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2 & 브로드피크 [1] *-

K2&브로드피크]성난K2가죽음의거미줄을쳐놓았다.

▲K2는마지막에우리의발목을낚아챘다.‘등정’이라는말보다성난K2가쳐놓은죽음의거미줄에서빠져나오려는‘생존’이먼저였다.

이번봄네팔의에베레스트는너무나가혹한계절이었다.인생의봄을얼음산에서보낸두사내가빙하위에누워있었다.캐러밴중텡보체와팡보체의산비탈에겨울을이겨낸초원의푸름과그생동의향연을뒤로한채로.
“오늘저녁소주나한잔할까?”
“좋죠,형,어디로갈까요?”

이렇게지금도쉬이핸드폰을누르면목소리가흘러나올것만같은데.허망했다.모든것이허망하게느껴졌다.열정을불태운히말라야의하얀산들,얼어붙은새벽잠시멈추어서서나눠마시던보온병의따뜻한차한잔,함께줄을묶고나눈우정.이러한시간과기억들은심연의크레바스속으로침잠해버렸고,빈공간들은분노를넘어증오로메워졌다.

등반9일만에마지막캠프까지진출

시간은흘러간다.기억은시간의수레바퀴를타고모레인빙하에서흘러나오는흙탕물만큼이나빠르고탁하게가물해져갈것이다.살아남은자는길을계속가야한다.한달후,나는K2앞에서있었고카라코룸은한여름이었다.

▲정상에선김진태(가운데),김창호대원과여성대오은선대장(맨왼쪽).

지리적인격리는제처두고라도그곳얼음궁전의비경을만나기란쉽지않다.황량한사막과화살처럼꽂히는태양빛,한걸음한걸음옮길때마다피어나는먼지,50℃에가까운밤낮의기온차등침입자는인내를시험받게된다.1주일을걸어다섯의대빙하가만나는콩코르디아에서면수문장처럼정면에버틴가셔브룸4봉(7,925m),그리고신하격인브로드피크(8,047m)가동쪽에,드디어그북쪽으로구중궁궐얼음궁전의제왕이나타난다.K2(8,611m)다.

자연이빚어낸완전함이다.바라만보는이에게는아름답고신비하다는간단한표현만으로족하겠지만제왕의정수리에서려는등반가는그마음을먹는순간부터숨통이조여온다.검은바위의피라미드는어디한면도허술함을보여주지않는다.이보다1902년K2를오르려시도했던이탈리아의아브루치원정대이후한세기동안의통계자료는더처절하다.베이스캠프근처에지금까지이산에서사망한60여명의메모리얼이있다.이전여덟번의한국원정대에서도4명의사망자가발생했다.등정성공율또한30%를넘지못한다.그래서K2에는‘등반가의공동묘지’,‘죽음을부르는산’등소름끼치는닉네임이붙었는지도모른다.

▲검은암벽의블랙피라미드구간이아브르치능에서가장경사가심한구간이다.
다이나믹부산2007K2-브로드피크원정대(대장홍보성)대원7명은2001년초오유등정,2005년푸모리등정,2006년에베레스트(북면)등정을발판으로부산산악인이오르지못한8,000m급14개거봉을완등한다는장기적인프로젝트를목표로1년의지독한훈련끝에6월14일베이스캠프(5,130m)에입성하여당일BC구축을마치고다음날바로ABC(5,280m)를설치했다.

캐러밴중에외국팀에의해이미C2(6,700m)까지루트작업이돼있다는소문에그들의덕을좀보겠다는생각은오산이었다.BC에는미국,러시아등여러팀이들어와있었지만우리가오르려는아브르치릉(남동릉)에는전혀루트가개설되어있지않은상황이었다.

우리팀에는봄시즌에에베레스트를등반한2명의대원과3명의네팔셰르파가있다.홍대장(부경대OB)은이러한점과K2가같은산군의봉우리들보다날씨가불안정하고제트기류의영향으로등정하지못한연도가많다는데이터분석을보태빠른속도로등반을진행한다는계획을내놓았다.첫번째운행에서로프작업과짐수송을끝내고휴식한후바로등정을시도한다는안이다.

