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의한계
◇산악인의한계라는개념은그들의인생에한계가있다는소극적의미가아니라,준엄한자연조건에자기를투신하는등산가스스로지니고있는한계가있다는적극적의미다.등산은책임이나의무감에서하는행위가아니고어디까지나자율·자발적이다.그러므로세속적구속이나욕망이따르지않는자유불기(自由不羈)의세계가등산이다.사진이영준.
—————————————————
예술은길고인생은짧다.’괴테의<빌헬름마이스터의수업시대>에이런말이나온다.등산세계에서는어떤가이따금생각해본다.세계의고산지대를무대로활동하고있는산악인들의생애를볼때눈부신활약을한사람일수록자기인생을제대로산사람이많지않다.
산악인,즉등산가는일상적·사회적구속을벗어나어디까지나자유로운삶을사는셈이고,그들이야말로건전한심신을가졌을터이니나무랄데없는인생으로보인다.그런데실은그런사람들이제인생을살지못하는것을볼때애석하다.
이것은특히유명한등산가들이야긴데,그들의등산가로서의능력이불가항력적인자연조건에부딪쳐싸우다가그한계를맞는것은보기에너무나처절하다.오늘날큰업적을남기고세계등반사에발자취를새긴등산가가운데그런대로장수한사람이없는것은아니다.
인류역사에서처음으로8000m고소를넘어선’모리스에르조그’와에베레스트남서벽초등을이룬’크리스보닝턴’,그리고세기의숙제에베레스트무산소등정을해낸’라인홀트메스너’등이그런점에서대표적이다.
물론알프스개척기의인물로서는마터호른초등으로알프스등반사의황금기를장식한’에드워드윔퍼’가있으며,여기에알프스벽시대를개척하는데선구적역할을한’리카르도캐신’과’하인리히하러’,그리고’발터보나티’도그험난하고위험한여정을끝까지뚫고달려간인물들이다.
산악인의한계라는개념은그능력의한계인동시에그들생애를두고하는말이다.이것은등산가가아무리뛰어나도그들의인생에한계가있다는소극적의미가아니라준엄한자연조건에자기를투신하는등산가스스로지니고있는한계가있다는적극적의미다.
인생에서도소극적또는적극적한계가있다.그러나이것은각자가결정하고그책임을진다.그런데등산은책임이나의무감에서하는행위가아니고어디까지나자율·자발적이다.그러므로세속적구속이나욕망이따르지않는,말그대로자유불기(自由不羈)의세계가등산이다.
메스너의수많은저서가운데자유를주제로한책이있다.‘Freiheit,aufzuBrechen,WohinIchWill(가고싶은곳으로떠나는자유)’가그것인데,이이상등산가의의지와행위의자유를설명한글도보기드물다.그리고이표현에는등산가의한계가있는것같지않다.
이러한자유로운세계를산사람이있다면그는누구보다도혼자알프스의빙설벽을누비던’게오르그빈클러’가아닌가한다.그러나그의등산가로서의한계는너무나좁았다.19세의젊음을알프스에바쳤으니까.등산은젊은이들의특권인의식과행위의세계다.
패기에넘치고사회적구속이덜한세대인만큼그들의세계로돋보이는것은당연한이야기다.윔퍼가마터호른에도전했을때,그는약관20세였다.윔퍼는그야말로칠전팔기끝에당시알프스최후의보루였던마터호른을초등하는성공했다.
그러나하산때자일이끊어지며일행7명중4명이추락하는엄청난비운과시련을맞았다.이불상사로윔퍼는그젊은나이에알프스를떠나그린란드와캐나다등지를전전하다72세라는등산가로서쉽지않은긴생애를마쳤다.
등산세계에서화려하고눈부신성취보다처절하고비참한불상사에먼저눈이가고마음이끌리는것은인간의정이리라.그러한불행한사태는등산의역사가운데결코적지않으며,그중으뜸가는사건도한둘이아니다.
