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고지신 설악산 *-

-온고지신설악산/Reportage-


노산이은상의’설악행각’을좇아서…

백담사에서신흥사까지

영겁의세월에도마르지않는다

◇운무가드리운설악의아침빛.사진성동규

인간이란존재로서설악을마주하고있으면어떤어구도만들어낼수없습니다.다만“억!”하는외마디비명만머리를스쳐갈뿐,어떤미사여구를동원하여그절경을표현해낼수있겠습니까.시대의걸출한문장가가그준엄한산세와장쾌한광경을아무리잘표현해낸다해도,그것은인간의머리를거친문장일뿐.설악을표현하는데는여전히부족할것입니다.그만큼설악은특별하고이름만으로도대단한산이라할수있겠습니다.

이설악을이야기함에있어일제강점기시절의시조시인인노산이은상을말하지않을수없습니다.1967년,‘산악인은대자연에동화되어야한다’는내용의‘산악인의100자선서’를제정한것으로알려져있을만큼,그는산을사랑하고즐긴사람이기도합니다.

그런그가1930년대에설악을기행하고남긴기행문이있으니,<노산문선>중에수록된’설악행각’이그것입니다.이‘설악행각’과비교하여그이전에도,그이후에도이것만한설악유람기가없다는말이있을정도로’설악행각’은설악에관한문학적표현들로가득차있습니다.노산도설악에관하여어떤문구를만들어내기는어려웠을것입니다.허나그러면서도그가굳이’설악행각’이라는유람기를남긴이유는다음문장에표현되어있습니다.

‘더욱이저렇듯한영구명승으로서사람마다의근참은그만두고라도,조그마한유기일편조차우리에게없음을깨달을때,’우리네의산악순례에대한열성이이렇게도엷구나,우리네의산악순례를위한여유가이렇게도없구나’하는장탄과아울러얼른이’기회’에대답하고나선것도한까닭입니다.’

바로이것이있기에우리는그가걸었던유람길을따라가보고자마음먹었던것입니다.지금우리가최고중의최고로삼는산을이해하는데에있어,선인의발자취를좇는것만큼중요한일이또어디있을까하는것입니다.

노산행각,세월은길을막았다

마음같아서는노산이설악을유람한10일간의여정을다따라가고싶지만우리의사정이허락지않습니다.그사정이란것이그가설악행각을시작한십이선녀탕계곡과장수대부근이지난수해로인해교통이원활하지않은것이첫째요,대승령에서흑선동계곡을지나는구간이국립공원특별보호구라하여출입이불가함이둘째입니다.

그러나실상이러저러한사정은핑계일뿐,지금을사는우리네의바쁜일상이걸림돌인것도같아아쉬운마음이들기도합니다.그리하여여하튼우리가기점으로삼은곳은노산의설악행각6일째코스에해당하는백담사입니다.

노산의’설악행각’에따르면백담사의전신은지금의장수대부근에있었던한계사였다고합니다.그사찰이세월을거치며,무수히명칭이바뀌고자리도여러번옮기다가마지막으로안착한곳이지금의백담사자리인것입니다

유유히흐르는백담계곡의계류(谿流)를봤을때그리모자란느낌이들지않습니다만,노산은이백담에대해’고작자리잡은곳이이곳인가’라고한탄하기도했습니다.아마도우리는시작점으로들어왔기에만족할만했지만,내설악의명승을이미둘러보고온노산의눈에는썩성에차지않았나봅니다.

◇설악에서가장영구한역사를지닌암자라는봉정암은괴암기봉으로둘러싸여있다.

그당시노산은설악을찾으며길을안내해줄현지’심마니’와곰,산돼지같은짐승들로부터보호해줄포수들을대동하여15명정도의’원정대’를꾸려움직였습니다.탐방로가나있지않은시절이라그리하였을것입니다.지금우리는잘닦인등산로를따라오르면되니,세월의차이가얼마나많은것들을바꾸어놓은것인지요.

그러나아무리세월의힘이무섭다한들설악의수려한풍경까지변하게하지는못하였습니다.가까이로는수렴동,멀리로는청봉아래서부터흘러내려오는계곡물들이그사실들을증명해줍니다.설악곳곳의봉우리에서부터내려오는물들이합쳐지는계곡의끝자락.그모든수량을담아내기위해광활한돌밭에자리잡고흐르는맑은물을끼고길을오르고있으니이미설악의진경이시작된것을알겠습니다.