▲시계방향으로하영호,홍보성대장,박주원,김진태,신용우,김지우대원.라마제후

며칠간눈이내렸다.6월28일등반을시작했다.ABC에도착즉시장비와픽스로프를챙겨파상(Pasang·36)을데리고나섰다.그외대원과셰르파는ABC를정비했다.이제모든복잡한일들은끝났고오르는일만남았다.기존의원정대들이설치하던지점에더올라경사가급해지는구간에서좌측으로바위벽을끼고설사면을200여m더오른다.같이출발한파상이늦는다.로프끝을묶어놓고혼자서줄을설치하며나아간다.후등자확보는필요없었다.여러번의단독등반경험으로여유있게자기확보를하며배낭에서로프를풀어가며뛰듯이올랐다.

▲K2정수리너머로태양이지고있다.기온은영하32도로떨어진다.
등반에집중하게되자머리는다시맑아졌다.미친짐승이되어올려붙였다.파상은설치한로프에주마링을하며따라오는데도로프를설치하며오르는내속도를쫓아오지못한다.내가짊어진로프가바닥나고파상이지고온200m길이두롤을넘겨받고는굳이치통으로얼굴이밝지않은그를기다리게할필요가없다고판단되어내려보내쉬게했다.혼자서C1(6,000m)밑까지작업을계속해나갔다.이날작업한시간은4시간이었다.

다음날김지우대원(한오름산악회·43)과셰르파3명이C1구축에필요한물량과C2작업에필요한로프를지고점심나절전에C1에들어갔다.우리원정대가가지고온2,000m의로프로는부족하여같은루트에입산신청을했으나현재브로드피크를등반중인러시아대의로프로보충했다.

▲얼음궁전의제왕,K2의정수리에버섯구름이나타났다.

20일바위지대가많은C2로오른다.등반방식은같았다.로프를설치하고나가면파상은짐을지고따라왔다.니마(Nima·36)와펨바(Pemba·37)가파키스탄등반이처음인반면파상은2001년K2를등정한경험이있었지만선등만은제발하지않게해달라고요청했었다.8시간반동안의작업으로하우스침니를올라C2(6,700m)100여m전까지로프를연결했다.

다음날바로C2를설치했다.앞에서루트작업을하는사이김지우,김진태(상봉산악회·45),하영호(다솔산악회·43),박주원(한국산악회·29)대원은아래캠프에서힘든짐수송을처리해내고있었다.이들은말없는경상도산사람들이다.부산금정산에서함께훈련한기억이난다.20kg이넘는배낭을멘긴시간의하중훈련이었다.대원들은혹독한훈련에이미단련되어별로힘든표정이아니었다.훈련의흘린땀이어려움을이겨내고풍성한열매를맺게할것이다.

▲하우스침니전암벽을오르는김진태대원
오름짓은계속되었다.22일7,000m대의검은암벽지대인블랙피라미드를넘었고,C3(7,350m)전까지로프를설치했다.그리고하루를쉬었다.24일C3를만들었다.그래이번에올라버리자.높은곳에오래머무르려는등반가는없다.대상산에대한풍부한자료준비와치밀한분석을하기로자타가공인하는홍대장은한국,미국,러시아에서보내오는기상예보를받고비교분석하여무전으로알려주었다.빠른전진에도모든물자는제때에공급됐다.

▲C3에서C4구간은설사면으로러셀은쉬이없어진다.

C4(8,060m)까지는가파른설사면과깊은눈을피하기위해세락의빙벽을올랐다.그래도경사가심한지대에는가슴까지눈이찼다.26일김진태,김지우대원이C3에서합류하여C4에함께들어왔다.

등반을시작한지9일만에등정을위한준비가갖춰졌다.우리는서로의고생을치하했다.밤12시에출발할것이다.만약내일정상에선다면K2등반사에한팀이전체루트작업을하여등정한시즌초등이면서최단시간등정이라는새로운기록을세우게될것이다.물론이기록은1986년여름에프랑스브누아샤무(BenoitChamoux)가아부르치능선을통해정상까지23시간만에오른것은제외한다.샤무는다른팀이설치한로프와깊은눈이잘다져진상태에서등반했기때문이다.

우리의이러한등반은K2와브로드피크에머물던45개원정대에게가장흥미로운이야기이자사건이었다.

/글·사진김창호서울시립대OB/월간산[455호]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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