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산행] 중국 황산 (2) *-

[해외산행]중국황산

황산은하나의큰바다다.황산입구의천도봉을중심으로한남쪽영역은전해(前海)라하고,그반대광명정뒤쪽을북해(北海)라하며,광명정좌측의대협곡과배운루가있는영역을서해(西海)라하고,운곡삭도(케이블카)의오른쪽을동해(東海)라고명명하고있다.지금내가서있는이곳이천해(天海)인데,그중심에높다란망루같은해심정(海心亭)이자리하고있다.

이렇게황산을바다에빗대어표현한연유는무엇인가.운해의장관으로말미암음일것이다.아니면여기저기불쑥불쑥솟아있는거대하고역동적인저수많은암봉들의모습을푸른파도가넘실대는바다로읽어낸것인가.그렇다.황산에오면산이바다요,바다가산이다.산이바다가되어장엄하게뒤채며절묘한몸짓으로출렁이고있는것이다.자연은자연이로되그것을바라보는사람의심안으로하여새로운이미지로다가오는것이다.그것은새로운감동으로우리의가슴에출렁이고있다.참으로그풍류가멋지고신선하지않은가.

암릉길조망,그리고환상의보선교(步仙橋)

일행은천해를떠나서해대협곡탐방길에나섰다.황산의또하나의명물은길이다.길이아니면,험준한자연그대로의상태에선황산구석구석의그아름다운비경을조망하거나탐방할수없다.길이있음으로하여황산의진면목은우리의가슴에와닿는다.아무리아름다운경치라도우리의눈에담을수없다면아무것도아니다.

▲해심정(왼쪽).서해대협곡절벽에낸계단길을가고있는탐승객.밑은아찔한허공이어서간담이서늘해진다.
황산의그기막힌절경도절경이지만,절묘한솜씨로만든탐방로를보면그수공(手工)에찬탄을금할수가없다.두사람이편하게비껴갈수있는노폭,일정한너비로만든탐방길은파인곳은돌을쌓아축조하고,비탈진곳은바위를깎아서평로를만들었다.아찔한절벽과절벽사이에는다리를놓아연결하고,절벽이길을막으면예쁘게통로굴을뚫는다.관망하기좋은지점에는일정한공간의전망대를만들어놓았다.

그런데그것들이하나같이자연을훼손했다거나무리하게만들어졌다는느낌이전혀들지않는다는점이다.사람사는일도그러하지만뜻이있는곳에길이있고,길이있는곳에삶의진경이있는법이다.황산의길은바로그러한진리를자연스럽게발현해놓았다.황산은이절묘하게만든탐방길을통해서무한진경에이를수있다.

천해에서보선교(步仙橋)에이르는2.8km의길은아득하게높고날카로운암봉의능선길이다.나는편의상이천해~보선교구간을‘천보암릉(天步岩稜)’이라고명명한다.천보암릉은좌우가천인단애의절벽이다.눈길을잠시돌리면정신이아찔하고다리가후들거린다.이위험하기짝이없는곳에도길은단아하게다듬어져있었다.

그러나중요한것은천보암릉을따라가면서바라보는좌우의비경이다.좌로는천해의협곡이요,우측으로보이는것은바로서해대협곡이다.천해의계곡은좀너비가넓고밋밋하고소박하게흘러내려간형상이라면,서해대협곡은기기묘묘하게용출한수많은암봉과깊이를알수없는아득한골짜기절벽이어우러진험난한협곡이다.파란하늘을향하여날카롭게치솟은바위와바위,그것들이겹겹이이어져가면서기암절경을연출하고있고,그러한암봉에뿌리내려시퍼렇게살아있는갖가지형태의소나무들이장하면서도기품이있다.

그러한풍경은천해에서보선교에이르기까지끊임없이계속되었다.‘臥石披雲’(와석파운),지나는길목의절벽에내리새겨놓은글이다.‘누운돌이하늘에날아가는구름을가른다’니,내가보기에는누운바위가아니라다예리하고당당하게서있는바위뿐이다.이제보선교에이르면우리는저대협곡의가슴속으로빠져들게된다.

