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나를야크와포터없을만큼많은원정대몰려
트레킹은어느누구못지않게여러차례,특히‘고난도트레킹’에관해서는수준급이라자부하지만이렇게기간이긴원정은처음이었다.지난해초5대륙최고봉등반을계획했으나에베레스트는언제이루어질지장담할수없는대장정이었다.무엇보다봉급쟁이에게두달이란기간은그야말로사무실에서책상을빼내기전에는어림도없는일이기때문이다.
뜻밖에기회는빨리왔다.조선일보-한국산악회공동주최실버원정대취재에동참하는거였다.단,실버팀을취재하되대원들과오랫동안인연을맺어온남서벽팀과함께등반하고,ABC(C2/6,500m)이후로는기자가택한남동릉노멀루트를따르는한국도로공사팀과동행하기로했다.하도이팀저팀과오르내리다보니‘앵벌이등반’이라불릴만큼복잡한원정이었다.
에베레스트를오른다는것은누구나그렇듯이오랜세월간직해온꿈이다.하지만베이스캠프가는길이평범한트레킹처럼낭만적일수만은없었다.트레킹할때는일정에쫓겨바삐걷더라도순간순간풍광에취하고쏟아지는별빛에취하다보면어느샌가하루가지나곤했다.하지만캐러밴은원정이다.무엇보다6톤에육박하는어마어마한장비와식량을옮기는일이함께진행되기때문이다.
더욱이이번시즌은30개를넘는여러팀이비슷한시점에한꺼번에몰리다보니원정대가루클라에도착했을때는짐운반용야크도포터도바닥난상태였다.해서카트만두에서기껏비행기로옮긴취사구와식량은뒤쫓아온야크에실려와남체를출발할때서야사용이가능했다.
4월2일루클라를향한첫번째시도는무참히깨졌다.이른아침부터서둘러짐을통관시킨뒤오전10시부터공항대합실에앉아졸다깨다지루함을달래려고노트북키보드를두들긴다.점심도건너뛰고오후2시가넘어겨우열댓명타는경비행기에올라탔건만비행40분쯤지나비행기는안개낀루클라상공을한바퀴선회하더니방향을180도돌려카트만두로돌아왔다.절벽을끼고있는데다활주로가짧은루클라공항에안착하는게어렵다는조종사의판단때문이다.
“와~카트만두공항이나별차이없네요.”-이현조
“루클라공항이이렇게좋아요?”-김영미
귀국전장비와식량등엄청난양의짐을싸느라피로에지친대원들가운데비행내내잠에빠져있다깨어난이현조,김영미는엉뚱한소리를해대원들을웃게만든다.이튿날인3일포카라에도착이후터무니없게부족한포터와야크때문에스트레스를받던대원들이겨우여유를되찾은것은쿰부히말에서가장큰라마사원이있는탕보체를도착한6일이후였고,이튿날페리체(4,200m)에도착해에베레스트등정30주년을기념해베이스캠프트레킹중인’77에베레스트원정대원들의환대를받으면서얼굴빛이환하게펴졌다.
9일로부체(4,930m)도착이후고소증때문에고통을겪는대원이나타나기시작했다.응원단으로참가한김태훈(뉴질랜드거주)은로부제에서베이스캠프로올라오는날뒤로처지더니끝내로부제로되돌아가여러날뒤올라오고,대원인이재용은베이스캠프도착이튿날고락셉으로내려서야했다.이대원은어느정도고소에적응되었다싶어14일베이스캠프에올라왔으나15일아이스폴등반중심한치통으로도중에내려선다음이튿날치료차남체로내려섰다가상태가오히려악화되자카트만두로내려섰다결국귀국해야했다.
기자의경우고소적응은잘된듯했으나잠을이루지못하는게문제였다.큰등반을처음하는데에서오는불안감때문인듯했다.캐러밴때이삼일,베이스캠프도착이후며칠간수면유도제신세를지며잠을이뤄야했다.베이스캠프에서이틀사흘을머물다보면여유로울줄알았는데정반대현상에스트레스를받고있었다.특히캐러밴내내기사를쓰느라마음놓고쉴시간을갖지못했고,또베이스캠프에도착해서도남들쉴시간에기사를써야한다는게등반하는데걸림돌일수밖에없었다.그렇더라도이렇게에베레스트에와서두달간지낼수있다는것은행운이아닐수없다는생각에마음을편히먹으려애를쓰곤했다.
