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버트레스루트따르며데날리의미소재발견
폭풍설을헤치며모터사이클힐과윈디코너를거쳐매킨리시티(4,300m)에도착한이튿날인5월25일은랜딩포인트(2,100m)출발이후처음맞는휴일이다.매킨리시티는이름에걸맞게수많은팀들의텐트들이커다란부락을형성하고있었다.이들모두하이캠프로올라설날을손꼽아기다리고있다.23,24일이틀간불어닥친폭풍설때문에하이캠프인데날리빌리지(5,250m)에는발이묶인산악인들도많다는얘기가전해졌다.
정오경,체코남녀산악인2명이우리텐트옆에눈을파는모습에김덕환씨(동국대OB)가다가가따스한물한잔씩건네준다.등정에성공한뒤폭풍설에사흘간하이캠프에갇혀있다가지금막시티로내려선이들이다.환한표정의여자와달리남자는우울한표정을짓고있다.동상때문이다.그는매킨리시티의료텐트를방문해응급처치를받았으나상태가심각해도보로하산하지못하고이튿날오전헬기로후송되어야했다.시티에머문1주일간이렇게동상환자를후송하기위해헬기가세차례나떠올랐다.
예상치못한폭풍설을C2와C3에서만나고,시티에올라섰는데도날씨가좋지않자모두들불안해한다.그런분위기속에서27일바람이잔잔해진틈을타헤드월(HeadWall·4,940m)위쪽설릉에짐을올려놓고시티로내려와레인저막사앞에적어놓은일기예보를확인한결과30일바람이15~20m/h로가라앉는다고한다.시티에서하루쉬었다하이캠프로올라그다음날정상공격에나서기로계획을세워놓았기에딱맞는날짜였지만그래도하루를당겼으면하는마음에갈등이인다.그렇지만내일날씨는오늘과비슷한풍속(30~50m/h)에구름이많겠다고나와있다.정오를넘어서자몇몇팀은헤드월을올라선다.악천후에등반이여러날늦춰지다보니일정에쫓기게된팀들이다.
“시티에오른첫날소주가얼어붙더니어젯밤은텐트안의기온이영하16℃나되었어요.정말대단한추위네요.이젠정말누에고치의고통을알것같아요.”
“형,뭐하세요?”
14년전비슷한시기에매킨리시티에머물러있던기자는텐트천에세계지도를그리는강준호형을보곤멀쩡한텐트를망치는가싶어왜그러냐고물었다.
“필석아,아시아에선에베레스트가가장높고,유럽은엘브루즈,북미는여기,남미는아콩카구아,아프리카는킬리만자로가대륙을대표하는최고봉으로알고있는데,나머지2개대륙최고봉은어디냐?”
당시만해도매킨리를찾는사람가운데7대륙최고봉완등을꿈꾸는이는거의없었다.지금은달라졌다.외국산악인들은시티의캠프를두리번거리다말이통하는산악인을만나면자기가오른다른대륙최고봉에대해얘기하다가는상대방에게매킨리다음은어느봉이냐묻곤했다.매킨리를찾는많은산악인들에게7대륙최고봉완등이최고의관심사였다.
30일,이제하이캠프로올라서는날이다.대개헤드월에햇살이비춰져야등반을시작하지만우리들은서둘렀다.한낮에땀을흘리며등반하는것보다는조금추울때걷는편이힘이덜들기때문이다.그런데도이틀전짐을데포시킬때에비해힘이더든다.이런체력으로정상을오를수있을까염려되기는했으나,10피치주마링구간인헤드월에접어들자속도가빨라지고이틀전보다30분빠른3시간반만에헤드월상단에올라선다.
헤드월위쪽설릉에묻어두었던식량과장비를배낭에집어넣자제법묵직하다.가파른설릉을따라엄지손가락바위(WashburnsThumb)에도착할즈음미국클라이머들이추월해간다.맹인한명을정상까지올리는프로젝트를진행중인산악인들이다.대원들은무척피곤한표정을짓지만맹인산악인은굳은의지속에서하이캠프를향해힘차게올라우리를머쓱하게했다.
웨스트버트레스는육체적·정신적고통만주는능선이아니다.헤드월을올라설때는각양각색의텐트들이캠프촌을이룬매킨리시티가아름답게바라보이고,그뒤로웅장하게솟구친헌터(Hunter·4,442m)와포레이커(Foraker·5,304m)는영롱한보석처럼반짝이며감동케했다.그러다헤드월을올라선다음능선을따르노라면구름뚫고솟구친설릉이자아내는선경에취해넋을잃고말았다.게다가데날리패스왼쪽으로고개를빼꼼치켜들고있는북봉(5,934m)은어서오라불러대는듯하다.이런풍광에데포해놓은짐을배낭에넣어한층힘겨운상황인데도김병석씨(광양그루터기산악회)와김덕환씨는즐거움이넘치고멋진풍광을카메라에담기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