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파 글쟁이’ 7인의 글쓰기 노하우 *-

특별기획’개성파글쟁이’7인의글쓰기노하우


평생글쓰기와는무관하게살아온사람일지라도때로는무언가를써보고싶은욕망을느낄때가있다.혹은,쓰지않으면안될때도있다.그러나대부분사람들에게글쓰기는‘두렵다.’왜두려운가?안해본일이라서?어렵고골치아파서?해보지도않고그런말을하면곤란하다.처음엔서툴고유치한글이될지라도,그안에글쓴이의진심이담겨있다면충분히감동적이다.쓰고싶을때써보자.그러면당신의삶이달라질수있다.’김영신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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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보아야바로쓴다.

시를잘쓴다는것은자기가사는당대사회를자기만의눈으로해석하고담아내는일이다.-김용택(시인)

글을쓰는일은어떤일일까?“사물을바로보마”라는말은김수영시인의시구절이다.사물을바로보는것.그것이시를잘쓸수있는가장기본적인자세다.보지않으면무엇이생각나지않을것이고,마음에생각의파문이일지않으면글을쓸수가없다.보고,생각하고,생각한것을표현하는것,그것이글쓰기의기초다.글을쓰는사람은세상에서벌어지고있는모든일에관심을갖는다.관심을가질뿐아니라그관심을종합해서자기의시적경험으로자기화해그것을시로형상화한다.

글을쓰기전에는그냥무심히보아넘겨버렸을그어떤것을기억해두었다가시를써야할때그것을끄집어내글로쓰는것이다.글쓰는사람들의보관창고에는그러므로온갖것들이보관되어있을것이다.나는아이들과매주글쓰는시간을갖는다.처음글을쓰기시작했을때아이들은아무런자기감정이담겨있지않은글들을아무런감흥없이써왔다.모두관념적인표현들뿐이었다.아이들과함께글을쓰기시작한지반년이되어서야아이들은자기생각을담아내는글들을쓰기시작했다.

글을쓰지않을때에는그냥스쳐지나버렸을풍경들을마음에담는습관이생긴것이다.달이떠있는강물,혼자보는별,하늘을나는새,자기집에있는곡식들과짐승들의모양,아버지어머니가일하는모습들을마음에담아두었다가글을쓸때풀어내는것이다.나는늘아이들에게자기가한일을쓰라고권한다.없는일을만들어쓰지말고한일을쓰게함으로써아이들은사실을쓰기시작하고,그위에다가자기의생각을얹어보는것이다.

나는나무를보는일을시킨다.보아라나무에무슨일이일어나는가?보아라강물에서일어나는일들은어떤것이있는가?아이들은그러므로사물을보는것이다.시는무엇보다도마음에서우러나야한다.억지로는절대글이되지않는법이다.세상에서벌어지고있는일들을자세히보아야바로보는것이다.바로보는일이란남의눈이아니라자기만의눈을갖는것이다.세상에는새것이없다.다만새로운눈으로세상을해석하는것이다.

그래서시인은탄생한다고한다.그것이창조다.창조는경이의눈으로사물을보아야만가능하다.그래서시인들은감동을잘한다.다른사람의눈에는하찮고별볼일없는풀한포기로세계를읽어내는경이의눈을시인은갖고있다.우리반2학년창우가어느날아침나에게일기장대신글쓰기노트를가져왔다.창우는앞으로일기대신동시를쓰겠단다.그러면서글한편을가져왔는데제목은‘반디불’이다.반딧불이가아니라반디불이지만,그리고받침과띄어쓰기와문장의앞뒤가잘맞지는않았지만나는감동했다.

“반디불은살으는대가어디일까반디불은밤에우리집에만치만참아름답다반디불은돌아다니는게참예쁘다나는반디불이아름답다그리고예쁜반디불이다”중요한것은창우가드디어무엇을본것이다.반딧불이들이날아다니는앞산을보고방에들어와시를썼을창우의마음과모습은그림이요시다.날아다니는시인의마음을가지게되었다.창우가그런시를쓰고,시인의마음을가지게되었다고해서시인은아니다.창우는시의눈을가졌지만세상을종합하는힘이없는것이다.