베이스캠프를구축한다음대원들을감탄케한것은아이스폴을비롯한에베레스트·눕체일원의풍광도풍광이지만그보다는독일인부녀였다.남체에서한차례만난적이있던로버트케블(41)과딸페리나(11)의담담하면서도당당한모습은큰감동이었다.실버팀이이른아침라마제를지낸11일오후캠프옆에텐트를치는부녀를본이현조가저녁식사에초대했을때케블씨는트레킹에나서게된경위를설명하여대원들을놀라게했다.
96년에베레스트등정후악천후를만나면서9명의산악인들이죽음속으로빠져든얘기를당시등반에참가했던기자인존크라카우어가쓴‘희박한공기속으로(IntotheThinAir)’가발단이었다.아버지가읽은그책을딸이보곤아버지에게베이스캠프에가보고싶다고부탁했고,건축디자이너인아빠도딸과의약속을지키기위해이렇게베이스캠프에오게되었다는것이다.박영석은두부녀에게“10년후에도마음이변치않는다면에베레스트정상에꼭데리고올라가겠다”약속하며“대신그때는한국말을꼭할줄알아야한다”고전제해부녀를잠시‘고민’하게만들기도했다.
빵집에스포츠마사지까지갖춘베이스캠프
에베레스트와눕체(7,864m),푸모리(7,165m)에빙둘러싸인퇴석지대에들어선베이스캠프는상암운동장10여개를붙여놓아야할만큼넓었다.등반시즌이아니라면흙먼지만날릴황량한이곳이지금은원정대텐트로꽉차있다.5월초에들어온인도육군팀까지하면30개쯤된다고하지만,등반퍼미션을공유하는팀들이있어실제로팀수는더욱많아진다.
베이스캠프에는대형텐트에의료시설을갖춘간이병원이있는가하면,유료인터넷방과위성전화시설뿐아니라베이커리와스포츠안마업소까지있었다.간이샤워장이없는게의아스럽고아쉽게느껴질정도였다.베이스캠프는20개팀에이르는상업등반대를비롯해수많은원정대들이진을치고두달가까이지내기때문에지저분하고어수선하리라고예상했다.
그러나원정대마다간이화장실을만들어사용하고,플라스틱변기에채워진대소변은1kg당75루피(약1,000원)의운반비를내며포터들이사가르마타(에베레스트의네팔명)국립공원밖으로옮겨가기때문에오염의원인이되지는않으리라예상되었다.환경에대한관리감독은팀당미화3,000달러씩의사용료를받고아이스폴루트개척과보수를전담하는SPCC(SagarmataPollutionConservationCommittee)에서철저히했다.하지만원정대가취사용으로사용한설거지물은그대로버려지고있어눈살을찌푸리게했다.
베이스캠프에진지를구축한한국팀은4팀이나되었다.그중실버원정대는우리팀들뿐아니라외국원정대원들에게도관심의대상이됐다.평균연령66.7세의노익장8명으로이루어진원정대는최고령도전도노렸으나아이스폴등반후75세의차재현대원의안전을위해일찌감치포기해버렸다.
실버팀대원들의정신적인고충은어느팀보다심했다.텐트를두세명씩사용하는다른팀과달리대원들은1인용텐트를사용했다.그공간이대원들에게는유일한안식처다싶었다.몇몇대원들을제외하곤등반과식사시간외에는대부분의시간을텐트안에서보냈다.국내에서는누구에게도뒤지지않는체력과인내력을자부하던이들이고소증에너무쉽게무너지고회복되지않자상실감이큰듯싶었다.
초반에고소에적응하지못해딩보체(4,000m)로내려섰다올라온대원들도있었고,4월31일에는스텝대원인천병태외전대원컨디션조절을위해딩보체로내려섰다5월5일다시베이스캠프로올라왔다.공격조가정해지고나서평소컨디션을되찾았다고얘기하는대원들이있었으나정상공격조에참가하기에는미약하다싶었다.해서스텝진의공격대원결정에대해섭섭해하는노익장대원들이몇명있더라도스텝진으로서는어쩔수없는결정이었다.