▲보선교.
보선교(步仙橋),글자그대로신선(神仙)이거니는다리다.천인절벽과또하나의절벽사이를연결한,길이10여m정도의석교(石橋)인데.아래부분은아치형으로받치고있고그위에평상의다리를놓았는데,다리좌우의난간은아름다운석조물로조형해놓았다.다리양단의암벽엔통로굴을뚫어서탐방길이연결되도록해놓았다.그통로굴을따라그대로능선길을따라내려가면(8.5km)조교암(釣橋庵)에이른다.위에서내려다보면참으로아찔하면서도절묘한풍경이다.정말신선이나지날법한묘경이다.

아아,장엄한서해대협곡

일행은보선교를건너지않고오른쪽으로난통로굴로접어들었다.여기가대협곡의남쪽입구다.굴을지나고나니한눈에들어오는장관,여기서부터황산의진경인서해대협곡인것이다.이제산릉에서눈으로보던협곡을온몸으로걸어나아가야한다.날씨는쾌청하고햇볕은뜨거웠다.시계는아주맑아서상하좌우협곡의모든풍경이천고(千古)의순결한자태로시야에들어왔다.모든산봉이천인단애의절벽을이루며첩첩이도열하여하늘높은줄모르고치솟아있고,아래로는끝없이깎아지른낭떠러지다.

어디에길이있다는말인가.서해대협곡의트레킹은정말말로다표현할수없다.보이는것은기암괴석과괴송이이루어낸아찔한무한비경이다.그험난한절벽을어떻게나아갈수있다는말인가.그러나황산은‘길’을통해서그모든아름다움의진체(眞諦)를드러낸다.뜻이있는곳에길은있었다.

서해대협곡은길을낼수없는수직의절벽에길을만들어냈다.길을절벽의옆구리에붙여놓았다.특히천길절벽의중간에느닷없이콘크리트기둥을수평으로박아통행로와계단을만들어놓은것이다.쳐다보기만해도아찔한데이구조물의시공은어떻게했을까.참으로기상천외한발상이다.만리장성의축조가불가사의한일이라고말하지만,이것또한참으로기막힌명물이다.지나는사람마다찬탄을연발하며놀라움을금하지못한다.

다리가후들거린다.금방이라도떨어질것같은낭떠러지통행로계단,길목에‘絶壁深壑,斷崖絶壁,注意安全’(절벽심학단애절벽주의안전)이라고오석(烏石)에노란글씨로새긴경고판도설치해놓았다.‘절벽깊은골짜기에깎아지른길이니주의하여안전을도모하라’는뜻이다.그렇게절벽옆구리를감고돌며계단을오르내리다보니저건너암봉아래대협곡복무참(大峽谷服務站)이시야에들어왔다.

온몸은땀으로흥건히젖어있었다.햇볕은뜨겁고대원들의몸도많이지쳐보였다.각자지니고온물이다바닥이났다.그리고일부대원에게는몸에무리가오는듯했다.우선이당(怡堂)형께서관절의고통을호소하고,죽파(竹坡)와일송(一松)도무릎보호대를장착하며아프고힘든표정을지었다.수많은계단을오르내리면서관절에많은부담이된것같았다.

대협곡복무참(보선교에서1.7km위치한산중휴게소)의화장실은깨끗했다.그리고이때까지보아온황산의모든탐방로주변도아주깨끗했다.길목의요소요소에설치해놓은쓰레기통은바위에홈을파서만든듯이자연스럽고관리가아주잘되고있었다.황산에대한그들의섬세한정성이느껴졌다.관광객을위해최선을다하고있는것이다.

잠시쉬고난뒤일행은휴게소뒤쪽의약20여m동굴길을통과했다.그런데이게무엇인가.길은외줄기낭떠러지로쏟아지는급전직하의경사,그냥아래로내리꽂는가파른길이눈앞에나타났다.그것도암벽의옆구리에붙여진좁은계단인데,그거리도만만치않은,길게쏟아지는심학(深壑·깊은골짜기)이었다.좌우로올려다보니아득하게치솟은기암거봉이전후좌우에서창공을찌르고있다.

