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과 대자연의 조화와 합일 *-

[중국히말라야탐사<1>]인간과대자연의조화와합일
운남성곤명출발하여,운귀고원넘어삼강병류협곡의노강을향해중국의산맥을보다.

‘대초원,고독,끝없이펼쳐지는설원,그위에펼쳐진한없이푸른하늘이너무나그립습니다.힘겨운시간들,굶주림과추위,얼굴을할퀴는칼바람과퉁퉁붓고얼어터진입술,눈과얼어붙은진창에서청하는새우잠….이런셀수없는고통이지나면우리는끝없는고요속으로빠져듭니다.식물조차거의없는그곳에는거대한바위들과현기증나는봉우리들,시야를분간할수없을만큼강렬한지평선의햇살속에바람의노래만이있습니다.다른세상인듯한그땅은누구의것일까요?나는마법에걸렸습니다.‘

이편지한통을남긴프랑스인알렉산드라다비드넬(AlexandraDavid-Neel·1868-1969)은1923년10월,운남(雲南)여강(麗江)으로발길을옮겼다.그리고매리설산남쪽능선을넘어금단의땅라사를향해티벳으로들어간다.실패를거듭한다섯번째시도였다.히말라야와티벳의마법에빠진그녀의삶이항상‘떠났다’로시작해서‘다시떠날것이다’로끝난것처럼,나또한핸드폰이꺼져있으면어디론가떠난것이고,켜져있다면‘떠날겁니다’라는응답이들려올것이다.

▲장족사람들에게설산은’신이하강했던산’으로전설은말한다.그래서매리설산주봉카와카포(6,740m)는순례자들이줄을잇는다.


*‘카세이를구하다가천국을발견하다’

지난여름파키스탄의가셔브룸2봉(8,035m)과1봉(8,068m)등정을마치고곧찾아들어간곳은이태전권총테러사건으로마무리하지못한카라코룸바투라산군의남쪽빙하진입로인바르(Bar)마을이었다.주민들이우르르몰려나와던진섬뜩한말들의기억들이채사라지기도전에곤명행비행기에다시올라있었다.

차이나(China)로간다.‘지나’란명칭이오래전부터씌어져왔다는신빙성있는전거(典據)를뒤져보면‘지나스(Chinas)야말로타락한크샤트리야(Kshatriya)’라고단언한인도의마누법전으로,현존법전은기원전2세기부터기원후3세기사이에만들어졌고,진(秦)제국이일어나기수세기전에편찬된마하바라트(Mahabharat)에도나타나고있다.또서구에는이사야서(Isaiah書)에명기된씨님(Sinim)이란명칭이나타난다.

먼옛날서방인에게알려진중국은각기다른명칭으로구별되었다.남방해로의경우에는대체로그명칭이씬(Sin),진(Chin),씨네(Sinae),지나(China)등몇가지형태로사용되었고,그런반면북방육로의종착지라는견해에의하면그지역이고대에는쎄레스(Seres)국으로중세에는카세이(Cathay)국으로알려졌다.

고대유럽여행가들과근세무슬림들이말한카세이가,다년간카세이만큼의경탄을불러일으키고있던차이나와과연별개의지역인가아닌가하는것을결판내는특유한목적을지닌여행이1602년10월포르투갈태생의베네딕트드고에스(BeneditdeGoes·1562-1607)에의해이루어졌다.페르시아상인으로분장한그는북인도아그라를출발,라호르,카불,사마르칸드를경유,파미르고원을넘어야르칸드,투르판,하미를지나고,1605년말에드디어감숙성숙주에도착했다.

그러나그는끝내북경에이르지못하고그곳에서객사하고만다.다행히여행에관한미완성의유고(遺稿)대부분은마테오리치(MatteoRicci)에게전달되어카세이가차이나이고캄발리크가곧북경과동일명칭임이입증되었다.그의묘비명에는이렇게쓰여있을것이다.‘카세이를구하다가천국을발견하다(SeekingcathayfoundHeaven).’

사람사는곳은예나지금이나피부가하얗든노랗든,진심(盡心)은통하는법이다.고에즈보다천년앞서살았던현장법사또한경전해석에상이함을안타까워하며629년천축(天竺·인도)으로17년간구법여행을떠나면서논어(論語)자로편(子路篇)을빌어이렇게뜻한바를얘기한다.‘음이잘못되면뜻을잃고말이잘못되면이치에맞지않게된다.그러므로반드시이름을바르게하지않겠는가(必也正名乎).’