창우는시속에아무런사상이나,사회와역사,그리고인간생활전반에대한그어떤철학적인내용을담을수없는것이다.시를잘쓴다는것은자기가사는당대사회를자기만의눈으로해석하고담아내는일일것이다.자기와세계간의긴장을시라는형식을통해새로운눈으로해석하는것,그것이시를잘쓰는것이다.우선사물을자세히보고,그리고사물을바로보는일이야말로자기를세상에바로세우는일일것이다.


*약장수가가수를내세우는까닭

-노회한약장수는지나가는사람붙잡고다짜고짜만병통치약살것을요구하지않는다.노련한작가도마찬가지다.-이윤기(소설가)

나는어떤도시로여행하면먼저그도시의장거리를구경하고싶어한다.국내의도시로여행하든외국도시로여행하든마찬가지다.해거름에장거리에서첫날의저녁밥을먹는일은그도시의속살냄새를맡는일이라고나는생각한다.남도(南道)의한소도시.나는초행인그소도시의장거리를홀로걷는다.어디에선가슬픈노래가들려오고있다.텔레비전이나라디오에서는더이상들을수없을듯한,한물간여가수의흘러간노래다.

나의걸음은그쪽으로쏠린다.짐작했던대로약장수가판을벌이고있다.보고듣는사람의마음을짠하게하는여가수의노래는,울긋불긋하게차려입은차력사의차력시범으로이어진다.발길돌릴것없다.잠들기전까지마땅히할일도없다.밑져야본전이다.차력사의차력시범은보아도그만안보아도그만이다.원숭이묘기는약장수의본론인약선전으로이어진다.그러다나는그만여가수의페이소스,차력사의오버액션,약장수의허풍에차례로정이들고만다.

어둑어둑해진녘에장터를떠나는내손에는,나도모르는사이에사게된,나에게는소용도없는만병통치약이들려있다.약장수는여가수의노래로나를판으로끌어들여약을팔아먹은것이다.언필칭성동격서(聲東擊西)다.공갈은동쪽에다치고주먹질은서쪽에다하기다.나는,글쓰는일역시장거리약장수가약을파는것과흡사하다고생각한다.장거리약장수가약을팔려면먼저사람을모아야하듯이,글로써자기뜻을전하려면먼저독자를글속으로끌어들임으로써독자로하여금읽게해야한다.

읽히는데에실패한주장은발화(發話)되지못한주장이나마찬가지다.약장수에게,‘독자를글속으로끌어들이기’‘그글을기어이읽히기’에해당하는것이바로사람모으기다.그래서노회한약장수는지나가는사람붙잡고다짜고짜만병통치약살것을요구하지않는다.그는먼저여흥을베풀어사람들마음을느슨하게푼다음에본론을슬그머니내놓는다.노련한작가가쓴글의도입부는대체로사람마음을푸근하게만든다.그래서독자는그글에끌려들어간다.작가는한참끌고들어가다가,본론에이르면안면을싹바꾸어버린다.약은이대목에서파는것이다.

“어린이여러분,‘보통’의반대말이무엇이지요?”하고선생님이묻자,“예,선생님,‘곱배기’요”하는대답이즉시튀어나왔다.그는자장면집아들이었다.이와같이사람들은자신이젖어있는습관이나스스로처해있는상황에서쉽게벗어나지못한다.…경제학자정운영박사가올림픽이후의경제를걱정하면서지금부터12년전에‘한겨레신문’에다쓴글의들머리다.이노련한약장수는이런들머리로,경제수치읽는것이질색인나같은사람에게까지자신의주장을펴는데판판이성공한다.

군대생활할때나는책을좀읽고싶었다.하지만하급자시절에는책을읽을수가없었다.하사관들이나고참병들은내가즐겨읽는영미소설이나일본소설을자주빼앗아가고는했는데나는책을빼앗길때마다심한절망을느끼고는했다.항의하다가얻어맞은일도있다.그래서나는전략을수정했다.표지를갈아끼운것이다.말하자면표지를‘세속의길열반의길’‘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존재와무’따위로바꾼것이다.하사관이나고참병들은더이상빼앗아가지못했다.

