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최고봉킬리만자로(5895m)[4]
고미영7대륙최고봉중3번째등정
‘검은대륙’은나에게오르라손짓하네
‘구름인가눈인가저높은곳킬리만자로/
오늘도나는가리배낭을메고/
산에서만나는고독과악수하며/
그대로산이된들또어떠리….’
그영봉에한마리의표범의시체가있다고쓴헤밍웨이의유명한작품의배경이기도한킬리만자로.묵은사진첩에서옛추억을떠올리듯잠시회상에젖어본다.1월말아콩카구아에서돌아온지며칠이안되어발목을접질렸다.3주동안산행은커녕문밖출입도자제하고있는중이었다.하지만등반파트너인김재수대장이10년동안별렀던킬리만자로를이번에는꼭가야한다고강하게이끌어인대주사몇번맞고나서고말았다.발목보호대,키네시오테이프,마사지젤등을챙겼다.
밤12시에출발한비행기는중간기착지인두바이에서다리뻗고6시간을기다린끝에다음날오후4시덥고습한기후를내뱉고있는케냐의나이로비공항에도착했다.여행사직원이우리를알아봤는지손짓을한다.세시간정도봉고차를타고국경에서탄자니아로갈아타야한다며설명한다.탁트인시야안의울창한숲은광활한아프리카대륙안에와있는것을실감케해주었다.
거리에는걷는사람들이참많다.그래서인지뚱뚱한사람들을찾아볼수없다.밤에보면눈흰자만보일거라는내상상은빗나갔다.생각보다피부가캄캄하지않고,입술도안두껍다.머리카락도곱슬이아니다.시간의흐름속에많이섞인탓일까?
킬리만자로는완만한경사의고원길이계속된다.뒤로보이는봉우리는마웬지봉이다.
밤10시가되어서야탄자니아의임팔라호텔에도착했다.중국식당에서볶음밥과국수를시켜서비행기안에서얻은고추장과비벼먹고는내일부터등반시작하면피곤하지않을까생각하며잠자리에들었다.아침일찍운전기사가우리를태우고여행사로직행한다.그곳에서암갈색피부를가진가이드닉슨과쿡,포터들을만났다.
고용인들은자기들먹을거리가훨씬많아포터를더써야했다.6명의고용인(가이드,보조가이드,쿡,포터3명)들이정해졌다.이후닉슨만제외하고는누가우리고용인지알수가없었다.등반끝나고보너스줄때만얼굴을비쳤다.등반의기점인마랑구게이트에서입산신고를마치고짐을분배한후도시락을지급받고출발한다.
3~4m폭의완만한비탈길의울창한정글지대를지나급경사를오르면전망이트이는곳에이르니만다라산장이보인다.3시간이걸렸다.이슬비가내려옷은약간젖어있었지만기분은상쾌했다.통나무로만든4인실별채를배정받아들어가니외국인2명이짐을정리하고있었다.
저녁준비다되었으니식당으로오라는부름에가보니붉은체크무늬식탁보가깔려있다.많은사람들이묵는곳인데식당이하나라서순서를기다려야하는데어떤식탁보가깔리느냐에따라먹는순서가달라진다.자리를사수하기위해쿡보조는두시간전부터앉아기다린다고한다.
키보산장앞에쳐있는텐트들.마지막산장인키보산장에서밤12시쯤정상을향해출발해야한다.
발목부상중김재수씨와함께짐꾸려
다음날이른아침을먹고완만한산등성을넘어계속오르니전망이트이면서선인장의모습을한나무(시네시오)가보인다.오른쪽으로는바위가대부분인남성적인마웬지봉이보이고왼쪽으로는뭉툭한킬리만자로가다소곳이서있다.정상부위에만약간의눈이있을뿐이었다.호롬보산장으로가는길은뜨거운태양아래원색의꽃들로눈부시게빛났다.야생화를좋아하는김재수대장은연신셔터를눌러댄다.
고원의관목지대안에싸여있는호롬보산장은올라가는사람과정상등정을마친사람들이같이묵는곳이라인산인해를이루었다.체크무늬식탁보밑에는벌써다른색깔의식탁보가두개나깔려있다.우리웨이터가부지런했는지이른저녁을먹을수있었다.기다리는팀이있어20분만에식사를끝마쳤다.