계곡소리,새소리에취해한시간여쯤걸었을무렵,먼곳에서부터불경읽는소리가들려오니바로영시암에서울려퍼지는소리입니다.영시암!영원히명세한다는뜻을지닌이곳은산중고요한수도의장이자,아름다운설악절경이시작되는곳이기도합니다.영시암을지나조금만오르면오세암으로가는길이있습니다만,우린노산의길을따라가기위해수렴동으로향합니다.

노산에의하면‘금강산의만폭동’과같은곳이라수석(水石)이최고라하던수렴동!’난석의등성이를춤추듯이뛰어넘으며…기승스럽고기절차게소리를지르며터져나오는물이대연을이루어,발길을막습니다‘라고말했던수렴동.하지만지금이등산로는너무도길이잘닦이어노산의감흥까지느끼기는어렵습니다.

발끝의길만보고오르다보니돌이얼마나아름다운것인지알바도없고,잘만든철제다리로훌쩍건너뛰니물이발길을막을일도없습니다.세월이바꾼것이있다면이정도의차이겠지요.과연우리가밟고있는이길의어느부분을노산이밟아보기는했을는지.어쨌든그가택해오른이길이지금많은현대인들이즐겨오르는길인것만은확실하다하겠습니다.

설악을금강이라부를순없으니

수렴동대피소에서점심을해결한뒤본격적으로수렴동계곡을오르기시작합니다.이곳부터는가면갈수록놀라운길,왜세간에서설악이금강을닮았다고이야기하는지를절절히깨닫는대목입니다.금강에서보고놀랐던옥빛의물이또한이곳에고스란히있고,그물들을굽이치고쏟아지게하는바위도설악은전부지니고있습니다.

사실이이럴진대어찌금강만이한반도의진산이라하겠습니까.이형상을보니그가’눕고앉은곳이다강산’인것을알면서도구태여설악을찾은연유를알겠습니다.이시대에는남북이갈리어금강은’그리운금강산’이되어향수를자극하지마는언젠가금강과설악이다시만나게된다면,오히려금강이설악을시기하지않을까도싶습니다.

구태여덧붙이자면지금오르는이길은금강의구룡폭을빼다박았다하겠습니다.남한에있는무수한산들도제각기생긴형상이다르거늘어찌하여이설악은금강을닮았겠습니까.오랜옛날부터유명세를타며인기를높인금강을견제하여,설악의바위들이조화라도부린것일까요.금강의옥빛물과바위들에비교해보매,더걸출하면걸출하였지전혀뒤지지않으니과연설악이명산임에틀림없다하겠습니다.

그래서일까요.지금한창새로구축중인목재다리에서바라보는정경이안타까운심정을불러일으킵니다.아무리설악이금강을닮았다한들설악은설악으로서존재하거늘,왜신식구조물에서바라보는정경들이모두금강에서의그것과다르지않은것입니까.설악이실제로금강의모습을따라했다한들,그의도는금강의아름다움을넘으려한것이었을진대작금사람들은그청아한풍경을금강과판박이로만들고있으니,설악이설악임을잃을까하는우려도생겨납니다.

한걸음,한풍경지날때마다’악!’하는감탄을거듭느끼며오르다보니,이것은또무엇입니까.정면으로는어디서떨어지는것인지가늠도하기힘든높은곳에서물이쏟아지고,좌편으로도끝을찾아보기힘든물줄기가쏟아져내립니다.이웅장하고도장엄한풍경에감탄을발하고나서야이곳이그유명한쌍폭인줄알겠습니다.

비로소여기까지오며발길을멈추고담았던각각의폭포들이용손폭,용아폭이었음을깨닫게되니,노산처럼안내인과함께하지못한것이아쉽고,안내인의존재가얼마나중한지도알겠습니다.또한노산의말에따르면정면의’웅폭’을넘어청봉곡으로들어가면십이폭의절경이펼쳐진다하나,노산은숙박이불가해가지못하였고우리는탐방로가막혀있어오르지못하니이또한아쉬울따름입니다.그리하여우리는좌폭의골짜기인풍정곡으로올라갑니다.

