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관령 금강송 숲 *-
-대관령금강송숲-
조림80년,금강송은붉은광채내뿜는최고의숲이다.
일출시눈(雪)과조화를이루면풍광의진수볼수있다.

강원도강릉시대관령자연휴양림에자리잡은80여년생의금강송숲은사람이만든최초의소나무숲이다.생김새가빼어나고일반숲의5배가넘을정도로울창하다.교통도편리하고자연환경이뛰어난곳에위치하여우리나라최고의숲으로손색이없다.더구나이른아침소나무에비치는동해의붉은해와겨울눈이함께연출하는자연의조화는대관령소나무숲에서만볼수있는풍경이다.

겨울철하룻밤통나무집에머물며물소리를벗하고잠을청하면부족한것이없다.영동고속도로가대관령에몇개의다리와굴을만들어쉽게백두대간을넘게한후부터는구불구불한길을통과하면서느끼던숲의아름다움과대관령휴게소에서동해나강릉을바라보는정취가사라졌다.

1988년우리나라최초로강원도강릉시성산면어흘리에만든국유대관령자연휴양림은표고841m의제왕산까지약400㏊를인공으로만든소나무숲으로덮여있다.처음휴양림을만들때숲이울창하고계곡과물이많으며접근성이우수한곳을선정하려고얼마나많은고심을했을까?그러나대관령소나무숲은당연히모든면에서뛰어났기때문에망설임없이휴양림사업을시작하였을것이다.1922년부터1926년사이종자를산에직접파종하여만든숲은가리왕산하안미리소나무숲외에는없다고한다.

산림축적㏊당450㎥…남한평균5배

▲하늘을가린가지와잎.

주차장에서두개의길중먼저윗길로갔다.초보운전자들에게는약간겁이날정도로가파른길을올라서면솔고개인데,왼쪽에는안내자없이스스로소나무숲의생태와나무를알수있도록만든숲의시작점이나타나고,그앞에식탁과의자가있어솔그늘아래쉬기에좋다.곧게뻗어하늘을찌를듯한소나무는사람키높이부터황토를뒤집어쓴것같이붉은광화(光華)를내뿜고있다.그붉은빛이강렬하게와닿는이유는무엇일까.그빛이소나무전체를휘감고있어야더욱소나무답다는욕심은왜생길까.

나무와대화하면서숲과나무에정신과육체가몰입된다.소나무숲에매료된사람들은동틀녘붉은해가붉은소나무에비치면서더욱붉어지는숲광경을잊을수없어이숲을찾는다.솔고개오른쪽솔숲은얼마전솎아베기를하여시원한감이들정도인데,빽빽하던숲에듬성듬성나무가서있으니쇠퇴하면어떻게하나하는우려를완전히없애고잘자란다.

우리나라평균의5배가넘는㏊당450㎥이상목재가들어있다는소나무숲엔참나무가우뚝솟아소나무의그늘에서벗어나독자적인세상을구축하고있다.멋진소나무숲을찍으려고수련장부근의숲을카메라렌즈에이리저리담아보지만,소나무아래에는활엽수들이절반쯤가리고있어소나무전체를찍기어렵다.끊임없이변하는숲이실감난다.

나무중의왕이요으뜸인강원도소나무는강송이라는다른이름을갖고있으며,내륙의소나무와생김새가다르다.우선미끈하고색깔이붉다.솔잎혹파리라는무서운해충으로부터의연히견디고수천년을살아온탓인지꿋꿋하다.그래서소나무숲은인간에게쾌적한안식을제공하는가장좋은장소다.

▲솔숲가운데있는대관령휴양림교육관.

이숲보다더크고변화가많은숲이운동장오른쪽능선부터1.2㎞떨어진도독재까지이르는숲길이다.솔숲길은매지점마다다른놀라운경치와감동을주고,마음이저절로풀어지고모든것을용서할수있을만큼넉넉하게해주는숲이이어진다.

생소한체육시설을지나계단으로짧은능선으로오르면당연히숲이라어두울것이라는막연한기대를저버리고갑자기훤해진다.몇그루의어미나무를세워두고그나무에서종자가날아와서숲이되는과정을연구하기위해벌채했다.금강송정(金剛松亭)이라명명한정자가길가에탐방객을쉬어가라고유혹한다.

숲이시작되는오르막길엔소나무외에도물박달나무,굴참나무,산벚나무가왕성하지못한삶을이끌고하층에는들어갈수없게식생이뒤덮였다.소나무는키가20m정도이고,직경은50cm내외로균일한형태다.겨울눈의피해를받았는지,아니면벼락에맞았는지나무중간이부러진것들도있다.연결된다른능선에닿으니묘가소나무에둘러싸여있다.소나무들은키가계속크고,잎들은다른곳의소나무보다훨씬진하여나무가건강함을알게한다.

▲1)차세대소나무식재.2)숲가마체험.3)물레방아.4)소나무구과.