그들로하여금쇼펜하우어의‘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를읽힐묘안을낸것도그때다.책표지를‘청춘의쌍곡선’으로바꾸면얼마든지가능했을것이다.나는‘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도들머리는‘청춘의쌍곡선’같아야한다고생각한다.

한번도뵌적이없지만,미국까지싸가지고간‘광대의경제학’‘저낮은경제학을위하여’를정독하면서글쓰기를배웠으니나는그분의문하인셈이다.약장수가가수와차력사를내세우는까닭을이제야어렴풋이짐작한다.


*글쓰기노하우글쓰기는내삶의표현

-내게는문학이반찬,미술이밥이다.둘이다투는경우는거의없다.두우물에서나온물은행복하게뒤섞여공존한다.-김병종(화가)

많은사람들로부터받는한결같은질문이있다.화가인당신은왜글을쓰느냐.한우물만파도될까말까한세상에그렇게여러가지를하면화가로성공할수있겠느냐와같은것이다.가끔호의적인반응을보내오는분도있기는하다.전문적으로글쓰는일에종사하지도않는당신이어쩌면그렇게글을잘쓰느냐는물음이그것이다.지난30년간이런질문을하도많이받다보니이제는누가물을라치면속으로,또그얘기,하고실소해버린다.

이런질문을받을때마다나는사람들의머릿속은참으로토지등기등본처럼영역가름이선명하구나하는것을느끼곤한다.나는왜글을쓰는가.한마디로말해서글쓰기가내겐삶의한방식이기때문이다.그림그리기가내삶의한방식인것처럼글쓰기도나의유력한삶의방식이기때문이다.그점에있어서는독서나여행도마찬가지다.나는서음(書淫)이라할만큼의독서광에,세계를예순나라이상돌아다닌여행광이다.독서나여행또한내삶과분리해서생각할수없는삶의한방식임은물론이다.

그런데도허다한사람들의뇌리속에는그림은언제그리나하는‘껄쩍지근함’이있는것같다.그러나그런염려일랑접어두어도좋을듯하다.나는충분히,그리고열심히화가라는역할을감내하고있기때문이다.많은사람들이‘문학의시대는갔다’는비관적인견해를피력한다.더나아가인문학은죽었다고말하기도한다.어느정도사실일것이다.그러나아무리전자매체가발달한다해도문학이나글쓰기의행위는죽을수없는사항이다.

인간이사색하는한글쓰기는계속될것이다.오늘도나는사색한다.그리고그사색의결정물들을성격에따라글과그림으로나누어표현한다.내가글쓰기에별어려움을느끼지않는것은물론수십년동안의왕성한독서때문이라고생각하지만,내나름의회화적(繪畵的)글쓰기스타일을갖게된것에는그림의상상력이많은도움이되어주었다.마찬가지로그림그리는작업에는문학적상상력이많은영향을끼치게되었다.그래서내게는문학이반찬,미술이밥이다.

둘이다투는경우는거의없다.두우물에서나온물은행복하게뒤섞여공존한다.문학과글쓰기가죽어버린시대인지는모르겠으되요즈음문학과글쓰기의영역이현저히줄어버린것은사실이다.이것은유감스러운일이다.왜냐하면사색이줄어들고행위만난무하는시대라는증거일것이기때문이다.사색없는행위는얼마나건조하고위험한노릇인가.노래방이퍼져서아마추어가수들이넘쳐나게되었듯작문교실이라도퍼져서글쓰기의유행이라도불어닥쳤으면싶다.


*정확한글을쓰려한다

-나는무슨글이든탈고하려면거짓말조금보태서열댓번을뜯어고친다.그러면서도언젠가는과학을시로쓰리라꿈꾼다.-최재천(동물학자)

나는어려서부터글쟁이가되고싶었다.자연과학을하는사람의고백치곤좀어쭙잖겠지만아홉살때부터시를쓰기시작했다.학교교지에몇편실은것을빼고는어디변변하게시다운시한편발표한것도아닌주제에감히어려서부터시를썼노라고떠들수있으랴만,단몇줄의시를쓰기위해며칠씩가슴을졸인경험정도는있다는말이다.고등학교시절한동안은조각에푹빠져한때미대에가려는꿈을꾸기도했다.

