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감한 산악인상 받은 ‘아나톨리 부크레예프’ *-

용감한산악인상받은아나톨리부크레예프(1958~1997)


‘이기적악마’로모함받은대참사속영웅
96년에베레스트참사기록한존크라카우어가
"조난사고나자혼자살려고내뺐다"진실왜곡
공식조사서3명구조확인용감한산악인상받아

1996년의에베레스트는대참사의현장으로기억된다.당시그곳은전세계로부터몰려온숱한원정대와상업등반대로북새통을이루었는데,정상바로밑힐러리스텝에서찍은사진을보면가치관에혼란이생길정도다.지상에서가장높은곳에위치한그칼날능선의자태는도도하고위엄에넘치는모습이어야될것같다.

하지만당시의사진속에찍혀있는힐러리스텝의모습은일요일의도봉산포대능선과다를바없다.한마디로교통체증이생겨오르지도내려가지도못하는상태에서모두들넋을놓고있는형국이다.그곳의고도는해발8,600m를넘어선다.

그곳의공기속에들어있는산소는평지의3분의1에불과하다.그런데그곳을통과하는유일한칼날능선위에서끔찍한교통체증이일어나고있다?따지고보면끔찍한일이다.이제노멀루트로오르는에베레스트는‘등반가치가없는산’이라는주장이설득력을갖는것도당연하다.

리고96년,마치그런우려들을입증이라도하려는듯,그곳에서대참사가일어났다.급작스러운기상악화로폭설이쏟아져내리면서힐러리스텝은통행불가능한루트가되어버렸고덕분에그곳에서발이묶였던숱한산악인들이비참하게죽어간것이다.

당시그곳에있었던산악가이드겸작가로서이대참사의현장을낱낱이기록하여세계적인베스트셀러<희박한공기속으로>(1997)를써낸사람이존크라카우어다.실화를기록한이책은소설보다흥미진진하고영화보다드라마틱하다.페이지를넘길때마다한명두명씩죽어가는실존인물들이남긴최후의절규는읽는이의가슴에잊혀지지않는전율과상처를남긴다.

존크라카우어는이책을통하여한동안세계산악계를들끓게만들었던몇가지의논쟁주제들을던졌다.첫째,상업등반대는도덕적기술적으로용납될수있는가.둘째러시아의산악인아나톨리부크레예프의행동을어떻게평가해야될것인가.

상업등반대가논쟁의핵심으로떠오른것은당시사망한사람들의대부분이엄청난액수의돈을지불하고상업등반대에합류했던일반인들이었기때문이다.돈만내면누구나에베레스트의정상에오를수있는가.고산등반능력이미비되어있거나아예전무한사람들까지고객으로받아들이는상업등반대의행태는과연올바른것인가.

아나톨리부크레예프가특별히도마에오른것은당시그곳에있었던사람들중가장등반능력이뛰어났던전문산악인이바로그였기때문이다.존크라카우어는당시로브홀이이끄는상업등반대소속이었고,아나톨리부크레예프는스코트피셔가이끄는상업등반대소속가이드였다.

존의책속에묘사된아나톨리의모습은‘이기적인악마’였다.그는고객의안전을무시하고자신의성취욕만을위해서등반했으며치명적인조난사고가발생하자저혼자살겠다고내뺐다는것이다.만약그것이진실이라면아나톨리개인은물론이거니와상업등반대라는이지극히자본주의적인등반형태자체가비난받아마땅하다.물론아나톨리는즉각반박했다.“존은참사현장의극히일부분을보았을뿐이며,그의책은침소봉대와아전인수로가득차있다.”

하지만아나톨리의목소리는존의목소리에묻혀들리지않았다.아나톨리는전문산악인이었을뿐작가가아니었으며,존은<내셔널지오그래픽>과<플레이보이>에정기적으로기고하는유명작가였기때문이다.엎친데덮친격으로존의책<희박한공기속으로>가세계적인베스트셀러로등극하자아나톨리로서는속수무책이었다.

이제그는전세계독자들의기억속에‘저혼자살겠다고고객들모두를죽음의현장에방치해버린나쁜놈’으로남게되었을뿐이다.하지만일반인의세계와전문가의세계는다르다.아나톨리는1996년의대참사가일어나기훨씬전부터히말라야고산등반계에서가장주목받던전문산악인이었다.초경량속도등반으로당시까지의모든기록을갈아치웠을만큼뛰어난역량을갖춘산악인이었고,한번도화를내는모습을보여준적이없을만큼‘인간성좋은친구’로유명한사람이었다.

일찍이라인홀트메스너조차그를가리켜‘우리시대의진정한철인들중의한사람’이라고칭송했을정도다.책의판매부수가곧진실을담보하는것은아니다.아나톨리와그를사랑하는산악인들은존의책에기술된내용이사실과다르다는것을끈질기게주장하고전파했으며,결국이들의반론을받아들여미국산악회에서는공식적인조사위원회를발족시키기까지하였다.

그들이치밀한조사활동끝에내린최종적결론은<희박한공기속으로>에묘사된것과는정반대다.“아나톨리부크레예프는당시사고현장에함께있었던베테랑급고산셰르파들조차구조활동에동참하기를거부한상황에서저혼자영웅적인구조활동을벌여3명의조난자를살려낸공로가인정되므로미국산악회가용감한산악인에게수여하는‘데이비드솔즈’상을수상한다.”

뒤늦게나마명예를회복한아나톨리는시상식장에서활짝웃으며이렇게말했다.“산은나의전부이며종교입니다.나는산위에서단한번도부끄러운행동을한적이없습니다.나의영혼이가장맑고순수해지는것은내가산위에있을때입니다.당시에좀더많은조난자들을구해낼수없었던것에대하여죄송하게여길따름입니다.”



舊소련크로스컨트리국가대표초경량속도등반으로이름날려

러시아에서태어난아나톨리부크레예프는대학재학시절에이미파미르의6,000~7,000m급여러산을등정했으며코카서스지역에서기술등반을익혔다.국가대표급크로스컨트리스키강사로일하던그가히말라야에첫발을내디딘것은89년의러시아캉첸중가(8,586m)등반대에참여하면서부터이다.당시그는이산에있는4개봉의정상을모두밟으며캉첸중가산군을트래버스하는데성공했다.

그가전문산악인으로나선것은구소련의붕괴때문이다.“더이상월급을받을수없으니까저혼자힘으로돈을벌어야했죠.”그는91년에에베레스트단독등반을해냈고,94년에는미국상업등반대의등반대장으로서마칼루(8,463m)에올랐다.이당시부터그는초경량속도등반이라는자신의스타일을확립하기시작했는데,마칼루등정에소요된시간은46시간이었다.95년의다울라기리(8,167m)는17시간15분,97년의브로드피크(8,047m)는36시간,가셔브룸1봉(8,068m)은9시간37분이소요되었다.

아나톨리는에베레스트4회,다울라기리2회,로체2회를포함하여8,000m급11개봉의정상을모두21회올랐다.이들중89년의캉첸중가와97년의에베레스트를제외하고는모두무산소등정이다.그가이전까지의모든기록을갈아치우며전혀새로운방식으로14개봉을완등하리라는사실을의심하는사람은아무도없었다.하지만그는97년의크리스마스날,안나푸르나(8,091m)서릉을오르던도중눈사태에휩쓸려사망하고만다.향년39세의불꽃같은삶이었다.

[심산의산그리고사람]<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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