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악인 파트너 ‘피터 보드맨’과 ‘조 태스커’ *-

[심산의산그리고사람]<9>피터보드맨과조태스커


둘이한몸되어오르고또올라…감동의’버디무비’
온통화강암투성이인창가방서벽…단두사람만이힘으로첫정복쾌거
필생의파트너로숱한山함께하다…에베레스트등반중한날한시생마쳐

가르왈히말라야의난다데비성역에솟아있는창가방.해발고도는상대적으로낮으나무척난이도가높은산이다.

피터보드맨(위)과조태스커.

인도북부가르왈히말라야에난다데비성역(Sanctuary)이라는곳이있다.풍광이수려하고신의기운이서려있어예로부터힌두교의순례자들이꿈에그리던이상향이다.인도최고의영산으로꼽히는난다데비(7,818m)를비롯하여트리술(7,120m),두나기리(7,066m),창가방(6,866m)등히말라야의거봉들이마치병풍처럼에워싼가운데온갖기화요초들이만발해있어‘히말라야의정원’이라불리울만큼아름답다.

덕분에순례자못지않게이곳에이르기를꿈꾸어왔던것은다름아닌산악인들이었다.하지만그들은오랫동안그꿈을이룰수없었다.중화인민공화국이성립되면서발생한중국과인도간의국경분쟁때문이다.분쟁이일단락되면서이지역이순례자및산악인들에게문호를개방한것은1974년의일이다.

이후다시성역을폐쇄하게된1983년까지의9년동안이지역에서는세계등반사에길이남을전설적등반들이여럿이루어졌다.

가장먼저거론해야될것은물론크리스보닝턴의창가방초등이다.그는하얗게얼어붙은수직의서벽을보고는기가질려남동릉쪽으로에도는루트를개척한끝에세계최초로이산의정상에올랐다.1975년에는돈키호테같은원정대가출현했다.조태스커(1948~1982)와딕렌쇼,단두사람만으로이루어진두나기리원정대였다.당시만해도단두사람이히말라야거벽등반을한다는것은상상도하지못할일이었다.

이들은등반대상지에접근하는방식부터남달랐다.전세낸고물자동차를타고유라시아대륙을가로질러그곳까지간것이다.이유는단하나,비행기삯이없어서였다.이를테면히말라야거벽등반계에히피가출현한것이다.하지만이들은어처구니없는짓이라며고개를가로젖던기존산악계의폄하에도불구하고끝내두나기리의정상에올라세상을놀라게하였다.

하산도중정신착란을일으켜차라리죽기를갈망하기까지했던조태스커는그러나고국영국에돌아와서도눈앞에아른거리는또다른산을잊지못했다.바로크리스보닝턴이에돌아갔던창가방서벽이다.조태스커는동상때문에당분간등반을할수없게된딕렌쇼대신새로운파트너를찾는다.

1975년에베레스트남서벽원정대의최연소대원피터보드맨(1950~1982)이단연눈에띄었다.이제는마치한사람의이름처럼통용되는‘보드맨-태스커’콤비는그렇게탄생되었다.그들이단두사람만의힘으로창가방서벽을오르겠다고하자크리스보닝턴은확신에찬목소리로이렇게말했다.“어리석은짓이야.만약성공한다면그곳은히말라야에서가장어려운곳이될걸세.”

결론부터이야기하자.‘보드맨-태스커’는그곳에올랐다.그야말로경천동지할사건이다.그들이택한등반대상자체가당시의한계를훌쩍넘어서는것이었다.창가방의별명은‘빛나는산’이다.정상부위가온통화강암으로이루어져있는까닭이다.그화강암위에눈과얼음이엉켜붙어마치유리로된조각품인양눈부시게햇볕을반사해낸다.무엇보다도그곳은해발7,000m에육박한다.제대로숨을쉬는것조차버거운높이다.

한마디로그곳은‘인간이오를수없는’벽이었다.그런데그들은그런산을,마치집뒷산에소풍이라도가듯,최소한의장비만을사용하여단두명만의힘으로오른것이다.히말라야등반사에새로운지평이활짝열리는순간이다.보드맨-태스커는그이후에도필생의파트너로서숱한산을함께오른다.

1978년K2,1979년캉첸중가,1980년다시K2,1981년콩구르.그리고1982년당시까지미답루트였던에베레스트북동릉에도전하였다가살아서내려오지못했다.서로태어난날은달랐으나한날한시에삶을마감한것이다.그렇게피터보드맨은32년,조태스커는34년의짧은생애를살다갔다.하지만그들의등반과삶은이후세대들에게엄청난영향을끼쳤다.전혀새로운등반방식을주창하고그것을실행에옮겼다는것이외에도자신들의모든등반을빼어난산악문학으로정리해놓았기때문이다.

피터보드맨의‘창가방그빛나는벽’은1979년존레웰린라이기념산악문학상을수상하여현대산악문학의고전이되었다.조태스커의‘에베레스트,잔인한길’은신세대산악인들의도전과개척정신을잘보여준다.두사람각각의유고집인‘성스러운정상들’과‘세비지아레나’는마지막순간까지스스로를밀어붙였던그들최후의모습을감동적으로증언한다.이네권의저서들은훗날‘보드맨-태스커전집’이라는두툼한책으로묶여전세계산악인들의서가한모퉁이에든든히자리잡고있다.

이들은평생극한등반을추구했다는점에서마치‘죽음의예찬자’인듯오해되곤한다.하지만이들은누구보다도삶을사랑했다.다만그삶을치열하게살고싶었을뿐이다.조태스커는자신이맞게될죽음에대하여이렇게썼다.“나는위로받기를원치않을것이다.나는내가가진모든힘과활력을유감없이발휘하고있는중이었을테니까.만일내가위험한상황까지나를몰고가지않았다면,등반에내모든것을연관시키지않았다면,나는사랑받지도미움받지도못하는그저그런사람이되어버리고만다.”산악문학작가

보드맨-태스커산악문학상

빼어난산악문학도남겨…’등반명콤비’여영원하라

이들의등반활동과창작활동을기리기위하여‘보드맨-태스커산악문학상’이제정된것은1983년이다.‘산악문학에현저한기여를한창작품의(공)저자’에게주어지는데상금은2,000파운드이며픽션과논픽션그리고연극대본이나시까지도포함한다.실제로그동안본선까지진출했던작품들의면모를뜯어보면전기나평전,장편소설,단편소설,원정대보고서,자서전,등반사학,등반철학,대담집,에세이,가이드북등산악문학의전분야를망라하고있다.

제정첫해에는당선작을내지않았으나그이후오늘날에이르기까지매년당선작을발표하는데현재는전세계에서가장권위있는산악문학상으로인정받고있다.그동안본선에진출한작품들을살펴보면영국이나미국이외에도네팔이나인도등전세계12개국이상의나라에서집필된것들이니‘국제적’문학상임에는틀림없지만응모자격중에는‘영어로쓰여진작품’이라는제한조건이있다.비영어권의언어로쓰여져있다하더라도영어로번역하여출품할수있다.

역대수상작들중국내에소개되어있는것은정광식이번역한‘친구의자일을끊어라’단한권뿐이다.전세계의산악인혹은산악문학작가들은이상의본선에진출했다는것자체를하나의명예로받아들인다.그것은곧보드맨-태스커라는두걸출한산악인에대한무한한애정과경의의표시이기도하다.이아름답고명예로운상이존속하는한그들은영원히기억될것이다.그들의등반과창작은이상을낳았고,이상은다시새로운세대의등반과창작을고무하고있는것이다.

1979년캉첸중가에등반중인두사람.둘은함께정상에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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