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聖山 마차푸차레에 오른 유일한 산악인 ‘윌프리드 노이스’ *-

聖山마차푸차레에오른유일한윌프리드노이스(1917~1962)


인간이오를수없는聖山에발자국남긴부러운사나이
한번보면몸살앓는다는마차푸차레…1957년네팔정부예외적등반허가
정상눈앞에두고폭설로좌절…"여신은끝내인간의발을거부했다"

노스콜텐트에하얀눈이앉아있다.에베레스트에노스콜루트를개척한산악인이바로윌프리드노이스다.

날카로운삼각봉우리가하늘을찌르는마차푸차레는입산이금지된네팔의성산이다.1957년윌프리드노이스가이끈원정대는공식등반허가서를받고이산에오른유일한등반대다.

전세계의산악인과등산애호가들에게가장널리사랑받는트레킹코스는네팔의안나푸르나산군이다.쿰부히말에서가장빼어난경관과히말라야전역에서가장잘정비되어있는편의시설들을갖추고있는이지역은해마다수만명의트레커들을북적거리게만드는대중적관광지가되어버렸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

국내의등산애호가들이처음으로해외트레킹을떠날때가장먼저선택하는곳도바로이곳이다.크게뭉뚱그려‘안나푸르나트레킹’이라고하지만꼼꼼히들여다보면크게세갈래로나뉜다.

하나는푼힐전망대(3,193m)까지만올랐다가다시내려오는‘맛뵈기코스’다.다른하나는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4,130m)까지다녀오는코스인데대략열흘정도가소요된다.제대로된코스는안나푸르나라운드트레킹이다.

대략25일정도가소요되는환상(環狀)산행인데위에언급한두코스를모두포괄하여그야말로‘안나푸르나의모든것’을파노라마처럼펼쳐보인다.그런데어떤코스를선택하든트레킹기간내내시선을독점하는기막힌산이하나있다.

완벽한예각삼각형의형태로하늘을찌를듯이솟아있는날카로운설산,어쩌다방향을틀어다른앵글로올려다보면마치물고기의꼬리처럼희한한대칭을이루며빛을발하고있는신비로운산.이산의이름은그러나안나푸르나(8,091m)가아니라마차푸차레(6,997m)이다.

산악인들은말한다.“단한번이라도마차푸차레를올려다본사람은평생토록그산을잊을수없다.”마차푸차레는현지어로‘물고기꼬리’를뜻한다.덕분에영문명칭은‘피쉬스테일’(Fish’sTail)이다.안나푸르나산군에헤아릴수도없이또아리를틀고있는그숱한로지(lodge)들의이름을들여다보라.

조금과장해서말한다면한집건너‘마차푸차레’아니면‘피쉬스테일’이다.이산은너무도인상적인모습을하고있어안나푸르나트레킹의기점도시인포카라에서도확연히눈에들어온다.

사람마다인격이있듯산에도산격(山格)이라는것이있다.마차푸차레쯤되면그산격이최고의경지에올라성산(聖山)으로숭배되기마련이다.마차푸차레에홀린트레커나산악인들은흔히이렇게묻는다.“저산에오를수있습니까”그러면가이드나현지인들은큰일날소리를한다는듯두눈을부라리며이렇게답해주기마련이다.“저산은우리의성산입니다.아무도오를수없습니다.”

나역시그랬다.마차푸차레를처음보았을때,그리고더이상은가까이갈수없을만큼바투다가가서그산을올려다보았을때,정신이혼미해지는듯한느낌을받았다.필름몇통을소진해버릴만큼숱한사진을찍은다음에도,눈을감아버리거나잠이들었을때도,그산의신령스럽고매혹적인모습은망막에또렷이남은채지워지지않았다.

만약저산에오를수있다면.나는마차푸차레의빛나는정상에눈을고정시킨채나스스로에게그렇게물었다.위험한긍정이가슴속에서꿈틀거린다.만약저산에오를수만있다면그과정에서죽는다해도후회하지는않으리라.마차푸차레는그만큼치명적인마력을가진산이다.

나같은얼치기산악인마저이토록존재론적전율을느낄진대히말라야등반에목숨을내건진짜배기산악인들은그얼마나몸살을앓아왔겠는가.하지만네팔정부는완강하다.마차푸차레에는입산금지령이내려져있다.공식적으로‘성산’이라명명되어있고그래서그누구에게도등반허가서를내주지않았다.

