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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그들을총지휘했던히틀러가니체의초인사상을정치이데올로기로변질시켜자신을정당화하는데이용했음은주지의사실이다.19세기의마지막해에죽어버린니체가만약후대에벌어진이런사태들에대하여알게된다면과연어떤태도를취했을까?알수없다.하지만그가본의와는무관하게‘죽음을무릅쓴단독등반’과‘국가주의적등반경쟁’에지대한영향을끼쳤다는것만은부인할수없는사실이다.
니체는과연살아생전에등산이라는것을해본적이나있을까?있다.그것도여러해에걸쳐지속적으로등산을즐겼다.전문산악인과는거리가멀었지만적어도‘등산마니아’정도는되었다고보아야한다.니체는평생을불행하게살다간철학자다.불과스물다섯살의나이에스위스바젤대학의교수가되었을만큼뛰어난학문적역량을갖추었지만육체적정신적으로건강하지못한사람이었다.
1870년에벌어진프로이센-프랑스전쟁에서심각한부상을입었고평생편두통과정신착란에시달렸다.게다가‘추남’이라고해도과언이아닐정도의못생긴외모탓인지여인들과의사랑에서도언제나쓰라린상처만을맛보곤했다.삶에너무도지친그가교수직에서사퇴하고이곳저곳을여행하다가결국안주한곳이바로스위스알프스엥가딘지역에있는질스-마리아라고하는작은마을이다.
유명한산악관광지생모리츠에서불과수킬로미터떨어져있는이마을은해발1,800m의고지대에자리잡고있었는데,니체는1879년부터8년동안이곳에머물면서요양과집필에몰두하며스스로를치료하였다.훗날그의대표작들로꼽히는‘즐거운학문’,‘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선악을넘어서’,‘도덕의계보’,‘우상의황혼’의전부혹은핵심적인대목들은모두이곳에서쓰여진것이다.
그가이곳에머물면서자주올랐던산들은마을을둘러싸고있는코바치봉,라그레브봉,데라마그나봉등이었는데,그중에서도코바치봉(3,451m)은그가가장즐겨올랐던산이어서현지에서는‘니체의산’이라는애칭으로도불리운다.이를테면그는이산을오르내리며‘차라투스트라’와대화를나눴던것이다.‘차라투스트라’를완성하고이곳을떠난니체는그직후심각한정신착란증세를일으켜토리노광장에서졸도한다.
이후바이마르에서세상을떠날때까지그의삶은다시처참한불행의연속이었다.결국그의삶에서가장아름다웠던기간은알프스자락엥가딘에머물던8년뿐이었던것같다.나는그가좀더일찍알프스에들어와죽을때까지그곳에서살았더라면더좋지않았을까생각한다.신은죽었다고말했던니체도죽었다.그의책을탐독하며단독등반에나섰던이름없는젊은이들도죽었다.그의사상을핑계삼아야만적인전쟁에광분하였던나치주의자들도죽었다.영원한것은오직산뿐이다.
●니체의저서에나오는등산비유문장들
“내글의공기를호흡하는방법을아는사람은그것이높은곳의공기,기운찬공기라는것을안다.사람들은그공기를느낄수있도록갈고닦아야한다.얼음은가까이있고홀로있음은처절하다.그러나그모든것이햇살속에얼마나평화롭게자리잡고있는가!숨쉬기는또얼마나자유로운가!발밑으로얼마나많은것을느끼는가!철학은얼음으로뒤덮인고산에서자발적으로사는것이리라.”(‘이사람을보라’)
“(나의철학을이해하려면)이시대에조우하게되는것과는또다른종류의정신이필요하다.비유적인의미로높은곳의보다희박한공기에,그리고겨울여행과얼음과산에순응할필요가있다는말이다.”(‘도덕의계보학’)“진실이라는산맥을타는일은결코헛되지않을것이다.그러면오늘더높은곳으로올라가든지,그렇지않다면내일더높은곳으로오르기위해힘을단련하는결과가될것이다.”(‘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