푸른하늘에작열하는태양,햇살은성가시게따갑고우리의

온몸은땀으로흠뻑젖어있었다.아래로는내려가는발끝이
위험천만이고,위로는쏟아질듯높은절벽이우리를압도하
고있는것이다.길옆에영어와독일어와불어를곁들인‘峽谷
地帶當心落石’(협곡지대당심낙석·험악한협곡지대이니마땅
히낙석에조심)이라는석판이눈길을끌었다.이길목에선상
투적인주의가아닌절실한말이었다.

이렇게거의절벽에가까운계단을수백미터걸으면서대협

곡의진면목을온몸으로체험하고있는것이다.그러나힘든
가운데에도간간히피어있는소담한야생화는피곤한길손의
눈길을끌었다.보랏빛넝쿨에핀개나리꽃잎모양같은것,
팬지꽃처럼생긴분홍꽃,그리고무리지어피어있는하얀꽃
무리들.그티없이맑은기운이상큼하게가슴에와안긴다.

▲서해대협곡에서배운정으로오르는길에서는온갖형상의기암들을지척에서만난다.탐승로를그렇게기암들을돌아볼수있게냈다.
무릎관절이아픈사람에게는내리막은지옥이다.일송과죽파,그리고이당형의고통이이만저만이아닌것같다.때때로아픔으로호소하기도하다가그냥말없이견디며묵묵히걷고있었다.안쓰러운산행은계속되었다.황산은그냥황산이아닌것이다.

얼마를내려왔을까.아래로만내려가던산길도다시가파른오르막으로접어든다.가파른계단길은예의암벽을끼고오른다.오늘일정은배운루(排雲樓)를거쳐숙소인서해빈관(西海賓館)까지가는것이다.내려온것을보상이라도하라는듯오름길또한만만치않다.그야말로사정없이위로만치고올라가는팍팍한길,도저히길을낼수없는곳에만들어진계단길,그경사가가슴에와닿도록가파른길,아래로는천길벼랑이요,위로는아득한산봉이이마위에쏟아지는길이다.

햇볕이뜨겁고숨이차고땀이흐른다.이제깊은협곡을벗어나고도를높여올라만가는길이다.얼마나올라왔을까.산중턱어디쯤쉼터역할을하는전망대에도착했다.맑은하늘에서쏟아지는햇살은뜨거웠다.여기서잠시대협곡의장관을조망하며휴식을취하였다.모두들같이늘어서서추억의사진도한방찍고,몸과마음을가다듬었다.대협곡복무참에서2.6km지점이다.안내판에의하면이환하로구(二環下路口·두번째갈래길의아래쪽입구),여기서좌측으로가든우측으로가든0.5km를가면이환상로구(二環上路口·위쪽입구)에서만난다.일행은두갈래길이만나는지점의전망대에서잠시피곤한몸을쉬었다.

길은천인절벽의옆구리를타고계속오른다.황산은인공으로만들어놓은이절묘한계단길이유별나고기찬명품이다.오르기도아찔하고쳐다보면다리가후들거리는길,이위험하기짝이없는구조물을어떻게만들었을까.경탄을금하지않을수없다.일행은또일환하로구에서갈래길이만나는지점인일환상로구까지힘겹게가파른계단을올라왔다.

약1km오르고산봉을하나넘으니대협곡이한눈에들어오는조망대에이르렀다.따가운빛살을뿌리던여름해도많이기울어졌다.산곡에는곳곳에그림자가드리우기시작했다.서해대협곡북쪽입구에이른것이다.아,드디어대탐험이끝나는지점이다.낙락장송이부드러운그늘을만들고그사이로아득하게펼쳐진대협곡이한눈에들어왔다.

