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프스에서 온 편지] 트렐레조 계곡 [3] *-
[알프스에서온편지]트렐레조계곡

‘나는낭가파르밧을당신의말대로공평한수단으로올랐다’
헤르만불이머메리에게헌사한<8000미터위와아래>

내기등반으로돈을벌다.

이후헤르만불의활동영역은돌로미테에집중된다.필자가가본적이있는마르몰라타남벽을오르는헤르만의이야기를읽으며손에땀을쥔다.암벽용헤머를아이스피켈로대신하며빙벽을오르고모진비박까지감행하며그는마침내남벽을오르고만다.이후그는돌로미테산군을종횡으로누빈다.그리고그는꿈에도그리던서부알프스산행을위해동계에암벽을오르고평소눈덩어리를손에쥐고다니며추위에대한저항력을기르기도한다.이모든게그가앞으로행할등반에의탄탄한준비과정일따름이었다.

한밤중에이렇게1시간정도책을읽다다시눈을감는다.이른아침의일출을맞이하고싶었기에.눈을뜨니새벽5시반이다.텐트밖을살핀다.차츰날이밝아온다.하지만기대한멋진모습은찾을수가없다.구름한점없는한여름의희뿌연파노라마만펼쳐졌다.다만아르장티에와투르빙하주변의흰봉우리들이붉게피어났다.

자세히보니아르장티에빙하깊숙이위치한트리올레북벽이보인다.ENSA초청으로그토록원하던이곳몽블랑산군을찾은1948년여름에헤르만불이오른벽이다.날씨가나빠그랑조라스북벽을단념한헤르만일행은그랑샤르모를오른다.몽탕베르언덕에서가까운,샤모니계곡어디에서든보이는침봉이다.이등반후계속해서나쁜날씨가이어지는와중에헤르만은ENSA베란다에걸린그림한장을보고매료된다.바로트리올레북벽의거대한빙벽이었다.

▲로리아산장너머로몽블랑산군이펼쳐져있다.

배가고파빵으로아침을먹는다.그사이에아침해가텐트에닿는다.갈길이멀긴하지만이제한창읽는재미가붙은<8000미터위와아래>를좀더읽기로한다.헤르만불은다음해도몽블랑산군을찾는다.하지만이때도날씨가나빠제대로등반을못한채고향으로돌아간다.다음해인1950년겨울,그는그랑조라스북벽을오르기위해겨울에마르몰라다남서벽을오른다.그리고봄에는영화촬영일을도우며산행경비를모은다.

필자또한오래전에가본적이있는베르니나산군의모르테라츠빙하에서그는등반내기,즉보발산장에서베르니나(4,052m)정상에빨리다녀오는내기를걸어돈을딴다.정통파산악인들이고귀한행위로돈을버는짓이라혹평할지라도그는그돈으로보다높이보다멀리자신의이상을추구할수있다며개의치않는다.등산이라는행위를통해많은돈을벌고있는오늘날의산악인들은과연어떨까.보다나은등반이나이상을위한것이아닌단지축재를위해고귀한행위를돈을벌기위한수단으로격하시키는경우는없는지말이다.

▲국경인코르보고개아래의설사면을오르고있다.

해가중천에뜬아침10시가되어서야책을덮는다.일어나길떠날채비를한다.좀있으니이른아침에르뷔에를출발한중년의트레커한명이올라온다.잠시땀을식힌그는곧장코르보고개로향한다.필자또한배낭을짊어진다.이때또다른트레커둘이올라오고있다.중년의부부트레커다.그들앞을걸으며지난밤을보낸계곡상단을돌아본다.차츰오르니설사면이나타난다.그리고모레인돌밭이다.고개정상에선바람이강하게불었다.반대편에서온트레커셋이우리가올라온계곡으로내려간다.

