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의사회학’이란말이있다.이것은미국경영학에서호오돈실험으로유명해진‘인간관계학파’이후의인본주의적접근에대한야유적인표현이다.즉,기업의직원배려정책을농장주가소의젖을많이짜내기위해서소를잘대해주는것에빗댄것이다.표면적인배려와존중뒤에결국이윤을극대화하기위한냉정한계산이숨어있다는것이다.
인간존중경영이라는대의명분이실질적인종업원의복지향상으로연결되었는가에대해서는상반된견해가존재한다.마르크스의예언이후,자본주의사회는비약적인복지향상으로계급투쟁에의한사회전복의전망을박물관으로보냈다.그러나최근미국경제는경제자체의성장과는대조적으로근로자의실질임금의정체또는하락을보고하고있다.
또한디지털디바이드,또는노동시장분화라는사회양극화현상으로인해평균이하근로자들의복지가하락되고있다는의견이제기되고있다.과연기업이이윤동기를자제하고종업원의복리후생을최대한배려할것이라는계몽된기업관은아직도계속의문의대상이되고있다.여기서사우스웨스트항공의사례는생각해볼만한이슈를제기하고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가족주의적기업문화,그리고펀경영,유머경영으로유명하다.그런데동시에이회사는최고의가동률과최고의근무강도를자랑한다.이회사의모토는“비행기는가능한한하늘에있어야한다”는것이다.이를위해서는착륙-이륙사이의시간을최소화해야하며,이를위해착륙비행기의청소를일반승무원뿐아니라조종사까지달려들어15분안에해치운다.
조종사와승무원간의장벽이높은타항공사는준비시간이35분이하로줄어들지않는다.이것이사우스웨스트의가족주의문화이다.조종사와승무원간에벽이없고,아무거리낌없이서로의업무를도와주는문화,그러나그결과는결국보다타이트한근무강도와원가절감이다.이것이바로젖소의사회학이아닐까?
■기대의눈높이“회사를있는그대로이해하라”
그러나이책의저자는마르크스주의자도아니고음모론자도아니다.저자의목표는책의첫인상보다는훨씬더건설적이고체제옹호적인것이다.저자가정말로하고싶은말은직장인들이회사를정확하게알아야한다는것이다.저자는독자들에게“당신이CEO라면어떻게하겠는가”를묻는다.회사를악의화신으로몰아가기전에회사의입장을이해하라는것이다.
예를들어저자는“회사는회사의정책이나방침에비판적인직원을대단히싫어한다”고말한다.그리고다시저자는“당신이CEO라면과연다르게행동할것인가?”를묻는다.고용주로서어렵게일궈놓은소중한회사라도앙심을품은한두명의직원이무너뜨릴수있다는불안감아래서어떻게모든비판에개방적이고수용적일수있을것인가?
저자는또한회사가공식적으로내세우는가치와진짜가치는다르다고한다.이것을모르는직원은위험하다.공식적가치헌장에는‘정직’이강조되고있지만,실제로는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고목표를달성하는것이더중시된다.정직의방침을따르다가계약을무산시킨직원은해고되고나서야공식적가치가겉치레였다는것을알게된다.
왜처음부터정직따위보다는목표달성이더중요하다고속내이야기를하지않았을까?고용주는회사의가치에진심으로동참하는사원과남과의경쟁에서이기기위해회사를이용하는직원을구별하고싶어하기때문이다.성공적인직장생활을위해서는회사의진정한생리를알아야한다.회사의이런표리부동한태도는부도덕한것처럼보인다.
그러나저자는이것이현실이라고단언한다.여기서저자의진정한의도가드러난다.저자의메시지는모든직장인들에게“회사를있는그대로이해하라”는것이다.회사는천사도아니고악마도아니다.회사는다만시장경쟁에서남보다앞서야만살아남을수있는그자체이며쫓기는존재이다.회사는정의롭지도자비롭지도않으며원래부터그래야하는것도아니었다.
우리가회사에대해너무높은기대를가질때회사의평범한모습에도실망감과배신감을느끼게된다.이책은회사와직원간에서로기대의눈높이를맞추기위한시도라고볼수있다.저자는말한다.“모든권리가보호된다는감언이설에속지마라(48쪽)”따라서더이상회사생활이불가능할정도의극한상황이아니면,결코회사에대해불평하지말고분란도일으키지말고재해보상청구도하지말라는것이다.
왜냐하면회사는말썽꾼(trouble-maker)을본능적으로싫어하기때문이다.저자는이러한얘기가근로자의인권침해처럼들릴지모르나그것이현실이라는것을인정해야한다고말한다.물론노예와같이철저하게인권을유린당하라는것은아니다.회사를그만둘각오가되었으면요구하라.그러나계속다닐생각이라면웬만한것은하지않는것이좋다.