먼저힘든길을나섰던선험자들의과거는나의앞길을비춘다.중국은한나라라기보다는대륙이다.그행정구역은23개성(省),5개자치구(自治區),30개자치주(自治州),2개특별행정구(홍콩,마카오),4개직할시(북경,천진,상해,중경)로편재되어있다.이중고봉설산이포함된지역은신장위구르자치구,서장자치구,감숙성청해성,사천성(四川省)이다.

이번제1차중국히말라야탐사는운남성과사천성이아우르는히말라야동부(EastofTheHimalayas)의횡단산맥(橫斷山脈)으로,한반도면적의1.5배에달하는광범위한설역(雪域)이다.정해진33일안에돌아보려면쉼없이뛰어야한다.원래파키스탄작업이끝나면인도로연결하려했으나새로운세기가시작되면서국내등반대가이지역으로급격히늘어나는추세에따른변동이다.늘어나는원정대만큼바르지않은등반보고또한줄을이었다.

▲횡단산맥내의최고봉.민냐공가(7,556m)산과공가곰파.

이러한원인은1996년한국등반대의첫진출이래짧은등반역사와자료의불충분에따른것이며,그리고지역특성상다민족의고유언어와중국어로또중국어로음차된명칭이지도와등반자료에동봉이명(同峰異名)으로표기되어혼란을일으켰고,중국등산협회(CMA)와각성의등산협회에서제공하는정보(대상지와등반사)는전산처리화되어있지않아신뢰할만한수준이안됨에도원정대는그빈약한정보를전체로삼았기때문으로파악된다.

이는귀국후‘세계초등’이라는말을앞세워각종산악전문지,연감에버젓이기록되고,더안타까운사실은산악계내에서비평이나수정을가하지못했다는점이다.기내의실내등은꺼졌고꽉틀어막힌듯답답하다.준비기간이짧았다.숱하게해외를다녔지만중국이란나라는땅,사람,그리고문화모든것이나에겐낯선미지의세계로,어쩌면파키스탄으로홀로비행기에오르던그때보다심했다.얇아서가방안에챙겨넣은한권의책,운남나시족의동파경을되풀이해읽는다.

*나시족과장족에게전해오는신비로운전설

▲운남의중부운귀고원위에는아지랑이피어이는수정같이맑은전지가있다.이아름다운호수기슭에봄의도시곤명이자리잡고있다.

운령이남에있다하여이름붙여진운남의중부에는아지랑이피어이는수정같이맑은명주,전지가있다고했다.이아름다운호수기슭에자리잡은구름과봄의도시곤명(昆明·1,895m)은새벽1시어둠의운귀고원(雲貴高原)위에파도일렁이는불빛의전지를만들고있었다.

소문난중국인의상술에쉬호주머니가벼워지지않으려면이제부터정신차려야한다.택시정류장으로나섰다.그리고방금전까지달달외웠던문구를운전사에게꺼내던진다.

“니하오(?好).”
“워야오츠베이징루종궈어.에이모르겠다.민생은행(我要去北京路中國民生銀行).”
알아들을리만무하다.언어장벽은만리장성보다높고넓다.프린트해온주소메모지를보여주고요금협상에들어갔다.

“듀오샤오치안(多少錢)(얼마입니까)?”
내할말만준비했는데뭐라고떠들어대는그대말을어찌알아들겠는가.마지막방법은펜으로손바닥에적어30원에합의를보고중국의첫좁은옥문관을통과했다.출국전들었던흉흉한소문들,납치하여장기판매에,인육이든만두에,실종등제발잘데려다주기만을빌었다.예전라왈핀디에처럼할렘가뒷골목으로들어간차앞에서운전사와한패거리인듯한몇명의어깨들이주욱몰려나오는꼴은정말보기싫었다.앞으로의사소통을어떻게해야할지택시를타고가는내걱정이태산이다.

