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친 산 오를 땐 독재자가 된다. *-

거친산오를땐독재자가된다.

높은산을오를때는수많은변수가따르고,결정해야할일이투성이다.리더는결정하고치밀하게챙기는사람이다.한국최고의산악인엄홍길이바로그런사람이다.그런면에서서울에서보는엄홍길과히말라야에서보는엄홍길은완전히다른사람이다.서울에서는털털하고수더분하지만히말라야에서는신경이극도로날카로워지고,사소한일에도예민하게반응하는성질급한사람이된다.왜그럴까?그의답변은…

“평지에서는웃어넘길수있는사소한실수가높은산에서는팀전체를죽음으로몰고갈수있다.장비의매듭하나풀린정도의사소한부주의때문에목숨이왔다갔다하는상황이된다.고산등반이란처음부터끝까지아주섬세하게관리하지않으면성공할수없다.정상공격조몇명을올려보내기위해수십명이몇달간팀워크를이루어준비하고계획해야한다.보급을예로들더라도,서울에서는깜빡잊어버리고못챙긴물건은다시구입하면되지만,히말라야에서는그럴수없다.

기술과장비가발달했다해도히말라야고산등반은생명을건모험이다.등반을책임진대장으로서,세세한부분까지점검하고챙기는것은당연하다.히말라야에서는사소한것과중요한것의판단은대장인내가한다.”사람목숨이왔다갔다하는곳에서어떻게대충할수있겠냐는것이다.엄홍길은변화를좋아하고새로운도전을즐긴다.그는낯선곳에서의아침을즐긴다.

그는국내처음으로외국인과함께동반산행을시도했다.14좌가운데5좌를스페인등반대와함께오른것이다.그는외국인과의등반을통해새로운것을많이배웠다.우선경량등반이라는새로운접근방식을배웠다.그동안한국등반은많은인원이가서시끌벅적한잔치분위기속에서등반을했다.하지만스페인팀은경제적으로등반한다.소규모인원과장비로단시간에등반하는방식이다.

등반을계획하고준비하는과정을체계화하고프로세스가합리화되어있다.“경량화와속공”이라할수있다.분위기도다르다.등반분위기가전체적으로밝고필요이상정신력의중요성을강조하지않는다.결과보다는과정을즐기고중요시한다.이런혁신은필요에의해생겨난다.가만히앉아혼자생각하다변화의필요성을느껴혁신하는경우는없다.외부환경으로부터변화를느끼고생존을위해적응해가면서새로운방향을모색하는것이혁신이다.

엄홍길은1988년에베레스트등반에는쉽게성공했지만,이후89년부터93년까지시도된히말라야8000미터급봉우리에대한도전에6번을연이어실패한다.그리고이일때문에스폰서구하기가어려워졌다.영화에연속으로실패한감독이제작자를구하기어려운것과같은이치이다.이런상황에서돌파구를찾기위해시도한것이외국인과의합동등반이었다.그런데이일로인해뜻밖의많은배움을얻는다.모든것이잘돌아가고만족스러운데변화하고혁신하는사람은별로없다.

앞이보이지않고밑바닥까지떨어졌다고느낄때우리는돌파구를찾게되고변화는시작된다.시간이없어서공부못한다는학생은시간이많아도공부를못한다.돈이없어서사업을못하는사람은돈이많아도사업을못한다.혁신은늘부족한가운데생겨난다.리더는사소한것과중요한것을구분하는사람이다.엄홍길은중요한일은철저하게점검하고챙긴다.가능하면남에게맡기지않는다.

사소한일은아예무시하거나다른사람들에게맡겨버린다.국내산행에서먹을것을어떻게할것인가,어떤루트로갈것인가같은일에는알아서하라고얘기하고별관심을두지않는다.국내산행에서길을잃거나굶어죽는일은없기때문이다.에베레스트같은고봉에서의루트개척은직접나선다.어려운부분일수록자신이직접해야지형을충분히파악할수있고나중에생길지모르는위험에서올바른판단을할수있기때문이다.

