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메루트로올라음웨카루트로하산
밤이지나고새날이밝아오면그신비로움은한층더해진다.그러다다시구름안개가몰려오면모습을순식간에감추었다.그리곤우리는또구름속으로들어섰다.아프리카최고봉킬리만자로(5,895m)는그렇게하루24시간동안색깔을달리하며아시아의이방인들을맞아주었다.
게다가첫날캠프지인마차메캠프(3,000m)도착직전송신영씨(46)가변고를당하고말았다.평택여산회회원인송씨는나무등걸에앉아조정옥(50),이기열씨(49)와얘기를나누던중갑자기실신하고말았다.이튿날1년간별러온킬리만자로등정을접어버리고후배간병을자청한조정옥씨와함께마차메캠프에서하산한송신영씨는이틀뒤심한오한과탈진증세를보여병원에서진찰을받은결과말라리아로판명됐다.출국전날부터말라리아예방약을먹었기에진단결과를아는순간모두허탈할수밖에없었다(귀국후병원에서진단을받았을때는말라리아균이발견되지않았음).
이튿날,킬리만자로는첫날과달리환상적인풍광으로우리를맞아주었다.한밤중달빛에반짝이던설사면과설릉은푸르른열대우림위로솟구쳐더욱반짝인다.마차메캠프를지나자나무의키가점차낮아지면서산안팎이눈에든다.거대한산을바라보며걷는다는것은칠흑같은어둠속에서헤매는것이나다름없다.
해발3,700m를넘어서면서왼쪽(동쪽)으로사면을가로지르다턱을넘어서자시라캠프(3,830m)와거대한시라(Shira·3,962m)산군이바라보인다.세계최대분화구인키보(Kibo·최정상우후르피크5,895m)를중심으로동쪽에마웬지(Mawenzi·5,149m),서쪽에시라가솟아있다.킬리만자로를이루는세개의화산들이다.
캠프정리를마친뒤조셉은킬리만자로에대해설명해준다.킬리만자로기슭에사는차가(Chaga)족들은킬리만자로를산이란뜻의’Kilema’와오르기어렵다는의미인’Kyaro'(추위를만드는악마라는뜻도있음)를합쳐‘킬레마캬로’라불러왔다.이를19세기들어독일사람들이‘킬리만샤로(Kilimansharo)’로불렀고,이후아랍어와스와힐리(Swahili)어를사용하는사람들이지금의이름인킬리만자로로부르면서명칭이굳어졌다고한다.
또한조셉은키보는’빛나는산(ShinningMountain)’이란뜻으로‘키포(Kipo)’가맞는명칭이라강조한다.초등은1889년10월5일독일인한스마이어(Hansmeyer)와루드비히푸르셀러(LudwigPurscheller)에의해되었다.
“와~,킬리만자로다.”
그와동시에키보도웅장한자태를드러냈다.한쪽사면에만년설을인키보는순수함의상징처럼느껴진다.아무도밟지않은처녀봉처럼느껴졌다.
“이거정말한라산같아요.모시(Moshi)의불빛은마치한라산부악을등진채장구목에서제주시를내려다보는기분이라니까요.”
딱그랬다.어둠이밀려오면산기슭의크고작은마을에서전등이하나하나밝혀지면서야경을바라보는기분이들정도로많은불빛이밝아졌다.달빛받은키보의하얀눈은보석처럼반짝였다.
바랑코캠프(BarrancoCamp·3,950m)로가는길은라바타워(LavaTower·4,600m)까지오르막일색이다.조셉은“폴레폴레(polepole·slowslow)”라며천천히가라고수시로당부한다.그가말하지않더라도이기열씨와김영미씨(27·강릉대OB)는평원에솟구친메루산을배경으로사진촬영하느라진도를나갈생각을하지않는다.
조셉은우리에게운이좋단다.이렇게아침에출발할때와저녁에야영지에서는조망을즐길수있고,기온이올라갈무렵이면구름이몰려와더위를피할수있기때문이란다.그말이끝나기무섭게또다시구름이몰려와키보는모습을감추고,우리는구름속으로들어선다.
이미5대륙최고봉을등정하고,에베레스트도두차례나등정을시도해봤던김영미씨는순간순간색다른풍광으로감탄케하는킬리만자로에흠뻑반하고말았다.국내에서킬리만자로를다녀간이들대부분이삭막한마랑구루트를따랐기에그런평을하고있는것이다.
한밤중둥근달빛에반짝이는키보만년설과산아래마을불빛의아름다움에감탄하고이튿날아침을맞는다.오늘을절벽길을올려쳐야한다.어제오후조셉은“키작은나무가듬성듬성자라고있는절벽에는표범이살고있는데,배고픈놈들은간혹캠프장으로내려와먹을것을찾는다”며,“자다가텐트밖으로팔이나다리를내놓지않도록조심하라”고한다.키가180cm가훨씬넘고체격이당당한조셉은외모답지않게간혹농담을해대즐거움을주었다.
오늘트레킹중지나칠최고높이는라바타워(LavaTower·4,600m)안부.외국트레커들은20여분아래의라바타워캠프장에서점심을먹고올랐지만우리는고소적응을위해안부에서충분히쉬면서도시락을까먹기로했다.그러나을씨년스런날씨에바람마저강하게불어대오래머물지못하고바랑코캠프장으로내려선다.
"야,이건완전히키네시오농장이네요."
라바타워안부에서바랑코캠프장까지는표고차약700m로쏟아질듯가팔랐다.그하산길은마치사막에서오아시스로들어서는기분을느끼게한다.키네시오킬리만자리숲때문이다.바랑코는킬리만자로에서자생하는키네시오킬리만자리가유일하게군락을이룬곳이다.
400년넘게산다는키네시오킬리만자리는묘하게생긴식물이다.어떤것은외가닥으로5~6m높이로자라고,또어떤것은선인장처럼서너가닥가지를치며자란다.꼭대기잎이말라붙으면밑으로처져나무를덮는다.고산에서추위를견뎌내기위한생존법인듯싶었다.그키네시오킬리만자리를지나칠때면우리는모두신비롭고원시적인아프리카로들어선듯해흐뭇해했다.
시라캠프를출발한지5시간반만에바랑코캠프에도착하자따뜻한물에발을담근채피로를풀고있는트레커가있는가하면절벽Rm트머리에앉아조망을즐기거나사색에잠긴트레커들도보인다.멋진곳이다.등뒤로는우리가내려선라바타워가절벽을이루고있고,오른쪽으로도200여m높이의거대한절벽이돌병풍처럼펼쳐져있다.캠프장을가운데두고사방으로바위병풍이둘러쳐있고앞으로는낭떠러지를이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