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서(山書)를 읽는 즐거움 *-
-*산서(山書)를읽는즐거움*-


장코스트가쓰고손경석님이번역한《젊은알피니스트의마음》은장코스트의산에대한단상들을필자의감동과혼돈의도가니로몰아간다.산에서경험했던바를그대로옮긴듯한착각이들기도했다.프랭크스마이드가쓰고박성용님이번역한《산과인생》은,지금도가끔열어보면서흐트러진정신을잡아주는내삶의등대같은고전이다.

산을알고이해하는단계를뛰어넘어산에은밀하게숨어있는보물들을찾아내는희열과보람을선사한다.산에서찾는삶의진실과그깊은의미는반복해서읽을수록맛과향이더해진다.먹이를찾는야생짐승처럼산서는갈증의대상이었고폭식의충실한메뉴가되었다.


이렇게산서에시나브로관심을갖게된동기는,등산이라는행위자체가철저히움직이는것이지만책을통해다른산악인들의사상과수평적으로교류하면완성도높은등산을할수있다고생각하게한다.또한시간과공간이주는한계를,독서라는간접경험을통해극복할수있었고감정이입을통해산과사람에대한이해가더깊어지고넓어지는기회도갖기때문이었다.


산을찾는사람들의마음과이유는사람의얼굴만큼각각다르다.등산은올라갔다내려오는단순동작의반복으로이루어지지만,산에머무는시간에는무한한상상력이가동된다.그때의시간들을자신만의영원한순간으로간직하고자기록을남긴다.높이가낮은근교산이든해외의고산원정이든,등산을좀더품위있고휴머니즘이풍부한행위로발전시킬수있는근거는기록이라고생각한다.


산서는산을주제로하거나소재로하여산의다양한모습을표현한다.산의절대적인존재에도전하는인간이,그한계를극복해나가는과정과역사를기록한감동과외경의서적들이다.산서에는대자연의감동과경이로움이있고,저자와의끊임없는대화와교감을통해풍요로운정서와깊은내면의세계를넘나들수있는기회가주어진다.


산서에는,산에서겪게되는위험과곤란평화와아름다움구름과나무바위와얼음눈과들꽃들만있지만,결코화려한칼라로유혹하지는않는다.사람과산이만났을때의놀라운경험이계속되고시간과공간을초월한순수한영혼들의빛깔과진정한모험의세계를만날수있다.


등산에초보자이든베테랑전문등반가이든,산서에는우리가산에있지않더라도흥분과감동의세계로몰아넣고환각상태로빠지게만드는묘한매력이숨어있다.장코스트가묘사한알피니스트의소박한정서부터라인홀트메스너의드라마틱한다큐멘터리는,그어떤문장의작법이나미사려구연출도흉내낼수없고표현할수없는인간의지의大전시장이다.

죠센헴렙의《GhostsofEverest》를통해1924년에베레스트에서조지말로리와샌디어빈에게무슨일이벌어졌는지그궁금증을풀수있었는데,말로리와어빈이선택한최고의등반장비는그들의용기와의지였다.『1999년5월1일오전11시45분,콘래드앵커가에베레스트북벽8,160m지점에서조지말로리의시체를발견한다.

탐사대원들은침묵할수밖에없었다.말로리의시체는엎드린자세였고두팔은위를향해뻗어있었고부러진오른쪽다리를보호하기위해두다리는서로교차되어있었다.그는탈진해서앉아서죽은것이아니었다.떨어지면서계속제동을하였고추락이멈추었을때한동안살아있었던것같다.

잠시침묵이흐르고75년간의전설을불과45분만에묻은5명의탐사대원들은당시를회상한다.‘어느누구도말로리곁을떠나고싶지않았다.그와함께있는것이이상할정도로편했다.그의마지막모습은너무인상적이고감동적이었다.우리는좀더머물고싶었다.’』

1996년5월,에베레스트에서벌어진대참사의비극을소개하며안내등반의문제점을적나라하게노출시킨존크라카우어의《IntoThinAir》는,8000미터라는고도가삶과죽음의가느다란실낱같은경계선임을여실히보여준다.

‘정상에가까워지면서고객들을돌아서게하는것은아주어렵습니다.정상이눈앞에보이면고객들은기필코오를려고고집을부립니다.기상과체력조건,하산에필요한시간등을고려하여하산을권유하면면전에서코웃음을치고마냥올라가기만합니다.8000미터에서저산소증으로인한치매현상은,판단의정확성을포기하게만듭니다.

