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커피의 유혹 *-
[가을!커피의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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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게둘이서손잡고낙엽을밟으며산책을한후창가에마주앉아서로의얼굴을확인하면서즐거움을나누는시간에커피의다정다감한향이김을따라모락모락피어오르면그짙은커피향은산책의피로를풀어준다.커피는차가아닌즐거움의문화로우리와함께한다.와인보다짙고키스보다황홀한가을커피의유혹에빠저본다.

커피는茶아닌즐거움과문화

“커피한잔하실래요?”“밥한끼합시다”처럼부담스럽지않고“술한잔하실까요?”처럼가볍지도않다.낯선목소리에돌아보는설레임처럼달콤하고,수줍은용기로건넨떨리는목소리처럼쌉싸름하다.말이입가에맴도는달콤한첫맛과목끝에남은씁쓸한뒷맛의커피향과닮았다.

커피가그리운계절,가을이다.시원한바람이반가웠던어제는가고어느새다가온서늘함에몸을떨게되는요즘이다.왠지모를허한마음은자꾸만따뜻한것을찾는다.이런가을엔달콤하지만진하고쓰지만감미로운맛이가을의향을연상시켜주는커피가제격이다.

김이모락모락나는커피한잔을앞에두고정신없이바쁜삶에쉼표를찍고,

여유를더듬어보기도한다.이처럼따뜻한가을커피가특별한이유는추억을되새김질하고숨겨둔그리움을꺼내볼수있기때문이기도하다.커피는혼자마셔도좋지만,대화의상대가있어야더향기롭다.

‘가을을열어/커피한잔에담아본다/은행잎,단풍잎,갈대잎도넣어/저어서마셔본다/코끝에닿는가을은/진한구수함이가슴을쉬게한다./들국화잎따다하나띄워/한모금넘기려할제/반가이떠오르는미소한자락/반기려할새없이금새파장을잃고/맴만돌고있는국화잎한장/상큼한가을아침/창문넘어그리움이/물밀듯잔속으로잠겨오고/한모금씩목젖으로/넘길때마다느껴오는님의향기/그대를느끼며/가을을마시고/사랑을마셔본다’로마무리되는커피의유혹은가을에더강함을느끼게하는이유이기도하다.

중독성이나건강의유해함을들어한편에선경계하기도하지만,커피에대한예찬은그무엇에대한것보다화려하다.프랑스작가타테랑은“커피의본능은유혹,진한향기는와인보다달콤하고부드러운맛은키스보다황홀하다”고했다.

매일아침반드시커피를즐겼다는베토벤은“한잔의커피를만드는원두는나에게60여가지의좋은아이디어를가르쳐준다”고했다.‘바람과함께사라지다’에서마가렛미첼은“다른이유야어쨌든설탕과진한크림이들어간커피를마실수가없게되었다는사실만으로그녀는북군을증오했다”고스칼렛의심경을묘사하기도했다.

서양에서커피에대한언급은주로맛과향에대한것이지만한국으로들어온커피는‘공간’이먼저였다.커피는대화의장을열었고,하나의문화를형성했다.그래서커피라는맥을잡고거슬러올라가면한편의문화사를엿볼수있다.커피가한국에처음발을내디딘1930년대엔주로일본인들이연다방의커피를주로상류층사람들이나문인들이즐겼다.

당시민간에서는커피를‘양탕국’이라고불렀고,커피를좋아한고종이커피를보약처럼사발에부어마셨다는얘기도전해진다.그러나이상의다방‘제비’를기점으로다방에선그림의밤,문학의밤등광범위한문화활동이전개됐다.이후명동,충무로,종로등에잇달아연다방들을중심으로출판기념회와독립투사추모회등까지개최되면서종합예술의장이되기도했다.

그러나점차다방이단순히음료를파는공간이되고‘거리의항구’‘실업자의오아시스’라는별칭으로불리면서메뉴에도변화가생기기시작했다.요즘엔아침대용으로베이글이나샌드위치와함께커피가제공되지만당시엔커피와함께달걀반숙이나노른자만따로그릇에담아내놨다.그것이이른바‘모닝커피’였고,다른한편엔달걀반숙이메뉴에오르기도했다.

