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2 & 브로드피크 [2] *-

K2&브로드피크]성난K2가죽음의거미줄을쳐놓았다.

등정길에니마셰르파실족사
▲C1(6000m)으로오르는김지우대원과니마셰르파.

오후에일찍잠자리에들었다.어두워지면서바람이일기시작하더니폭풍설이몰아쳤다.K2는마지막에우리의발목을낚아챘다.다음날‘등정’이라는말보다성난K2가쳐놓은죽음의거미줄에서빠져나오려는‘생존’이먼저였다.러시어택(rushattack)방식으로,한번에밀어붙인첫시도는무위로마쳤다.

베이스캠프에는한국여성K2원정대(대장오은선)의6명을비롯하여여러외국팀이들어왔다.각팀의대장들은우리팀의로프사용을청하며홍대장에게아침문안인사를할정도였다.또그들은기꺼이로프사용료를지불하겠다고제안했지만우리의답은“돈은필요없다”였다.오랜만에가져보는달콤한휴식이다.그리고다시2차등정시도를위해출발했다.

▲청빙을횡단해야하는보틀넥.

C3에서3일을화장실도가기곤란한눈보라에갇혀기다렸고,전에작업했던C4까지의루트흔적은모두사라져다시힘든러셀을하며도착한마지막캠프지에는정말아무것도없었다.텐트,보틀넥구간에사용할로프,산소,식량등눈속에묻힌것인지바람에날아갔는지흔적없이사라졌다.

오후이른시간이라설동을파고잠깐쉰후등정시도를생각해보지만취사구가없다는게걸림돌이다.다시내려왔다.파키스탄기상국에서들려오는기상예보는몬순이다가오고있다는소식이다.비록카라코룸에직격탄으로영향을미치지는않지만날씨는보다불안정해진다.등정의기회는멀어지는듯보인다.

우리가위에서힘든시간을보낼때각국의원정대들은아래쪽에서고소적응을마쳤고위쪽으로합류했다.정보를교환하여D데이가잡혔다.러시아,미국,포르투갈,이란등은우리보다하루빠른15일BC를떠났다.정상으로가는마지막난구간인보틀넥구간은러시아와미국팀이루트를만들기로약속하여우리팀의로프까지가지고올라갔다.

먼저출발한팀은C4로가는깊은눈을하루에뚫지못했다.결국우리팀이합류한날7월19일C4에들어갔다.

오늘밤출발이다.한국여성대는밤11시,우리와미국팀은밤12시,4명전원산소를사용하는러시아는새벽2시,이렇게출발시간이결정됐다.8,000m가넘는고소에서더구나6명이한텐트안에서음식을끊여먹고복장을갖추는데2시간이상소요됐다.

이전시도에서무산소등정을대장께상의드렸지만원정대공동의목적을먼저생각하라는말씀에접을수밖에없었다.그런데지금우리에게산소는8통이있다.진태형과지우형이각각2통씩,셰르파3명이각각1통씩,그러면1통이남는다.정상으로가는도중에무슨일이벌어질지모른다.한달전에베레스트8,500m지점에서산소없이활동한경험이있다.괜찮았다.산소를쓰지않기로결정하고한통은예비로가지고간다.

▲브로드피크의정상에선김진태대원,폭풍설에온몸이얼었다.

27일새벽1시20분,대원들을먼저출발시키고텐트를정리하고마지막으로나선다.아니나다를까.우리팀이제일선두다.여성대가합류한다.기온은영하32C°다.랜턴불빛으로어둠을가르며걷기좋게크러스트된숄더를서서히오른다.어제러셀하느라젖은신발이마르지않아발이무척시리다.고산등반을하면서발이시린건이번이처음이다.약간은걱정되어발가락을꼼지락거리며오르는데니마의산소마스크밴드가잘맞지않는지진태형이도와주고있다.젖은신발에꽉조여맨발은얼어갔다.안전한지점에서피켈에확보하고신발을벗어발을주무른다.

가끔빙사면이나타난다.그믐이지난직후라달빛은없다.보틀넥으로연결되는사면에서여성대의틸렌이150m로프를설치했다.그리고설치된로프는계속연결되지못하고가파른설사면을고정로프없이20여m더올랐다.틸렌과진태형은위쪽바위턱에올라섰고,오은선대장,지우형,여성대의밍마셰르파,그리고나이렇게한지점에모였다.그리고니마가내왼쪽에막도착했고,파상과펨바는그뒤에따라오고있었다.

▲넓은산,브르드피크.

멀리곤륜산맥과티벳고원위로붉은여명이밝아오는4시반경이었다.쉬고있는잠시,위에서굴러떨어지는주먹만한낙석에내가“StoneFall!”이라고주의를주었고,니마가체중을다른쪽발로옮기는순간균형이깨지면서미끄러지기시작했다.한순간이었다.니마는단단한설사면에피켈샤프트를깊이박지않았다.멍하니미끄러지는그를바라볼수밖에없다.니마는피켈로첫번째제동을시도했고,평평해지는굴곡진부분에서두번째시도를하는것이확연히보였다.속도는거의멈추는듯했다.그리고자연내손에도힘이들어갔다.마음속으로‘멈출수있어’라고되뇌었다.그러나니마의몸은가파른남쪽사면으로틀면서다시빠르게내려갔다.

여성대에게는계속등반하라고얘기하고는고정로프의끝지점으로내려왔다.네팔쿰부의타메(Tame)마을에서함께태어나고자란파상과펨바는친구의죽음에울음을멈추지못하고,옆에서있는외국대는말을잇지못한다.태양이떠오르는동쪽하늘을바라보다BC에보고했다.

“니마가떨어졌습니다.”

홍대장도한동안말이없다.그리곤다른대원과셰르파의안위를묻는다.간단히상황을말씀드리고무전을끊었다.북받침을참느라말을이을수가없다.다시BC와의교신에서홍대장은등정을권한다.

“냉정해야한다.니마를생각해서라도등정하는게좋다.대원들의견을물어결정해라.”

나와진태형은계속등반하기로한다.그리고지우형과파상,펨바는C4로사고후처리로내려갔다.

단단한청빙의보틀넥구간트레버스는너무나위험했다.그다음가파른빙벽위에쌓인눈은언제눈사태가날지모른다.작년에도여기에서눈사태로4명이실종됐다.하늘위로맞닿은설빙사면은지루하리만치계속됐다.7,500m대에구름띠가둘렀다.가끔세찬바람도몰아친다.

오후3시15분,러시아대2명과진태형,나순으로북쪽으로경사진넓은정상에섰다.그리고여성대의오대장과두명의셰르파도올라왔다.산소를쓰지않아도딱히힘듦은없었다.바람은잦았다.카라코룸의장엄한설봉과아래로꿈틀거리는악어등모양의빙하가펼쳐진다.니마는이넓은세계의어디로갔을까!

/글·사진김창호서울시립대OB/월간산[455호]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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