또고산지대에서사용하는특수의료용연고같은것은확실하게챙긴다.만약특수연고가없으면사소한상처에도대원은심하게고생할수밖에없기때문이다.리더가되기위해서는우선순위를알아야한다.정말중요한것은무엇인지,급해보이지만중요하지않은일은어떤것인지를구분해야한다.그리고중요한일에집중하고별것아닌일은위임할수있어야한다.그는사소한것에도정성을다한다.

그가등산화신는모습은경이롭기조차하다.신발에혹시작은모래알이라도있을까봐신발바닥을위로해서완전히하늘로올려햇빛에비춘다음꼼꼼하게살피면서손톱으로모래나먼지를하나하나털어낸다.마치경건한의식같다.그에대한엄홍길의답변이다.“일단운행을시작하면잠자리에들때까지등산화를벗을수없다.혹시잘못해돌가루라도들어가면신경이쓰이고집중력을떨어뜨릴수있다.

차안에들어온파리를잡다사람이죽은사례가있다고하는얘기를들은적이있다.이런것은결코사소하지않다.집중력을높이기위해당연히이렇게해야한다.그는정리정돈을잘하기로도유명하다.그래서엄홍길의텐트는척보면알수있다.워낙깔끔하게정리정돈되어있기때문이다.눈감고도찾을수있도록장비놓이는자리가정해져있으며,항상깨끗하게청소되어있다.

어찌나텐트를잘정돈하고관리하는지셰르파들은엄대장의텐트를신전이라고부른다.인간이란사소한것에서흐트러지면마음가짐도흐트러지고종국에는목적의식도약해진다.리더는정확하게판단하는사람이고그런판단력은맑은정신에서나온다.그리고맑은정신은건강한생활태도와관련있다.등산화신는것,텐트정리하는것,사소해보이지만결코사소하지않다.

최대의집중력발휘를위해반드시필요한의식이다.엄홍길은겸손하다.책한권을선물받자두손으로정중히받은다음머리에대고간단한기원을한다.선물에감사하고주신분에대한축원이다.너무나진지하다.식사를도와주는분에게수고비를줄때도두손으로정중하게준다.산에서배운겸허함이몸에배어있다.그는산에서겸손을배웠다.산은겸허한자에게만정상을허락한다는것을배웠다.

“산은정복의대상이아니다.산이허락하면인간은잠시정상을빌리는것에불과하다.산정상에오름으로서대자연을이겨보겠다는것은철부지의만용이다.등반이란대자연에순응하면서정상을잠시빌릴기회를산에게허락받는것이다.강철같은의지는필수조건이지만,의지만으로오를수는없다.대자연에대해겸손해야한다.산에서가장먼저배워야할것은자신을낮추는것이다.”

승리는위대하지만실패를딛고일어선승리는더욱위대하다.엄홍길의14좌완등은14번의실패를딛고이루어낸결과이다.그가위대한것은실패를하지않아서가아니라실패를거듭했지만이를이겨내고다시도전해승리를거두었기때문이다.작은성공은실패없이도가능하다.그러나큰성공뒤에는항상쓰라린실패가있게마련이다.그는88년에베레스트성공이후6번을내리실패한다.

안나푸르나,낭가파르바트,시샤팡마,초오유…죽음의문턱에다녀온후그는히말라야에대한경건함을배운다.고산등반은신들의영역이란것을알게된다.그리고성공한다.하지만11번째봉우리안나푸르나에도전하다또다시실패한다.정상을500미터남긴시점에서세르파2명이추락했고이들을구하려다발목이180도돌아가는중상을입었기때문이다.헬기도올라올수없는곳에서의사고였다.

