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은 자연의 여러 과정이 어울린 결과물 *-

숲은자연의여러과정이어울린결과물

숲은미래를싣고있는현실이라는말이있다.또한거대국가미국을제외하면세계에서국가경쟁력이가장강한나라인핀란드의총리에스코아호는미래를내다보는정치지도자의길을숲을가꾸는사람에비유한적이있다.이렇듯숲을떠올리면우리는당연한듯이미래를연상한다.그만큼미래와숲은개념적으로잘어울리는관계를맺고있다.

▲멧돼지가파헤친흔적.

하지만과연미래란무엇인가?우리는쉽게과거,현재,미래라고구분하면서이들을선형으로연결하지만,곰곰이따지고보면그렇게쉽게구별할수있는것이아니다.특히과거나미래가따로있는것이아니다.우리가지금음미하는과거는이미과거가아니라현재에재평가된과거,즉현재화된과거다.미래라는것도지금가늠해볼수있는현재,즉살아있는현재가뻗어갈전망일뿐이다.한마디로말하면과거나미래는모두지금우리가가지고있는기억이펼쳐내는세계인것이다.

그런데숲은공간에기억이펼쳐진것이다.우주의기억인빛,지구의기억인지질,생명의기억인종자,사람의기억인문화가관계를맺어서지금우리앞에나타난것이숲이다.숲에서과거의의미는우주와지구의기억에중심을두고있다면,미래의의미는사람에게있다.우리가숲에대해어떤행동을하고,어떤생각을하는가에따라앞으로숲이전개될방향이정해지기때문이다.

사람이숲을바꾼경우는많이찾아볼수있다.과거에는땔감으로낙엽을긁어모은결과토양이노출되어솔숲이번성할수있는기회를제공하였으나이제산에낙엽을방치하여어린소나무들이자라지못하고있다.지금산에가면사람들이범이나늑대를멸종시킨결과멧돼지가번성하여곳곳에숲바닥을파헤치고다닌것을많이볼수있다.이런곳에서는갱신되는나무들이달라진다.그래서범이나늑대를잡은것이숲을변화시킨다.

앞으로는기후변화등인위적인영향력이점점더커질것이다.숲에대한사람들의생각이바뀌어도숲은변화될것이다.인간은미래를고민하는동물이다.지금우리의생각은미래의지평이반영된것이기때문에숲의미래와숲에대한생각은서로영향을미치며전개된다.이렇듯숲은다채로운전통매듭처럼자연과정과인문과정이서로엮어낸것이다.

숲의미래에가장중요한핵심어는무엇일까?아마사람이될것이다.이렇게생각하는것은앞에서밝힌이유외에도인간의생존문제가걸려있기때문이기도하지만,숲의미래과제는사람이느끼는아름다움이란물음이먼저올것으로본다.필자가공부할때,인공림은아름답지않고자연림만아름답다거나,단순림은아름답지않고혼효림만아름답다는주장이많았다.그러나한대지방의타이가숲은한수종으로일제히펼쳐져있지만얼마나많은사람이감탄해마지않는아름다움을선사하는가!

▲(좌)우주목(원주시신림면성남리성황림).(우)마을숲에제사를지내는나무.

나무없어지면결국인간도멸종


필자는이런의문을지울수가없어서과연아름다움이란무엇인가를공부하기시작했다.황금비로시작해서고전주의,자연주의,낭만주의등등시대에따라달라지는아름다움에대한생각의변화를보고나름대로정리가되는가싶었다.하지만예수사진에오줌을뿌리고는아름다움을추구한다고하는현대미술에와서는모든것이흐트러졌다.

이런방황은결국나를철학세계로인도했다.그렇게헤매던중예술경험의진리문제를다룬한스-게오르크가다머의책을읽으며아름다움이란누가선언한형식에따라정해지는것이아니라진리의지평을여는자유로운추구의한행위에서얻어진다는생각이들면서다시숲을공부하는것으로돌아오게되었다.

진선미는우리가따로따로말하지만다른길에서찾을수있는것이아니라한뿌리의다른표정일뿐이라는,다시말해서한힘이세상에나타나는모습의차이일뿐이라는생각이들면서숲의아름다움은숲을공부하면서알수있다는생각이들었기때문이다.과거,현재,미래가같이진동하는공간,진선미의다양한모습,이것이아름다운숲의현실이다.

아름다운숲의미래는어울림에있다.지금우리앞에펼쳐져있는숲도자연의여러과정이어울린결과물이다.우주의빛이대지의힘과어울리면서생명을잉태하였고,생명들이어울리면서숲을창조하였다.이렇게생긴나무는다시빛과대지가사랑할수있는통로가되고,뒤늦게진화한인간은나무를통해나의소원을우주의중심과연결시킨다.선사시대세계곳곳의우주목(宇宙木)뿐만아니라우리민족의신단수도그렇게우주와세상을연결하고사람의소원을받아주고원망을풀어주었다.