여러원정대가운데가장순탄하게등반이진행된것은도로공사팀이었다.에베레스트팀장인김주형이나로체팀장인강연룡은등반경험과능력,판단력이뛰어난클라이머였다.여기에김창호,김미곤,윤중현같은고산경험이많은대원들이가세하고,후배들에비해경험은뒤지지만넉넉한성품의박남수는맏형역할을톡톡히해냈다.
양손가락장애인으로부대장을맡은김홍빈은‘희망’을타이틀로삼은원정대의주인공이었다.한때산악인이자바이애슬론선수로서촉망받던그는91년매킨리등반도중걸린동상으로열손가락을잘라낸이후평범한장애인의삶을살다가97년재기에나서7대륙최고봉뿐아니라히말라야14개거봉을모두오르겠다는꿈을꾸고있다.원정을앞두고장비제조업체인에코로바의홍보담담이사로발탁된그는지난해에는시샤팡마(8,027m)에이어가셔브룸2봉(8,035m)을등정하는등,최근활발한고산등반활동을펼치고있다.
조선이공대산악부출신인박상수대장은이번이네번째원정이다.로체에성공한5월4일베이스캠프에내려섰을때박대장의모습은보이지않았다.사흘간꼬박날밤을새운뒤텐트안에들어가죽은듯이자고있었다.에베레스트연속등정에성공했을때는기쁨에들떠있어야할박대장은“이제힘들어서대장노릇은그만해야겠다”고할정도로지쳐있었다.
기자가대원으로속한박영석팀은기존의영국루트,러시아루트외에새로운길을세계최고봉최난벽인남서벽에내겠다는야심가득한팀이었다.부대장은오희준이맡고,이현조,이형모,정찬일,김영미,이재용이대원으로참가했다.그리고사진담당이한구,다큐멘터리촬영담당싸이더스FNH의김석우감독과기자등11명으로구성돼있다.
외국원정대들도다양한모습이었다.말레이시아는대규모원정대를이끌고한가운데자리잡고있고,뉴질랜드상업등반대는96년롭홀의사고이후에도최대의상업등반대임을과시하듯많은참가자를이끌고베이스캠프에진을치고있었다.셰르파들의위치도예전에비해많이상승되었다는사실을셰르파원정대를통해알수있었다.
한지붕식구4명이참가한남서벽원정대
5월들어서면서베이스캠프의느슨해지고사뭇지루한분위기를깬것은도로공사팀이었다.날씨가좋아질기미가보이지않는데도도공팀은로체정상을향해밀어붙였다.강연룡,김미곤,윤중현은셰르파들과3일오전C3(7,100m)를출발,로체페이스상단에C4(7,600m)를치고몇시간쉬었다가자정에정상공격에나서이튿날4일오전8시30분세계제4위고봉인로체(8,516m)정상에올라섰다.
ABC이후알파인스타일로밀어붙인도공의등정은한국산악인들만아니라서로눈치만보고있던외국원정대에게자극을주는일이었다.로체등정소식을듣고5월4일베이스캠프로내려선이후1주일만인11일ABC인C2로향했다.출발전위성전화로집에안부전화를한다.이제실버대원들이내일등정길에오르면닷새면내려오고,그러면베이스캠프로내려가서짐정리해집으로돌아갈거라고.나는그사이ABC에머물면서취재한다음실버팀과함께하산하려고했다.워낙눈치빠른아내라정상으로향하리라알아챘을지도모르지만이렇게얘기하는게편하다싶었다.
베이스캠프에서C2를하루에올려치는것은역시내게는무리였다.C1을4시간30분에오른것만해도기록적인단축이었다.처음에중도포기,두번째9시간이나걸린거리를절반으로줄였으니말이다.첫플라토에올라설때는첫번째때비해시간을절반으로줄였다는생각에정말감탄스러웠다.그런데김홍빈,박남수,김미곤이앞장서걷는모습을바라보며플라토를가로지르는데어디선가우르르소리가들려왔다.