이제부터스위스땅이다.지도에고개아래에공룡발자국이있다고표시되어있어그쪽으로내려간다.하지만한참을내려가도찾을수없다.할수없이단념하고에모송댐쪽으로내려가는데,중년의부부가작은호수옆에쉬고있다.그들에게물으니한참을더내려가야하며공룡발자국은주먹만하지생각만큼그렇게크진않다고한다.하여미련없이곧바로하산한다.한참을내려가니드디어에모송댐이내려다보인다.그뒤로저멀리아이거가있는베르너오버란트산군이보인다.헤르만불이낭가파르밧초등전해에오른아이거등반이야기는너무나유명하다.이이야기는등반을함께한가스통레뷔파의<별빛과폭풍설>에도자세히나와있다.

▲두개의에모송댐중위쪽을배경으로점심을먹고있는트레커들.

코르보고개에서2시간걸어내려에모송댐전망대에이른다.여기서로리아산장(RefugedelaLoriaz·2,020m)으로가기위해전망대못미처에서우회전한다.몇군데쇠사슬이설치된구간들을지나오솔길을오르내린다.이윽고큰산모퉁이하나를돌자몽블랑산군이한눈에들어온다.6시간만에로리아산장에이른다.함석지붕으로된막사가줄지어있는데,대부분소를키우는우리로쓰이며트레커를위한산장은위쪽에위치해있다.

샘물을떠산장위풀밭에텐트를친다.마침20대초반의프랑스아가씨둘도옆에텐트를친다.바람이꽤나불어큰돌을주워와텐트속귀퉁이에놓아둔다.구름이짙어멋진저녁놀은기대치이하다.오히려잘되었다생각하며못다읽은<8000미터위와아래>를펼쳐든다.드디어세번째찾은그랑조라스북벽에서헤르만불은동료쿠노와함께워커스퍼를오른다.그리고이들은바로이곳로리아산장너머저멀리건너다보이는그레퐁에서플랑을지나는샤모니침봉들을종주한다.

한편고향으로돌아간헤르만은140km의시골길을자전거로달려바딜레북벽을단독으로오르며자신을시험한다.또한그가아이거북벽을오르고페이지가다음해의낭가파르밧이야기로넘어가자밤이깊었다.여름의밤은짧기에이책의마지막이야기는다음날아침으로미루고눈을감는다.

눈을뜨니새벽5시가넘었다.차츰날이밝아왔다.하늘에는여전히구름이많았지만지난저녁보다경치가나은편이다.마침텐트아래의풀밭에서황소들도하루일과를시작하고있다.한동안목가적인풍경에빠져든다.이어<8000미터위와아래>를마저읽기시작한다.도중에빵으로아침을먹으면서까지줄곧읽고마지막페이지를넘기니해가꽤나솟아있다.두프랑스아가씨들도길떠날채비를하고있다.아침9시가다되어그들은테라스고개(ColdelaTerrasse·2,648m)로올라가고필자는르뷔에로내려온다.

전나무숲길을따라내려오며상쾌한아침공기를들이킨다.헤르만불을다시생각한다.자신의낭가파르밧초등을머메리와그때까지낭가파르밧을오르다희생된수많은선배들의공으로돌리는그의모습을보며진정한알피니스트의면모를엿본다.<8000미터위와아래>는분명산악고전에속하지만그가행한알프스등반만하더라도아직도우리산악인들에겐배우고행할게많은내용들로가득차있음을느낀다.

알피니즘의근간을이루는머메리즘의창시자머메리에게자신의낭가파르밧등반을헌사한말이뇌리에맴돌기만했다.“나는낭가파르밧을현대의기술적보조수단을쓰지않고당신의말대로‘공평한수단으로’순전한자기힘으로올랐다.”그5년후,브로드피크를역시‘공평한수단’으로오르고초골리사에서영원히만년설의품에안긴헤르만불은아마도알피니즘의역사가계속되는한영원히큰별로빛나리라.

-/허긍열한국산악회대구지부회원/월간산[455호]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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