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현재새로운개념의서커스를통해전세계의주목을받고있는‘태양의서커스’즉서크듀솔레이의이야기다.이들은전세계를무대로공연활동을벌이는3천명규모의대형조직이다.이책은,관객이라는고객을상대로공연이라는상품을창출하고있는엄연한기업으로서이서커스단의경영비결을제시하고있다.
□자아를실현하는최고의방법‘일’
실제로소니의전CEO이데이노부유기회장(재임기간:1995~2005)은기업은종업원의꿈을실현하기위한장이되어야한다고말한바있다.그러나현실적으로는기업이란개인적야망이나열정을구현하는장소라기보다는오히려젊은시절의낭만을접고현실에입문하기위한통로로인식되어온것이사실이다.“월급쟁이”라는표현에서스트레스와피로에지친‘생활인’의느낌이묻어나오는것은부인하기어려울것이다.
라울베네겜이라는프랑스의철학자는그의저서‘일상생활의혁명’에서“주중의지옥주말의미미한천국”이라고현대를살아가는샐러리맨을묘사했다.상사의구박을들어가며,아침에는잠자리에서일어나느라몸부림치며살아가는생활의노예가바로직장인의일반적인모습이다.더욱중요한것은단순히직장인의부담과스트레스가심하다는사실자체가아니라일이란원래싫은것이라는체념론이만연되어있다는것이다.
일이란본질적으로는인간의자아실현을위한신성한도구로서의의미를지닌다.일을통해서사람은자신의잠재력을끌어내고삶의의미를추구하고자신을발전시키는것이다.최근일본에서베스트셀러가된기타오요시타카의‘일’이란책은“일은인간성을심화시켜주고인격을고양시켜준다.일은인간을연마하는것,영혼을연마하는것이다.”라고말한다.즉일은금전적보상이나사회적지위등일외의가치만이아니라,자기자신의발전과정체성의발견을위한것이기도하다.
그러나이러한일본연의의미는잊혀지고단지보다좋은것을얻기위한수단,즉비용(cost)으로서의일만이강조되고있다.학생시절부터공부를진리의발견이나자아의성장을위한것이아니라,보다좋은대학에진학하여보다좋은직업과삶을누리기위한수단으로인식해온우리에게직장과일로부터내재적인보람과가치를느끼기를기대하는것은처음부터무리였는지도모른다.
문제는일을단지다른목적달성을위한방편으로여기는직장인들이대단한일을해낼수없다는점이다.과거대량생산시대의기업조직은종업원의자아실현이나내적동기부여에는무관심했다.테일러의과학적관리법과포드의오토메이션은노동과정을분해하여무의미한단순동작으로전환시켰다.아무리오래동안생산라인에서작업을한다해도보다더나은인간으로의성숙이나지혜를기대하기란어려웠다.
규격에맞춘기계적동작을성실하게반복함으로써근로자들은좀더많은임금을획득했고,이것을통해서생활수준을향상시키기위해애썼다.직장과일은보다나은생활을위해치러야할비용이었으며,자신의본질을발현하는꿈의도장이아니었다.그러나최근의경영환경은모든것을바꾸어놓고있다.고도소비사회를지나이제감성소비단계에진입한경제사회는과거귀족들만누렸던섬세한감수성과심미안을대중에게개방한다.
그결과일반적인고객들의눈과귀를만족시키기가점점더어려워진다.장인들만의영역이었던소위명품의생산이일반적인기업생산라인의과업으로바뀐다.기업과예술가의경계가모호해진다.이뿐만이아니다.기업간의경쟁의성격이근본적으로바뀌고있다.즉시장경쟁의구도가근본적으로바뀌는초경쟁(hyper-competition)이나타나고있다.최근음반업계가mp3등디지털화에따라지각변동을겪고있는것이좋은예이다.
특정시장이나제품에강점을지니고있다고해도시장구도자체의변화에대해신경을곤두세우지않으면자신의강점자체가무효화되는것이초경쟁의특징이다.이러한시장에서는사물을관습적으로인식하는것이아니라,상상력과창의성을발휘하려는자세가필요하다.이처럼기업의경쟁자체가고객감동의창출,새로운시장과경쟁의창출이라는고도의과업을요구하는시점에서기업은기존의직원관리,일관리의근원적인혁신을시도하지않을수없게되었다.
그핵심은종업원의자발성,그리고회사의성패에대한참여정신을이끌어내는것이다.다시말해일을생계의방편으로서가아니라자아의연마와발전의도구로서수행하는전통적이고철학적인일개념으로의복귀가시급한과제로부상하고있다.따라서많은선진기업들이임직원의열정과창의성을어떻게끌어낼것인가라는문제로고심중이다.그런면에서기업조직의형태를가지고공연예술을수행하고있는문화기업서크듀솔레이의사례는관심을끈다.
이서커스단은그자체새로운경쟁의룰과시장을창출했다는점에서주목할만한다.한때큰인기를끌었던서커스공연은수많은대체엔터테인먼트의등장과함께인기를잃어가던사양산업이었다.서크듀솔레이는이러한서커스공연의개념을근본적으로혁신하여서커스를새로운엔터테인먼트로부활시켰다.이서커스단이블루오션창출전략의사례로많이거론되는것은우연한일이아니다.