거대한세락이무너지는소리였다.긴장하고주변을둘러봐도내앞으로넘어오는빙탑이보이지않더니어느한순간바로앞빙원이주저앉고말았다.앞서가던세사람이후닥닥건너편설사면으로뛰어가고그제야상황을깨닫고뒤로내뺐다.학교운동장만한넓이의빙원이주저앉으면서낸굉음이었다.잠시후올라온김주영은‘선수’답게차분하게빙원으로내려서더니크레바스가쩍쩍갈라진빙원을가로지르고,크레바스에걸린사다리를옮겨위쪽빙원에연결시켜길을낸다.김주영은씩웃으며딱한마디한다.
“액땜하셨습니다.”
붕괴된빙원위에올라서있었더라면주저앉는순간깨져나간크레바스속으로떨어졌을것이고,그렇다면뒤따라오던후배들도내흔적을찾지못했을것이다.상상만해도끔찍하다.출국하기두어달전에베레스트를다섯번이나등반한이상배씨가아이스폴이무서워올해는티벳쪽노스콜루트로등반한다는얘기가이해가가는순간이었다.
C1에서간식을먹고ABC를향한지얼마되지않아싸락눈이내리기시작하더니화이트아웃현상까지인다.오른쪽눕체사면에서는스노샤워가마치거대한폭포에서물쏟아지듯한다.한번쏟아진사면이나골은끊임없이흘러내린다.10여일간내린눈이위에쌓이더니무게를이기지못해밀려내려오고있었다.설원의크레바스는점점더넓게벌어지고,사다리는더욱불안하다.눈이녹아내리면서사다리가걸쳐진부분이무너지지나않을까불안하다.
크레바스위험구간을벗어나자화이트아웃이더욱심해지고눈보라도강하게퍼붓는다.발자국이제대로보이지않을정도다.이렇게눈한번내리면흔적조차없어질등반을왜하나싶어진다.점점힘이든다.역시하루에C2까지오르는건무리였다.원정에대비해운동이라도열심히했어야했건만원정결정도두어달앞두고하고,또준비에바삐지내다보니결과는지금이고행이다.
아,C2까지에스컬레이터가놓이고,이후C4까지엘리베이터가놓여있다면-.결국거의혀가빠져나가는상황에이르러서야ABC에도착한다.
박영석을비롯해전대원이보인다.어제에이어오늘도휴식일이다.아무도가지않은벽에새길을내고있는남서벽팀은베이스캠프도착26일째인5월6일‘까치집’이라명명한C3(7,340m)를암벽상의지능선에구축하고,오늘C4를구축할계획이었으나,날씨때문에지연되고있다.원정대는인터넷을통해3~6일치일기예보를확인하며등반해왔다.
그런데일기예보가워낙어긋나원정대를당황하게하곤했다.바람이강하게불고눈이내린다하여쉬면쾌청하고,좋다하여등반에나서면7,000m이후구름이꽉끼어루트파인딩이불가능하거나눈이내리는바람에애를먹곤했다.이날도마찬가지였다.어제에이어계속나쁘다는일기예보에쉬고있었다.다행히셰르파들의스트라이크가이제가라앉은상태지만,8명중4명이내려가버렸으니계획대로운행될리만무다.
남서벽팀은‘괴물’들의집합체다.우선14개거봉완등,3극점도보탐험,7대륙최고봉등정에성공한박영석이그렇고,초오유등정이후단한번의실패도없이8,000m급거봉10개를등정한오희준,마칼루등반이후이들두사람과파트너를이루며두드러진활약을펼치다2000년마칼루·브로드피크·시샤팡마3개거봉을등정하고,남극점도보탐험에성공하는가하면2005년낭가파르밧루팔~디아미르벽횡단에성공하고,지난해에전남대산악회를이끌고에베레스트등정에성공한이현조역시그렇다.