2박3일에걸쳐베이스캠프까지기어온다.그리고재기한다.“1988년에베레스트를처음올랐을땐정말무서운것이없었지만,연이은실패는내인생을돌아보게했다.히말라야는나를거부하는것같았고,나는그냉혹함에진저리를쳤다.그사건으로나는힘만믿는청년에서겸손함을아는사람으로변할수있었다.”연이은성공에는아무런피드백도없고전환도없다.오로지승리만맛보았다면지혜와판단력은더이상성장하지못하고발육부진에빠지게된다.

빌게이츠도실패를중요시한다.그의얘기이다.“나는실패한기업에몸담은경력이있는간부를의도적으로채용한다.실패할때는창조성이자극되기때문이다.밤낮없이생각에생각을거듭할수밖에없다.나는그런경험이있는사람을주변에두고싶다.난국을타개할능력이있는사람은어려운상황일수록빛을발한다.”인간은쉬운싸움에서이기는것보다어려운싸움에서패배하면서비로소성장한다.

그는최고의인사전문가이다.성공적인등반을위해서는좋은사람을채용해야한다.특히유능한세르파를고용하는것은등반성공에필수적요소이다.그는세르파를채용할때등반기록을먼저검토하고평판을알아본다음면접을한다.네팔에서엄홍길의별명은“엄싸부”다.이들을존중하고인간적으로대접하기때문에붙여진별명이다.등반대는베이스캠프에도착하면라마제를지낸다.

산신에게올리는티베트불교고유의전통제사이다.산에오르겠다는고지와동시에안전등반을기원하는의식으로셰르파에게는절대적인의미를지닌다.그래서이들에게는금기사항이많다.닭이나염소를죽이는살생,고기를불에구워먹는것…많은사람들은이를무시하지만엄홍길은철저히존중하고많이배려한다.“셰르파는우리가돈을주고고용했지만등반을같이하는동료이다.

이들을어떤사소한일로도자극하지않고마음편하게해주는것은등반의성과와직결된다.셰르파들의금기를미신이라고무시하면거리감이생긴다.셰르파와한팀이될수없다.그의이런인간적대우는1998년안나푸르나에서생긴사고로더욱유명해졌다.정상을500미터쯤남긴지점에서셰르파2명이크레바스로떨어지는사고가나고엄홍길은이들을구하기위해로프를잡았는데이때문에발목이180도돌아가는치명상을입는다.

현지인을구하기위해자신의목숨을건이이야기는큰화제가되었다.또히말라야에가면먼저간셰르파의유족을만나위로하고경제적도움도준다.리더는사람을움직이는직업이다.엄홍길은사람을움직일줄아는사람이다.그는대인관계에도탁월성을갖고있다.그렇지만외향적이거나나서는성격은절대아니다.그저진실되게사람을대하는것이노하우이다.

그를한번만난사람은그에대해호감을갖게된다.그는산을대하듯인간을대한다.그의얘기이다.“나는산을대하는것처럼사람을대하면마음이통할것이라믿는다.인연이닿아만난사람들에게감사하는마음으로진지하게대하고,약속과의리를지켜나가려했다.배경이없는내가실력과태도에서밀리면물러날곳이없다고생각했다.산에가면몸을아끼지않고잔머리굴리지않고솔선수범했다.

남보다30분먼저일어나준비하고무거운짐먼저지고,험한일에먼저나섰다.잔머리를굴려서는안된다.모두가똑똑한사람이다.”그는꼼수없이진정으로사람을대한다.흔히등반을삶에비유한다.올라가기전에는까마득하게보여도한발한발올라가다보면어느덧이렇게많이올라왔나하는느낌이그렇다.

올라갈때보다는내려갈때가힘든것도삶과비슷하다.힘들때가있지만상쾌하고기분좋을때가있다.실패할때가있지만좌절하지않고성실하게살다보면희망에찬순간이오는것도그렇다.이책은그런것에대한깨달음을주는책이다.엄홍길대장을통해새로운에너지를공급받기를바란다.

[저자:김경준/196P/₩10,000]
[리뷰:한근태소장(한스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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