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가능의 상징 ‘마터호른’ 초등자, 에드워드 윔퍼 *-

[심산의산그리고사람]<11>에드워드윔퍼(1840~1911)


짧은기적긴방랑’알프스의고독자’…불가능의상징’마터호른’초등
하산길비극여파로세계유랑…산·글·그림과외로운일생보내다.

마터호른에처음오른스물다섯살무렵의청년윔퍼

노년의윔퍼.

마터호른초등의감격을표현한윔퍼의동판화.

윔퍼가제작한동판화‘마터호른낙석’.

마터호른(4,477m)은유럽에서가장높은산이아니다.심지어알프스지역으로만국한해서보더라도마터호른보다높은산들이여럿있다.하지만19세기중엽까지만해도지구상에어떤산들이존재하고있는지가완전히파악되지않고있는상태였다.당시유럽인들에게는알프스가‘산의전부’였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

그리고그들이생각하기에‘인간이결코오를수없는’산이바로마터호른이었다.거의예각삼각형에가까운날카로운바위절벽으로이루어져있을뿐만아니라주변에다른위성봉들을거느리지않고있어그저올려다보는것만으로도두려움을선사하기에충분한산이었다.

현대등반사에서단하나의이정표를꼽아야한다면두말할것도없이에드워드윔퍼(1840~1911)의마터호른초등(1865년)이다.이기념비적등반의주인공이당시나이불과25세의앳된젊은이였다니놀라운일이다.

게다가그는여느등반가와는달리어린시절부터등산을일삼아온경험이있었던것도아니다.그는20세때처음이루어진알프스방문을이렇게회고한다.“영국의어느출판사가내게알프스의명산을그려달라고부탁했다.당시나는등산이라곤책을통해서만알고있었을뿐,산을본적도없고하물며산에오른적도없었다.”

하지만이20세때의첫여행이그의삶을송두리째바꿔놓는다.당시그가화가로서참여했던등반은영국산악회가이끌었던알프스몽펠부원정이었다.원정은실패했지만윔퍼는훌륭한그림을그려냈다.이로써그가맡았던임무는충실히수행한셈이다.하지만여기서그는경계선밖으로뛰쳐나간다.

이듬해화가로서가아니라산악인으로서다시한번몽펠부에도전하여끝내그정상에올라선것이다.당시그는‘미지의세계에대한이상한충동’에사로잡혀온몸이부들부들떨릴정도로흥분했었다고고백한다.그리고이제그의눈에는‘오르기전에는포기할수없는’운명의산이가득들어찬다.바로마터호른이다.

윔퍼는그이후5년동안마터호른에만여덟번의도전장을내민다.말그대로청춘의모든것을송두리째이산에쏟아부은것이다.그모습이아름답기도하고어이없기도하다.풍찬노숙과끝없는좌절의나날들.그럼에도도저히잠재울수없는비이성적인욕망과열정.어쩌면청춘은무모하기때문에아름다운것일지도모른다.

결국그는1865년7월14일,기어코마터호른의정상에올라서고야만다.세계등반사는물론이거니와윔퍼자신도이날을결코잊지못할것이다.윔퍼는생애최고의영광과가장쓰라린비극을이날하루에모두맛본다.

당시윔퍼일행은스위스의회른리능선을통하여정상으로향하고있었다.같은날같은시각이탈리아를대표하는가이드장앙투안느카렐일행은이탈리아능선을통하여오르고있었다.이를테면영국과이탈리아가마터호른초등을놓고격돌하고있었던셈이다.

윔퍼의회고에따르면그의일행이먼저정상에닿은것은간발의차이였다.카렐일행은그들이정상에오른것을보자그만발길을되돌려버렸다.윔퍼는그사실을가슴아파했다.“나는카렐이지금우리와함께정상에있었으면좋겠다고생각했다.

카렐이야말로제일먼저정상에설자격을가진사람이었다.”비극은당일하산길에서벌어진다.윔퍼일행들을하나로묶었던자일이낙석에의하여끊어지는바람에그들중4명이1,200m아래의빙하까지추락하여사망한것이다.등반사에서‘마터호른의비극’이라일컬어지는이사건의후폭풍은엄청났다.

