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3] *-

아프리카최고봉킬리만자로(5895m)[3]

아프리카최고봉…‘코카콜라루트’로우후루피크올라
이젠전설이될‘검은대륙’의만년설이여…

아는만큼보이고,느낀만큼얻는다했던가!나는어쩌면다시오기어렵다는것을이미깨닫고있었기에,한달여에걸친준비기간동안킬리만자로에관련된거의모든자료와산행기를읽어가며이번여행을준비한것일지도모른다.귀신에라도홀린듯갑작스레나를이끈검은대륙아프리카의킬리만자로!그것은무엇이었을까?무엇이나를이머나먼곳까지나를이끌어낸것일까?

사라진만년설위로생긴하산길로하산하는일행들.

인천을출발,오사카를경유하여도착한도하에서비행기를갈아타고,다시금최종목적지인나이로비를향해룹알할리사막의하늘을날아올랐다.검은대륙아프리카!하늘에서바라다본아비시니아고원은결코검지않았다.어쩌면아프리카를바라보는내눈이검었고,내마음이검어서였는지모를일이다.

나이로비공항에도착!해발1700m인이곳은생각만큼덥지는않다.가끔씩부는시원한바람과먼지들,뒤죽박죽복잡한도로들.국경마을로가는길은앞으로의험난한일정을고스란히보여주고있었다.그러나검은바다처럼넘실거려,지평선너머로지구끝이보일듯한대평원으로난길을달리면서그안에서나는희망을발견할수있었다.언젠가내가달린그허허벌판들이사람냄새가득한곳으로바뀌리라는기대로말이다.


외곽으로멀리나오니아프리카아카시아와소떼들이이곳이진짜아프리카임을말해준다.길가에마라톤연습을하는아이들도보인다.이곳이마라톤왕국케냐의국경마을나망가다.국경마을치고는부산하지는않지만,멀리킬리만자로가구름위로하얗게빛나는아름다운곳에서아프리카에서의첫날밤을맞이했다.호텔식당에서자리에앉고40분만에스프가나왔다.처음으로그들이말하는‘뽈레뽈레(천천히)’를느껴봤다.
 
내생애최고의선택킬리만자로


아프리카산아침커피를마시며여행일지를작성한다.내마음껏아프리카를느끼고,사랑할수있는이순간이내생애최고의순간일듯하다.식사를마치고출발준비를서두른다.일행24명에현지인가이드,포터,쿡등68명을포함해모두92명,대단위트레킹팀이꾸려졌다.

멀리킬리만자로가늠름한자태로머리에만년설을이고있다.내가한발을앞으로내딛을수록킬리만자로는천상의모습으로내게점점다가오고있었다.보는것만으로도감동그자체다.대장가이드솔로몬의지휘하에100명가까운인원이일사분란하게움직인다.킬리만자로의여신을만나기위해집에서출발한지49시간만에산행을시작한다.일명‘코카콜라루트’다.

나머지는‘위스키루트’란다.등산로의아이들이카멜레온을들고다니며,가이드들에게혼날까봐조심하는모습으로“원달러”에가격흥정을한다.남몰래고소증세로가슴앓이를하는중에도뽈레뽈레를읊어대며,넓고완만한비탈길의울창한정글지대를지나자나온급경사를올라전망좋은만다라산장에다다른다.로지마다태양열판이붙어있고밖에는수도시설도되어있다.찬물에세수등은안하는게좋다고해서이만닦았다.가이드와포터가그들특유의춤을곁들여서‘쿰바야’와‘킬리만자로’를합창한다.

멀리보이는키보봉.킬리만자로에는시라봉(3962m),키보봉(5895m),마웬지봉(5149m)이있는데,만년설로덮여있는키보봉정상을우후루피크라부른다.

오늘밤은비박을하는데,적도의밀림속첫날밤은북한산에서수없이했던비박을다합친것보다도더좋을것같았다.하지만,원숭이들의고성방가를음악으로착각하며밤새뒤척이다가실낱같은월출이뜬후에야겨우잠들수있었다.‘빛나는산’킬리만자로는마사이어로‘누가이에누가이(신의집)’이란뜻을가지고있다.신의아들마사이족이숭배하는숭고한산으로킬마(Kilima)는스와힐리어로‘산’이란뜻이고,자로(njaro)는마사이어로‘물의원천’이란뜻을가지고있다.

무려200만년전부터용트림을하며수차례의기형학적화산폭발로만들어진5895m높이의아프리카영산!헤밍웨이의<킬리만자로의눈>과조용필의<킬리만자로의표범>으로도부족할것같다.킬리만자로는1889년독일의지리학자한스마이어가처음으로정상에올랐다고하는데,당시로서는밀림과산악사막과혹한의만년설을어떻게극복했는지존경스러울따름이다.
 
척박하지만아름다운아프리카의낮과밤


산장을출발하자밀림지대가차차관목지대로바뀌고초원지대에나온다.완만한산등성이를“하쿠나마타타-뽈레뽈레(괜찮아-천천히천천히)”를수없이되뇌이며영감님걸음으로걷다보니전망이탁트이고,선인장같은아주멋있는세네시오와로벨리아넘어여우같은마웬지봉이웃고있다.고개를왼쪽으로돌리니키보봉이묵묵히내려다보고있다.3000m를넘어서는메말라보이는히이드들,로베리아,금작화들이인사한다.

