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행에게도어김없이고산병이찾아왔다.얼굴이퉁퉁부어올랐고두통,근육통,감기등의증세가나타나기시작했다.종아리가단단하게두꺼워져근육이생겼다며좋아했는데알고보니압력이낮아부은것이었다.하물며커피믹스봉지도터지기직전까지팽창했다.문득몇년전로키산맥을여행했던그리운기억이떠올랐다.
자동차로달리던넓은포장도로,산봉우리와산봉우리를이어주던케이블카,멋진산장에서마시던에스프레소와막구운호밀빵….걷다지친일행은그얘기를듣자마자모두들입을모아외쳤다.“우리왜거기로안가고여기온거예요?”안그래도일정에쫓기던터에여행에대한흥미까지잃게되자몇은중간에산을내려갔다.나머지사람들역시산이가까워지는재미와한국에돌아간뒤자랑할재미를염두에두지않았다면계속걸을수없었을지도모른다.
셰르파족가이드가어림짐작으로내딛는걸음을따라그발자국을그대로밟으며나아가야했다.허벅지까지푹푹빠지는눈길을넘어지고구르면서.안나푸르나남봉의뒤쪽으로들어왔기때문에분지처럼설산들이사방을빙둘러에워싸고있었다.고개를들어보니북두칠성이먼하늘위가아니라바로머리뒤에서친구처럼내곁을따라걷고있었다.
추운건지공기가희박한건지온몸이얼어붙고정신이혼미했다.저멀리베이스캠프가보이는덕분에가까스로걸음을옮길수있었다.열흘넘게걸어올라왔고거기서다시새벽눈길과강추위를뚫고3시간여를걸어4130미터고지에도착했으니,풍경이못견디게아름다워야하는것은물론당연한일이었다.알고보니스키어를태운헬기가들락거리고식당에서비빔밥까지팔만큼대중적(?)인장소였지만말이다.
그날오후내려오는길에간밤의눈사태현장을보게되었다.가이드에따르면해마다여러명이목숨을잃는위험한곳이라고한다.한강폭만큼이나넓은골짜기가득커다란눈덩이가쌓여있는속으로숨죽이며조심조심걸음을옮겨야했다.프로펠러비행기로산맥을넘어갈때처럼한순간싸늘한기운이등골을훑고지나갔다.히말라야고지위에얼어붙은채죽어있는후배의시신을수습하러떠나던엄홍길대장의휴먼원정대가떠오르기까지했다.다음순간생각했다.
호들갑스럽기도하지.도시에서의삶이란옷을입고집안에들어앉아있는것과비슷하다.그속에서나는여러가지를갖춘사람처럼보이기도한다.그러나오직먹고자고안전을구해야하는거친대자연의조건속에놓인나는어지간히유치하고파렴치하고단순하다.이처럼다른존재로서의나를만나본다는데여행의의미가있는것일까.
여행을다녀오면사람들이이렇게묻곤한다.뭐가제일좋았어요?그때마다신중히대답하기위해기억을돌이켜보는데내대답은늘“떠났다는점이제일좋다”이다.두번째로좋은것은,이렇게생각할수있어다행인데,“돌아왔다”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