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위 위의 곡예’ 볼더링의 완성자 ‘존 길’ *-

‘바위위의곡예’볼더링의완성자‘존길'(1938~

존길

존길이2004년6월미국요세미티국립공원내의한작은바위에서‘트래버스’(옆으로횡단)를하고있다.존길이바위위에서펼쳐보이는‘볼더링’은한편의예술작품을보는것처럼환상적이다.

체조선수출신인존길은클라이밍에체존동작을결합시켰다.

토요일밤의북한산인수봉주변은야영을하러들어온산악인들로붐빈다.옹기종기모여앉아밥을해먹고소주도두어잔걸치고나면달리할일이없다.이럴때그들은낮고작은바위아래모여‘장난’을즐긴다.

“왼손만써서이바위를올라갈수있는사람?”“지상30cm를유지하면서이바위끝에서저바위끝까지트래버스(옆으로횡단)할수있는사람?”짓궂으나풀기어려운‘문제’다.심지어아예출발지점에서부터문제를부과하는경우도있다.

“땅바닥에양반다리로앉은자세에서시작하여저꼭대기까지올라갈수있는사람?”이런작은바위에서의‘문제풀이’식등반을‘볼더링’(bouldering)이라고한다.남들이아무렇지도않은듯수월하게해치운다하여무작정덤벼들었다가는큰코다친다.

비록지상1m정도의높이라고해도추락의공포는여전하다.왼발끝을10cm만옆으로옮기면체중을실을수있을것같은데그동작이영여의치않다.게다가바로뒤통수밑에서이래라저래라훈수를두는친구들이바글바글대니남몰래식은땀까지흐른다.

머리위로쭉뻗은오른손의손가락마디끝이파르르떨리며경련을일으킨다.그리고는?결국추락이다.하지만제대로된볼더링팀들과함께한다면크게걱정할것없다.뒤에서보고서있던친구들이,마치헹가래로하늘높이던져올렸던축구감독을다같이감싸안듯,저마다팔을벌려추락자를안전하게받아주기때문이다.

볼더링에서추락시부상을방지해주는장비로는‘크래쉬패드’(crashpad)라는것이있다.간단히말해일종의‘쿠션’이다.이장비를따로구입하기싫다면집안거실에있는소파의쿠션을따로떼어내바위밑에다깔아놓아도그만이다.다소우스꽝스러운풍경이지만요즘에는심심치않게눈에띈다.

볼더링을좀더장난스럽고스펙타클하게발전시킨개념이‘빌더링’(buildering)이다.철자에서확인할수있듯‘빌딩’과‘볼더링’의신종합성어인데,도심속에있는고층건물의외벽을타고오르는등반을말한다.

수년전윤길수와김태삼등한국의클라이머들이서울강남의무역센터외벽을타고옥상까지올라가는모습이공중파방송의뉴스시간에보도되어장안의화제가되었던적이있다.흔히들‘클라이머들의장난스러운놀이’정도로인식되는이볼더링이라는행위는그족보가어찌되는것일까?

예상외로역사가깊다.볼더링은암벽등반의역사와거의동시에시작되었다.즉19세기말에서20세기초,영국을비롯한유럽의클라이머들이도시교외의나지막한암벽이나표석또는노변에접해있는작은바위를찾아암벽등반의미세한동작들을‘훈련’해본데서그기원을찾는다.

볼더링이라는단어가문헌상에최초로등장한것이1914년의일이니무려90년이넘는역사를자랑한다.하지만초창기볼더링의개념은지극히한정적이었다.즉보다높고험한바위에서펼쳐질암벽등반기술을낮은곳에서연습한다는개념이었다.

이볼더링을암벽등반으로부터따로떼어내하나의독립된장르로완성시킨사람이바로미국의볼더러존길(1938-)이다.얼마전정년퇴임하기전까지미국콜로라도주립대학수학과교수로재직했던그는건물외벽을타고창문을통해강의실로넘나드는괴짜행각으로세상사람들에게웃음을안겨준유쾌한사내다.