이름없는야생화가끝이없도록벌판에계속이다.감탄사도필요없을지경이다.구름이밀려오고,바람도차지면서,옅은구름에휩싸였지만,여전히아름답기그지없다.다시금산기슭을타고올라오는짙은구름을보고서둘러호롬보산장으로발을옮긴다.‘세네시오킬리만자로’가군락을이루고있는호롬보산장주변에는사람들이많은데,이는이곳이오르려는사람들과내려갈사람들이교차하기하는지점이기때문이다.

밤하늘의별빛이전날보다더밝은듯하다.별들을더돋보이게하려함인가.어디론가숨어버린달과아프리카밤하늘킬리만자로위로떠있는아름답기그지없는무수히반짝이는별들!은하수의발원지도보이고씩씩한견우와어여쁜직녀도보인다.누군가가그랬다.세상에서가장척박한곳의별빛이가장아름답다고.달이없기에더욱빛을발하는이별들을몽땅따다가아내와아이들그리고소중한사람들에게목걸이를만들어걸어주고싶다.

새벽4시잠에서깬다.영상1.7℃다.아직먼동이트기에는이른시간이다.비박으로밤을지새고나니,여명속에별과달이어우러져그분위기와빛깔,아름다움과경이로움이도저히형언할수없어,내안의깊은곳에담아본다.그풍경이정지한듯아닌듯한모습으로나를무섭게빨아들인다.블랙홀처럼….발아래운해가기가막히다.계속되는손과발의저림현상,뒷골이쑤시고,새벽녘에는구토까지고소증세가나타났지만,뽈레뽈레를되뇌이면서산장을출발한다.

급경사를올라하얀에베레스팅(영혼의꽃)군락지인습지대를가로지르면마지막샘터가나온다.포터들이열심히물을챙기면서빨리빨리가습관화된마음급한일행에게“뽈레뽈레”를외친다.잠시고민을하다한글자씩따서‘빨레빨레(적당히)’신조어를만들어웃어본다.길은점점사막화되어가고붉은색을띤흙과바위들이나를완전히매료시킨다.

한없이거칠고황량하기이를데없는산악사막지대다.그자체가매력이다.차가운구름인지안개인지가가득하다.길은마치넓은시골우마차로같다.평지길같은데도서서히고도를올리고있다.키보산장에도착하니눈이내린다.키보봉과마웬지봉의눈내린아름다운풍경에그만넋을잃었다.키보봉은오늘밤오르겠지만,마웬지봉은언제가볼수있을까하는생각이들었다.키보봉이무덤덤한남자라면,마웬지봉은매력적인여성의모습이다.

우후르피크에서외치는아프리카의자유


아주춥다.길고긴불빛행렬.어제까지와는차원이다르다.숨이차다.오르고또오른다.솔로몬의지휘하에가이드포터가“킬리만자로하쿠나마타타,킬리만자로뽈레뽈레”를힘차게외치며고객들의사기를북돋아준다.그것도잠시,끝없이이어지는급경사와지그재그길에점점쉬는주기가빨라진다.솔로몬과그들의노랫소리도없어졌다.눈앞에보이는불빛이왜이리도멀게느껴지는지.‘두번다시고산등반은하지말아야지!’맹세했건만하산후면또다시고산등반을꿈꾸고있던나였다.

6시간의사투끝에길만스포인트(5685m)에다다랐다.날이서서히밝아오며분화구가보이고멀리만년설이보인다.모든것이발아래에있다.이곳은1927년선교사로이치가표범의시체를이곳에서촬영했다고하여‘레오파드정상’이라고도한다.이곳에서하산하는사람은녹색증명서를발급해주고,정상에오른사람에게는갈색증명서를발급해준다.말하자면A와A+의차이다.

길만스포인트에서바라다본정상이다.이곳까지오르면녹색증명서를발급해준다.

눈물이나고,정말울고싶을정도로지쳤지만,210m를더올라야만평생을노래하던킬리만자로최고봉우후르피크에다다른다고한다.그210m가2100m를오르는만큼이나힘들게느껴졌다.드디어‘자유’를뜻하는우후루피크(5895m)!시간과숨이멈췄다.아프리카의영산킬리만자로의가장깊은곳에안기었다.감개무량하다.온몸이흥분되어정신을차릴수가없다.울수밖에없었다.

내가흘리는눈물로서나를안아준신에대한진정한감사의마음을대신했다.“킬리만자로의여신이여~진정당신에게감사드립니다.”아프리카대륙이발아래로펼쳐지는우후루피크지역은5000m이상의고지대로연강수량이100mm이하다.극지와같은기후로밤에는얼어붙을정도로춥고,낮에는태양의직사광선이내리쬐는곳이라대기중산소는평지의반으로지표에물기라곤만년의얼음과눈뿐이다.

그나마온난화로인해만년설이줄어들고있다고한다.형편없이쪼그라든시한부의만년설이사라지지않기를바라며간절한마음으로바라봐야했다.이곳에서바라본아프리카는결코검은대륙이아니었다.끝없이펼쳐진대륙에는형형색색우리가표현할수있는한계를넘어지구상의모든색을망라하고있다.


하산길도만만치않다.쉬기를반복하여길만스포인트에다다른다.8시간의긴하산에이은다음날6시간의하산끝에킬리만자로여신의품에서벗어났다.끝인가?허전하다.너무나짧은사랑에아쉬움만남는다.킬리만자로의여신이여안녕!

-글·사진/김기인경복산우회/월간마운틴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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