덕분에신열을앓듯그산을넋놓고바라보는모든산악인들에게현지인과가이드들은약간의배타적자부심을만끽하며그렇게말해오고있는것이다.“저산은누구도오르지못했고앞으로도그럴겁니다.”하지만놀랍게도,그리고너무도부럽게도,단하나의예외가있었다.

바로1957년의영국마차푸차레원정대였다.오직5명으로이루어진이소규모원정대는당시네팔정부로부터공식적인등반허가서를받고이산에올랐다.전무후무한기록이다.그리고당시원정대를이끌었던윌프리드노이스(1917~1962)는그기록으로<마차푸차레등반기>(ClimbingtheFish’sTail,1958)라는책을썼다.

내가가장흥분하며,그리고질투심에몸을떨며,홀린듯이읽어버린산악문학이다.윌프리드는마차푸차레의정상피라미드바로밑에서서탄식인지찬양인지알수없는넋두리를늘어놓는다.“마차푸차레의정상피라미드와비교하면,알프스의마터호른은조잡한암괴에불과하다.바이스호른조차평평한암괴에지나지않는다.”

윌프리드일행은성산마차푸차레의처녀지에‘야곱의사다리’니‘닉’이니하는식의새로운루트명을갖다붙이며정상으로나아간다.자작나무를깎아만든말뚝으로확보를하고뻣뻣한마닐라로프를고정자일로설치하는‘원시적인형태’의등반이었지만이제정상은코앞으로다가왔다.

하지만정상을불과30m남겨놓고청빙(淸氷)기둥들과마주쳤을때였다.이등반기의클라이막스는바로여기다.윌프리드는공포와허탈함그리고체념에휩싸여이렇게썼다.“두서너시간후면정상을밟을수있다고낙관하던바로그순간,갑자기검은구름이몰려오며눈을뜰수없을정도의폭설이쏟아져내렸다.

마차푸차레의여신은그녀의정상에인간의발길이닿는것을완강하게거부하는듯했다.”그것이끝이다.그때가인간이마차푸차레의정상에가장가까이다가간순간이었고,그이후에는누구도다가갈수조차없게되어버렸다.

윌프리드는물론분루(憤淚)를흘렸지만동시에가슴한켠이편안해지는것을느꼈다고한다.다행이다.나는생각한다.이세상어딘가에는인간이오를수없는산도있어야한다.나는진심으로현지인들의믿음을받아들인다.마차푸차레의정상에는여신이산다.인간은앞으로도영원히그곳에오를수없을것이다.



산악소설가로명성…눈사태로최후

윌프리드노이스는다채로운경력의소유자다.산악인으로서가장널리알려진업적은1953년영국원정대가에베레스트를초등할당시원정대원의한사람으로서노스콜에이르는루트를개척했다는것이다.만약텐징노르가이와에드문드힐러리가정상등정에실패했더라면윌프리드노이스가초등자로기록되었을가능성이높다.그가집필한<노스콜>은에베레스트등반사에서빼놓을수없는고전이다.

윌프리드는산악인이외에도소설가,저술가,교사로활동했다.그의산악소설<신은분노한다>는내가무척좋아하는작품인데,나는혹시이작품속에서묘사된신이혹시마차푸차레의여신은아닐까짐작해본다.<산에오른선구자들>은12명의역사적인물들을중심으로등반의역사를재조명한명저이다.내가본연재물을집필할때가장많이기대는참고서적이기도하다.

참고삼아12명의역사적인물들을밝히자면단테,페트라르카,루소,드소쉬르,괴테,워드워즈,존키이츠,존러스킨,레슬리스티븐,니체,교황피우스11세,로버트팔콘스코트등이다.이냉철한지식인-산악인은그최후마저도담백했다.그는1962년영국-러시아파미르원정대에참여했는데,코뮤니즘(7,495m)등반을앞두고훈련을하던도중,가르모피크(6,595m)를오른뒤내려오다눈사태로사망했다.그의마지막순간을마차푸차레의여신이자애로운미소로맞아주었기를기원할뿐이다.

[심산의산그리고사람]<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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