노산은이골짜기를오르며방원폭을비롯하여구곡담을보았다고했으나,우리가오르는길은점차물길의흔적도찾기힘들어지고마냥올라가는길일뿐입니다.높은곳으로오르매길이험해지고점차바람이거세어지며,어느새봉정암에다다릅니다.

이곳봉정암은노산이다음날일찍대청봉에이르기위해하루를묵었던장소입니다.그시절은이곳이대청봉에서가장가까운숙박장소였겠으나우리는조금더올라가면소청산장이있고,대청봉바로아래중청산장도있으니그때에비하면설악을오름이얼마나쉬운일일까요.

악천의청봉에서아쉬움을달래네

봉정암에서소청을오르는길은무척험하다는말이무색하지않게아주고된길입니다.다행히해가지는시간까지여유가있어,쉬어가며올라소청산장을지나소청봉으로발걸음을이어갑니다.봉정암부근에서는잠시잦아들었던바람이산장위부터는광풍이되어온몸구석구석을파고듭니다.

이어눈앞에확연히드러나는고산지대의황량초원!바위틈을비집고나올정도로생명력강한풀들도바람을이기지못해납작엎드려포복자세를취하고있습니다.각각의풀이름을알수는없으나분명태생이다른종자들인데,어찌저리도같은배에서난자식들처럼비슷한키재기를하고있을까요.

암벽과바람그리고풀.이대자연이만들어낸별천지를무어라설명할수있겠습니까.꿈속을걷는듯한기분으로중청으로올라갑니다.중청으로올라갈수록바람을타고넘어온구름이짙은운무를만들어냅니다.

노산은이청봉을오르며멀리동해바다와낙산,양양,강릉등지를바라보며’저기는인간이구나’하는생각을하며대자연속에서번뇌를느꼈다는데,이운무와바람앞에서는이한몸사리기에도힘이듭니다.청봉의하늘은칠흑같은어둠으로뒤덮이고,심한바람이운무를계속몰고오는지하늘엔달도별도보이지않습니다.고요한산정에는풀벌레우는소리만울리고별감흥을느낄새도없이잠에빠져듭니다.

이른아침,대청봉을오르려는사람들의분주함에눈을떴으나안개에잠긴설악은진경을보여주지않습니다.대청머리에중청머리에그리고저아래용아장성과공룡능선에도가득히안개옷이입혀져보이는바가없습니다.그와중에대청너머로솟아오른해가구름에가리며달처럼은은하게비치는신비한정경을깔아주어그나마위안을삼습니다.

기실산을오르는이유는정상에서겠다는각오로만오르는것이아니라한순간펼쳐지는풍경을담기위함이아니겠습니까.아무것도보이지않았던대청봉에서의허탈함보다이런신비를보고내려가니,여기까지오른보람이있다하겠습니다.

노산의유기에따르면그는대청에서다시봉정암으로내려간후,가야동계곡으로접어들었습니다.그길을따르자니왔던길을다시되짚는길이라자칫지루할것이염려되었으나천하강산에한번봤다고지루한산이어디있겠습니까.올라올때는오름짓에지쳐보지못했던자연풍광들을접하게되니,백담사에서스쳐보았던고은선생의’내려갈때보았네올라갈때못본그꽃’이란말뜻을알겠습니다.

봉정암에들러시원한물을얻어마시고이제오세암으로향해갑니다.이길에서부터물이다시금작은계곡을이루어정겨운기분마저듭니다.겨우하루만에다시만난계류일진대이리반가울수가있겠습니까.발걸음마저가벼워져금세가야동계곡과합수되는지점에이릅니다.

노산은이합수점에서물길을따라가야동으로들어간것으로사료되나,지금은그길을이용할수없습니다.하여가야동계곡을건너오르막과내리막이무수히반복되는길로접어들게되는데,참말로지루하기짝이없는길입니다.잠시만났던계곡은다시사라지고,머리위로는온통수풀과암봉에가려경관을보기도딱한상황이니그저땀을훔치며열심히걸을수밖에요.

지루한길을한시간반여걸어가다보니심신의피로가더욱심합니다.바람마저불지않아땀이줄줄흐르는이구간에서지쳤을때쯤,가까운곳에서타종소리가들려오니오세암이멀지않았음을알게됩니다.용기백배하여다리에힘을주어가다보니이내오세암에도착하게됩니다.