7만달러라는거액을지불한고객들은정신이몽롱한상태에서,경험있는가이드들의판단력을사는것이아니라오로지정상에오르게해달라는의미로만용을사게됩니다.’등정후하산하면서갑자기몰아닥친강풍과추위,저체온증,산소부족등으로대참사가발생하였다.하나둘죽어가는대원들을보며아무런도움도되지못하고,좌절절망공포등을체험하면서자연의위대함보다는인간의무력함에전율한다.』

《HimalayaAlpine-Style》을저술한스티븐베나블은,히말라야거벽에서알파인스타일로도전한경이로운등반들을소개하면서다음과같이등반의의미를정리했다.『익스트림어드벤처,극한의모험은산악인이간직하는영원한테마일것이다.등반계획을세울때는예측가능한위험요소를포함해서이성적이고철저한준비과정을거친다.

합리적인모험을진행시키는것이다.그러나자연환경적인요인이클라이머개인의정신적육체적한계와겹치면서극한의모험으로치닫게된다.예상치못한상황이라고그극한의모험을피하거나타협할수는없을것이다.

각시대마다직면하는일정수준의한계성이있고,그한계에신중히도전하면서등산의역사는전진을계속하여왔다.순간순간접근하는조난을인지하면서도,최후의순간까지확신을갖고도전하는정신적인평형감각이원동력이될것이다.

극한의모험을합리적인모험으로진행시키는등반은앞으로도계속이어져야한다.』미국의신예클라이머마크트와이트는《ExtremeAlpinism》에서훌륭한등반가의조건을제시했다.

훌륭한등반가는뛰어난체력과기술의소유자라기보다는,자신의육체를외부의자연조건과환경에적절히조화시킬수있는정신력을가진자이다.위대한등반가는도전하는대상에맞게자신의성격조차새로이변화시킬수있는의지의소유자이다.그들은난관을만났을때냉정하고객관적으로자신을통제하면서목표를향해지독하게집중한다.

이러한강인한의지는자기자신을철저히이해하고육체가무엇을원하는지를통렬하게깨닫는과정에서부터길러진다.산은자연의힘과비밀의환상적인걸작이다.등반에서의실수와경험을통하여정확한자기반성을치열하게반복해야한다.

등반을준비하고진행하는과정은곧등반가자신의변신과성격개조의과정이기도하다.추위와고통,죽음에의공포와실패에대한두려움을겪으면서자신감을갖게되는과정은철저하게인간의지의영역이다.』

영국의작가데이비드로스는,스코틀랜드의여성클라이머앨리슨하그리브스의삶과죽음을《RegionsoftheHeart》에정리하면서등반가로서의그녀를조명했다.『1995년5월1일,앨리슨은여성최초로산소통과셀파의지원없이단독으로에베레스트북릉을통해등정에성공한다.

3개월후그녀는K2를역시같은방식으로등정에성공하고하산하다갑작스런폭풍에희생된다.이기록적인등반의성과는‘두아이의엄마로서지구상에서가장어렵고위험한K2에도전하는것은무책임하고자신의욕망을채우기위한이기적인행동일뿐이다.’라는언론의비판으로퇴색한다.

그녀가깎아지른공포와죽음의지대에서얻은자유와성취,그꿈을찾아가는여자의모습,결혼생활의불화와갈등으로파탄을맞는아내의모습,이혼후아이들과의생활을위해생계수단을확보하고경제적인자립을해야하는엄마가선택한직업은전문등반가,이러한복잡한문제들은항상그녀를괴롭혀왔다.

앨리슨이계획한경이로운등반들은이런혼란스런문제들을해결하기위한유일한수단이되었다.그녀삶의중심에는언제나아들톰과딸케이트가있다.K2를등반하며앨리슨은한시도그들을잊은적이없고,이번이마지막원정등반이라며다짐했고,고른숨을쉬며자고있을아이들을떠올렸다.

그녀는아이들과K2모두를원했다.엄마가옆에있으면아이들에게는좋을것이다.그러나엄마가K2를등정한다면아이들에게는더욱안정된미래가보장되리라고믿었다.K2정상을밟고하산하는순간부터폭풍이그녀를휘감은순간까지가앨리슨이누린가장행복한시간이었다.』

아직누구도밟아보지못해서,또는알수없는미지의세계가유혹하는지구위의공백지대….히말라야파타고니아알래스카알프스의어느한지점을응시하는클라이머의눈빛….지금도삶과죽음의끈적한독백으로모험에도전하는등반가들의인생….그모든것이가득한산서를잡는손은언제나흥분과설레임으로작게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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