그는당대를대표하는전세계산악인들과매우친밀한관계를유지했지만볼더링이외의암벽등반이나거벽등반혹은고산등반등그어떠한등반에도관심이없다.존길은‘볼더링을위한볼더링’을주창하며그것의수준을끌어올리고가치를확립하는데자신의삶을다바친사람이다.

그는볼더링루트와엘캐피탄루트(요세미티최대의거벽등반루트)의차이를이렇게비교한다.“예이츠의시와헤밍웨이의장편소설은전혀다른겁니다.”존길은1954년조지아전문대학에입학하면서체조와처음접했다.하지만그는190cm에육박하는신장과단단한근육질의몸매를갖추었으면서도체조부원으로서뛰어난기량을발휘하지는못했다고한다.하지만이때접하게된로프클라이밍과평행봉그리고링운동은그의삶에커다란영향을끼친다.

바로“클라이밍에체조동작을결합시켜야겠다”는아이디어를얻은것이다.그는저혼자볼더링을위한사려깊은트레이닝동작들을개발하기시작했다.이트레이닝에는정지링과평행봉등전통적인체조동작은물론이거니와발레나곡예에서요구되는미묘한평형감각그리고손가락끝한마디만으로턱걸이를계속하는엄청난완력훈련등이모두망라되어있다.

오래전그가볼더링을하고있는모습을담은동영상을감상한적이있다.한마디로“악!”소리가절로나온다.그는어떤클라이머보다과감했고,어떤체조선수보다강인했으며,어떤발레리나보다유연했다.3m남짓한바위에붙어그가펼쳐보이는동작들은더없이다이내믹하고예술적이며드라마틱하여마치한편의예술작품을바라보고있는듯한착각을불러일으킬정도였다.

어째서그를‘현대볼더링의아버지’혹은‘바위의체조선수’라고부르는지절로납득이되는순간이다.존길,그에게있어서의산이란작고낮은2m짜리볼더링바위에불과하다.하지만그것만으로도충분하다.



"내가바위에오르는것은動中禪을추구하는명상"

칠순을바라보고있는존길이최근한클라이밍전문지와인터뷰를했다.뜻밖에도흥미로운고백들이줄줄이이어진다.나를깜짝놀라게한것은그가남몰래흠모했던인물이낭가파르바트의초등자헤르만불(1924-1957)이었다는사실이다.“제가손가락끝한마디만으로턱걸이연습을했던것은순전히헤르만불때문이었습니다.

어느책에선가그가그런방식으로훈련을했다는기사를읽은적이있거든요.”존길은극도의위험과그것의극복에서표출되는아드레날린의도취보다는마치명상을하듯완전히고요하고집중된상태에서마음의흐름(flow)을따라가는‘동중선’(動中禪)을추구한다고고백한다.“어려움과위험은등반의본질적즐거움과는관련이없습니다.

저는제가완전한‘플로우’에이를때까지같은루트를반복해서오르며보다미묘하고소박한즐거움을찾습니다.제가오르는바위와의합일을통하여어떤영적인직관에이르며깊은만족감을맛보게되지요.”지극히소박한출발이었음에도불구하고현대볼더링은이미‘극한스포츠’(extremesports)의한갈래로편입되기시작했다.그만큼어렵고위험한동작이요구되는것이다.

이분야의완성자인존길은그러나이러한변화에대하여몹시부정적인태도를취한다.“볼더링이마치스케이트보딩처럼10대들에게나어울릴법한수준으로전락할까봐걱정됩니다.저는볼더링이죽기살기식으로격렬해지고결국텔레비전에서중계하는백만불짜리스타를만들어내는식으로변질되지않기를바랍니다.이것이명상적이고품위있는스포츠로남아있기를희망합니다.”

[심산의산그리고사람]<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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