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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과중국국경에있는세계12위의고봉브로드피크.K2와이웃하고있으며주봉(8,047m)중앙봉(8,016m)전봉(7,550m)이늘어선모습이알프스의브라이트호른(독일어로‘폭넓은봉’)과비슷해지금의이름이붙었다.현지에서도‘넓은눈의산’이란의미의‘팔첸캉리’로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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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요세미티나이탈리아의돌로미티혹은프랑스의샤모니에가면해괴한몰골을한기이한젊은이들이자주눈에띈다.행색은거지꼴이되눈빛만은형형하고,가진것은없되등반장비만은짱짱하게갖춘사람들이다.이들은이따금씩호텔주방뒷문으로들어가남들이먹고남긴음식들을구걸하기도하고,캠핑장주변을어슬렁거리며찌그러진맥주캔들을주워모으기도한다.
그러다가도가끔길바닥에주저앉아자신을세일즈할때그들이내건‘광고문안’을보면입이쩍벌어지며기가질린다.‘엘캡노즈선등가이드가능.피치당2달러50센트.’이런친구들을‘클라이밍범(climbingbum)’이라고부른다.우리말로옮기려해도꼭맞아떨어지는표현을찾기가힘들다.대략‘건달산악인’혹은‘등반부랑아’정도가엇비슷한표현인것같은데본래의미의온전한느낌을충분히담아내지는못한다.
클라이밍범은스스로를다운시프트(downshiftㆍ경제적수입이나사회적지위보다개인적삶의여유를찾으려는행위나그런경향)한자발적거지이고,기성세대혹은기존의시스템에대한강력한전복자이며,무엇보다도빼어난솜씨를갖춘‘전업등반가’를뜻한다.이들은생계를위해서는최소한의일만하고,여타의사회적책무에대해서는완전히무관심하며,오직등반의즐거움을좇아전세계의바위와빙벽들을떠돌아다닌다.
이를테면가난한히피스타일의전업등반가그룹이라고할수있다.클라이밍범과처음마주쳤을때는누구나당황하기마련이다.제대로먹지못하여삐쩍말랐지만오직근육질로만이루어진몸매,형형색색의누더기로기운옷과치렁치렁기른머리카락,그리고마치영광의훈장인양치렁치렁매달려있는해괴한등반장비들.그들의자유분방한스타일이한편으로는부럽기도하면서도어딘지모르게사회에서버림받은낙오자들같은느낌도들어가슴한편이짠해지기마련이다.
열정이도를넘으면광신이된다.얼마나산에미치면저렇게될까싶어겁이덜컥나기도한다.그런데틴에이저가되자마자자신의장래희망을클라이밍범이되는것으로확정지은사내도있다.바로호주출신의세계적인토털클라이머그렉차일드(49)다.호주최고의암벽등반대상지는시드니에서2시간거리에있는블루마운틴이다.
시드니에서태어난그렉차일드가이산의거대한사암질암벽에달라붙기시작한것은13세가되던해인1970년부터.제대로된스승에게배운것도아니고그저같은동네의코흘리개친구들과더불어마구잡이식으로시작한암벽등반이었지만그즐거움만은소년의넋을홀리기에충분했던모양이다.
차일드는훗날이렇게회고한다.“나는비밀스러운음모를키우고있었다.호주의법률상16세가되면자신의삶을스스로선택할수있으니,그때가되면학교를때려치우고집을떠나‘클라이밍범’이되려고결심했던것이다.실제로나는1973년에학교를자퇴하고여름동안일해서번돈200달러를가지고집을떠나블루마운틴의한동굴에거처하기시작했다.물론날씨가나쁘거나맛있는음식이그리울때는가끔집에들렀지만.”
10대후반의남은삶전부를호주의암벽에송두리째바친그는이제더높고험한바위를찾아세상을주유하기시작한다.첫번째의대상지는물론미국의요세미티다.차일드는그곳에서1975년에초등된이래아무도성공하지못해전설속에파묻혀버린‘퍼시픽오션월’을단일주일만에돌파해냄으로써요세미티에죽치고있던전세계의클라이밍범들을깜짝놀라게한다.차일드가스무살이되던1977년의일이다.
어느사회에나그들나름대로의네트워크가있다.등반부랑아들의히피촌에서스타로떠오른그는이제새로운친구들과함께세계암장순례를떠난다.같은해에영국으로등반여행을떠났다가더그스코트를만나알파인클라이밍에눈을뜨게된것은차일드에게커다란행운이다.영국의대표적인히말라야등반가인더그스코트는호주출신의이겁없는암벽등반가청년을몹시도아껴주었다.
그들이함께등반을할때빙설벽에서는스코트가앞장을섰고암벽구간에서는차일드가앞장을섰다고하니최상의파트너십이아닐수없다.차일드의첫번째히말라야등반대상지는인도가르왈히말라야의험봉쉬블링(6,543m)이었다.그는스코트와함께12번의연속비박을감행한끝에기어코정상에올라설수있었다.특히최후의3일동안에는식량과연료가모두동이나물한모금마실수없었다고한다.
차일드는당시스코트가던진말한마디를평생잊을수없다고고백한다.“배가불러가지고는진정한깨달음을얻을수없어.”이제되바라진등반부랑아는장엄한히말라야등반가로변신했다.차일드는이후롭상스파이어(5,705m),브로드피크(8,047m),가셔브룸4봉(7,925m)북서릉등을오르며히말라야거벽등반계의최연소엘리트로자리를잡았지만,자신의본령인암벽등반이나거벽등반에서도끝없는신기록들을갱신하며등반세계의지평을넓혀갔다.
그렉차일드같은스타일을‘올라운드플레이어’혹은‘토털클라이머’라고부른다.자칫편협한삶을살아가기쉬운클라이밍범에서세상의모든산과모든등반형태를마스터하여제것으로만들어간그의삶이더없이호쾌하면서도눈부시다.-심산산악문학작가-
제도교육공백넘어…산악문학가로도명성
그렉차일드는제도교육을거부하여16세가되던해에스스로학교를자퇴한반항아였다.하지만글을읽고쓰는일자체를게을리한것같지는않다.실제로그가출간한산악문학저서들을보면그해박한지식과사려깊은문장그리고풍부한감수성에압도당하고만다.자신의존재를세상에알린‘희박한공기'(1987)는미국산악회문학상을수상했고,클라이밍범의시선으로세상을관조한‘렛지에서보내온엽서들'(1998)은캐나다밴프산악서적제에서’존화이트상’을수상했다.
내가특히좋아하는작품은그의내면적독백들이차분하게기술되어있는‘복잡한감정'(1993)이다.이책안에서그가브로드피크등반도중자신의코앞에서숨져간친구를담담히회고하는장면을읽을때면흐르는눈물을멈출수없다."나는갑자기산이싫어졌다.미웠다.나는자꾸되뇌었다.이렇게까지할가치는없어!이럴필요까진없다구!"언젠가기회가된다면우리말로옮겨국내에소개하고싶은작품이다.
가장최근의저서인‘경계선너머'(2002)는2000년여름,키르키즈스탄의악수산군에서거벽등반도중갑자기총격세례를받고이슬람무장단체에강제피랍되었던자신의극적체험을상세히기록한책이다.당시그를포함한4명의산악인들은중무장한이슬람반군들에게피랍되어6일동안생사의고비를여러차례넘기다가가까스로탈출하는데성공했는데,그과정의묘사가마치할리우드액션영화를보는것처럼드라마틱하기이를데없다.
[심산의산그리고사람]<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