어찌제사장인단군뿐이었으랴!이름이남지않은백성들의기도도극진하였으리라.태양과대지가어울리듯이군왕과백성이어울린다.신화에서는이를천신과지신으로,또는천신과수신으로기리며신성한숲을찬양한것이다.

이래서아름다운숲의미래는과거의신화와어울린다.과거와미래를구분하면어울리기어려워보이는것도기억의공간으로불러내면같이짝을짓는것이다.신화는기억을생산하는우리내면의식의원형을지니고있기때문이다.함석헌선생도“신화는있었던일이아니요,있어야할일이다.…중략…신화는이상이다.이상이므로처음부터있었을것이다”고말했다한다.신화를가진숲은지금까지남아있을뿐만아니라신화를가진숲의미래는아름답고건강하다.

숲통해태풍막은조상지혜배워야


숲의미래가우리인간때문에불안하다.인간이온실가스를많이배출하여지구기온이올라가서나무들이적응하기어려운것이다.산업혁명이전에대기중이산화탄소농도는280ppm이었으나2005년에는379ppm으로증가하였다.이에따라지난100년간전지구의평균온도는0.74℃상승했다.우리나라는두배가넘는1.5℃나올랐다.

기온이1℃올라가면현재의기후에적응한숲은북쪽으로약150km를이동해야하지만,종자가작아서이동속도가빠른식물을제외하고는대부분이속도를따라잡을수없을것으로보인다.더구나우리나라와같이산악이많은지형에서는산꼭대기로올라간식물이더이상올라갈곳은없고,멀리건너뛸수도없어대부분절멸할위기에처할우려가있다.구상나무,가문비나무,분비나무와같이남한에서는높은산에서만사는나무는특히더위험하다.

야생화도위험하다.얼레지나복수초,한계령풀같이숲바닥에서나뭇잎이크기전에잎을내고광합성을하여에너지를만든후꽃을피워열매를맺고나뭇잎이자라면땅속에서잠자는식물은견디기어렵다.기온이1℃상승하면나뭇잎이피는시기는1주일정도빨라진다.만약나뭇잎이빨리자라서그늘을만들면이들은그만큼에너지를만들기회를놓치게된다.그러면이들의개체군은점점줄게되고,이들과어울려사는곤충이나작은생물들역시살아남기어려워진다.

나뭇잎이빨리자라는데적응해서야생화가자신들의꽃을빨리피워도문제는여전하다.이런꽃에서꿀이나꽃가루를얻는곤충이이만큼빨리나오기어렵기때문이다.이렇게되면식물역시꽃가루받이를하지못하여열매를맺지못하고생명의그물은점점끊어지게될것이다.

▲담양관방제림.홍수방지를위해만든숲이지금은쉼터가되었다.숲과인간,과거와미래의관계.

지난100년간인류가올린기온상승은자연적으로는1만년이상의변화에해당한다.자연도변하지않는것은아니지만지금의기후변화는전례없이빠른속도로인간이란단한종에의해촉발된다는것이문제다.생물의진화는보통1만년이상이걸린다는것을감안할때,인류가촉진한변화에생물다양성이건강하게적응하기는어려울것이다.

이와같이생태계의안정성이점점약해지고,기온이올라가면병충해도만연한다.과거에는문제가되지않았던대벌레의피해가남쪽에서북쪽과내륙지역으로확산되고,아열대성수목병균의하나인푸사리움가지마름병도리기다소나무에피해를주며전국으로확산되고있다.

우리인간이지구기온을올리고,무역이나여행으로생태계의질서를교란할수록인간도살기어려워진다.동물도서로맞추며살기어렵다.네덜란드에서는지난23년간봄기온이올라가곤충은9일일찍자란반면,박새의번식시기는별로변하지않았다고한다.박새새끼가먹이를가장많이필요로하는시기와곤충량의최성기가빗나가게된것이다.이렇게재편되는소용돌이속에서는인간도제거될수있다.숲의미래에인류의생존이달려있는것이다.

문제가더심각한것은이런변화를쉽게예측하기어렵다는점이다.기온상승에따라나무들이단계적으로반응하지않고환경은변해도오래버티다가갑자기병해충이창궐하거나집단적으로고사하는것이문제다.숲이버티는것을보며안심하고있다가갑자기죽어나갈때후회해도소용이없기때문이다.기후변화는우리가일상생활에서감지하기에는느리지만축적되면엄청난재앙을초래하는냉혹한현실이다.