공항에서만난적이있는70세의일본할아버지와같은방을쓰는데저녁도잊고어찌나코를크게골던지잠을이룰수없었다.밤늦게일어나시더니배가고픈눈치여서마침한개남은컵라면을드렸더니“맛있다”하면서잡수신다.사업상한국에자주드나들어서몇개의단어를알고있다고했다.
다음날은고소적응을위해마웬지봉근처까지가기로했다.마웬지봉은등반하기위해특수한장비(로프)가필요하며관리사무소의허가를맡아야한다고닉슨이얘기해준다.산장에돌아와서맥주한잔과한국에서가져간캔골뱅이를먹는다.크아!기막힌이맛!
밤에는잠이안와서발목을스트레칭한다며몇번잡아돌렸더니뭔가틀어진느낌이었다.아침까지통증이계속되더니퉁퉁부어있어키네시오테이프로감고발목보호대로감쌌다.어쩌나오늘가장많이걷는날인데.키보산장가는길은점차사막화되어식물들이거의눈에띄지않았고황토흙과바위가많았다.
그늘하나없는길은황량함과정적뿐이었다.발목이아파여러번쉬었다.산장에도착하니오후2시,12인실로안내되어쉬었다.우리가가장먼저올라왔는지아무도없었다.이곳에서쉬었다가밤12에정상으로출발하기로했다.저녁으로스파게티를먹고출발한시간전밑반찬과햇반을먹었다.자정무렵출발준비를마치고보니벌써앞서가는팀들이보인다.
‘우리앞의불빛은참을수없어’하는심보도아닌데앞서고말았다.능선지점인길만포인트에다가오니바람이무척세서우모복을꺼내입었다.발도시려왔다.키보산장을출발한지4시간만에길만포인트에올라섰다.그곳에서능선으로1시간20분을더걸으니정상이었다.새벽5시반의아프리카의하늘은새벽이올것같지않은깊은어둠과정적속에묻혀있었다.너무캄캄해서스트로보가없는수동카메라로사진을찍을수가없었다.할수없이동영상만촬영하고는하산해야했다.
사방어둠속에오른‘검은대륙’의용마루
다시길만포인트가가까워오면서끝없이넓은원시의대륙에새벽이열리고있었다.새벽6시반쯤되니한층의구름이걷히면서태양은강렬하게자태를드러냈다.그것만으로도얼마나장관이었는지….추위도,배고픔도,손발시린것도잊고있었다.차가운새벽공기에떨리는몸을따끈한케냐커피로데우면서해가떠오르기를기다렸다.
햇살이퍼지는신선한아침을뚫고장엄하게서있는킬리만자로,그리고그곳에태초의모습처럼그렇게함께하고있는만년설.내앞날에도저렇게멋지고찬란한태양이함께하길빌어본다.세시간에걸쳐키보산장으로하산하여휴식하며간식을먹은후에호롬보산장으로내려가니낮12시였다.맥주한잔으로그동안고생한발목을위로했다.
호롬보산장앞에선고미영씨.고씨는이번등정으로7대륙최고봉중3개를올랐다.
이틀후탄자니아사파리의대표지인응고롱고로(Ngorongoro)를찾았다.그곳은해수면밑으로커다란분지로되어있었다.길이19km,폭16km안에서수천가지의동물이살고있는데주변은산으로둘러져있으므로밖으로나올수가없다.문명이발붙일수없는이야생의지역은보이지않는질서와섭리로‘자연’그대로가있을뿐이었다.
이곳엔어느국립공원보다많은동물들이있다고한다.과연사파리에서는초원을향해느릿느릿옮겨가는코끼리떼며얼룩말,사자,코뿔소,그리고사슴과에속하는가젤,토피들이평화롭게풀을뜯고있었다.한참을올려다봐야그머리가보이는기린,우리를구경하는버펄로떼들은킬리만자로를배경으로시간을초월한채평화롭게앉아있었다.
인간의뿌리가시작되었을것같은그덥고건조한기후와말로표현하지못할어떤강한이끌림,그리고낯설지않은인상들.나에게는예상치않았던보너스를받은것같은흥분의시간들이었다.
-글고미영코오롱스포츠챌린지팀/사진김재수코오롱스포츠챌린지팀-
-월간마운틴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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