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계가바뀌고있다.*-
-50여년전힐러리가초등했던에베레스트정상을오르는코스와스텝들-
◇50여년전힐러리가초등했던에베레스트는선구자들이무려32년긴세월악전고투한곳이었다.힐러리가오를때만해도영국원정대는남봉과정상사이에무엇이있는지거기가등정의관건이라고생각했다.그런에베레스트가오늘날어떻게되고있는지우리는잘안다.그러나힐러리의초등은역사에영원히기록됐다.역사란이런것이다.사진에베레스트정상직전의힐러리스텝을오르는각국의원정대원들의모습니다./사진양정산악회.
산악계가바뀌고있다는것은새삼스런이야기가아니다.옛날부터그랬으니까.실은산악계가바뀌고있는것이아니라세상이바뀌고있으며,그것은예나지금이나마찬가지고앞으로도계속그럴것이다.요새는쓰지않아마치폐어처럼됐으나사자성어에‘유위전변(有爲轉變)’이라는말이있는데이것도인생의무상함을말한다.우리는산악계의변천사를누구나알고있다.세계등산계250년역사가바로그과정이다.
그런데산악인들조차그러한변천과정을굳이의식하지않은채지금까지살아왔다.거기에는까닭이있다.그것을당연한발전으로여겼기때문에별로문제로삼거나심각하게생각하지않았던것이다.그러나그러한변천과오늘날일어나고있는그것과는그사이에커다란질적차이가있다.이질적인문제가우리의의식표면에나타나게됐다.
지난날이라고하지만,긴역사에서보면근래의이야긴데우리산악계가크게부산한듯한느낌을주었다.즉우리산악인이히말라야거봉14개를줄줄이완등하고,세계10위안팎에셋이나자리를잡았으며,그랜드슬램이라고해서이른바지구상의3극점을점유하였으며,여성으로7대륙최고봉완등까지이뤘으니그성취와기록들은대단했다.
지난세기후반기에갑작스레불기시작한한국의등산붐은한때히말라야러시를이르키고급기야는세계등산계에합류했던것이다.그런데그도취와희열은오래가지않았다.그리고이런산악계의변화를누구보다도재빨리알아차린사람들이있다.우리산악계를놀라게했던그성취와기록의주인공들과이런일에관심을가지고지켜보던일반산악인들이다.
우리들,적어도공부하는산악인들은지난날의에베레스트낭가파르바트등반의역사를잘알고있다.또한북극과남극에서벌어졌던상상을초월한탐험가들의의식과행위를자세히알고있다.그래서우리는이지구상의수평적,수직적세계에대해그리고거기에투신했던선구자들의궤적에서쉽사리눈을돌리지못한다.그들은그누구도자기의뒤를좇거나자기를넘어서는것에개의치않았다.
그리고오직앞을내다보며자기길을갔다.얼마전에하인리히하러가죽었다.긴장정을끝냈다고미망인이추모했는데얼마나멋진인생이었던가!알프스마의북벽아이거를초등한영웅인그가초등50년을맞으며그역사를집대성했을때하러의감회는어떠했을까?그는추호도자기기록이깨지며자기의명성이퇴색한다고생각하지않았다.
그는오직아이거에서같이자일을묶었던당시의파트너들에대한감회로시종했으리라.그러기에그는그책을자일샤프트에게바친다는헌사를책머리에붙였다.낭가파르바트초등자였던헤르만불이간지는오래다.그러나에베레스트의힐러리경은아직건재한데,그의오늘의심정은어떨까?50여년전그가초등했던에베레스트는선구자들이무려32년긴세월악전고투한곳이었다.