저자는회사가이상세계가아님을인정해야한다고말한다.그가생각하는것은회사의구성원으로있으면서회사의부당함을개혁하고불의와싸우는데는한계가있음을지적한다.그는회사의생리가자연스럽게법이보호하는최소한의권리조차침해하는경향이있다고분명하게말한다.(법치사회인미국이그렇다면우리나라는더욱말할필요도없을것이다.)
그리고직원들은그것을알고있어야한다.이렇게생각하면저자는음모론자가아니라오히려체제옹호론자인것같다.회사에대해너무많은것을기대하지말라.오히려기대수준을낮추고참고견뎌내라.회사가과도하게부당한듯이보일때에도그것을회사의생리라고생각하고이해하고오히려그에대비하라.저자는회사에대한직장인의기대수준을낮추기위해애쓰는것처럼보인다.
■평범한상사,지혜로운부하
이제까지수많은경영학관련저서들의대상은경영자,보다정확하게는CEO였다.경영전략론의결론은결국CEO에대한제언이라고할수있다.전략선택을감히최고경영자외에누가할수있단말인가.기능별경영서도역시궁극적대상은CEO이다.인사관리론교과서는인사관리자를대상으로하고있지만,인사관리의중요한핵심적결정들은결국CEO의재가사항이다.
기술적이고사소한내용을제외하면결국대부분의경영서는CEO를위한책이라고말할수있다.그러나CEO는전체직장인중선택된극소의그룹이다.많은경영서가오로지CEO를타겟으로한이유는그가최종적인의사결정자이기때문이다.의사결정권한이없는사람은회사를바꿀능동적인행동을할수가없고결정권도없는사람을붙잡고아웅다웅하는것은시간낭비에불과하다.
따라서우리가매일만나는평범한직장인을위한경영서는없었던것이다.
그러나만약CEO가잘못된판단을하면어떻게할것인가.CEO가잘못된판단을하면서도권위적태도를가지고부하직원의의견을들으려하지않는다면어떻게해야할것인가.수많은CEO,수많은직장상사중에적지않은사람들이현명하지못하거나정확한판단력을갖추지못하고있다.
그리고이들은자기의판단력을믿고다른사람의조언에귀기울이지않는다.이런상황에서어떻게할것인가.이들을단지비난하고환멸을느끼고회사를떠날것인가?이책의메시지는리더가범상하다면부하들이지혜로워져야한다는메시지를전하고있다.저자는우선리더와맞서지말고코드를맞추라고권한다.
“상사와맞서는것은지는게임이다.(65쪽)”상사가곧바뀔것이라고생각하지말라.“상사는영원하다.(65쪽)”그러나그렇다고해서직장인이단순히수동적인노예가되라는결론이나오는것은아니다.이책은현실을직시하고그바탕위에서생존할뿐아니라좀더나은세상을바꾸기위한지혜를이야기한다.
존경스럽지못하고때로는부당한상사와회사를맞이하여,개탄하거나불평을늘어놓지말고그들이그렇게될수밖에없는이유를이해하고그속에서자신을보호하며천천히미래를도모하라는것이다.회사를떠나지않으면서회사를떠난사람의언행을해서는안된다.회사에있으면서회사를개선하려면회사에서생존하는법칙을알아야한다.
회사의이중잣대,비판적직원에대한거부감,단기적시각등대부분의직장인들이불평하는회사의모습은회사의자연스런생리이다.이것을헤쳐나가지못하면회사에기여할수도회사를개선할수도없다.저자의마지막메시지는인상적이다.“당신이높이올라갈수록회사는당신을닮아간다.당신이가장높이도달한그날까지새로운시작을꿈꾸던젊을때모습을잊지않기바란다.
당신이그자리에오르기까지간직했던원칙과태도를잊지않길바란다.세계는강하고,따뜻하며지혜로운지도자를필요로한다.당신이그자리에올라다른직원들의자랑스러운본보기가되기를바란다.(269~270쪽)”저자는대상독자를순수성을지닌유망한젊은직장인으로보고있다.
저자는젊은직장인들이회사의생리를제대로이해하지못하고환멸을느끼고너무일찍포기하는것을안타깝게생각한다.회사의생리를무시한아래로부터의개혁은결코성공할수없다.그대신자신의순수성을지키면서적절한기회를조직이허용할때까지성장하라는것이다.결국이책의기조는조직의비밀을폭로하는음모론도,자본주의기업의이윤동기를비판하는진보론도아니다.
이책은기업경영의개선을주제로한,CEO가아닌평범한직장인에대한제언이다.직장인은다소실망스럽더라도현실의기업을알고그것을이해해야한다.이러한이해의바탕위에서성공적인직장생활이가능하고또이를통해결국에는기업을좀더나은곳으로바꿀수있는힘을기를수있을것이다.
저자:신시아샤피로/발행일2007/270P/가격₩11,000
리뷰:김은환(삼성경제연구소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