사람들은마터호른초등을찬양하기보다는무모한짓을하여사람을4명이나죽게만들었다면서윔퍼를맹렬하게비난했다.윔퍼는사고경위서를제출하고법정에출두해야했으며판결과는무관하게끔찍한여론재판에시달려야했다.그모든과정들이당시25세의앳된청년에게는몹시도견디기힘들었을것이다.

윔퍼는결국불멸의초등기록을세움과동시에박수는커녕치유할수없는상처만을받고알프스라는무대에서퇴장하고만다.이제용암처럼타올랐던청춘은가고기나긴여생이그의앞에남아있다.그는남은삶을보낼무대로유럽이외의지역으로눈을돌린다.

이를테면방랑자겸산악인으로서의삶을택한것이다.그는남미의안데스산맥과캐나다의록키산맥그리고그린란드를탐험한다.오늘날의시점에서바라보자면엄청난선구자의역할을해낸것이다.

그는40세가되던해에남미에쿠아도르에있는침보라초(6,310m)를초등했는데,이는당시까지인류가오른최고봉으로기록된다.여행과등반도중보게되는모든것들을세심하게기록하기로유명한그는‘안데스등반기’를집필하여영국지리학회로부터금메달을수상하기도했다.윔퍼는뛰어난산악인이자세심한예술가였으며고독한사나이였다.그는산에오르고그림을그리거나글을쓰는것이외의세상사에는별다른관심을보이지않았다.

평생을독신으로지내온그가세상을떠나기5년전인66세에이르러서야비로소결혼을했다는사실이오히려기이하게느껴진다.만년의그가자신이묻힐곳으로선택한곳은역시알프스였다.칠순을넘긴그가백발이성성한머리를곧추들어마터호른을물끄러미올려다보는모습을목격한적이있다는증언들은도처에서발견된다.사람들이혹시윔퍼씨가아니냐고물어봐도묵묵부답이었다고한다.그는71세가되던해에알프스의샤모니에서눈을감았다.

▲세계산악문학베스트1’알프스등반기’(판화넣은도전의서사시’불멸의저서’)

산악문학을거론하고있는모든논문과잡지와인터넷사이트에서한결같이‘역사상최고의작품’이라고꼽는것이에드워드윔퍼의‘알프스등반기’(영국초판1871년)다.영국산악회의의뢰를받아‘등반100년사’(1957)를집필한아놀드런은이불멸의저서에대하여“인간들이산에오르는한영원히읽히리라”는최고의찬사를붙였다.

실제로이책은지난130여년간전세계의숱한나라에서중판에중판을거듭하며오늘날까지읽히고있다.자신의박사학위논문으로‘세계산악문학사’을집필한미국의산악인로버트베이츠는이책의가장큰특징으로‘한개인을주인공으로내세운영웅서사시’라는점을꼽았다.에드워드윔퍼가1860년부터1865년까지자신이체험했던알프스방랑과마터호른도전기를기록한이책은19세기의풍물지로서도커다란의미를지니고있다.

그가남긴놀라울만큼섬세한동판화들은이후의등반사에서가장자주인용되는도판이되었다.책뒤에부록의형식으로붙어있는5장의알프스지도역시윔퍼의동판화작품이다.덕분에이책은예술품으로서의소장가치도높아초판의경우1,000만원이상을호가한다.

이책은1988년김영도김창원의공역으로국내에도출간된적이있으나현재는절판되어구하기가어렵다.사실어렵사리구해본다해도일반인들이수월하게읽기에는결코녹록치않은책이다.이책을제대로감상하기위해서는커다란알프스지도를펼쳐놓고하나하나손가락으로짚어가며읽는것이좋다.머리가지끈거릴때쯤이면어김없이나타나는윔퍼의아름다운판화작품들은시공간을뛰어넘어우리모두를알프스의험준한품안으로안내해준다.

-글/산악문학작가심산/한국일보200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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