힐러리가오를때만해도영국원정대는남봉과정상사이에무엇이있는지,거기가등정의관건이라고생각했다고당시의대장존헌트가그의등반기에썼다.그런에베레스트가오늘날어떻게되고있는지우리는잘안다.그러나힐러리의초등은역사에영원히기록됐다.역사란이런것이다.낭가파르바트루팔벽은70년대초메스너가개척한이래아무도도전못한채공백지대로남아있었는데,
우리등반대가근자에비로소재등의쾌거를이룩했다.낭가파르바트도전은에베레스트와나란히세계등반대의주요목표로돼있으면서,그험로로알려졌던루팔벽이한국등반대손에들어왔다는것은우리로서자랑할만한일이다.그런데그런일들이있은지얼마되지않아북극점을여성탐험가가혼자가는가하면루팔벽을솔로로오른등반가가외국에서나왔다.
절대로예상못할일은아니지만그들의성취에적어도그세계를아는사람으로서는그야말로어안이벙벙할따름이다.물론기록이란언젠가느깨지게되어있으며,인류의역사가이것을증명하고있다.아이거북벽만해도그렇다.옛날은고사하고전세기70년대에일본등반대두팀이각기여름과겨울에직등후트에도전,전자는31일,후자는34일걸려모두완등한기록이있다.
그리고메스너도아이거에서10일이나지냈는데후일부벤도르파와차파이더라는젊은이들이나타나서서로45분과50분이라는상상할수없는초단시간에그거벽을돌파했다.그러나그렇다고이벽의등반시대가마감되지는않았다.알파니즘은원래누구와의싸움이나누구를위한싸움이아니다.그것은언제나자기와의싸움이다.
기록을내세우고자랑할일이아니며등반은그자체가목적이고거기에의미가있을따름이다.등산세계의의의와가치는바로그런것이며그외에아무것도아니다.다만그때고난과시련을이기고넘어설때희열과만족에도취하는것이알파니스트의특권이다.지난날고상돈이메킨리에갔을때사람들은에베레스트영웅이그렇게될수있겠는가의아하게생각하는것같았다.
그런데그보다앞서일본의우에무라나오미도역시그렇게됐다.그렇다고고상돈이나우에무라의명성이도말되거나손상을입지않았다.그뿐인가,우리는예지쿠쿠츠카를잊지못한다.그가한때의명성만노렸다면당시메스너를능가할정도의성취로도충분했었다.그런데그에게는언제나자기만의목표가있었다고본다.그래서그는아무도접근하지못하는또하나의공백지대를노리다.조난했다.
구도자같은산악인의원형을보는느낌이다.우리는지난1977년에베레스트에갔다.71년입산신청을하고77년가을에비로소등반하게됐던그런원정이었다.18명의대부대가600여명의포터를앞세우고20여일산록행진을하는그런어프로치였다.그리고끝내한사람을그정상에올렸다.그러한당시의에베레스트원정을오늘기준으로보면어떻게되겠는가?
엄홍길,박영석의성취도마찬가지다.김창호의경우도그렇다.이모두가이미과거의기록속에묻힌셈이지만그것은당시의기록으로영원히기록되고빛난다.여기이러쿵저러쿵더할말이없다.그리고당사자들도등산사에남은많은선구자들의뒤를따르고있는자기들은인식할필요가있다.사람은누구나변화속에살고있다.동서고금은물을것도없다.이것이인생이니까.
이제우리가생각할것은우리산악계의존립조건이다.표고2000m도안되는무대에서자라세계로진출한것만은사실아닌가.그러니누가누굴말할것이아니라서로가사랑하고힘주고같이뛰어야한다.이번에도기록이깨졌지만인간의능력에는어차피한계가있다.지금까지3극점을두번갔다는사람은나오지않았다.
그건고사하고눕체를쿰부빙하에서붙어그길고긴칼날능선을지나로체정상을거쳐사우스콜로내려가에베레스트동남릉을따라정상에섰다가웨스트숄더를내려온등산가는없으며,그런꿈을가진등반대도있어보이지않는다.그길은한마디로인간능력밖에있기때문이다.알피니즘은과학기술발전에힘입고있지만그덕분에인간이달나라에가는일과는본질적으로다른세계다.그래서우리들산악인은산악인으로서의자부와긍지와특권을가지고것이다.
-<한국등산연구소소장김영도님의글/MOUNTAIN0604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