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악인의 바위하기 *-
[월간山칼럼]산악인의’바위하기’
‘월간산’안중국차장
월간山지기자들이사용하는,산을오르는사람들을지칭하는말은10여가지나된다.산을오르는목적과방법에따라그렇게애써구분해쓰고있는것이다.이용어를대별해보면암벽ㆍ암릉ㆍ고산등반을즐기는이들과도보산행파를각각지칭하는것두가지로나눌수있다.산악인,클라이머,암벽전문가,암벽꾼,바위꾼등은전자,등산동호인,등산인,등산객,도보산행파,유산객등은후자다.

과거인수봉이나선인봉암벽을오르던클라이머들은자신들에겐바위꾼,클라이머라거나산악인이란용어를용납하는반면도보산행만을즐기는사람들을‘날라리’라하여사뭇무시하고깔보는,비속어에가까운말로지칭했다.‘나는저험한암벽을목숨의위태로움을무릅쓰고오르는용감한자’라는자의식이‘날라리’라는말뒤에숨어있다.

몇몇도보산행파가경외감과더불어바라보는암벽전문가들은정말그렇게대단한가.남들이못하는것을할줄안다는이유하나로우월해질수있는것인가.그러나도보산행파들이그들을다소나마경외하는것은그행위를통해그들은뭔가나와다른고양된의식을가지게되었을것이란가정때문이다.암벽전문가들은진실로그러한가,하고한번물어본다.

등산인구1천만중가장숫자가많은이들은월간山기자들이등산동호인이라부르는사람들일것이다.그들은대개도보산행파이며,조망좋은산릉이나산정까지올라가슴한번펴고적당한데에자리잡고앉아도시락을펴거나울창한숲길을걷는즐거움이산행의절정인사람들이다.그들중엔간혹길게불암ㆍ수락ㆍ도봉ㆍ북한산을아우르는‘불수도북’당일종주를마치고친구들에게으스대는이들도있기는하지만,대개는자랑수준이다.

과거이들도보산행파에게최고의고전은지리산종주였으나이제는백두대간종주로길고힘들어졌다.그러나백두대간9정맥까지마쳤다해도이들을산악인이라하지는않는다.매주말암벽등반과더불어고산등반을하는이들을지칭할때만산악인이란용어를쓴다.

아프리카최고봉킬리만자로를올랐다해도이들은마찬가지로‘산악인’은아니다.거기엔암ㆍ빙벽이나히말라야의고봉을오를때와같은곤란함이나불확실성이없기때문이다.킬리만자로보다낮아도로프를사용해야하는곤란함이나사고위험이있는유럽알프스의험봉을오르고자하는이들은물론산악인이다.

산악인이란그용어는그저분류를위한것일뿐이지만,간혹필요할때면모든등산행위에서선구적위치에있는부류임을암시하는용어로쓰기도한다.때문인가,요즈음은암릉꾼이나백두대간종주자들이간혹스스로를산악인이라칭하는경우가있다.암릉꾼이인수봉이나선인봉암벽등반을못할이유가없다.그러면그들은곧암벽꾼이며,산악인이되는것일까.

암벽꾼들은바위를탄다거나오른다고하지않고‘바위한다’고말한다.전화통화법도“이번주말에바위하러가자”다.사전에없는,문법적으로성립하지않는말이다.

그러나바위는진실로타는것이아니라‘하는’것이다.그들은바위를타거나오르는그모든행위와더불어바위와관계를한다.타거나오르는것보다훨씬더내밀하고직접적인행위로서바위를하는것이다.그렇게,바위를타는것이아니라할줄알아야비로소그행위는내면을지향하는자기수행이될수있는것이아닌가싶다.

날라리의사전적의미는‘언행이어설프고들떠서미덥지못한사람’이다.요즈음이런날라리암벽꾼들이자주뵌다.서울근교의암릉에서나보였는데어느새인수봉암장에까지진출했다.그들은‘암벽도사’들도조심하는곳에서도만용으로우쭐대곤한다.그책임은실은바위를‘하지’않고‘타는’모습만보인이른바‘산악인’들에게있는것은아닌지,한번쯤돌이켜봐야할것이다.

-월간산[458호]2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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