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혼혈인 등 37명 히말라야 체험기 *-

장애인·혼혈인등37명7박8일간히말라야체험기

◇캉진곰파마을에걸려있는타르초.라마경전이적힌깃발이곳곳에매달려있다.마을에서올려다본칸진리봉의설경이장관이다.

사람들의말이맞았다.히말라야는그품에있을때보다오히려집에돌아와시간이지날수록새록새록기억이나면서그리워진다고한다.서울로돌아오는비행기안,"히말라야에다시가고싶지않느냐"는사람들의물음에"글쎄요,당장은말고.한3년후라면모르겠어요.(웃음)"라고반신반의했던내가지금은상사병에걸리고말았다.언제든다시히말라야에가기를꿈꾸고있다.

"렛삼삐리리~렛삼삐리리~우레라덩키달라마버섬렛삼삐리리~음음음~~음음~렛삼삐리리~~"지금도흥얼흥얼입가에맴도는노랫가락.산행내내셰르파들이따로또같이즐겨부르던이노래는’한잔하고춤추세’라는뜻의네팔민요다.우리나라민요’아리랑’이나’쾌지나칭칭’처럼마을마다부족마다삶의애환을즉흥가사에담아부른다고한다.


처음들었을때부터유난히정겹던이노래가나에게는마법을외는특별한주문이되었다.좀처럼별을보기힘든서울하늘이지만’렛삼삐리리’하고흥얼거리며올려다보면짙은어둠위로어느새별들의향연이펼쳐진다.히말라야의청명한밤하늘처럼.그리곤설산(雪山)으로에워싸인히말라야칸진리봉정상의장관이눈앞에펼쳐지며고산지대원주민들의선한얼굴,그미소가나의얼굴에번진다.산아래계곡이들려주던장엄한자연의오페라가들려온다.모든것이손에잡힐듯선명하다.

◇양쪽다리모두의족인진병휘대원이멘토대원과셰르파의도움을받으며칸진리봉을오르고있다.

장애인·혼혈인등37명히말라야에도전


지난4월21일아침,인천국제공항을출발한나는7박8일의일정으로네팔랑탕히말라야트레킹을다녀왔다.사고로팔다리를잃은절단장애인과혼혈인그리고멘토와제작진등총37명으로구성된’장애인·혼혈인히말라야희망원정대’의멘토대원으로참가한것이다.KBS에서주최한이번원정은연예인봉사단체인사랑의밥차(www.foodcar.co.kr·사장채성태)와한국절단장애인협회(www.uk-ortho.co.kr·회장김진희)가주관하고현대백화점사회복지재단과현대홈쇼핑,코오롱스포츠에서경비와장비를지원해이루어졌다.원정대상지는랑탕히말라야의칸진리봉(4700m)이다.

랑탕은네팔히말라야중앙부에위치하고있는세계에서가장깊고아름다운계곡으로알려진곳이다.카트만두에서가장가까운국립공원이자네팔최초의국립공원인이곳은1949년영국인탐험대에의해발견되었다.히말라야등반이처음인나는"8000m급산은없지만산군들이아담하고아름다워에베레스트,안나푸르나다음으로트레커들이많이찾는곳"이라는김세준원정대장의설명에내심안심이되었다.

등반전문가가아닌나에게히말라야는동경의대상인동시에두려움의대상이기도하기때문이다.히말라야하면우선만년설로뒤덮인거대한설산과강풍으로인한매서운눈발이날리는장면이머릿속에떠오른다.나에게그곳은’전세계트레커들이가장많이모여드는세계의지붕인동시에무수한전문등반가들이목숨을잃은위험한곳’과동의어나다름없었다.

4월21일인천을출발한지7시간만에네팔카트만두트리뷰반공항에도착했다.네팔비자를받고짐을찾은후숙소인하얏트호텔로이동했다.번잡하고낙후된카트만두시내의풍경을지나들어선호텔은한국의특급호텔못지않은호화스러움을자랑했다.우리보다먼저온다른한국인원정대팀들도눈에띄었다.다음날아침7시,아침식사를마친후전세버스를타고트레킹시작지점인샤브르벤시(1460m)로향했다.카트만두시내를빠져나가는데에만시간이꽤걸렸다.도심지의교통체증은만국공통인가보다.

카트만두분지를지나카가니고개를넘어서자고산지대의중턱을가로지르는끝없는도로가나타났다.끝없이펼쳐진계단식논에서는보리,옥수수그리고알수없는갖가지작물들이한창자라고있었다.트리슐리강의긴다리를건너트리슐리마을에도착해점심으로네팔인의주식이라는’달밧’을먹었다.가정식백반같은것으로밥과콩스프그리고치킨커리비슷한반찬두어가지가나왔다.특유의향이있긴했지만시장기덕분에맛있게먹었다.