문과를가려다무슨운명의장난인지이과에배치된이불행한소년에게그래도가장문과냄새가나는자연과학분야는생물학이었다.어려서아버지를따라상경하여학교는결국서울에서다녔지만방학이란방학은거의깡그리고향할아버지댁에서보낸나에게동물을공부할수있다는것은상당한위안이었다.문학도의꿈을접은지여러해가지난오늘나는동물행동학자가되어돌아와어느문인못지않게왕성한집필활동을하고있다.

내가쓰는글은거의모두생명이그주제다.돌이켜보면나는늘생명에대해고민하며살아온것같다.생명의아름다움을시로표현하려했고,생명의모습을깎아보려하다가이제는아예그속을헤집고있다.나는내가자연과학을하게된것을무척다행스럽게생각한다.과학자치고제법글흉내를낸다고생각해주는덕에여기저기겁없이글을뿌리며산다.또자연과학,그중에서도동물행동학을공부한덕에그냥글만써온이들에비해소재가풍부한편이다.저광활한자연에서퍼오는내글의소재는쉽게마르지않을것이다.

하지만과학이내글에준가장큰선물은뭐니뭐니해도정확성이다.과학논문의글이란문학적수려함보다내용의정확한전달이더중요한법이다.미국에서공부한죄로나는과학논문을영어로연습했다.영어에비하면우리말은아름답긴해도그리정확한언어는못된다.많은경우주어가없어도그만이고여러모로느슨한구조를지녔다.영어로배운글쓰기가내게준가장큰교훈은쉽고정확하게쓰라는것이었다.

우리나라에도그의책들이번역되어잘알려진하버드대학의진화생물학자스티븐제이굴드는크고화려한붓을휘두른다.그러나가끔서평가들로부터그가도대체무슨얘기를하려는것인지모르겠다는비판을듣는다.자신의박식함을알리는데급급한나머지때로글을쓰는본분을잊는다는것이다.그에비하면하버드대학의내스승윌슨은어느서평가로부터다음과같은평을얻었다.“윌슨의글을읽은후‘그래서그가무슨얘길하려했느냐’를묻는사람은아무도없다.”

몇년전결코짧지않았던미국생활을청산하고귀국하여처음으로원고청탁을받았을때며칠밤을꼬박새우며괴로워했던기억이난다.어려서흉내내던문학적인글쓰기와영어로배운과학적글쓰기가내안에서서로뒤엉켜싸움질만할뿐도무지게워지질않았다.

컴퓨터가아니었더라면나는아직도그전쟁에휘말려헤어나질못하고있을것이다.일단이술저술실컷들이키곤컴퓨터에모든걸왈칵토해버렸다.그러고나서차근차근주워담기시작했다.몇번의산고를겪으며그렇게끄집어낸내글은어릴대의문학적감성은조금잃었을지모르나대신간결함과명확함을얻었다.

아직도우리문인들중상당수는컴퓨터가두려워원고지에글을토하고있다들었다.나로서는상상이가질않는일이다.컴퓨터는내가미처잊기전에마구쏟아놓은낱말들을그리어렵지않게자르고,옮기고,붙이고,꿰매준다.나는무슨글이든탈고하려면거짓말조금보태서적어도열댓번은뜯어고친다.그래도아직한번도컴퓨터를구겨쓰레기통에던져보지않았다.한문장한문장소리내어읽으며글이내귀에음악이되어구르는가점검하는가하면주어,동사,형용사,관사가제가끔틀림없이자기자리에앉아있는지를확인한다.남의글을읽을때문장이정확하지않으면글맛이딱떨어지기때문이다.그러면서도언젠가는과학을시로쓰리라꿈꾼다.


*문체와사고에대한몇가지단상

글의설득력은곧그인격의설득력으로연결된다.그래서쉼표하나에도개성을담는게가능해진다.-정은숙(시인)


1.말은잘하는데글은못쓴다

디지털시대,하이퍼텍스트시대가되기전부터직업적으로타인의글을읽어온사람이보기엔현재너무많은글이난무하고있다는느낌이다.흡사봇물이터진것처럼많은사람이자신의이야기들을글로적어출판사로투고하고있다.이제출판사들은투고원고만을전문적으로읽어주는사람을고용해야할상황이다.디지털혁명이글쓰기혁명을불러온형국인데문제는타인의글을읽고나면내자신이먼저착잡해진다는것이다(보내온원고의내용들도착잡한경우가많다).