약간내려갔다가다시오르는길은솔숲에공간을주어서참나무들이길주변에제법크게자라지만,소나무아래에있는것들은몸을웅크리고다음세상을기다린다.숨이차게가파른길이나타나천천히올라가고싶지만해가질까봐걸음을재촉하니땀이몸을적신다.그런데도숲이주는청량함이기분을상쾌하게한다.정면에붉은소나무들이극적으로해를가리며나타난다.

길이편평하면환하고,경사지면어두움이반복된다.잠시쉬면서소나무껍질을자세히보면밑둥가까이에는검은색의세로로긴직사각형모양이점차정사각형으로되다가위로올라가면서새털모양으로되고,결국황토색의밋밋한껍질로변한다.거북껍질도아니고용비늘도아닌것은아직까지생장함을보여주는또다른증거다.

중간층숲이당단풍,굴참나무,철쭉으로바뀌고,황량한무덤가에선몇개의석물을지나면대관령솔숲의가장드라마틱한장소가나타난다.마치절벽에있는다리를건너는것처럼확트이고경사가급한곳에선소나무는바람에날아가지않으려고자생적으로가지가굵어지면서이리저리용틀임하는모습으로균형을잡고있다.

소나무사이에신갈나무한그루가잘버티고있다.신갈나무숲이200m가량분포하지만아직소나무위세에눌려가느다란줄기와약한잎만내고언젠가는자기들이지배하는숲을꿈꾼다.

당단풍,굴참,신갈나무등도군락이뤄

▲소나무숲과앞공간에자라는활엽수들.

대관령옛길과만나는세갈래길을지나면수련장으로내려가는이정표가있다.계곡을따라소나무만한활엽수들이나타난다.동료들과경쟁하는것보다활엽수와경쟁하는것이좋은지직경이80m나되는소나무도간간히보인다.이길은비만오면물길이되어많이패였다.

눈높이에있는나무는전부활엽수다.가을에낙엽이지면줄기와가지뿐이나겨울을넘어봄이오면연두빛잎이새롭게피어나빛이투과할수있을만큼투명한숲이될것이다.특히소나무아래생강나무가엮는터널은소나무가충분히주지못하는아름다운그늘을만들것이다.숲길에난공간을먼저확보하여삶을영위하려는본능이다.

작은개울한가운데직경이30cm나되는산돌배나무가있다.이나무는뿌리가깊어산사태가나더라도흙을잡고있는힘이강하여떠밀리지않고서있는방재수종이다.소나무가석양을받아가로등처럼붉은빛으로길을밝혀숲길이다시환해진다.숲속비밀한어느곳에서생긴물이점점합쳐져개울을만들고청아한물소리를비산시킨다.

▲하늘로뻗은금강송숲.

계곡을건너면노루목으로올라가는길이나오지만계속하산하면길가에말끔하게숲을정비하고야생화밭을조성하였다.계곡이끝나는평지에는매발톱,투구꽃,구절초등을식재하여봄이되면표현할수없는아름다운색을갖고수줍게피는꽃들이물가를채울것이다.

입구로내려와계곡을따라통나무집이자리잡은대관령옛길로들어선다.군데군데우람하고커다란소나무들이아직주인노릇을하지만,많은활엽수가다음세대를차지하려고틈을엿보며대기한다.통나무집에하루머물며물소리를벗하고잠을청하면부족한것이없을것같다.

한번의숲탐방으로우리나라최고의솔숲을알기에는부족하므로계절마다한번씩오기를작정한다.특히눈이날리는겨울에오면소나무숲의진수를맛볼수있다.내내아쉬운감정을달래려선비걸음으로천천히숲을거닌다.어슬렁거리며나무를보고,낙엽을보며,돌을보고,또나무를본다.자연의포근함을맛본다.

찾아가는길

영동고속도로횡계나들목으로나와서옛대관령도로를굽이굽이돌다가고개아래처음닿는마을인어흘리의버스정류장을끼고오른쪽으로접어들면대형버스는지나가기거의어려운좁고구부러진길이나타나고,개인이지은통나무집들을지나면곧아름다운휴양림매표소가보인다.

영동고속도로강릉나들목에서나와우측300m지점성산·대관령방면으로좌회전후성산을지나대관령길(456번지방도)로오면좌측에대관령박물관이있으며,700m더올라오면대관령휴양림표지석이나타난다.좌회전하여마을안길로마을회관을지나외길을따라가면좌측에커다란개인통나무집이보이고,여기서1km더가면된다.

대중교통서울에서강릉으로고속버스를이용한다음강릉시내에서시내버스나택시로신용극장맞은편구한전(교보생명)으로이동,503번시내버스를타고가마골(어흘리)종점에서내려마을안길로1.8km걸어들어간다.

/글/이천용숲과문화연구회·산림과학원임업박사.

/월간산[457호]2007.11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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