배운루절벽에서서해대협곡조망

아아,서해대협곡!그장엄한규모에놀라고,갖가지기이한형상에놀라고,천길낭떠러지에설치한인공의절벽계단길에놀라고,줄곧찬탄과경탄속에서탐사를마쳤다.한국인인가보다.“어이,몸서리나는계단길!”바람결에흘러드는행인의소리도들린다.너무힘들어그냥나오는소리일것이다.그러나그길이있음으로하여우리의온몸에저장엄한황산의정기가살아서출렁이고있지않은가.

배운루절벽위전망대는서해대협곡을조망하는데최적의명소다.대협곡을가운데두고두줄기장대한암봉이기묘한절경을연출하면서춤을추듯내달리는모습이지친우리의가슴을활짝열어준다.그런데맞은편에우뚝하게솟은저봉우리가무엇인가,광명정(光明頂)이다!천해에서바라보던광명정이남쪽부분이라면이곳에서바라보는광명정은그뒷면이겠다.

백구(白球)의기상관측소는여전히하얗게떠있고,그오른쪽절벽위에곧추선바위가바로비래석(飛來石)이다.그주위에아직도사람들이서성이는모습이눈에들어왔다.

그런데,이게다뭔가?배운루앞낭떠러지안전철망에걸려있는수많은자물쇠!왜하필자물쇠가여기이렇게많이걸려있는것인가.연인끼리,부부끼리이곳에오른후평생의반려자로헤어지지말자는언약으로열쇠로자물쇠를채운후,그열쇠는천길낭떠러지아래로던져버린다는것이다.열쇠가없으니자물쇠를열수도없는것,결국둘은어떤역경에처하더라도평생을해로할수밖에없다.그래,철석같이굳은마음으로변치말고살아야지.인간의아름다운소망일것이다.

배운루에서숙소인서해빈관까지는그리멀지않았다.숙소에이르렀을즈음태양은서서히서쪽산너울가까이내려앉기시작했다.황산의석양은그자체가한폭의수채화다.그장관을볼수있는날은1년에도며칠안된다고하는데,오늘은그그윽한장관을바라볼수있으니얼마나행운인가.참으로하늘에감사하는마음이다.어제저녁황산시에들어올때는잔뜩흐린하늘에비가내리고있었다.내심많은걱정을했었다.그런데오늘하루하늘은청명했고시야는더없이맑고깨끗했으므로황산의절경을마음껏조망할수있는안복(安福)을누렸다.어찌하늘에감사하지않을수있겠는가.

아,어느덧구름사이로마지막빛을발하며황산의태양이지고있다.청명한고지의산중에내리는석양은곱다.얼마전에다녀온몽골태초원에서뜨는해는장엄했고,지금황산에서지는해는그윽하고아름답다.한국의초가을같은선선한바람결이부드럽다.더구나험난한대협곡의탐방을무사히끝마친성취감과안도감이은은히스며든다.장하고도멋진여정이었다.열병같은뜨거운고행을끝내고난후맛보는이넉넉하고상쾌함이란감동의절정을음미해본다.


서해빈관은산중관광타운이다.즐비하게지어놓은건물에는호텔객실,대형식당,슈퍼마켓,가라오케노래방등의위락시설을갖추고있을뿐만아니라,술과음료수등도살수있고,원하기만하면발마사지도편하게받을수있다.

낮에그렇게뜨겁던더위의위세도해발1,600m이상되는산중에서는자취없이물러가버렸다.지정된객실에들어가여장을풀고샤워를하고밖에나오니선선한바람결이쾌적하다.온몸에실린황산의노독도씻은듯이날아가버렸다.꼭한국의가을바람결처럼부드러운감촉이다.경내는많은산행객들로왁자한데,사위는서서히어둠속에잠겨든다.

황산의별은총총하다.자정을넘기자대원몇사람은객실로들어갔다.야심한별밤이다.얼마전몽골의초원에서보던별과는달리산중의별은또다른느낌이다.여기가고지의산중이므로주위의어둑한산너울위로뜨는별,깊고그윽한분위기가좋다.‘아,하늘엔우리들의별이빛나고우리들마음에뜨는소중한사람들이별처럼빛나고있었다.아아,저기아기별도예쁘게반짝이네!’

/글·사진/오상수/월간산[458호]2007.1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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