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베레스트 등정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

에베레스트한국첫등정30년,도전은끝나지않았다
최고봉다음은난코스와거벽의시대

▲1977년9월15일한국인최초로세계최고봉정상에선고상돈대원.가슴에매단구식대형무전기가이채롭다.그는2년뒤북미최고봉매킨리를등정하고내려오다가추락사했다.

1977년9월15일12시50분,고상돈대원은셰르파펨바노루부와함께한국최초로에베레스트등정에성공했다.그는세계58번째등정자가됐고,한국은8번째등정국으로기록되었다.당시원정대는김영도대장이이끄는18명의대원으로구성됐다.그뒤30년,한국에서는총64개팀600여명이에베레스트에도전해95명이성공했다.사망자는셰르파(8명)를포함해17명이다.미국,영국,일본,스페인에이어다섯번째로많은등반대와등정자를기록한나라가되었다.

요즘에베레스트는‘상업등반’의시대다.많은시간과비용,복잡한절차와고통을줄여주는대가로돈을받는다.가이드를앞세우고,셰르파가짐을운반하며,미리설치된고정로프와산소마스크로과거보다쉽게오른다.재작년엔제트엔진을단헬기유로콥터(Eurocopter)가에베레스트정상에착륙했고,곧관광상품화될예정이다.히말라야의돌하나,눈한번밟지않고정상에서는것이다.

그렇다고산악인들이에베레스트를일반인에게내주고떠난것은아니다.산악인들의목표가에베레스트정상만일수는없다.그들은아무도성공하지못한난코스를찾아서혹은미지의거벽(巨壁)을찾아새로운알피니즘을추구해간다.▒

▲각국에서온산악인들로붐비는에베레스트정상아래의마지막캠프(C4)를출발,남동릉을통해정상에오르는과정.30년전각고의노력끝에한두명이겨우오르던시절과는사뭇다르다.

한국만64팀600명도전,95명정상에

요즘에베레스트는등반자체의추구보다각종모험의경연장이되어가는느낌이다.스키·패러글라이더활강,부부등정과부자등정,16세소년의등정과70세노익장의등정,정상에서텐트를치고21시간체류하기,시각장애인등정과두발을잃은장애우의등정,정상에서의결혼식,그리고해마다경신되는최단시간등정기록등이그것이다.

하지만에베레스트초등루트15곳가운데한국인이시도하지않은루트가9곳에이르고,등정자를낸루트는5곳에불과하다.그나마소수루트에과도하게집중돼있다.세계적인추세와는다르다.1953년영국팀의초등루트이자1977년한국팀의초등루트인남동릉이대표적이다.한국은총30개팀이남동릉에도전해동계등정,무산소등정,실버원정대등20개팀이성공했다.

이밖에영국과중국의12차례에걸친경쟁적시도끝에1960년중국이겨우성공한티베트쪽북릉~북동릉은한국에서는1993년허영호대장과셰르파나티가오른후20개원정대가도전해17개팀이성공했다.1975년영국팀이초등한남서벽은한국에서8개팀이도전했으나여섯차례의실패를거쳐1995년1개팀만성공할수있었다.

한편오랜기간‘정신나간사람만이도전할수있는루트’라던동벽(캉슝페이스)은1983년미국팀이초등한이후1999년한국도도전했으나실패했다.그런가하면한국인최초등정의진위여부가20년가까이논란중인코스(서릉직등루트)도있다.1980년폴란드팀이처음오른남릉은1988년김창선·엄홍길두대원이변형루트인남릉~사우스콜~남동릉을통해올랐다.▒

▲난코스로악명높은히말라야의대표적고봉들.위로부터마셔브룸동벽,K2의아브루치능선,그리고낭가파르바트의루팔벽.

6000m대선망의난코스도수두룩

에베레스트를비롯한히말라야의8000m급봉우리가등정된후,전문산악인들의관심은6000~7000m대의신(新)루트혹은거벽(巨壁)등반으로전환됐다.세계적알피니스트들이선망하는난코스는히말라야에도수두룩하다.파키스탄마셔브룸(Masherbrum·7821m)동벽은히말라야에서미등으로남은가장매력적인벽이다.

