들의인내심은역시대단했다.1조김성봉대장과조광현,이장우대원,그리고의료담당대원이지만같은실버세대인이재승박사(63·연대의대교수)는막판에수없이이어지는눈언덕을넘고넘어제1캠프에오후3시경무사히안착해삼계탕2봉을코펠바닥이드러날때까지맛있게들었다.

산악계에서바지런하기로소문난유학재지원대원은식사후텐트뒤편으로가서눈보라속에서열심히눈구덩이를파고주변을눈벽돌을빙둘러쌓아화장실을만들었다.유학재대원은실버대원들을도와주는위치지만25년이넘는산행경력에미국데날리국립공원내의키차트나스파이어와파키스탄의가셔브룸4봉에신루트를낸바있고,얼마전에는에베레스트와얼마떨어지지않은콩데라는봉도오른바있는베테랑클라이머다.

5월16일은고소적응을위해제2캠프(6,500m)를향해갈수있는만큼가보기로하고새벽6시제1캠프를떠났다.그런데시작부터만만찮았다.눈언덕사이의골로뚝떨어졌다다시눈언덕으로올라설때는절벽같은설벽을올려쳐야했고,눈언덕에올라서면갈짓자로이어지는눈길에혀가빠질정도였다.춥기는왜그리추운지,떨어져나갈것처럼손가락이아려왔다.

▲제2캠프를향해한걸음한걸음전진중인대원들.

오전8시30분경크레바스지대를벗어나자등반로가이어지는로체서벽까지깨끗이뻗은대설원이펼쳐졌다.여기서1시간반더가면제2캠프다.하지만유학재대원은하산길을생각해이지점에서뒤돌아서기로결정했다.1시간20분만에제1캠프로내려섰지만벌써지친상태였다.이날올라올2조를생각해어지럽힌텐트안을정리하고매트리스와침낭을꺼내말리고그사이‘아점(아침겸점심)’을해먹었다.

정오를넘어서면서아이스폴은용광로처럼달아올랐다.새벽에베이스캠프를출발해15kg안팎의짐을제2캠프에올려놓고내려오는셰르파들은굼벵이처럼걸어가는대원들을만나면쏜살같이추월해버렸다.몇차례그런상황을겪자셰르파들이가까이따라붙으면대원들은아예양보해주었다.

▲아이스폴지대를통과중인실버원정대원들.두달간의

등반중빙하가움직이며수시로루트가바뀌었다

베이스캠프에서제1캠프로이어지는아이스폴이거대한얼음이빚은화려한불꽃같은한마당이라면,제1캠프에서제2캠프로이어지는빙하구간은웅장하면서도신비감넘치는구간이다.에베레스트에서제2캠프는전진베이스캠프(ABC)다.대원들이해발6,500m까지고소적응을마치면등반에필요한대부분의장비와식량을ABC로옮기고,이곳에서지내면서마지막고소적응에들어간다.

대개제3캠프에올라하룻밤자는것으로고소적응을마친다음베이스캠프로하산,정상공격직전까지체력관리와컨디션조절에들어간다.셰르파들은제2캠프~제3캠프를등정가능을위한첫시험대로꼽는다.해발6,900m까지는완경사빙하지대를따르지만이후제3캠프(7,300m)로이어지는로체서벽구간은경사70도가넘는데다청빙구간이많아고정로프가깔려있더라도체력소모가극심하기때문이다.

제2~제3캠프사이에서낙빙으로셰르파1명사망

▲[왼쪽부터]한국최고령등정을기록한김성봉대장.팀닥터로대원들못지않은고소적응능력을보인이재승박사.대원들뒷바라지를책임졌던천병태지원대원.63세로에베레스트정상에오른이장우대원.사우스콜까지대원들과동행해오른유학재지원대원.

대원들에게는요일개념이없다.다른원정대는이틀간등반하고하루쉬는스케줄로움직이지만,실버팀은이틀산행하고2~3일쉬는스케줄로등반했다.의료담당대원인이재승박사는대원들보다오히려더욱좋은컨디션을보여주었다.이박사는100회마라톤모임멤버다.현재42.195km풀코스를47회나완주했다고한다.그렇게평소건강을관리해온덕분인지이번원정에서오히려대원을능가할만큼뛰어난체력과고소적응력을보여주었다.