1970년대는새로운‘다방의전성기’가찾아왔다.도끼빗,장발에느끼한멘트로대변되던DJ들이음악다방에자리잡으면서다방은30년대와는또다른젊은이들의문화공간으로탈바꿈했다.그러나1980년대에들어서는시끌벅적하고요란스럽기보다는밝고아늑한대중커피숍이등장하기시작했다.

일반커피보다가격이비싼비엔나커피가등장했고,크림과설탕이몸에좋지않다는이야기가나오면서블랙커피를좋아하는사람들이늘었다.건강은물론이고멋으로블랙을주문하며차별화된자신의커피취향을뽐내기도했다.또80년대후반부턴원두커피가대중화되면서커피전문점이본격적으로들어서기시작했고,지하철역은물론이고사무실과거리곳곳에커피자판기가들어섰다.

그리고스타벅스의등장과함께들고다니면서언제어디서나자유롭게커피를마신다는의미에서테이크아웃커피가젊은층의눈길을사로잡고있다.한잔에4000원을넘나드는스타벅스커피는젊은여성들의‘과시성패션’의하나로인식되면서‘된장녀’논란을불러일으키기도했다.그러나대부분이테이크아웃인미국과는달리한국커피전문점들은매장을점차늘려가고있다.

보다아늑한공간으로의단장도멈추지않는다.‘커피를맛보는것이아니라분위기를마신다’고할만큼커피를마시는공간이중요하다는인식때문이다.커피를둘러싼분위기들은당시시대상과생활을동시에반영하지만지금껏여전히변하지않은것은커피는곧대화의시작이었고,커피를마시는공간은곧대화의장이됐다는사실이다.

커피의맛도중요하지만더중요한것은커피를마시는공간이었고,그공간의문화적분위기였다는것이다.스타벅스가판것은‘커피’가아닌‘즐거움과문화’였고,이것이한국에서통했다는분석도이와일맥상통한다.제품그자체보다는제품이주는분위기와제품에서느낄수있는감성에주목한다는것이다.

카페형매장으로분위기를바꾼맥도널드나던킨도너츠에서커피를앞에놓고두런두런얘기를나누는40~50대중년층이늘고있는추세도이를증명한다.그래서요즘커피전문점들은단순히커피를마시기위한공간이아니라색다른휴식공간으로다시태어나기위한노력에열심이다.특히커피브랜드들이매장을앞다퉈오픈하고점포별경쟁이치열해지면서다양한매장형태를보이고있다.

커피빈코리아는압구정로데오점에아트앤디자인북라운지라는도서관을갖췄다.3000여권의건축과인테리어,디자인,포토그래피,패션등의아트서적으로예술분야에관심이있는젊은층을끌어들인다.스타벅스는지난7월가정집분위기와비슷한서울삼성타운점을선보였다.2층은200권의책으로채운두개의서재로꾸몄고,테라스는나무를활용해자연친화적인소재로채웠다.

주변이회사원들과학원가를찾는젊은층이많은만큼충분한휴식을취할수있는편안한분위기를만들기위해서다.갤러리아가운영하는빈스앤베리즈는신촌점을숍인숍개념의액세서리숍을입점시켜오픈했다.대학생들의눈길을끌기위해문구류외에도장식품,카드,인형등을앞세웠다.옥상은세미나실과함께전시와공연이가능한문화공간으로꾸며놓았다.

이렇게거듭변신을하고있는커피전문점에앞으로어떤이야기와새로운문화가깃들지는지켜볼일이다.진한커피향과함께언젠가또다른추억의공간으로남을지모를이곳에도스산한바람과함께낙엽이떨어진다.“지금대화를나눌누군가가필요하신가요?”“그럼,커피한잔하실래요?”

/글=윤정현기자(헤럴드경제071110)/사진=안훈기자/촬영협조:진선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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