기이한절벽암봉들아,이름이무엇이냐

우리는반나절만에도착한오세암이건만노산은이곳에서다시하루를묵으며늦가을밤의정취에취해잠을이루지못했던곳입니다.그의행로를좇아감에있어노산처럼여유로운일정으로설악진경하나하나에풍미를남길수있으면좋으련만,지금의급한일정은자연을느끼는일마저쉽사리허락하지않습니다.오세암에서주는점심공양에감사의마음을전하며길을재촉해야하는걸음걸음입니다.

하지만아무리갈길이급하다하여도오세암만경대를가보지않을수없습니다.노산이이르기를’이곳에올라야오세암이실로암자터로는조선제일임을알수있다’하였고,’사방으로는내설악연산이행여빠질세라서로다투어보이는절승한경관’이라표현했던곳을어찌지나치겠습니까.

30여분암벽을잡고올라만경대에도착하니과연노산이’오늘까지다니면서보는경치는너무가까이서혹은너무멀리서본것이언만,이만경대에올라서는,꼭적당한거리에다두고보는최호한조망지점인줄알겠습니다‘라고말한이유를알겠습니다.

오세암으로내려와잠시쉬었다가이제마등령으로걸음을재촉합니다.이길또한가야동에서오세암으로이르던길처럼지루하기가이루말할수없습니다.더구나’청봉다음으로가장높은봉’이라고노산이표현했던마등령을오르는길이다보니,내리막도전혀없는오름의연속이라더욱힘에부칩니다.

여기서노산이어찌하여마등령을청봉다음으로높다하였는지생각해볼필요가있을듯합니다.실상그는대청봉을오를때에도소청,중청,대청이라하지않고’청봉’이라불렀던것을기억해냅니다.그렇다면설악의모든청봉(대청,중청,소청,귀때기청)을하나로묶어보매,과연1326.7m(‘설악행각’에는1327m)인마등령이저내설악의안산을제외하고는두번째높이를지니고있습니다.

마등령으로오를수록햇빛은점차사라지고온통구름과안개그리고바람에포위당하였습니다.대청봉에서부터줄기쳐나온공룡능선의종착점인이마등령은내설악과외설악의분수령이되는지점으로,지금까지는내설악을유람한것이요,이제부터외설악의’기승스러움’을보아야할것입니다.그러나내외설악을가르는분수령이날씨마저갈라놓았는지잔뜩끼인운무가바로눈앞의암봉조차분간하지못하게함이안타깝습니다.

마등령을내려서며노산이보았다던장엄하고화려하며,미묘하고유심한광경들을찾아보려애쓰지만이흐린시계에서는무엇이보인다해도그와같은감흥을얻기가어렵습니다.이것은또한신비한형상의암봉을본다해도그이름을알지못한때문이기도합니다.괴괴한형상의암봉의이름을부르지못하니그암봉도내게아무런이야기를해주지않아답답한마음이문득생깁니다.

이것이시인김춘수의’꽃’이떠오르는대목아니겠습니까.이름을불러줘야비로소나에게와꽃(의미)이되어주거늘,이름조차부르지못하는데아무리절정을자랑하는암봉인들내게어떤의미를주겠습니까.

‘설악행각’에따르면이부근에서노산의길과현재의탐방로가확연히길이나눠집니다.그것은노산이’설악동곡의계수를만나내려가지않고거슬러올라갔다는’기록을보아알수있습니다.그가어떤연유로내려오던산에서다시올랐냐하는것은바로와선대와비선대를보기위함이었습니다.지금의탐방로는길을따라걷기만하면비선과와선을차례대로보며하산할수있지만,당시의길은다시거슬러올라가야했던모양입니다.

외설악을잔뜩품고있던구름은결국한차례장대비를쏟아내고,그길을하염없이내려오는우리도몹시고됩니다.신선들도이런날엔가만히거처에서잠을자는지날아다니는신선도없고,누워있는신선도딱히만나지못합니다.어두컴컴해지는길을따라지금은완전’인간세계’로변모한신흥사방면으로내려오며이틀째밤을보냅니다.

변해도변치않을,그대이름은설악

밤새내린비는변덕일뿐이었다는듯이설악동아래날씨는맑기그지없습니다.설악의봉우리들에는흐린연무가끼어먼곳을보는듯답답하지만땅위의햇볕은따갑게내리쬡니다.이제노산’설악행각’의마지막인계조암으로향하는날입니다.

