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로프끊어지며대원또다시추락
2차등정시도를위해일단나혼자C3까지올라가게되었다.그날은내컨디션이너무좋았다.힘들게12시간을올라갔을때와는달리7시간20분만에C3에도착했다.휴식을취하며몇시간이흐를즈음다른대원들이올라왔다.그중이종헌대원(의료)은박봉하대원을간호하기위해밑으로내려갔다.다시공격을결정한대장의결단력은정말대단하다.
예정대로이학영,최찬규,나3명과셰르파3명은C4로출발했다.나는선두에서서빠르게치고나갔다.그런데갑자기이학영대원이나를부르며돌아오라고손짓했다.무슨일이벌어진걸까.사람숫자가모자랐다.설마!저밑에검은색점3개가움직이고있었다.최찬규대원이고정로프가끊어지며350m정도추락한것이다.선박용로프가아닌,더좋다는새로나온짠로프로준비했는데이게끊어질줄이야!하늘에대고한숨을쉬며한탄했다.무전으로최찬규대원은괜찮다고전해들었다.하지만괜찮다는게말이되는소리인가?350m를날랐는데-.
우리는C3로돌아가다시텐트를쳤다.텐트안은완전히분위기가가라앉았다.그때대장의무전이왔다.모든캠프대원들은일단몇시간잠을자라는지시였다.그리고몇시간후,다시무전기가울리며“다들잘듣기바란다”로시작해서“분위기가좋지않지만마지막으로한번더하자.이대로다포기하고내려가면너무억울하지않냐?박봉하,최찬규대원이사고가난상황에서정상공격을하는것이정말유감이지만용기를내어한번더해보자”라고말씀하셨다.
대장의가늘게떨리는목소리를들으니내가꼭가야겠다는생각이들었다.물론그전에는기가많이꺾여있었다.더불어박봉하,최찬규대원의애정어린격려무전을받고내일을준비했다.
다음날아침,이학영,서석근대원이아침밥을맛있게해주었고나는힘을내서C4를거쳐최종캠프까지올랐다.마지막캠프의두텐트중하나는다부셔지고한개만무너질듯말듯모습만유지하고있었다.텐트를보수하고안으로들어가서휴식을취했다.
다음날‘여기까지온것은저기보이는저시커먼봉우리위에오르기위해서다.내가우리멤버모두를대신해서꼭오를것’이라는각오를가지고텐트를떠났다.매일바람이강했지만오늘은유달리더욱세게느껴졌다.가는길에바람에밀려서다섯번이나주저앉아버렸다.다시한번마음을다잡고오르기시작했다.전보다웬지더힘들게느껴진다.그래도이제더이상후퇴는없다!
전에끝냈던부분에서다시등반을이어갔다.200m짜리로프한롤을다쓰고,조금잘라서가지고간로프를사용하려고꺼냈다.그런데그로프가엉켜버렸다.그로프를풀려고1시간정도를소비했다.그때아마동상기가좀더심해진듯하다.
다시등반을시작했다.바로앞에있을줄알았던정상은더멀리도망갔는지보이지않았다.40m정도올라가니눈앞에믿을수없는장관이펼쳐졌다.셰르파들과부둥켜안고흐느꼈다.이곳이정말안나푸르나팡의정상이란말인가!감격의눈물이났다.해발7,647m의정점,11월29일오후1시40분(현지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