숙소로들어간BBC(BagpackerBasecamp)의지킴이들인대장님과변훈석은중국뿐만아니라여러나라를여행한풍부한경험의소유자였고,백두산자락출신인문동성부대장까지합세하여샘물같은정보를쏟아낸다.예로부터운남과사천에서생산된보이차(普?茶)와청장고원의말(馬),야크,약재(동충하초,설연화,천마)등이교역되던차마고도(茶馬古道)를따르면서캐러밴대상처럼산을돌아보는계획이었으므로첫출발지는미얀마와라오스국경시솽판나(西雙飯納)지역의경홍(景洪)이다.

날이밝을때까지세명은내계획과일정을검토해주었다.두어시간눈을붙인후곤명의차시장을돌아보았다.다양한종류,모양,맛의차에기가눌렸다.도작문화(稻作文化)의원발생지인운남은총면적이21,501㎢,608만명인구가살며중국에서종족이제일많은성으로서한족을제외한25개종족은전성의3분의2를차지한다.전지옆에자리잡은운남민족촌(雲南民族村)은각민족의민가건축,전통복식,가무등풍속과사회문화를한곳에서볼수있도록마련된곳이다.물결일렁이는호수건너편서산(西山)은반듯이누워잠자는미녀수미인(睡美人)또와불(臥佛)를연상케한다.이고장에사는사람들은과연산을어떻게볼까.

▲나시족의상형문자

옥룡설산(玉龍雪山·5,596m)아래세계문화유산으로지정된여강(麗江)과그주변에는나시족(納西族)이살고있다.나시에는동파문자(東巴文字)라고하는상형문자로기록된천년전의동파경(東巴經)이전해내려온다.이경전은기본적으로만물에는영(靈)이있다고믿는다신교를바탕으로하고있으며,또동파교(東巴敎)는인간과대자연은원래같은아버지를둔배다른형제였다고한다.

두형제는장성한뒤에분가했는데,이때인류의선조는농경지와가옥,가축등을관장하게되었고,슈(署),즉자연신은산천,계곡,삼림,야생동식물등을관장하게되었다.처음인간과대자연두형제는화목하고우호적인관계였으며,자연신은인류에게바람과기온을조절해주고적정한양의비를내려주었다.

▲중국의산맥대부분은서에서동으로흐르는데횡단산맥은북에서남으로흘러삼강병류를만든다.미얀마와국경을맞댄샬윈강중상류노강은협곡을이룬다.

그러나이러한우호관계는인간들이대자연을훼손하기시작하면서깨어졌다.나무를남벌하고야생동물을남획하였으며강과하천을오염시켰다.그러자자연신은크게노하여폭풍우,우박,가뭄과같은자연재해를내려인류에게보복을가하기시작했다.하여나시족은자연신에대한제를지내는데,인간의잘못으로생긴불경에용서를빌어인간과대자연의조화와합일(合一)관계를유지하려한다.

과거는우리의미래다.동파경에서우리는배울것이너무나많다.동파경의창세신화는이렇게끝을맺고있다.‘큰아들장족(藏族)은위쪽에거주하고,셋째아들백족(白族)은아래쪽에거주하고,둘째아들나시족은중간쪽에거주하고,나시의후손은별처럼번성하고,푸른잎처럼자라고,말총처럼창성하네.’

나시족이동족으로여기는큰아들장족(티벳인)의전설음신비롭다.운남의샹그릴라현을경계로북측청장고원에거주하는이들에따르면티벳인최초의조상은산림의원숭이와바위의여자정령이라하여티벳인들의기원은진화론자와동일한정신하에서떠올랐다.또최초의전설적왕인냐트리쳄포가하늘에서내려왔는데,그곳은다름아닌성스러운산이었다.‘신이하강했던산’그리고설산은땅과하늘,인간과신을매개해주는사다리였다.

*이두민족에게산(山)은곧신(神)이다.

▲운남여강의나시족과청장고원의장족(티벳인)에게산은곧신(神)이다.

