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로 산다는 것은 *-

-*부부로산다는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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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로산다는것은,

서로에게스며드는것이다.
자라온환경도,문화도,
말도,피부빛도다른
남녀가고락(苦樂)을함께하면서
서로아주조금씩닮아간다.

생각하는것,
좋아하는것,
말투,얼굴까지비슷해진다.
말로설명할수없는교감이쌓인다.
이심전심(以心傳心)
심심상인(心心相印)이다.

부부로만난우리,
왜하필나이고당신인가.
그것은우연인가운명인가.
남편의눈에아내는
어느날산행길바짓가랑이에
묻어온도꼬마리씨다.

‘멀고긴산행길/
어느덧해도저물어/
이제그만돌아와하루를턴다/
아찔한벼랑을지나/
덤불속같은세월에할퀸/
쓰라린상흔과기억을턴다/

그런데가만!이게누구지?/
아무리털어도떨어지지않는/
억센가시손하나/
나의남루한바짓가랑이/
한자락단단히움켜쥐고따라온/
도꼬마리씨하나/
왜하필내게붙어왔을까?/

내가어디서와서/
어디로가는지도모르고/
무작정예까지따라온여자같은/
어디에그만안녕떼어놓지못하고/
이러구러함께온도꼬마리씨같은/
아내여,내친김에그냥/
갈데까지가보는거다/

서로가서로에게빚이있다면/
할부금갚듯정주고사는거지뭐….’

-임영조‘도꼬마리씨하나’


우연같지만필연이고운명인것이부부다.
이러구러한평생서로떨어지지않고
살아갈수밖에없는관계다.

남편이아내를떼려야떼어놓지
못할사람이라고노래하듯
아내에게도남편은그런존재다.
그숙명의매개체가바로자식이라고
말하는게각별히와닿는다.


‘아버지도아니고오빠도아닌/
아버지와오빠사이의촌수쯤되는남자/
내게잠못이루는연애가생기면/
제일먼저의논하고물어보고싶다가도/
아차,다되어도이것만은안되지하고/
돌아누워버리는/

세상에서제일가깝고제일먼남자/

이무슨웬수인가싶을때도있지만/
지구를다돌아다녀도/
내가낳은새끼들을제일로사랑하는남자는/
이남자일것같아/
다시금오늘도저녁을짓는다/

그러고보니밥을나와함께/
가장많이먹은남자/
나에게전쟁을가장많이가르쳐준남자.’


-문정희‘남편’

결혼이란전생의원수가다시만나
한평생함께살면서서로원수갚는일,
빚갚는일이라고들한다.
하고한날지지고볶으면서도
그운명을받아들이며살아간다.

5월21일은올해정부가
법정기념일로정한첫‘부부의날’이었다.
부부관계의소중함을일깨우고
평등부부문화를확산시키기위해제정했다고한다.

날짜엔‘가정의달(5월)에둘(2)이하나(1)된다’는뜻이담겨있다.

이날라디오음악프로그램들엔“사랑한다”는말을
전하는부부들의사연이넘쳐났다.
그러나결혼이소중하다는
깨달음이어찌하루뿐일까.
부부합일의이치는
국어학자이희승이이미오래전에설파했다.

‘별다른개성을가진남녀가결합해
한개의인격이된다는데는
거기서벌써협동의문제가생기게된다.

그리고부부간의협동이란1+1=2가아니라
1+1=1이되는것이다.
즉그들의개성은반만남게되는것이다.
반은죽이고반만살리는것이다.
반을죽인다는것은희생이요,
반을살린다는것은사랑이다.

희생의정신과애정,
이두가지가없이부부생활이
불가능한것은너무도자명한일이다.’

유대금언집‘탈무드’에
“아내의키가작으면남편이키를낮추라”고했다.
결혼은둘이다리하나씩묶고뛰는이인삼각(二人三脚)이다.
한쪽으로치우치면쓰러진다.
함민복은그걸상(床)들기에서보아냈다.

‘긴상이있다/
한아름에잡히지않아같이들어야한다/
좁은문이나타나면/
한사람은등을앞으로하고걸어야한다/
뒤로걷는사람은앞으로걷는사람을읽으며/
걸음을옮겨야한다/

잠시허리를펴거나굽힐때/
서로높이를조절해야한다/
다온것같다고/
먼저탕하고상을내려놓아서도안된다/
걸음의속도도맞춰야한다/
한발/또한발.’


-함민복‘부부’

결혼이란이것저것꼬치꼬치따지는일이아니다.
어울렁더울렁살아가기다.
구전(口傳)으로떠도는굴비장수이야기에서
오탁번이그려낸부부의모습은
바보스럽고슬프고우습다.
익살스런외설도있다.

결혼이란웃음에슬픔을버무린
연민인지도모르겠다.
시인은특별하고엄숙한말대신
조금모자란듯,그러나인간적인
바보부부이야기를능청맞게하면서
부부란그런것이라고말한다.

‘수수밭김매던계집이솔개그늘에서쉬고있는데/
마침굴비장수가지나갔다/
-굴비사려,굴비!아주머니,굴비사요/
-사고싶어도돈이없어요/
메기수염을한굴비장수는/
뙤약볕들녘을휘둘러보았다/
-그거한번하면한마리주겠소/
가난한계집은잠시생각에잠겼다/
품팔러간사내의얼굴이떠올랐다//

저녁밥상에굴비한마리가올랐다/
-웬굴비여?/
계집은수수밭고랑에서굴비잡은이야기를했다/
사내는굴비를맛있게먹고나서말했다/
-앞으로는절대하지마!/
수수밭이랑에는수수이삭아직패지도않았지만/
소쩍새가목이쉬는새벽녘까지/
사내와계집은/
풍년을기원하며수수방아를찧었다//

며칠후굴비장수가다시마을에나타났다/
그날저녁밥상에굴비한마리가또올랐다/
―또웬굴비여?/
계집이굴비를발라주며말했다/
-앞으로는안했어요/
사내는계집을끌어안고목이메었다/
개똥벌레들이밤새도록/
사랑의등깜빡이며날아다니고/
베짱이들도밤이슬마시며노래불렀다.’


-오탁번‘굴비’

결혼전에는눈을크게뜨고
결혼후엔눈을반쯤감으라는말이있다.
3주동안서로연구하고,
3개월동안사랑하고,
3년동안싸움하고,
30년동안은참고견딘다.
결혼이란여러번에걸쳐
같은사람과사랑에빠지는것이다.▒

-[오태진의詩로읽는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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