자연은교향곡,멋대로부리면깨져


세계적으로소빙기에접어든17세기에는우리나라에서도심각한기상변동을겪었다는기록이많다.숲을신성하게여기며신화를꿈꾼우리조상들은이런재앙에맞서숲을조성하며삶의안전을도모하였다.그대표적인예가천연기념물제366호로지정된담양의관방제림이다.영산강이담양을지나며큰물이자주나자조선인조26년(1648)당시도호부사가둑을쌓고나무를심었다.이런전통마을숲은전국적으로약500군데가넘는것으로추정하고있다.

이와같이우리선조들은기후변화에직면하여많은고통을받으면서도지혜롭게대처하였다.우리나라에서는주거지를정할때강풍과홍수를피할수있고양지바른곳을찾았다.작은지형적인결함은나무를심어서보완하였다.지금우리가마을숲이라고부르는것이이런산물이다.새마을운동과도시화로인해무수히파괴되었지만지금도전국에수백곳이남아있다.

그중천연기념물제150호인경남남해의물건리방풍림은태풍매미뿐만아니라과거몇번의태풍을맞아서도굳건히버티었다.물론몇그루는바람을막다가넘어갔지만,아직도수백그루가지키고서있다.더구나이나무는쓰러질때까지바람을막았기때문에일을하다가넘어진것이다.그래서다른나무가버티고서있을수있고,농지와마을이건재할수있었다.

숲의미래에개체는중요하지않다.한나무가지키다가쓰러지면다시다음나무가지키기때문이다.그래서사회적격랑이일던민주화시대에어느분은아름다운경구를우리에게선사했다.“나무가나무에게말했습니다.(우리가서로손잡고)숲이되어지키자고.”생태학적인차원에서는생물은개체가아니라개체군의존속으로존재가치를드러낸다.

▲잡초의화원.이들이먼저수고하지않는다면아름다운숲이만들어질수없다.

이런숲은하늘과땅이서로사랑한결과다.하늘이햇볕을쪼이고땅이물을내놓아서로사랑하는과정에서나무들이자라는것이다.나무는물이태양을향해솟아오르는길이면서,태양의힘이땅속으로뻗어들어갈수있는길이기도하다.이렇게보면나무가곧은것이나굽은것이나모두그나름대로그리움이만나는길이다.이그리움은독선과욕심을가리고생명의공간을연출한다.너무밝은태양도물을받으면서생명의하늘이될수있고,어둡고축축한땅도햇볕이스며들어생명의대지가될수있는것이다.

어떤의미에서는온실가스와같은물리적인요소만으로기후를설명할수는없다.기후란기본적으로는하늘과땅의끝없는사랑의움직임이지만,그사이에태어난생물이이어줌으로써안정되는시스템인것이다.부부가처음만나사랑을하고자식을낳지만,나중에는자식이부부를이어주는것과같은이치다.지구차원으로보면나무뿐만아니라여러권역이관계된다.

그래서기후변화협약에서는기후시스템을대기권,수권(水圈),생물권,지질권,그리고서로간의상호작용의총합으로정의했다.이런기후시스템을안정시키는것은여러세대와여러집안이모여서이루고있는사회시스템의안정화와같은이치를따른다.기후변화에대비하고숲의미래를밝게하기위해서는우리전통과학을되살리는것도중요한과제다.천지인(天地人),하늘과땅의사랑은사람을통해서도펼쳐져야한다.

역사와생활에서축적된기억은우리가인간으로서살고있는세계의통일성을형성한다.우리가정체성을묻는것은세계를닫는것이아니라세계로나아갈문을다는것이다.신화는막힌것이아니라인문의틀을보여주고,과거와미래는양끝이아니라사회와숲에서함께맥동치는우주의숨결이다.

이런숲의미래를꿈꾸기위해서는우리가꼭알아야할것이있다.사람의힘이아무리세도사람은자연을엮어내는것이아니라자연의거미줄한올에불과하며,생태계의안과밖은다연결되어있기때문에우리가한행동은모두우리에게되돌아온다는점을명심해야한다.

자신과우주에대해서성찰하자.이웃과대화하고나무와대화하자.이때남의말을듣지않고나혼자고집을부려서는진리에도달할수없다는것을명심해야한다.반증가능하지않으면진리가아니라는열린마음이필요하다.또한이름없는것들의힘을알아야한다.우리가나무에비료와물을주지만이름없는것들이무수히관계하고나서야나무한그루가제대로클수있는것이다.

숲은교향곡이다.여기서자기멋대로하면전체가깨진다.적응할줄알아야한다.이제숲에가보자.이미무수히많은사람이와있을것이다.목재나신물질과같은경제적가치를찾는자,업무에서벗어나휴식을원하는자,삶을묻는자,이렇듯숲의미래는우리사회를연결해준다.그래서나무를심는것은미래를위해서희생하는것이아니라오늘을즐기는것이다.거두기만하는자는키우는자의기쁨을모른다.과거의숲이재산이었다면,미래의숲은아름다운삶을위한기회의공간이다.

/신준환국립산림과학원부장/’월간산’[464호]2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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