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랑가에서바라푸까지는2시간조금넘는거리다.1시간쯤오르자정상으로오르던캐나다모녀와오스트리아청년이쉬고있다.한가족인줄알았는데이곳에서만나함께트레킹을하는중이었다.방학을맞아중학생딸을데리고킬리만자로를찾았다는어머니의모습이너무아름답다는말에모녀는너무도즐거워한다.아직서른이안된오스트리아청년은조금만더워도웃옷을벗어버리는등건강미를자랑해일행에게부러움을사기도했다.
또다시밤을맞는다.구름이벗겨지자메루산이우리를빤히바라보는듯솟아있다.키보는다시달빛과별빛에반짝이고,산아래마을에서는불빛이하나하나켜지기시작했다.어제와달리살짝흥분이인다.내일밤출정에나서기때문인가보다.
새벽1시경잠에서깨어난다.너무도조용한산이다.이와비슷한높이의설산이라면크고작은눈사태와크레바스갈라지는소리등간간이자연이만들어내는소리가들리기마련이건만킬리만자로는너무도조용하다.그렇지만산아래마을의불빛과교교히흐르는달빛에아름답고도맑은빛을띠는키보는너무도아름답다.바라푸캠프위로랜턴불빛이보인다.정상을향하는이들의움직임이다.24시간뒤면내가저자리에서움직이고있을것이다.
키보에서뻗어내린능선상의캠프인바라푸에올라서는순간열댓살나이의소년이내려선다.정상에서하산하는길이었다.어린소년의얼굴과눈빛에서당당한기품이느껴지는것은역시아프리카최고봉을올랐다는자부심때문일것이리라.
능선에올라서자불꽃같은기세로솟아오른마웬지가보이고마랑구루트가가로지르는고원사막이내려다보인다.이에시라에서키보남사면을내내바라보고,동단의마웬지까지보게되었으니킬리만자로의반은보았다싶다.정말제주도면적의두배에이를만한큰산답게천의얼굴을가진산이킬리만자로였다.
대낮에잠을청한다는것은괴로운일이다.눈을감고있지만머리는맑기만하다.까마귀는깍깍대다텐트옆바위에앉는다.현지인들이던져주는먹을거리를기다리는것이다.다람쥐처럼생긴쥐새끼들은어디서나왔는지여러마리가이곳저곳을다니면서부스럭거린다.그렇게신경이곤두섰다몽롱해졌다하다보니밤10시가되고말았다.또다시김영미씨가끓여준누룽지한공기씩먹고키보정상우후루피크로향한다.별을따러,꿈을찾아서-.
이제약150m만오르면아프리카최고봉의정점에선다.키보산장에서출발한트레커한명이가이드와함께먼저우후루피크로향한다.한쪽은빙하,한쪽은분화구를이룬능선을따라정상으로향하는사이등뒤로구름바다를뚫고햇살이올라온다.마웬지도창끝같은정수리를슬며시드러낸다.
“정옥아,신영아~,내가해냈다.”
오전5시30분,우후루피크정점이바로앞에다가오자이기열씨는울음섞인목소리로등정의기쁨을쏟아낸다.해가서서히떠오르자분화구가전모를드러내고,외곽으로거대하게형성된빙하가반짝인다.과연기상학자들이예상하듯이몇십년안에녹아내릴수있을까싶을만큼거대한빙하는키보를감싼채반짝이기시작했다.
잠시후조셉은너무오래머물면고소증세가나타나고지치므로어서내려가자서두르지만일행은일출에넋을잃고,조망에감탄하고,사진촬영에열중하느라좀체자리를뜨려하지않았다.그사이키보는구름을뚫고솟구친아침해와더불어다시새날을맞고,수많은트레커들이우후르피크를향해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