울산바위밑계조암에이르러사방을둘러보나노산이석양에비껴보았다는토왕성폭포는연무에가려보이지않고,울산바위마저흐릿하여멀리자리합니다.그리고울산바위만큼이나유명한흔들바위를이곳에서보게됩니다.노산이’금강이가진온갖것을다가진설악으로,하마터면동석하나가빠질뻔하였지만,기어이여기에와서동석까지있고야만것은유쾌한일입니다’라고했던동석이곧흔들바위입니다.

한사람이흔드나만사람이흔드나꼭같이흔들린다하여흔들바위인이거암은이제많은관광객들의사진촬영장소로남았을뿐,구태여흔들어보려는사람이드뭅니다.그래서인지이동석또한흔들린적없이항시요모양으로존재하였다는듯굳건히자리를지키고있습니다.

노산이유랑했던10일간의설악행각은여기까지입니다.이후노산은신흥사로내려가설악에서의마지막밤을보내며지난유랑을돌아본바있습니다.

‘설악산이여.나는당신의품속을벗어나,이제세상으로돌아갑니다.그러나당신품속에서흐르는그영원한생명의법유는내피가되고,내살이되고,또내뼈가되어,내가사는동안에는당신이곧나요,내가곧당신임을벗지못할것입니다.먼후일내영혼에아픔이있고,슬픔이있고,외로움이있을때,나는다시당신의품속을찾아와지고지애의세례를받고갈것입니다.’

◇옥빛물살흐르는계곡,높이솟은기이한암봉.이모든것이금강에견주어하나빠지지않는다

변해도변치않을,그대이름은설악

밤새내린비는변덕일뿐이었다는듯이설악동아래날씨는맑기그지없습니다.설악의봉우리들에는흐린연무가끼어먼곳을보는듯답답하지만땅위의햇볕은따갑게내리쬡니다.이제노산’설악행각’의마지막인계조암으로향하는날입니다.

울산바위밑계조암에이르러사방을둘러보나노산이석양에비껴보았다는토왕성폭포는연무에가려보이지않고,울산바위마저흐릿하여멀리자리합니다.그리고울산바위만큼이나유명한흔들바위를이곳에서보게됩니다.노산이’금강이가진온갖것을다가진설악으로,하마터면동석하나가빠질뻔하였지만,기어이여기에와서동석까지있고야만것은유쾌한일입니다’라고했던동석이곧흔들바위입니다.

한사람이흔드나만사람이흔드나꼭같이흔들린다하여흔들바위인이거암은이제많은관광객들의사진촬영장소로남았을뿐,구태여흔들어보려는사람이드뭅니다.그래서인지이동석또한흔들린적없이항시요모양으로존재하였다는듯굳건히자리를지키고있습니다.

노산이유랑했던10일간의설악행각은여기까지입니다.이후노산은신흥사로내려가설악에서의마지막밤을보내며지난유랑을돌아본바있습니다.

‘설악산이여.나는당신의품속을벗어나,이제세상으로돌아갑니다.그러나당신품속에서흐르는그영원한생명의법유는내피가되고,내살이되고,또내뼈가되어,내가사는동안에는당신이곧나요,내가곧당신임을벗지못할것입니다.먼후일내영혼에아픔이있고,슬픔이있고,외로움이있을때,나는다시당신의품속을찾아와지고지애의세례를받고갈것입니다.’

그리하여마찬가지로우리도3일간의설악행각을마치고세상으로돌아갑니다.옛날과같지않게지금의설악은세속에찌든곳도많아온전히그품에안기었다할수는없지만,그래도이짧은설악기행으로탈속의기쁨을느낀것만은부인할수없습니다.

이제다시현대인의바쁜일상속에서회색빛건물과공기를마주하며인간의삶을살아야겠지만,언제고다시설악으로돌아올수있음이그런삶도버틸수있게해줄것입니다.설악,다시언제올수있을까요.하지만설악,기어이다시찾게될이곳입니다.먼과거부터지금까지그래왔듯이,노산이전부터노산이후에도그래왔듯이……

-글노규엽기자·/사진양계탁기자/월간마운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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