무슨채팅방이나게시판을기웃거리지않아도도처에설익은말을글로바꿔놓은숱한문자들(글이라고하기에는너무함량미달이라는뜻에서)을만나게되는데,그순간연옥이따로없구나하는감상속으로빠져드는경우가한두번이아니다.세상모든일이그렇듯남앞에나서려면어느정도공력을쌓은후라야한다.언제까지문화가‘어린것들’의재롱을보는것과같은날것취향에빠져있어야하는가.

그것도십대에한정되는듯하지만글을쓰거나매만지는사람의입장에서볼때너무나말은잘하는데글을못쓴다는느낌이든다.이름만대면누구나다알만한유명인사의글을본적이있는데브라운관에서자신의생각을피력할때와는너무딴판인글쓰기앞에황당했던기억이난다.물론그것은글쓰기보다는말하기를더큰가치로두는작금의상황이작용하고있다는것은모르는것은아니지만.

2.사는만큼쓴다

기능적인글쓰기에대한나자신의혐오는글쓰기란결국삶쓰기이고사는만큼쓴다는고전적인생각에바탕을두고있다.기능적인글쓰기,단지의사전달위주의말을대신하는글쓰기가위세를드높이다보니쓴것은많은데그어디에도그사람의생각이들어있지않은경우를쉽게발견하게된다.흡사누군가머리속에서불러주는것을저19세기말초기다다이즘의초현실주의적자동기술법으로받아적은것이아닌가하는의문이드는것이다.

그런데다다이스트의언어는기능적인언어가아니라예술적인언어였잖은가.따라서글쓰기는결국독창성,사고력에바탕을둔삶쓰기이고,글의설득력은곧그인격의설득력으로맥락지어진다.필자가운데는쉼표하나에도개성을담는이가있는데이런이들은곧그삶의태도가그속에스며있다고판단되는것이다.물론여기에서하늘아래새로운것이어디있느냐고말할수있지만상호텍스트성에기대면인용조차자신의독창적인글쓰기의연장임을우리는추측해볼수있다.

어느비평가의‘인용만으로된글짓기를해보고싶다’는토로는바로이것을말한것이다.그런데우리의현실은생각의독창성보다는사고의편이성때문에남의생각을베끼는글짓기가성행하고있는것이다.결국은모든것이글쓰기이전으로환원되고마는것이다.

3.쓰는것이삶이되면불행하다

글을쓴다는것은삶을쓰는것이고삶을쓰는것은삶을부단히애쓰며산다는의미라고나는생각한다.글쓰기와삶쓰기는이처럼분리할수없는그무엇이다.그러나동시에문학적인언어에서는위반해야할그무엇도된다.삶의불행은문학의축복이된다.물론모든불운했던삶이위대한문학이되지않는다는것은새삼말할필요가없다.시를쓰는눈으로바라보는삶,문학을하는눈으로바라보는세계는그전과는다른시각을갖는다는뜻이다.

역설적으로불행이뜨게하는눈은문학적인시각을갖게한다.위대한시인,작가들의삶을한번들여다보라.삶의불행을담보로하지않은작가들을찾아보기어렵다.이제는그런삶의제한적인의미가,제한적인또다른삶에서만공감을주는희소성의시대,순응의시대가되어버렸다.많은기능적인글쓰기가난무하는시대,그런시대에만족하지못하는사람들이참으로새로운글쓰기의진경시대를열어갈것임을나는희구한다.


*’연애편지적글쓰기’

-연애는인간을성숙시킨다.글쓰기도그렇다.일단쓰면,삶은다른옷을입고당신앞에나타날것이다.-김영하(소설가)

어느날내가작가가됐을때,가장많이받은질문중하나는,어떻게습작을했느냐는것이었다.그러니까특별한문학수업방법이있었냐는질문이었는데,그때마다나는이렇게대답해왔다.“연애편지를많이썼다는것밖에는별다른게없었습니다.”질문을던졌던사람들은농담으로생각했을테지만농담만은아니었다.연애편지는우선,독자가분명하다.독자의취향과성격,수준이분명하다.단한명의독자만만족시키면되는글,그것이바로연애편지다(때로는상대방의친구나부모까지도겨냥하는사람들이있지만그런경우는예외로하자).

