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까지왕복22km,12시간여걸려
새벽의찬기운이몸을움츠리게했다.출발한지30여분지났을무렵,해발2,838m지점의맹록정휴게소에서첫휴식을취했다.이름모를새가날아가지도않고일행을반겼다.손에먹이를주니그대로사뿐앉아물고날아갔다.모두들신기해했다.다소지친마음을돌리기에충분한자연의환대였다.엄홍길대장도기운을북돋우는말을보탰다.“등산은인내의예술이라는말이있습니다.등산만큼자기자신을극복하고인내하기좋은것은없다고생각합니다.자,다들힘냅시다.우리는하나다.도전!옥산,정상을향하여.”역시극기의과정을많이겪어본사람만이할수있는말이다.진정성이느껴졌다.
다시옥산정상을향해2시간가량더걸었다.백목림대피소에서두번째휴식을취했다.배운산장까지3.5km라는이정표가나왔다.5km를지나온셈이다.해발3,093m지점이다.모두들배낭을벗고연신기념촬영을했다.원래계획은배운산장에서점심을먹고옥산정상에오르기로했으나,몸이무거워퍼질수있으니엄대장은바로오르자고했다.모두들의견에따랐다.
오전10시35분배운산장에도착했다.해발3,402m다.물을마시며목을축였다.옥산주봉까지2.4km,서봉정상2.2km라는이정표가있었다.8.5km를4시간조금안걸렸으니,보통등산객수준이었다.그러나엄대장의계산된발언이곧이어나왔다.옥산정상에서하산까지예상소요시간을감안해서오늘일정을무사히소화해내기위한의도된발언같았다.
“제가산을수십년탔지만이번팀이최악입니다.이렇게시간이많이걸리면서어떻게옥산에올생각을했습니까?”배운산장까지늦게도착한일행들과함께고산증세를체크했다.류병훈씨가다소높은수치가나왔다.정상에가는걸만류했다.그러나평생한번있을까말까한옥산등정을포기하지않았다.한명이어지럼증세와함께메스꺼움까지느껴중도에포기했다.
나머지는계속나아갔다.이제는나무는없어지고전형적인돌산의모습이드러났다.등산로옆엔가끔구토한배설물들이있었다.낙석도잦았다.철망등산로도눈에띄었다.경사는더급해졌다.힘든기색이역력했다.시간이지체됐다.뒤에오는사람들을불러도대답이없다.“일단먼저오르자.”엄대장의‘나를따르라’리더십이시작됐다.
마침내오후1시40분정상에도착했다.해발3,952m다.출발한지7시간만이다.예정시간보다2시간가까이늦어졌다.한때옥산이3,997m로알려져대만정부에서4,000m를채우기위해3m높이의탑을쌓았지만,3,952m로밝혀지자탑을없애버렸다고했다.일행모두탄성을자아냈다.기념사진도찍고뭉클한감정을감추지않았다.
엄대장이모두에게축하한마디를했다.
“임페리얼17년행사에행운을안고전국에서선발된여러분이정상에올랐습니다.축하드립니다.여러분자신을이겨냈기때문에여기온것입니다.자기자신을극복한자에게만정상을내줍니다.여러분이바로그런사람아니겠습니까?포기하고주저앉고싶었겠지만포기하지않았기때문에가능했습니다.앞으로여러분들의인생을,목표를,꿈을향해서도전하시기바랍니다.여기올라오신그런정신자세와의지를가지고도전하시기바랍니다.축하합니다.”
정상에오른뿌듯함을뒤로하고이제배운산장으로하산이다.엄대장은일정을조정하느라연신“스피드!”라고소리쳤다.오후3시15분다시배운산장에도착했다.먹은것도없는데너무지쳐그런지,별로배도고프지않다.라면에밥을말아대충훌훌먹었다.빗방울이조금더굵어지는듯했다.점심식사를끝내고마지막남은하산길8.5km로향했다.시각은오후4시였다.
거의내달리는수준으로내려갔다.경치를감상할틈도없었다.어둠도서서히깔리기시작했다.엄대장을열심히따라갔다.도저히쉴틈을주지않았다.오후5시가넘어서자시야가흐려졌다.더이상따라가기힘들었다.엄대장을따라간1진은계속갔다.일행중홍일점이었던이미경과장이1진이었다.엄대장수제자로하기로했다.바로그뒤를가던2진은이구동성으로쉬어가자고했다.시계는오후5시45분이다.무려7km를한번도쉬지않고내려왔다.1시간45분만에7km를내려왔다.산길을15분만에1km를간셈이다.
1진은오후6시에출발한원위치에도착했다고했다.2진은6시20분이었다.이제가시거리는불과몇m에불과했다.자세히봐야앞사람을알수있다.빗방울이더굵어졌다.땀을흘리고비를맞으니바로추워졌다.일단내려온사람은출발지였던상동포산장으로먼저내려갔다.마지막일행이도착하지않았다.밤9시가훨씬넘어서야비를맞으며돌아왔다.무사하니다행이다.
이제가의시로다시돌아간다.사방은칠흑같은암흑이다.조명등을켰어도안개가워낙심하고꼬불꼬불한산길이라위험천만이었다.심야1시가훨씬넘어서야가의시에도착했다.모두들지쳐서인지“잘자라”는간단한인사말만건네고바로각자방으로들어갔다.
옥산정상까지의왕복12시간넘는산행은아마이들에겐인생에서다시겪기쉽지않은영원한추억일것이다.오는길에산에왜갈까라는생각이다시머리를꽉채웠다.영원한화두다.엄홍길대장의말이떠올랐다.
“그것은목표와신념이있기때문입니다.사람들마다각자의목표가있으며,저의목표는산입니다.산이좋아서,한계를극복하고싶어서갑니다.그과정은수도승과고행승의자세와도다르지않다고생각합니다.목표,그것을이루기위해서는인간의능력만으로되는것은아닙니다.산과합일돼야가능합니다.내가산이기때문에갑니다.내가산이고,산이곧나입니다.실패가있음으로해서목표에대한확신을가졌으며,위기가오히려촉매가되어확신으로이어졌습니다.위대한일은열정과정열을다할때이루어집니다.도전하는자만이성취할수있습니다.”
“도전하는자만이성취,위대한성공은실패에서나와”
엄홍길대장2시간여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