제3캠프는7,300m대얼음사면이지만워낙원정대가많다보니좋은자리를잡는다는게매우어려운일이다.제4캠프로향하는루트상에위치한캠프사이트가가장좋고,그사이트를기준으로아래쪽으로길게캠프지가형성된다.아래쪽에위치한캠프에서제4캠프로가려면등반로가길어질수밖에없고,이경우제4캠프도착시간이늦어지면서이튿날출발을앞두고피로를풀시간이그만큼짧아지는것이다.때문에상업등반대의경우미리좋은자리를잡기위해서둘러셰르파들을올려보내캠프사이트를확보한다.

4월25일에베레스트에서올시즌최초의인명사고가일어났다.제2캠프에서제3캠프로향하던셰르파가낙빙에맞아사망했다.사고가일어난지역은해발6800m에서제3캠프(7300m)에이르는청빙과설벽혼합구간으로평균경사70도에이르러등강기를사용해야만등반이가능하다.한국등반대4개팀중실버팀,한국도로공사팀,허영호씨등3개팀역시이루트로등반하게되어있어대원들을긴장케했다.

김종호부단장은올해30여팀300명안팎의산악인이남동릉루트에몰려등정일에는적게는수십명,많게는100명이하루에몰릴것으로예상되므로제3캠프는혼잡스러울수밖에없을것이고,이런상황에서무전기나장비를떨어뜨리는사고도예상할수있다며걱정스러워했다.

고소적응이제대로안돼4월19일딩보체(4400m)로내려섰다가5박6일만인24일베이스캠프로올라온차재현,이남진,박승언,이충호대원과지원조인이창기대원은4월25일하룻동안베이스캠프에서휴식을취한뒤이튿날인4월26일오전5시베이스캠프를출발,아이스폴등반에나서오후2시경제1캠프에올라섰다.

아쉽게도최고령등정기록을노리고있는75세의차재현대원은시간이흐를수록다른대원들과거리가점점벌어져오전8시경등반을포기하고김종호부단장과함께베이스캠프로돌아섰다.4월28일은어마어마한바람이불었다.밤새텐트가바람에주저앉으면어쩌나하는걱정에사로잡혀지낼정도였다.5월초순들어아이스폴이엄청난속도로변해갔다.

험난하기도하지만아침햇살이내리쬘때면보석처럼아름답게반짝였다.가늘게갈라진크레바스는동화속의요정이살고있을듯신비스러웠다.널찍하고도깊디깊은크레바스에걸쳐진사다리를건널때는묘한스릴감이느껴졌다.

4월말들어서면서부터셰르파들조차해가들면오르려하지않고,해든이후내려설때는쏜살같이내달리곤했다.

그럴수밖에없었다.은빛아이스링크를연상케하던설원은쭉쭉갈라지고갈라진판은높낮이가달라져마치지진직후의모습같았다.사다리대여섯개를이용해길을낸30여m높이의설벽은상단부에크레바스가가로로형성되면서앞으로넘어올기세였다.

딩보체로내려가1주일간컨디션조절

▲베이스캠프에모여선실버원정대대원,지원대원,셰르파들.

대원들은4월29일부터5월5일까지딩보체에서컨디션조절을위해휴식을취하고5월5일베이스캠프로귀환했다.이날마침한국산악회2차격려단이베이스캠프를방문해분위기는한층고조되었다.에베레스트등정은베이스캠프출발이후4~5일걸린다.하산까지는6~7일걸린다.

등정에성공했든실패했든베이스캠프로내려섰을때는거의탈진상태에이르고만다.따라서한시즌두차례시도라는것은젊은이들일지라도어려운일이다.

5월5일2차격려단이베이스캠프를떠난이후에야김종호부단장은등정스케줄에대해대원들에게설명했다.1,2차로나누어등정을시도한다는계획은말했지만,공격대원에대해서는귀띔조차하지않았다.다만출정을앞두고모두에게몸조심해줄것과입에맞는음식을섭취함으로써컨디션조절에최선을다해주길부탁했다.

▲한국산악회깃발을들고에베레스트정상에선김성봉대장

이러한과정을거쳐1차공격조로김성봉대장,조광현,이장우대원으로최종낙점되었고,이중두대원이정상에선것이다.‘실버’들의남다른투지와김종호,천병태,유학재씨등노련한중견산악인들의세심한지원과판단이하모니를이루어낸찬란한결실이었다.

/글/한필석차장대우’월간산’[452호]2007.06
/사진/실버원정대제공
/주최/한국산악회-조선일보사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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