타깃독자가분명하다는것은글쓰기에있어매우중요한요소가된다.누가읽을지모르는글을쓰는것만큼힘든일도없다.또한연애편지는,목적이분명하다.연애편지는대체로‘읽는사람의마음을사로잡는다’라는확실하고명쾌한목표를가지고있다.목표가분명해지면글쓰기는한결쉬워진다.작자는독자의마음을사로잡기위해서다양한비유와인용을동원하게되며,그것을통해점점더자신의글을발전시켜나가게된다.반대로목적이불분명한글은쓰는사람도괴롭고읽는사람도힘들다.

마지막으로연애편지는,작자가가지고있는역량을총동원하게만든다는점에서좋다.그러니까연애편지는대충대충쓸수가없는글이라는얘기다.욕망이너무강하기때문에,그욕망이나로하여금,아는것모두와가진재능모두를소비하게만들었던것이다.사랑에빠지면뭔들못하겠는가.밤을새워가며시집을뒤지게만들고수십번에걸쳐글을고치게만든다.연애편지의이런특성은글이언급하고있는대상,즉화제(話題)를사랑한다는사실에서비롯되는것이다.

난을정말로사랑하는사람의글이라면,그의문재(文才)가아무리박약하다해도어쩔수없이전해져오는따사로움이있게마련이다.개를싫어하는사람이단지애견협회에서청탁을받았다는이유만으로개에관한글을쓸수는있다.그러나그런글로사람들을감동시키기는어렵다.나는좋은글을쓰는일이연애편지를쓰는일과결코다른것이라고생각하지않는다.감동적인연애편지에해당하는덕목들은고스란히멋진글에도들어맞는다.

그러니까혹시지금부터라도글쓰기를시작하려는분들은연애편지적인글쓰기에대해한번쯤생각해보라고권한다.그러니까이런식이되겠다.우선,독자를한정한다.연애편지처럼한사람이라도좋고,아니면가족이나회사동료도좋다.네루도자기딸에게보내는편지형식을빌려‘세계사편력’이라는명저를완성한바있지않은가.두번째로글쓰기의목표를명확하게정한다.‘가족의역사를정리한다’‘내인생을반성한다’‘등산의즐거움을사람들에게널리알린다’‘사람들을울린다’등등무엇이든좋다.목표없는글쓰기처럼공허한것이없다.

목표를드러낼필요는없지만적어도글쓴이만큼은확고한목표를가지고있어야한다.김구의‘백범일지’나이순신의‘난중일기’가지금도읽히는것은그들의글이독립정신고취나방어임무완수라는분명한목표를가지고있었기때문이다.반면,얼마전자살한한고위공직자의유서가별다른감동을주지못하는것은그글이궁지에처한자신의처지를변명한다는,자기스스로도납득못할어설픈목표를가지고있었기때문이다.

연애편지적작법의마지막은간단하면서도어렵다.자신이사랑하는대상을택하라.아이,꽃,나무,자전거,오토바이,여배우,뭐라도좋다.사랑하는것에대해서쓰는일은일단즐겁고유쾌하다.적어도싫어하는것에대해서쓰는것보다야얼마나좋은가.이정도면연애편지적글쓰기의요체는다정리된셈이다.이제는그저쓰기만하면된다.아,한가지빠트릴뻔했다.연애의장점은그과정만으로도인간을성숙시킨다는것이아닐까.글쓰기도그렇다.일단쓰시라.그러면삶은다른옷을입고당신앞에나타날것이다.때로는따귀를날려오는경우도있겠지만,그것도다성숙의길이아니겠는가.


*문장의생명은‘진실’

-지난달에낸내책의부제가‘바른세상을갈망하는마음’이었다.사실은‘마음’대신‘순정’이란말을쓰고싶었다.-한승헌(변호사)

“나도글을잘쓸수있다.”
이런제목을놓고글을쓸처지는아니다.한번도내가글을잘쓴다고생각해본적이없기때문이다.하지만기자의청탁에고사(固辭)를관철하지못한책임을다하는뜻에서어설픈체험고백으로지면을채우고자한다.나는학생때현상논문모집에응모한적이있다.고3때던가,당시미국공보원(USIS)에서‘국제연합(UN)과한국’이라는제목을내걸고현상모집을했던것이다.한국동란후10월24일을‘유엔(UN)데이’로정하고공휴일로까지삼던시절이었다.

