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와세르파의함수관계*-
네팔이라고하면사람들은우선히말라야산맥부터떠올린다.히말라야산맥은동서로2400㎞로인도·네팔·티베트·부탄·파키스탄을지나남북에걸쳐200~300㎞폭으로뻗어있는거대한산맥이다.세계적으로8000m고봉은14좌(비공인16좌)가있는데그14좌고봉이모두이곳히말라야산맥에있다.14좌중8좌가네팔에있으니네팔을‘히말라야의나라’라고할만하다.
필자는1993년히말라야를보기위해처음네팔에왔다.그런뒤눌러앉아15년째이카트만두에서트레킹여행사일을하고있다.카트만두시내중심타멜(Thamel)지역에가면‘에베레스트어드벤처’라는산악장비점이있다.이곳의산악장비점에들르면낯익은얼굴이많다.바로셰르파(Sherpa)일을하면서돈을번이들이다.산악전문가이기도한이들과이야기를나누다보면시간가는줄도모를만큼즐겁다.
셰르파들은출신별로다양하다.짧게는며칠간,길게는몇달간트레커나등반대를위해그들의짐을져주는짐꾼(porter),험난한히말라야설산(雪山)의산행안내를해주는안내인(guide),또이들을위해음식을만들어주는요리사에이르기까지역할은다양하다.그다양한역할을다맡는‘전천후형셰르파’도많다.
세계최고의기둥에베레스트고봉이있는네팔은세계각국에서찾아온산악인으로붐빈다.수도카트만두에는보통10월부터이듬해4월까지에베레스트에도전하기위해사람들이몰려들기시작한다.이들은히말라야몇천미터고지대를트레킹하는사람이거나고봉에올라가기위해찾는각국의원정대다.그러면이들셰르파가슬슬바빠지기시작한다.
셰르파는원래네팔에있는수십개부족중한개부족의이름이다.셰르파라는부족은네팔북동쪽에베레스트가있는솔로쿰부(SoloKhumbu)지역에촌락을구성하고대대로삶을이어왔다.고산에서나고자란덕분에신체적조건도고산에적응돼있다.세계각국의전문산악인들이이곳을찾아들기시작하면서세르파는에베레스트의파트너가되었다.
1953년5월29일세계최초로에베레스트에오른힐러리경의등반을도운텐징노르가이셰르파가유명세를탄뒤,셰르파족이세계적고산가이드의대명사가됐다.셰르파중엔등반대못지않게‘세계최단시간에베레스트등정후하산’같은기록을가진이들이있다.하지만이런화려한일면뒤엔이들의끈끈한삶이한자락을차지한다.
1993년카트만두에온이래이곳에서생활하고있는내게도셰르파친구가많다.외양상우리나라사람과많이닮은이들은순박하고온순해보여서‘저런사람들이8000m고산을어떻게안내할까’하는의문이들었다.하지만그들과지내다보면‘충실하고성실한그들의성격이다른무엇보다도더큰경쟁력이아닌가’싶어진다.
그들중엔한국원정대를전문으로따라다니며유명한산악인의동반자가된이도있다.셰르파들은8000m고봉을외국원정대와함께올라가는꿈을꾼다.그러나아무나히말라야고산원정대에참가할수있는게아니다.원정대못지않은강인함과끈기,체력을가져야하는데셰르파양성과정도따로있다.
우선어려서부터20~30㎏이나되는짐을머리에지고히말라야의등선을오르락내리락하는생활을수년간해야한다.그런다음‘네팔등반협회’에서운영하는등반학교를졸업해야한다.이때부터‘산행안내’자격이주어지지만그렇다고바로안내를할수있는건아니다.우선가이드를따라다니며여러경험을쌓은뒤,원정대를따라갈수있는‘고산원정가이드자격증’을따야한다.
이렇게원정가이드가된뒤‘사다(원정가이드중최고인솔자)’를따라히말라야고봉에오를수있지만,히말라야고산은누구에게나죽음을무릅쓴지역일수밖에없다.우리나라엔세계8000m거봉을모두등정한대단한분도있지만눈사태와돌풍,강풍속에서목숨을잃은산악인과셰르파도많다.