세가지림(三林)은운남에서대표적인관광지를이룬다.바로석림(石林),토(土林)림,열대우림(熱帶雨林)이다.이곳을뒤로하고동행하는BBC의문동성과훈석이와함께이른저녁을먹은후침대버스에올랐다.신산(神山)속빙림(氷林)으로가기위해서다.차마고도를따라산을돌아보려던계획을산을보면저절로차마고도를거치게된다는획기적인발상에탐사지를미얀마와국경을이루는삼강병류(三江幷流)협곡으로바꾸었다.샬윈(Salween)강의중상류노강(怒江)이다.
버스는곤명을벗어나운귀고원을달려내리기시작한다.편하게누워서바라보는밖은완만한산들의실루엣이다.줄담배에탁한실내공기.무대의장막을걷듯창유리를열자,내태어나던해완전한고독만이영혼을쉬게할고원의바람이되어버린다비드넬,그녀의향기가확들이치는듯하다.‘곤륜산의한가지가고비사막의동남으로달리다가의산(醫山),무산(巫山),여산(閭山)을낳고여기서산경은크게끊어져요동벌이펼쳐진다.이광야건너에홀연솟아오른대악(大岳)이솟았으니조선산의할아비산(組山)인백두산이다.’-<대동여지전도>발문

한반도의산맥이중국본토와연결되듯중국의산맥은파미르에서시원한다.중국의산맥체계는횡단산맥을제외하고는서에서동으로흐르는모습이전형이다.동파미르에서연결된천산산맥은알타이산맥(阿?泰山)으로,동쪽으로곤륜산맥(崑崙山)은청장고원에올라서면서세갈래로분기하는데,그제일북쪽이아얼진산맥(阿얼金山),기련산맥(祁連山脈),대흥안령산맥(大興安嶺山脈)으로,또백두산으로,중부에는탕굴라산맥(唐古拉山),바얀하르산맥(巴顔喀拉山)으로흘러횡단산맥내대설산맥(大雪山脈)으로붙고,남쪽갈래는카일라스산맥(岡底嘶山),녠첸탕굴라산맥(念靑唐古拉山)을거쳐횡단산맥에연결된다.

티벳과인도,네팔,시킴,부탄과국경을이루며달린대히말라야산맥은부라마푸트라강에서끝을맺고,캉리카르포(KangriKarpo)소산맥을거쳐횡단산맥에붙는다.횡단산맥은북에서남으로흐르는데,여러갈래소산맥으로나뉘어고봉을낳고협곡을만든다.〈파미르와중앙아시아산맥구조는월간山2001년1월호참조〉

*운남성내등반대상봉

카와카보(Kawakarbo·6,740m)를주봉으로하는매리설산(梅里雪山)13연봉,옥룡설산(玉龍雪山·5,596m),자러쉐산(TzaLehXueshan·5,534m),백망설산(白芒雪山·5,429m),합파설산(哈巴雪山·5,396m),가자설산(嘉子雪山·5,384m)

*하천

‘양자강의거센물줄기는바다의이야기를전하기위해빠르게흘러간다.’-중국속담
서쪽부터브라마푸트라(Brahmaputra)의중상류얄룽창포(YalungTsangpo)가대히말라야와청장고원(카일라스,녠첸탕굴라산맥등)사이를뚫고흘러남차바르와(Namchabarwa·7,782m)를에돌아나가고,이라와디(Irrawaddy)강상류독룡강(獨龍江),샬윈(Salween)강중상류노강(怒江),메콩(Mekong)강중상류란창강(瀾滄江)은인도양으로흘러든다.장강(長江)의중상류지류인금사강(金沙江),아롱강(雅?江),대도하(大渡河),민강(岷江)과황톳빛황하(黃河)는그발원지가모두청장고원(靑藏高原)이며하구는황해이다.

특히노강,란창강,금사강협곡일대를삼강병류(三江幷流)협곡이라한다.운남내가장낮은해발고도가76.4m에서매리설산정상까지약6,700m의표고차가난다.
중국과학원지리연구소의문헌을참고자료로삼았다.

*운남의다민족

이족(彛族),장족(藏族·티벳인),묘족(苗族),포의족(布依族),동족(?族),요족(瑤族),백족(白族),토가족(土家族),합니족(哈尼族),태족(?族),좡족(壯族),율속족(??族),와족(?族),납호족(拉祜族),납서족(納西族),경파족(景頗族),아창족(阿唱族),보미족(普米族),독룡족(獨龍族),노족(怒族),모수오족(摩俊族),고총인(苦聰人)등.

-글·사진김창호서울시립대OB/월간산[447호]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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