그리고이때개인보다팀전체사고가돋보이는것은그정황이사람의마음을크게자극하기때문일것이다.이러한등반대의사고로역사적인것은1865년마터호른참사를비롯해서1934년과1937년의낭가파르바트대참사가있다.
그러나1936년아이거북벽에서4명의클라이머가한꺼번에희생된사건은등반사고가운데서도더한층처절한인상을남겼다.낭가파르바트때는히말라야라는오지에서눈사태로삽시간에일어났으나,아이거의경우는밑에서사람들이지켜보는가운데벽에붙어살겠다고악전고투했기때문이다.
그리고이때일행4명은벽에서합류한20대젊은이들이었다.이밖에등산무대가4000m고소에서8000m고소로이행하며첫희생자가되었던’앨버트머메리’,1920년대초엽히말라야개척기에에베레스트에서실종되어20세기최대의신화로남았던’말로리’와’어빙’과,
마터호른북벽을동계초등한’슈밋트형제’가운데그동생인’토니슈밋트’-그는이듬해그로세스비이스바흐북벽에서추락했는데,이들은모두젊음을불사르고근대등산의선구자의길을갔다.’프란츠슈밋트’는훗날<자일을묶은동료>라는책에서동생토니의죽음에대해이렇게말했다.
‘이한사람의쾌활한청년의종말은너무나빨랐고어이없었다.그러나그것은이보다길었어도알맹이없는잿빛일생의끝과는다르다’고.이말은1948년에태어나1989년로체남벽에서가기까지초인적등반활동을벌였던’예지쿠쿠츠카’가‘긴세월을평범하게살며얻는것보다더많은것을저높은데서한달사이에체험한다’고했던감회와도통한다.
알피니즘에는‘한계도전’이라는주제가있다.자연과인간이대립하는가운데벌어지는조건의한계가있기마련이나여기도전한다는뜻이다.이러한한계도전자를특히독일에서는‘Grenzganger’라는용어로부르는데이말을가장즐겨쓰는알피니스트가바로라인홀트메스너가아닌가한다.
그만큼메스너는20세기후반젊은이로서슈퍼알피니즘의선구적역할을했는데,등산가로서의그의한계는능력과수명어느모로나많은등산가가운데서도보기드물정도로그폭이넓었다.메스너의저서에<죽음의지대>나,<나는살아서돌아왔다>등색다른제목의등반기가있는것도그의세계가그만큼남다른한계를가지고있었다는이야기가된다.
산악인의한계는산악인으로서의의식과행위에따라정해지고좌우된다.산악인이산에서한계에도전할때그는생과사의갈림길에서게된다.헤르만불은낭가파르바트단독초등때등반보다하산도중에그러한정황에부딪쳤다.그가남긴오직한권의책<8000m위와아래>는이때기록으로등반기가운데가장돋보인다.
이러한히말라야개척기에알프스에는여전히해결을기다리는과제들이있었는데,몽블랑산군의프레네중앙릉은그중의하나였다.여기를1961년발터보나티일행이도전했는데,그는산악인으로서특이한한계를지닌알피니스트였다.
강풍과눈보라와극도의허기속에서6일동안오직죽음과싸운보나티일행7명의운명은끝내다섯이죽고,프랑스팀의리더였던’피에르마조’가빈사상태에빠진가운데정상에올라선사람은보나티뿐이었다.
보나티는산을언제나체험의장소로보았다.그는‘사람은산을오르고또오르지만,우리자신이체험하고그것이우리것이되는그이상을넘어설수없다’고<나의생애의산>에썼다.익스트림클라이머로서의발터보나티가남다른산악인의한계를가지고있는데는이러한그의철학이있었던것으로보인다.
자연과인생,산과사람의관계는영원한진리를가진주제요대립이다.그러나산악인에게산은이러한일반적의미를넘어서고있다.사람은누구나한정된인생을살지만산악인의생애는이러한한정과는거리가있다.인생은원래자연성을띠는데산악인의생애는인위적이다.이것이산악인의한계의특성이다.
/글/김영도한국등산연구소소장/
parent.ContentViewer.parseScript(‘b_11854541’);
Share the post "-* 산악인의 한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