특히7200m에서정상까지의상부벽이그렇다.마셔브룸은1960년미국대가남동벽으로초등했고,북릉과북벽을연결하는오스트리아·일본의2개루트도1985년에개척됐다.동벽은러시안빅월프로젝트팀이2006년시도에서6500m까지올랐을뿐미답의처녀지다.K2(8611m)는1954년이탈리아대가초등한완전피라미드형산이다.한국은1986년부터8개팀이시도해23명이등정했고4명은사망했다.

남서벽에는1981년일본대의루트도있다.문제는서벽.서벽은1980~1990년대세계최고의히말라야니스트인폴란드인보이첵쿠르티카의마지막꿈이었다.하지만그의네차례도전에도손을잡아주지않다가올해러시아팀에직등을허용했다.

파키스탄낭가파르바트(8125m)는1953년헤르만불이단독으로등정했다.과제로남은것은마제노능선(MazenoRidge)이다.어렵고위험하기짝이없지만멋진종주대상지다.마제노라(MazenoLa·5377m)에서6800~7100m에이르는7개피크를넘어정상까지장장15㎞에달한다.▒

▲히말라야의대표적인거벽들.왼쪽은트랑고타워와등반모습,오른쪽은아민브락.

기술·담력필수인거벽들이기다린다

높이에서는8000m급고봉들에미치지못하지만실제등정에있어훨씬고도의기술과장비를요하는거벽들도곳곳에산재해있다.대표적인것이트랑고및울리비아호주변의산군(山群).트랑고빙하주위의트랑고그레이트타워(6284m),트랑고네임리스타워(6239m),울리비아호타워(6109m),쉽튼스파이어,하이나브락,캣츠이어스파이어,그리고후세계곡낭마빙하의아민브락(6000m)등이이른바‘대암벽등반’대상지이다.신루트개척의여지가많고,한국대의활동도늘고있다.근래에는인공등반으로개척된루트를자유등반으로오르거나아예자유등반으로신루트를개척하려는이들도적잖다.

난공불락의거벽에서라톡Ⅰ(LatokⅠ·7145m)북벽스퍼를빼놓을수없다.파키스탄발토로빙하로의캐러밴출발지에서졸라브리지를거쳐촉토이빙하(ChocktoiGl)에닿으면그건너에거의수직으로무려2500m나솟은벽이다.1978년미국팀의첫시도이후영국,폴란드,일본이시도했지만모두실패했다.네팔눕체북벽에서기량을한껏뽐내던아르헨티나출신미국인베네가스쌍둥이형제가2004년에이어2005년에거푸시도했지만무위로끝났고,올들어차보트의미국팀또한오르지못한미답의성(城)이다.▒

2500m수직봉라톡Ⅰ은아무도못올라

산악인들이동경하는거벽이히말라야에만있는것은아니다.남미칠레파타고니아의파이네는빙하와호수,넓은초록의평원,그리고도열하듯선거대한화강암침봉군으로이뤄져있다.‘내셔널지오그래픽트래블러’가선정한‘꼭가봐야할세계의여행지50곳’중한곳이기도하다.끊임없이,때로는미친듯불어대는바람의땅이다.

▲거대하게도열한칠레의파이네산군(山群).산악인들이가장동경하는도전의대상가운데하나다.오른쪽사진은모두의도전을뿌리친미답의성(城)라톡의산군.

파이네등정에먼저열을올린등반가들은이탈리아인이었다.1958년장비치(JeanBich)등4명이중앙봉과북봉사이의고개를거쳐남릉경유북봉초등을한다.다음과제는미학적으로도완벽한모습인중앙봉.영국또한중앙봉을목표로베리페이지(BarriePage)를대장으로내세워1962년,1963년시즌도전에나선다.당시영국최고의등반가돈윌란스(DonWillance)와크리스보닝턴(ChrisBonnington)이동행했다.

이렇게같은시즌이탈리아팀과영국팀이동시에베이스에들어왔고,사상첫등정을놓고한판국가적경쟁이벌어졌다.두팀은합동등반협상에들어갔지만의견을좁히지못해각자의길로나섰다.결국남십자성(CruzDelSur)의영광은영국에돌아갔다.한국은올1월,김창호·최석문조가이윌란스-보닝턴루트를속도등반으로단하루만에등정하는기록을세웠다.▒

/호경필한국산악회편집위원
/김창호히말라야연구소소장
/사진=양정고원정대·호경필·김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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