그때요행히당선되어미제라디오한대를상품으로받았다.당시로서는상당히귀한물건이었다.대학1학년때는인권주간을기념하는인권옹호논문현상에응모했다가역시용케도당선이되어상당액의상금을탔다.이렇게쓰다보니,내가소시적부터무슨작문소질이라도있었던것처럼비쳤는지모르겠으나,실은그것이아니었다.두번다현상으로내건상품과상금이욕심나서만용을부려본터였다.실인즉,6·25전란으로몹시피폐했던때인지라,가난한학생의공부방에라디오가없었는가하면,학교생활안팎에서진빚을갚아야할돈이필요했던것이다.

결국상품과상금이라는잿밥에끌려글을썼고,그점에서나는조숙한‘프로’였는지모른다.그리고그런탄생비화를가진내글이신문에연재되었을때의기분도예사롭지는않았다.그후로나는본래지망과는달리법조인이되었고,1960년대이후의군사독재시대에정치범내지양심수들의변호에매달리면서얼마쯤저항적인입장을견지했다.그러다보니사건변호의필요에끌려,또는언론의청탁이나민주화운동단체의요청에못이겨부역잡히는식으로이것저것글을쓰게되었다.

얼마쯤의찬사가있었는가하면,반공법올무에걸려징역살고변호사자격까지도박탈당하는필화도겪었다.나는법조인이기에우선법률문제를중심으로한논증(論證)위주의문장을써야했다.변론서나준비서면등재판문서의작성이일상화되어있는데다가청탁원고도대개법률분야내지시론적인내용이되다보니그럴수밖에없다.일반적으로법률문장은딱딱하고난삽해서이해하기가어렵다.전문(법률)용어의풀어쓰기에도한계가있다.

논리에얽매이다보니장황해지기도한다.이런난점을극복해보려고노력은해보았지만그성과는미지수다.감사원에서일할때에는감사문장바로쓰기교육을했다.감사문장도법률문장에준하는터여서일반이이해하기는적지아니어렵다.또한A4용지한장을다읽어도‘다’자는안보이고,‘고’자와‘며’자만나온다.이래서는안되겠다싶어외부전문가들을모셔다가하루4시간씩나흘동안특강을받았다.그에뒤이은직원들의자발적인노력으로‘감사문장편람’을만들어실무에활용토록했다.

글은되도록간명하고쉽게써야한다는것이나의지론이다.어려운것을쉽게쓰기는참으로어려운일이다.하지만그것은‘표현의민주화’를실천하기위해서도필수적인과제라고믿는다.더구나전문성이엷어도되는경우에는대중의이해를돕기위해서도쉽게써야한다.흔히‘좋은글’이라면내용위주로생각하고,‘글을잘쓴다’고하면표현력을연상하는데,욕심으로야그두가지를다갖추기를바라는것이인지상정이다.

내용이아무리좋다해도그것을제대로이해시킬만한표현이부족하다거나,내용은좋지않은데글의기교만현란하다면그어느것이나바람직하지못하다.위의두가지요소를겸비하자면많은독서와꾸준한글쓰기외에달리왕도(王道)는없다.글의생명은진실에있다.내용도표현도진실에서벗어나면공감을얻기가어렵다.이렇게말하는나는얼마나글을잘쓰는가.“야구해설자가반드시야구를잘하는것은아니다”라는말로변명을하는수밖에없다.

다만거짓,과장,술수로서의글쓰기만은하지않았다는것을다행으로여길뿐이다.지난달에낸내책의제목이‘법이있는풍경’인데,거기붙인부제가‘바른세상을갈망하는마음’이었다.사실은‘마음’대신‘순정’이란말을쓰고싶었다.비록서툴기는하지만,이세상을향한간절한‘순정고백’으로나는글을써왔다.

출처/목련꽃이질때|글쓴이:어린왕자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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