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준의 향토기행] 상주 2. *-
[르포라이터민병준의향토기행]상주2.
▲임진왜란때왜군과100여차례의전투를승리로이끈정기룡장군의위패를모신충의사.

공검지를벗어나면길은상주의으뜸명소옥주봉경천대(擎天臺)로이어진다.그런데경천대가는길의즐거움도보통이아니다.공검지에서3번국도를타고가다경천대로들어서려면널따란평야지대를지나게되는데,영남의한고을이아니라마치호남평야한가운데를달리는것같은착각에빠져든다.또가는길목에충의사,사벌왕릉,화달리삼층석탑등의미있는유적지가자리하고있으니이만한코스가어디에있을까싶다.

충의사는조선의무장정기룡(鄭起龍•1562-1622)장군의위패를모신곳이다.그는임진왜란과정유재란때왜군과100여차례전투를벌여승리로이끈명장.특히1597년정유재란때에는토왜대장이되어6만왜적을대파하고,상주•합천•의령등의여러성을탈환했고,경주•울산을수복하는등부족한군사와무기로용맹을떨친그를흔히‘육지의이순신’이라고도불렀다.전쟁이끝난뒤인1617년삼도수군통제사겸경상우도병마절도사에올랐고,1622년통영진중에서병사했다.

▲[좌]‘육지의이순신’이라고불리던정기룡장군영정.[우]충의사유물전시관에는정기룡장군이임진왜란당시실전에서사용하던칼등이보관되어있다.

옥대•신패•유서•교서•교지등장군이남긴유물은보물(제669호)로지정되어충의사유물전시관에보관하고있다.이외에도이곳에는장군의행적을기록한‘매헌실기’의판목58점과장군이임진왜란당시실전에서사용하던칼등이남아있다.

충의사를나와사벌왕릉과화달리삼층석탑을보고나면곧경천대다.낙동강물길이크게휘도는곳에자리한경천대는정기룡장군이무예를닦으며심신을연마하던곳이라한다.경천대아래쪽동쪽층계엔장군이용소에서얻은용마에게먹이를주었다는말구유가있다.하지만사각형구멍이파여있는이석물은크기나놓인위치등으로미루어건물의주춧돌로사용했던석재로여겨진다.

▲만산동에있는임난북천전적지.임진왜란때조선중앙군과왜군선봉주력부대가내륙에서최초로본격전투를벌인곳이다.

경천대에서내다보는조망은참좋다.상주사람들이‘낙동강천삼백리물길중경관이가장아름다운곳’이라고자랑하는명소답게낙동강고운모래밭위로솟은절벽이일품이다.또기암절벽아래강물이크게휘돌아흐르고그물돌이너머로펼쳐진널찍한회상들판은최고의장관이다.백마강(금강)낙화암에서바라보는부여들판,섬진강오산의사성암에서내려다보는구례들판의그것과어깨를나란히할만한명품풍경이다.이곳경치역시들판의벼가누릇누릇익어갈무렵이으뜸임은두말할나위도없을것이다.상주사람들이오죽하면하늘이만들었다고하여‘자천대’라고자랑했겠는가.

경천대를나와남쪽으로방향을잡게되면상주시내로들어서게된다.백두대간에서발원해동류하는북천을건너면상주시가지.하지만이작은냇가를건너는일은그리간단치않다.이곳은바로임진왜란때조선중앙군과왜군선봉주력부대가내륙에서최초로본격전투를벌인임난북천전적지이기때문이다.

때는현해탄건너섬나라일본이한반도를전쟁의도가니로몰아넣었던1592년임진년으로거슬러올라간다.그해4월13일,아침에대마도를출발한왜군선봉은물밀듯이부산앞바다에들이닥쳤다.14일부산진성,15일동래성을함락한왜군은19일엔언양성을넘어뜨리고,22일영천성을거쳐별다른저항도없이북진에북진을거듭했다.그사이조선은18일에유성룡을도체찰사,신립을도순변사,이일을순변사로임명해백두대간의조령•죽령•추풍령에방어선을편성하였지만,조선의앞날은그야말로풍전등화였다.

이때왜군을막기위해남진한조선군은23일상주에도착했으나이때병력은고작60여명정도였다.상주판관권길과호장박걸이밤새워소집한잔병과장정은800여명에불과했다.그런데왜군은무려17,000명.이때이미의병을일으켜상주에있던김준신의병장등은상주성사수를주장하였으나이일은성을버리고북천에서적을막기로한다.

드디어운명의25일,조선군은북천에진을치고고니시가이끄는왜병정예군17,000여명에대항한다.어이없게도이일은포진도하기전에적의급습을받자도주하고만다.하지만종사관윤섬,이경류등과판관권길,사근도찰방김종무,호장박걸,의병장김준신등을비롯한800여장병은한발도물러서지않고싸웠으나중과부적으로패하고말았다.북천은이들의피로붉게변했다.나중에이곳을철환산(鐵丸山)이라했으며,이들이빠져죽은연못을학사담(學士潭)이라불렀다.

왜군의북진을늦추기위해초개와같이몸을던졌던호국영령에게묵념하고북천을건넌다.이어25번국도를타고서쪽으로달리다보면곶감마을로잘알려진남장동이오른쪽으로나온다.전국곶감의60%를생산하는상주는무려7,600여농가가연간4,500톤의감을깎아곶감을만들어내고있는데,그중에서도이곳남장동이으뜸이다.

감은종류에따라반시,고등시,둥시로나눠지는데,떫은맛이없어홍시를만드는반시와고등시는경남일원과전북완주•남원등지에서많이자라고,떫은맛이나는둥시는상주지방에서많이난다.하지만상주둥시는곶감이되면서떫은맛이없어지고당도가두배로증가하여여느고을의곶감을앞지르고있다.그래서전국적으로도둥시라하면상주감을가리킬만큼유명하다.

하지만아쉽게도길손이상주를찾은9월중순엔2층구조로지어진곶감건조장이텅비어있었다.부녀자들이삼삼오오모여감껍질을깎고곶감타래에거는생동감넘치는광경은10월초순부터11월중순까지만볼수있다.이때부터한두달정도건조장에걸어놓고건조시키는데,이때가되면껍질이벗겨져서온몸으로바람을맞는곶감들이말간주황색으로익어가고있는풍경을구경할수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