올한해동안만보더라도봄에베레스트캠프3에서추락사한셰르파를포함해에베레스트에서만5명의셰르파가죽었고,네팔여자셰르파중주목을받던펨파도마셰르파는로체에서사망했다.네팔최대의국내항공사사장인치링셰르파란사람은그의아내인파상라무셰르파를에베레스트에서잃었다.
파상라무셰르파는두번의실패를딛고세번째에베레스트등정에도전하다가성공한뒤하산길에세상을떠났다.성공한원정대의영광뒤엔대원들못지않은이들셰르파의헌신과노력이있다.이들은만나보면농담도잘하고평범한‘산(山)사람’같지만,히말라야에대한뜨거운열정과목숨을건직업의식을갖고있다.
▲에베레스트등반을앞두고카메라앞에서포즈를취한네팔의셰르파들.
이렇게한해원정을다녀오면목돈을만질수있다.경우에따라천차만별이지만한번고산원정을가면이곳돈으로3락(약350만원)정도를벌수있다.이렇게모은돈으로트레킹길에있는숙소(게스트하우스)나티하우스(teahouse)를지어운영하기도한다.트레킹사업을하다알게된파상셰르파(42)는17살부터짐을드는셰르파로일했다.
셰르파경력만25년차다.요즘은산행길에서요리사역할을하는데,한국인원정대를13년간담당해왔다.셰르파들은이렇게나라별전문가로나뉜다.등반대의언어와음식등을책임져야하기때문이다.파상셰르파는요즘그의아들장보셰르파(18)를보조로데리고다닌다.그의산행요리일정을보자.
아침5시에일어나줄차를끓여트레킹을하는이들의방문을두드려깨우는일부터시작한다.차를대접한뒤,새벽산속에서얼굴을씻을트레커들을위해물을데우고아침식사준비에들어간다.국을끓이고쌀을씻어솥에앉히고반찬을만들어상을차린다.그런다음자신들이먹을밥까지한뒤단시간에설거지를마쳐야한다.
굉장히빨리움직이지않으면이미산행을떠난트레커의점심시간에맞춰밥을준비할수없다.부엌살림을낭로(nanglo·짐운반을위한대나무바구니)에담아서점심식사장소까지부지런히가야한다.이경우트레커보다빨리점심장소에도착해야식사를준비할수있다.
계곡을따라오르락내리락하면서트레커를앞질러도착한뒤,들고온가재도구를꺼내석유버너에불을붙인다.도시에서가져온감자,콜리풀라워로반찬을만드는손길보다마음이더급해진다.저쪽산등성이로아침에출발한트레커들이한두명씩보이기시작한다.점심상을차려놓고그들을맞은뒤,숭늉까지대접한다.다시그릇을낭로에담은뒤저녁식사를준비해야한다.
파상셰르파는이날저녁식사로토종닭을잡아닭볶음탕이나백숙을만들기로했다.마을에들러몇마리를골라잡은뒤흥정을해서샀다.숙박예정인롯지(lodge)에도착해부엌살림을정리하고다시저녁을준비한다.그의역할은음식준비로끝나지않는다.설거지는물론이고옆에서서비스도해야하고,추운날씨에침낭에넣을핫백에넣을물도끓여서나눠준다.
그러면어느새해가저물어있다.아버지파상셰르파를보조하는아들장보셰르파의꿈은언젠가8000m고봉에외국원정대를따라첫발을내딛는것이다.우리는흔히고산정상에오른산악인들의화려한영광만을떠올린다.하지만그대단한드라마를만들어낸메인무대위주연들뒤에는조용히일하는셰르파들의역할이있다.
이글을읽는분중에혹시네팔에서의트레킹을생각하는분이있다면,그래서이곳에오셨다가셰르파를고용하든지우연히만난다면정겨운인사한마디건네면어떨까싶다.“나마스테(안녕하십니까).”▒
/글/김이근/1993년부터네팔카트만두거주.트레킹여행사‘사랑산’과한식당‘서울아리랑’운영./WeeklyChosun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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