□이책의특징
이책은소설적기법을동원하여독자들에게서크듀솔레이의내면을보여주고자한다.즉객관적인서술방식대신,가상의주인공한사람을내세워독자가이서커스단의공연사이클하나를체험하는스토리텔링기법을보여준다.즉프랭크라고하는가상의스포츠에이전트직원은우연한기회에서크듀솔레이의단원을만나게되고이들이어떻게훈련하고어떻게일하고어떻게성과를내는가를임시단원의자격으로보고느끼는체험을갖게된다.
이를통해그는창조의스파크를공유하고새로운사람이되어자신의직장으로돌아갔을때열정적인직원으로서활약하게된다는것이다.저자는이러한스토리텔링기법을통해창의성과열정이넘치는직장의분위기를독자에게조금이라도더생생하게전달하고자하는것이다.그러나필자가보기에이러한기법이특별하게성공적이었던것같지는않다.
서커스의문외한이단기간에서커스단의일원이되어공연의흥분을느끼게된다는스토리가생각보다자연스럽게받아들여지지않으며,특히이를통해본업에돌아와서완전히새로운사람으로거듭난다는설정이다소작위적으로느껴졌다.이책은실제서커스단원인린휴어드와전문적저술가인존U.베이컨의공동작업이다.
□열정을자극하는힘
이책에서말하는열정의스파크란무엇인가.이책은우선실패를두려워하지않는용기를가장중요한요인으로지적한다.우리는모두마음속에창의성과열정의불꽃을가지고있다.이것을적절한부싯돌을통해자극하여불꽃을일으켜야한다.그러나이불꽃은매우미미하고잘드러나지않는다.이미미한불꽃을살려내서커다란불길로만드는것은쉬운일이아니다.저자는이것을작은모래알갱이를진주로키워내는것에비유한다.
이과정은공식도매뉴얼도없다.다만지극한정성과진실된마음,그리고실패를두려워하지않고자꾸시도하는것을통해달성할수밖에없다.저자는인생이란끝없이주어지는야구의타석과같다고한다.삼진의개수는아무도신경쓰지않는다.오직홈런의개수가중요하다.삼진당하는것이두려워서타석에들어서지않는사람은홈런도칠수없다.그다음으로이책이강조하는것이팀웍과협력이다.
치열한경쟁이양적성과를높이는데는도움이될지모르나창의적성과,창조활동에는경쟁보다는협력과동료애가더중요하다는것이다.창조란남과의경쟁이라기보다는자기자신과의경쟁이다.창조적조직은모든사람이서로협력하는자세를보여준다.실패의두려움을무릅쓰고과감하게위험을감수하는것은내주변의동료가나를믿고도울것이라는믿음이있을때가능하다.
□‘창의적인조직은관대하다’는편견을버려라.
단,유의해야할것은창의적조직이무조건적으로용인하고허용하는관대한조직이아니라는것이다.실수나실패의용인,끊임없는시도의가치를존중하면서도이책은다시이렇게말한다.“안전에는타협이있을수없고…,우리는언제나백퍼센트안전해야하는동시에백퍼센트아름다워야합니다(111쪽).”일에서발생하는곤란이나모순에대해서불평하는것은소용없는일이다.어려움은오히려창의성의원동력이된다.
“이런모순이저에게기운을불어넣는겁니다(112쪽).”서크듀솔레이의한직원은서커스단도역시하나의엄연한기업임을강조하며이렇게말한다.“우리도예산과마감이있어요…시간과돈,자원의제약이라는것은놀라운원동력이죠.우리가만든가장뛰어난아이디어들은가장빡빡한상황에서나온것들이예요(72쪽).”이것은모두일반적인직장생활에서는커다란스트레스요인,또는창의성을죽이는요인이라고비난받을만한것들이다.
그러나똑같은모순,제약,압박이이서커스단에서는창의성을자극하는요인이된다.가장큰차이점은열정이다.만약열정이있다면모든곤란은핑계거리에서도전의자극제로바뀐다.조직이나상사는확실히사람들의의욕과열정을꺾는커다란제약요인일수도있다.그러나이세상에서가장창조적인조직이라고해서그러한제약이없는것은아니다.단지똑같은현실적인제약과애로사항들이마치게임의난이도가올라가는것처럼흥미와열정을고취하는수단으로바뀔뿐이다.
창의성을발휘하는데있어주변의환경은물론중요하다.기업경영자는창의성을죽이는각종언행,관행,제도들을고쳐나가야한다.그러나구성원한사람한사람의마음가짐의변화도필요하다.자기자신의좁은틀안에안주하면서현실의애로사항을방패막이로사용하고있었던것은아닌지…용기의부족을현실적제약의탓으로돌리고있었던것은아닌지…이상적인환경만주어지면나도창의적일수있다는무의미한변명을하고이었던것은아닌지돌아볼필요가있는것이다.
창의적인조직과일상적인조직의차이는조직의객관적환경의차이보다는조직과환경을바라보는구성원의눈의차이가더중요하다는것을이책은가르쳐준다.이것은구성원과조직간의신뢰,그리고함께달성하고자하는목표에대한공통의열정을전제로한다.이것은모래알갱이를진주로만드는것처럼위험하고힘들고오랜시간을소요하는과정이다.진정한자극은순식간에불타오르지않는다.그것은군불처럼천천히타고진주처럼눈에보이지않는느린속도로조금씩조금씩성장할뿐이다.
/리뷰/김은환수석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
/저자/린휴이드,존베이콘/2007년발행/240P/가격₩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