오늘셰르파2명과함께C3으로올라가하룻밤자고내일C4를구축하고C5를향해등반할예정이었던이형모는지금종이학접기를하고있다.집중력을키우기위해서란다.“등반을잘하려면자기몸은자기가잘아껴야한다”는지론을가진형모는선배들에비해경험이많지않지만원정대를위해조금이라도더보탬이되려는마음에최선을다하는모습이었다.특전사단기하사관출신으로,지난해초모랑마횡단원정에참가한이후박영석과한지붕아래서살고있는형모는고교시절에는아침마다10kg모래주머니를차고집뒷산을오르내리며체력을다져온강골이다.
전기담당으로베이스캠프의전깃불이들어오지않아여러차례곤욕을치른정찬일은용인대출신태권도5단의무도인이지만남자로선막내대원답게궂은일을마다하지않고앞장서해결하곤했다.7대륙최고봉등정을꿈꾸며고산등반을해온김영미는셰르파들이‘스트롱디디(누이)’라부르곤했다.15kg이넘는배낭을메고도셰르파못지않은속도로ABC를오르내리자셰르파들이붙인별명이다.에베레스트와킬리만자로외에5개대륙고봉을모두오른김영미대원은무전할때목소리가아나운서뺨칠정도로정확하고예뻐선배들에게많은사랑을받았다.
박영석팀의특징은일단대원중박대장을포함해오희준,이현조,이형모대원이한지붕식구라는점이다.때문에결속력은어느원정대도따라갈수없을정도다.누가척하면다른사람들이삼천리일정도다.물론등반을통해끈끈해진사이들이다.
강풍몰아치자아수라장으로변한ABC
식당텐트에서셰르파들이두런거리는소리가들린다.셰르파(Sherpa)란동쪽,즉티벳에서온사람이란뜻이다.해발4,000m가넘는티벳고원에서태어나고자라체질적으로고소에서잘견디는이들은히말라야등반에거의절대적인역할을한다.1953년5월29일인류최초로에베레스트를오른두사람중한명이텐징노르게이셰르파요,요즘도고소에짐을올려주거나간혹길을내는데에도앞장서는게셰르파다.
그런데남서벽팀은셰르파들이말썽을부리는바람에BC도착후여러차례삐거덕거렸다.특히박영석뿐아니라오희준과이현조대원과는8년동안파트너를이루며등반해오는사이8,000m급거봉10개를오른세라브장부는7명의셰르파를통솔하는사다(셰르파대장)이면서도자신의역할은커녕오히려원정대에해를입히는악역을했다.
C2를향해운행하던동료셰르파가힘들다며빙하에내려놓은짐을대신짊어지라는박대장에게“내가포터냐?”며불만을품고남체로내려갔다올라오는가하면,팔근육에문제가생겼다며남체병원으로가더니아예비행기를타고카트만두로갔다가보름이상지난5월10일에서야베이스캠프로올라오는황당한일까지벌였다.
그런상황에서초반에셰르파한명은말도없이원정대를이탈하고,또ABC에서C3로짐을수송한첫날셰르파들이“너무위험해못하겠다”고등반을거부하는가하면,C4까지12kg짐을한번올리면150달러의보너스를준다고약속했는데도셰르파가두명이나이탈했다.한명은심한복통이이유였고,다른한명은억지를부린것이다.셰르파들의위상이높아지는것은당연하고바람직한일이지만,뻔히노멀루트에비해위험한남서벽신루트등반대에참가해놓고,이렇게등반중말썽을피우는행위는도저히이해할수없는일이었다.
해서5월10일남서벽에서제역할을하는셰르파는4명에불과한상황이었고,때문에등반에필요한짐을수송하는데많은문제가생길수밖에없었다.그런데도대원들은‘괴물집단’이다싶을만큼대단했다.특히오희준과이현조는신들린사람들처럼등반에몰입했다.특별한얘기를나누지않아도눈빛만으로도서로의생각을아는듯싶었다.
어떤험하고힘든등반을하고난뒤라도“어땠냐?”물으면“괜찮아요”라고대수롭지않게대답하던오희준,첫번째남서벽등반을12시간에걸쳐해낸뒤ABC로내려서더니“오랜만에뻑세게등반했더니기분이좋다”던이현조.지금은그립기만한후배들이되고말았다.
/글/한필석차장대우/월간산[453호]20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