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통 극복 초인사상 산악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

고통극복초인사상산악인프리드리히빌헬름니체(1844~1900)

니체의철학사상에대해서는말들이많다.대부분의사람들은그의책을읽지않는다.그의책을즐겨읽는소수의사람들사이에서도평가는극단적이다.어떤이는지나치게감상적이고논리의비약이심해과격한수필에불과하다며악평을늘어놓고,또다른이는기독교문명의몰락과허무주의의도래사이에서새로운인간상을제시한세기말의대철학자라고한껏추켜세우기도한다.

하지만니체의철학사상이다름아닌산악인들에게커다란영향을미쳤다는사실은널리알려져있지않다.니체는19세기를마감하는1900년에죽었다.그가남긴저서들이산악인들사이에서널리읽히게된것은20세기초반과양차세계대전사이의기간이었다.20세기초반의알피니즘을풍미했던사조는이른바‘단독등반’이다.

당시의젊은산악인들은가이드를대동하지않는것은물론이거니와심지어자일조차사용하지않고홀로까마득한바위절벽들을기어올랐다.단한번의사소한실수도곧바로죽음으로이어지는끔찍한등반형태다.실제이시기에홀로산에오르다외롭게죽어간산악인들의수는이루헤아릴수도없을만큼많았다.그리고훗날우연히발견된그들시체곁의배낭속에서는니체의책들이심심치않게발견되었다.

목숨을내걸고단독등반에나선산악인들에게서염세주의적경향을읽어내는것은어려운일이아니다.그들은현세를부정하거나혐오했다.그들은인간이란더나은존재로다시태어나야한다고생각했고,그위대한목표에도달할수만있다면죽음의공포따위는아무렇지도않게넘어서야할그무엇으로여겼다.

그들은어쩌면‘초인’이되고싶었는지도모른다.‘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로대표되는니체의초인사상이과연이들에게직접적인영향을미쳤을까?니체의초인사상을현실속에서구현한것이과연단독등반이라는극단적인선택이었을까?논증할방법은없다.

다만시체로발견된단독등반자들의배낭속에서그의책이자주발견되곤했다는것만은에누리없는사실이다.덕분에본의아니게‘젊은이들을죽음으로내모는악마’로취급받았던니체가더욱혹독한비난에시달리게된것은양차세계대전사이의알프스북벽초등경쟁시기였다.이시기의초등경쟁은‘국가주의적’색채가짙었다.당시누구보다도치열하게이경쟁을주도해나갔던민족은독일인들이다.

그리고그들을총지휘했던히틀러가니체의초인사상을정치이데올로기로변질시켜자신을정당화하는데이용했음은주지의사실이다.19세기의마지막해에죽어버린니체가만약후대에벌어진이런사태들에대하여알게된다면과연어떤태도를취했을까?알수없다.하지만그가본의와는무관하게‘죽음을무릅쓴단독등반’과‘국가주의적등반경쟁’에지대한영향을끼쳤다는것만은부인할수없는사실이다.

니체는과연살아생전에등산이라는것을해본적이나있을까?있다.그것도여러해에걸쳐지속적으로등산을즐겼다.전문산악인과는거리가멀었지만적어도‘등산마니아’정도는되었다고보아야한다.니체는평생을불행하게살다간철학자다.불과스물다섯살의나이에스위스바젤대학의교수가되었을만큼뛰어난학문적역량을갖추었지만육체적정신적으로건강하지못한사람이었다.

1870년에벌어진프로이센-프랑스전쟁에서심각한부상을입었고평생편두통과정신착란에시달렸다.게다가‘추남’이라고해도과언이아닐정도의못생긴외모탓인지여인들과의사랑에서도언제나쓰라린상처만을맛보곤했다.삶에너무도지친그가교수직에서사퇴하고이곳저곳을여행하다가결국안주한곳이바로스위스알프스엥가딘지역에있는질스-마리아라고하는작은마을이다.

유명한산악관광지생모리츠에서불과수킬로미터떨어져있는이마을은해발1,800m의고지대에자리잡고있었는데,니체는1879년부터8년동안이곳에머물면서요양과집필에몰두하며스스로를치료하였다.훗날그의대표작들로꼽히는‘즐거운학문’,‘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선악을넘어서’,‘도덕의계보’,‘우상의황혼’의전부혹은핵심적인대목들은모두이곳에서쓰여진것이다.

그가이곳에머물면서자주올랐던산들은마을을둘러싸고있는코바치봉,라그레브봉,데라마그나봉등이었는데,그중에서도코바치봉(3,451m)은그가가장즐겨올랐던산이어서현지에서는‘니체의산’이라는애칭으로도불리운다.이를테면그는이산을오르내리며‘차라투스트라’와대화를나눴던것이다.‘차라투스트라’를완성하고이곳을떠난니체는그직후심각한정신착란증세를일으켜토리노광장에서졸도한다.

이후바이마르에서세상을떠날때까지그의삶은다시처참한불행의연속이었다.결국그의삶에서가장아름다웠던기간은알프스자락엥가딘에머물던8년뿐이었던것같다.나는그가좀더일찍알프스에들어와죽을때까지그곳에서살았더라면더좋지않았을까생각한다.신은죽었다고말했던니체도죽었다.그의책을탐독하며단독등반에나섰던이름없는젊은이들도죽었다.그의사상을핑계삼아야만적인전쟁에광분하였던나치주의자들도죽었다.영원한것은오직산뿐이다.

●니체의저서에나오는등산비유문장들

“내글의공기를호흡하는방법을아는사람은그것이높은곳의공기,기운찬공기라는것을안다.사람들은그공기를느낄수있도록갈고닦아야한다.얼음은가까이있고홀로있음은처절하다.그러나그모든것이햇살속에얼마나평화롭게자리잡고있는가!숨쉬기는또얼마나자유로운가!발밑으로얼마나많은것을느끼는가!철학은얼음으로뒤덮인고산에서자발적으로사는것이리라.”(‘이사람을보라’)

“(나의철학을이해하려면)이시대에조우하게되는것과는또다른종류의정신이필요하다.비유적인의미로높은곳의보다희박한공기에,그리고겨울여행과얼음과산에순응할필요가있다는말이다.”(‘도덕의계보학’)“진실이라는산맥을타는일은결코헛되지않을것이다.그러면오늘더높은곳으로올라가든지,그렇지않다면내일더높은곳으로오르기위해힘을단련하는결과가될것이다.”(‘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


[심산의산그리고사람]<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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