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無償의 정복자’ 산악인 ‘리오넬 테레이’ *-

‘無償의정복자’리오넬테레이(1921-1965)


리오넬테레이가서부알프스의암벽을오르고있다.

산에가는사람들을비난할때흔히들하는말이있다.아니도대체산에올라가면돈이나와쌀이나와?거기뭐가있길래그렇게목숨까지내걸고못올라가서안달들이야?대체로아내혹은애인들이내뱉는볼멘투정들이다.문제는이들의말이본질적으로옳다는것이다.

산에오르는일은‘쓸데없는짓’이다.다시말해산악인이란‘쓸데없는것을정복하려는사람(프랑스어로lesconquerantsdel’inutile)’을뜻한다.사실이그러하다면비난하는이들앞에머리를조아리고꿇어앉아사죄해야마땅할지도모른다.그런데오히려보란듯이그런제목의책을자랑스럽게써놓고는훌쩍저세상으로건너가버린사람이있다.

바로‘무상(無償)의정복자’라는저서로널리알려진프랑스의산악인리오넬테레이(1921-1965)다.때로는원문보다역문이권위를가질때가있다.나는‘무상’에해당하는프랑스어원문이‘inutile’이라는것을확인하고는배를잡고웃었다.영어로는’useless’에해당하는표현이다.간단히말해서‘쓸모가없다’는뜻인것이다.사실세상의상식적기준,특히자본주의적기준에서바라볼때등산은참으로쓸데없는짓에불과하다.

하지만세상의모든일을오직대가혹은보상의차원에서만평가해야된다면우리의삶이너무비루하고초라해지지않겠는가.리오넬테레이는말한다.“등산은자기과시가아니며,대가를요구하지않는인간의의식과행동이며,자연에대한가장순수하고가혹하며신중한도전이다.”

만약돈이나쌀같은어떤대가를염두에두고등산을논한다면그논점자체가잘못된것이다.등산이란‘무상의가치’를추구하는독창적인인간활동이기때문이다.리오넬테레이는알프스의유명한스키휴양지그르노블근교의베르동계곡에서태어났다.멋진대암벽들이줄줄이늘어서있어‘프랑스의요세미테’라고불리는곳이다.

그의부친은프랑스에텔레마크산악스키를도입한장본인이었고열기구타기와카레이싱을즐기는모험가였다.샤모니가이드조합에서정식으로등산교육을받았을만큼산을좋아했던그의모친역시일찌감치테레이에게암벽등반을가르쳤다.테레이가소년시절부터스키와등산에서발군의실력을발휘하게된데에는아무래도부모의영향이컸던것같다.

그는중학교시절부터각종스키대회를휩쓸다가19세가되던해에는프랑스국가대표스키선수로발탁되기도했다.자유분방한성격의테레이는처음부터권위와억압을못견뎌했다.처음입학했던기독교계신학교에서는교실천장에권총을쏘아대는바람에퇴학조치를당했다.

이후자원입대한군대에서는암벽등반을즐기다가본의아니게탈영을한꼴이되어혹독한처벌을받기도했다.당시그와함께인공등반기술을익히는데여념이없었던또다른군인이바로가스통레뷔파다.하지만2차세계대전이발발하자빼어난청년산악인으로서의그의자질은엉뚱한곳에서빛을발한다.

레지스탕스활동으로명성이자자했던스테판중대에배속되어독일군물자수송루트를교란시키는산악전투활동에서혁혁한공을세웠던것이다.2차세계대전이끝나자곧그의시대가왔다.그는1945년9월부터군대에서허락을얻어5개월간의혹독한수련과정을거친후정식으로샤모니가이드자격을획득한다.이후그는또다른가이드루이라슈날과함께‘환상의콤비’를이루어서부알프스의거벽과침봉들을차례로섭렵해나간다.

