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은선 vs 고미영 [2] *-

8,000m급14개봉완등레이스시작!오은선VS고미영

‘셰르파니’고미영
안정된직장버리고클라이머의길선택

네팔고산족셰르파여성처럼강인하다고하여‘셰르파니’라불리기도했던고미영은67년전북부안에서2남4녀중막내로태어나고1때까지살았다.학교까지꼬박30~40분걸어다녀야했던이때기본체력이갖춰진것같다고한다.인성여고졸업후공무원생활을하던89년우연히암벽에입문,코오롱등산학교암벽반도나왔다.

휴일에자연암장만찾는정도로는암벽실력을키울수없다고생각한고미영은실내암장을찾아오르기시작,스포츠클라이밍의매력에빠져들었다.그러면서68kg이나나갔던체중이20kg이나줄어들었다.결국97년서른살때고미영은12년간해온공무원생활을접고프로클라이머로변신했다.92년결혼했던남자와의관계가소원해졌을무렵이기도하다.프랑스유수의등산학교로유학을떠나1년여클라이밍훈련후돌아왔다.

“물론주위에서왜그안정된직업을버리느냐고모두반대했죠.하지만젊을때하고싶은것을하고싶었어요.클라이밍으로먹고살자신이있었구요.대개사람들은양다리걸치기를좋아하는데,저는클라이밍을택하고다른것은버리겠다고마음먹은거죠.”

▲올봄에베레스트북릉을오르던중쉬고있는고미영.

이후고미영이스포츠클라이밍분야에서쌓은경력은화려하다.95년부터2003년까지전국선수권대회9연패,1997년~2003년아시아선수권6연패,98년월드X게임준우승,99년프랑스베상송월드컵4위,2000년미국유타주5.13d/14a(캅킬러)여성초등,2002년아이스클라이밍세계선수권4위등발군의기량을보여왔다.

그러면서장담한대로먹고살만큼은클라이밍을통해벌었다.98년고미영이외국대회에서받은상금만총2만달러가넘었다.당시한화로2,500만원정도되는그돈으로고미영은직장다닐때처럼쓸데다쓰며여유로운생활을했다.

국제대회에서만나친하게된외국클라이머들은고미영을두고‘멘틀스트롱(MentalStrong)’이라부른다.언제나여유롭고시합때도남달리차분했기때문이다.늘단전호흡과요가를해왔으며,<정신력강화훈련>이란책을닳도록읽기도한고미영은이렇게말한다.

외국클라이머들“멘틀스트롱”이라불러

▲2004년아시아등반경기선수권대회에서경기중인고미영.

“언제나눈앞의목표에최선을다했어요.대회때도상대방을이겨야지하는생각보다는이루트를어떻게든단시간에완등해야지하는쪽으로마음을집중시켰어요.그렇게국내대회에1등한다음엔아시아대회1등이란목표로다가갔을뿐이고,그과정이즐거웠어요.”

1등에대한집착아닌‘좀더빠른완등에대한집중’을선택했으므로고미영은대회전날에도늘잠을잘잤다고한다.다만3년전집착으로1주일이나밤잠을설친적이있다.자신의팬이던6살연하의한의사와혼담이오고갈때다.시부모될분들을만나기로날을잡은이후부터‘어떻게그날잘보일수있을까’하는궁리에잠이오지않았다.나중에자신이집착에빠졌다는것을알았다.

양가대면을마치고고미영은한달간스페인암장순례길에올랐다.‘너무도재미있고너무도자유스러운나날’에자신이결혼약속을했다는사실을까맣게잊고있다가문득꼭결혼해야하나하는생각이들었다.

▲브로드피크를등반중인고미영.

“이런마음을갖고결혼한다는것은남자에게도못할짓이란생각이들었어요.그래서없던일로하자는이메일을보냈죠.미안했지만,정말잘한일인것같아요.지금홀가분하고좋아요.”

고미영은클라이밍이란역동적움직임으로비롯된강렬한파장을순화시키기위해차분한독서,십자수,한지공예에도집중하곤한다.그래야클라이밍이더잘된다는것도깨달았다.

남자친구들과밤새술을마시다가다들떨어진새벽녘곧바로암장으로훈련하러간적이있을만큼대단한술실력은그러나매일됫병으로하나씩드시는아버지에게물려받은특이체질인것같다며고미영은웃는다.

잘웃는것도고미영의특징중하나다.될수있는대로뭐든재미있다며해야더잘되고,뭐든맛있다고하면서먹어야더맛있다는것을체득했기때문이다.“절대지겹다는말을내보내지않는다.그럼정말지겨워진다”고고미영은말한다.

멘틀스트롱일뿐아니라고미영은육체적파워도엄청나다.98년미국엑스게임에아시아에선유일하게초청선수로나가준우승을하고나서선수들끼리여러가지로내기를했을때다.턱걸이시합에나선고미영이끊임없이하자다들“네가일등이니이제그만하고내려오라”고했다.96번을했을때였고,고미영은“앞으로2시간은더할수있다”며외국친구를기죽였다.