트리슐리마을에서포장도로가끝이났다.바로밑이천길낭떠러지인꼬불꼬불,울퉁불퉁한비포장산길도로를일곱시간가까이달려첫번째숙소인샤브르벤시마을에도착했다.모두가살아서무사히신의세계로가는무시무시한관문을통과한것에감사를올렸다.

다음날아침드디어산행이시작되었다.원정대장은"산행첫날이제일힘들므로무리하지말고천천히걸으라"고대원들에게당부했다.랑탕계곡의초입은규모가다르긴하지만설악산계곡과풍경이비슷했다.울창한밀림속완만한경사로를만년설에서녹아내리는힘찬물소리를들으며걸어갔다.대나무숲에둘러싸인밤부로지에서점심을먹고완만한오르막과내리막길을반복한끝에날이저물무렵라마호텔마을(2480m)에도착했다.

로지에짐을풀자마자기다렸다는듯굵은소낙비가사납게내리기시작했다.첫산행을무사히마친안도감과피로감탓인지식사후바로잠에곯아떨어졌다.여느때보다달콤한수면을취했지만아침부터몸이천근만근이다.손발과얼굴이눈에띄게부어올랐다.오늘의목적지는랑탕마을(3240m)이다.예상산행시간은8시간이다.이제마을을벗어나기시작하면서부터는해발3000m지대로올라가기때문에추위에대비하고고산증을조심해야한다.

히말라야트레킹경험이있는대원들은"히말라야에서는호환마마보다무서운것이고산증"이라며단단히겁을주었다.울창한활엽수림이끝없이이어진고라타벨라를지나랑탕계곡에들어서자갑자기짙푸른숲사이로갑자기눈부신설산이드러났다.대원들모두너나할것없이탄성을질렀다.형용할수없는아름다움이란이런걸두고하는말인가보다.지칠대로지친다리에갑자기힘이솟았다.

드디어랑탕마을에도착했다.같이가던셰르파잠바는"이곳에서부터는’나마스테(네팔인사)’보다’타시텔레(티베트인사)’라고인사를하는게좋다"고일러주었다.이곳은히말라야를넘어와정착한티베탄들의마을이기때문이다.마을가운데에는수력을이용한마니차가돌아가고있었다.돌과황토그리고야크똥으로마무리된가옥들이퍽인상적이다.마을의아름다움에젖은것도잠시.드디어고산증이찾아왔다.어지럼증이일면서멀미가나물이외의어떤음식도입에댈수가없었다.구토에설사를하고코피를쏟는대원들도하나둘생겨나기시작했다.

나를숨막히게하는’그’를만나다.


랑탕마을에서힘겨운하룻밤을보낸후다시캉진곰파(3840m)를향해길을떠났다.고산증때문에걷는속도를더욱늦춰야했다.곳곳에초르텐(돌탑)과마니스톤(라마경전의글이새겨있는바위)이있는길을지나자황량한바위와모래더미길이펼쳐졌다.이제상하좌우어디에서나설산의모습이보였지만감상할여유조차없다.고산증세에시달리느라천천히걷는것자체만으로도버겁기때문이다.비가내리고운무가깔렸다.한치앞이보이지않는상황에서할수있는일이라곤그저묵묵히걷는것뿐이다.

갑자기눈발이날리기시작했다.내머릿속에서도지금껏살아온나날들이눈처럼내려앉았다.멀리흰눈이소복이쌓인캉진곰파의설경이눈에들어왔다.언젠가그림엽서에서봤던바로그모습이다.먼저도착한대원들이"빨리오라"고손짓했다.4월26일아침,드디어산행마지막날이다.원정대의무사등정을기원하는라마제를지낸후칸진리봉을올랐다.그리고오후1시10분.랑탕히말라야칸진리봉정상에서나를비롯한희망원정대서른네명대원들은서로를얼싸안고함성을질렀다.

볼을타고눈물이하염없이흘러내렸다.고산증때문에정상에오르지못한대원이셋.공교롭게도절단장애인대원들은모두정상을밟았다.한쪽다리또는두다리모두의족을한그들은걷기가어려워지자두팔로기어서오르기시작했다.그런그들을껴안으면누구라도사랑한다고,장하다고말하지않을수없을것이다."산은몸으로오르는게아니라마음으로의지로오르는것"이라고히말라야가묵묵히가르쳐주고있었다.인생도마찬가지라면서산행의값진체험을하였다.

"첫만남에서’그’가나에게준것은발에잡힌물집과후회뿐이었습니다.하지만그래도왠지자꾸만나야만할것같았습니다.만난지5년이넘었지만’그’는여전히나를긴장하게만들죠.누구도정복할수없다는것.그게바로’그’의매력인지도모르겠습니다.정복하려하지않고사랑하면반대로모든것을내어주는’그’는도대체누구일까요?"

대상지:네팔랑탕히말라야칸진리봉
기간:2007년4월21~28일
대원:김세준대장외36명

글/추명희멘토대원·사진/김세준원정대장·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강사

-월간마운틴07.06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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