이시기에가장중요한업적으로꼽히는것이1946년의그랑드조라스워커스퍼제4등,1947년아이거북벽제2등의기록이다.유럽산악계는2차세계대전을전후하여알피니즘을주도해나가는국가들의우선순위가바뀐다.2차대전이전에는독일과이탈리아의선두다툼이치열했다면,2차대전이후에는프랑스가그선두로치고나가게된것인데,이때의대표선수가바로리오넬테레이였다.

네팔과티베트의경계에위치한마칼루(8,463m)는’검은귀신의산’이라는별명이붙은세계5위의고봉이다.1954년리오넬테레이가포함된프랑스원정대가초등했다.

1950년대에접어들면서테레이의활동반경은지구전역을커버하게된다.인류최초로8,000m급산의정상에오른것이1950년의프랑스안나푸르나원정대였는데,리오넬테레이는가스통레뷔파,루이라슈날과더불어이원정대를이끈3대프랑스가이드였다.1952년에는남미의파타고니아로건너가피츠로이의정상에섰다.초속55m의강풍이몰아치는750m의거벽에매달려하루종일을싸워야고작170m를오를수있는끔찍한등반이었다.

이후1954년에는세계제5위봉인마칼루(8,463m),1962년에는세차례의도전끝에자누(7,710m),1964년에는알래스카의헌팅턴(3,731m)을초등하며기염을토했다.테레이의최후는뜻밖에도허무하다.1964년의헌팅턴원정에서거의죽다살아난그는아내에게“다시는위험한산행을하지않겠다”고굳은맹세를했다.그에게불의의일격을가한것은고향근처의낮은산주르베였다.비록해발고도는낮았지만6급의난이도를자랑하는암벽이있는곳이다.

테레이는이산의바위에붙어암벽등반을하던도중안개속에서추락하여사망했다.조난소식을듣고급파된샤모니의가이드들은당대최고의산악인이이처럼허무하게죽었다는사실이믿겨지지않아모두들망연자실한채로시신을수습했다고한다.향년44세.평생토록‘무상(無償)의가치’를추구해온테레이의삶자체도무상(無常)함에서비껴갈수는없었나보다.



"인간은대지에매인벌레아닌알프스의새다"[산악인교과서된’무상의정복자’]

가스통레뷔파가상업적으로성공한가이드로유명하다면,리오넬테레이는고객의안전을최우선시하여신뢰를드높인가이드로유명하다.1950년의안나푸르나초등당시에도테레이의이러한성품은유감없이발휘되었다.자신이공격조로나설수있었음에도불구하고오랜친구인루이라슈날에게그자리를양보한것이다.

하지만운명의장난인지초등에성공한루이라슈날과모리스에르족은동상과설맹으로조난상태에빠졌다.자신의위험을무릅쓰고이들을구조하여생환의길로들어서게한장본인도바로리오넬테레이다.국가대표스키선수출신인리오넬테레이는고객들에게는물론이거니와가이드들에게도직접산악스키를가르쳤다.

그의부친이프랑스에산악스키를도입한장본인이니가업을충실히계승한셈이다.젊은시절프랑스스키선수권대회에출전해종합2위로입상한바있는그는특히다이내믹한‘텔레마크턴’으로유명하다.발군의스키실력에덧붙여최고의등반솜씨까지갖추었으니‘산악스키의명교관’이라는칭송을듣게된것은당연한결과다.

그의저서‘무상의정복자’는전세계산악인들에게일종의교과서처럼읽혀진다.판에박힌일상과인간의조건에서탈출하고자하는그의힘찬몸짓은이카루스의날개짓을연상시킨다.“우리가암벽에서얻는즐거움은어려운일을성취했다는기쁨과수직으로상승한다는느낌이다.그순간인간은자신이마치창공을날고있는것처럼느낀다.인간은결코대지에매여있는벌레가아니라알프스의영양이된다.아니새가되는것이다.”

[심산의산그리고사람]<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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