초오유등반때는워낙잘먹고잘걷자주위에서그를셰르파니(여자셰르파란뜻)라불렀다.고미영이시내에서신고다니는작고가벼워뵈는스니커즈형신발은그러나무게가1.7kg이나되는특수신발이다.물론다리힘을평소에도키우기위해서다.스포츠클라이밍에한창열중할때는남들이근무하는시간만큼인하루8시간씩꼭운동했던고미영이기도하다.

코오롱그룹전폭적지원약속

초오유에서만나같이오르기도했던,2004년자누북벽을등반해황금피켈상을받은러시아등반가인알렉스는고미영에게강하다는말을몇번이나거듭하며,베이스에서도캠프에서도정성을다해대접했다.그는한걸음도뒤처지지않고자신을따라왔던,강인하고도내면은호수같이차분한이동양의여성에게강한매력을느꼈던게분명하다.

스포츠클라이머고미영이고산등반가로변신한계기는코오롱등산학교강사팀일원으로동참한2005년파키스탄드리피카(6,447m)원정이다.고미영은김형주강사와더불어말그대로바짝선이고난도봉을오른뒤강사들로부터“진작에시작했다면벌써8,000m급몇개를했을것”이란말을들었다.

“마침스포츠클라이밍을계속하기엔너무많은나이가되기도했고,이제폭이좁은무대를떠나서광대한무대로나가보고싶었어요.그러던참에드리피카경험을했는데,좋았어요.마음이넓어지는것같았고,미약한두통만잠깐느낀정도로고소순응도잘되었고-.그래서하산길에선배강사분들한테이렇게부탁했지요.저를이제는알피니스트라고불러주세요라고말이죠.”

▲요르단의고난도암벽루트를오르고있는고미영.

스포츠클라이밍으로다져진고미영의몸은고산등반에서도대단한파워로작용할것이다.이미드리피카에서증명된바있다.등정직전고미영은60m를추락,척추가두마디나어긋나는중상을입었다.귀국후엑스레이를본의사가놀라서“이정도면통증때문에꼼짝도못할텐데어떻게걸어왔느냐”고묻기에“아픈줄은모르겠다”고하자“그럼그냥복대만하고두고보자”했다.수술해야한다던척추의마디는6주후말짱하게원상회복되었다.고미영의몸구석구석은그렇듯어긋난척추를스스로되돌려놓을수있을만큼강인하다.드리피카정상부에서통증으로움직이지못했다면그대로불귀의몸이되었을것이다.

고산등반가로의변신을선언한고미영을코오롱은전폭후원키로했고,고미영은2006년3월코오롱이장비와등반비를지원하는대전팀과에베레스트등반길에올랐다.그러나작은경험미숙이등정을막았다.암벽화를딱맞게신는오랜습관탓일까.등반화를딱맞는것을신고전진캠프까지가서닷새쯤머물다가베이스캠프로하산하는중손발이부어신발이꽉끼는상태가되며동상이왔다.베이스캠프에서열흘간머물며통증을견디다못해고미영은결국먼저귀국하고말았다.

“오기가생겼죠.다시심신을다졌어요.혼자서무겁게지고지리산종주도하고일주일에서너번씩청계산을뛰어오르기도하면서요.그러다이듬해인2006년가을가장쉽다는초오유로갔어요.혼자서요.제가원래혼자다니길좋아해요.어떤사람들과만나게될까하는기대감이좋아서외국클라이밍갈때도혼자잘다녔어요.”

셰르파1명,쿡1명만동행하고나선고미영의초오유등반은여유롭고순조로웠다.9월28일‘소풍가는유치원생처럼설렘을안고’등정길에나선고미영은10월1일정상에섰다.‘정상만이목표가아니고,이런멋진곳에서있다는사실이가슴벅차고행복했던’고미영의초오유등정사진은싱글벙글웃는모습이라어디만년설로놀러나온사람같다.등반내내입맛도좋았고,하산때는답답해서산소마스크를벗었지만고소증은전혀느끼지못했다고한다.

▲브로드피크정상에서김재수대장과코오롱깃발을들고선고미영.

올해5월의에베레스트원정은세계최고봉과K2만최고로치는일반의인식을고려해서일부러선택한것이라고한다.마침김해플라잉점프팀구성소식을들었고,잘아는송귀화선배도같이간다기에김재수대장에게전화해서동참허락을받았다.공항에서난생처음만나인사한낯선경상도사나이들과함께한초모랑마(에베레스트북릉)등반은‘원정을이렇게해도되나싶게편했다’고한다.

세계최고봉에베레스트보다는브로드피크가한층더어려웠다고고미영은말한다.“김재수대장과더불어속공으로공략,12일만에등정을이루긴했지만특히하산때다리가몹시아파몇번이나주저앉았다”면서“그간일부러몸을불렸는데속공등반에딱맞는수준으로몇킬로더빼야겠다”고말한다.

김재수대장은“앞으로한두개더하면고미영은몸과근육,스타일등이고산체질로완전히바뀔것”이라고말했다.고미영은올9월예정인시샤팡마도셰르파2명만고용,캠프를2개만설치한뒤정상까지고도차2,000m에달하는구간을속공으로돌파할것이라고밝힌다.이렇듯고소형으로몸만들기가마무리된이후고미영이얼마나폭발적힘을보일지궁금하다.

글/안중국차장/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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