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경 없는 의사회’ 소속의 자원봉사자 ‘애니 화이트하우스’ *-

‘국경없는의사회’소속의자원봉사자’애니화이트하우스’


셰르파와사랑한미국처녀또다른행복의정상에서다
19세때안나푸르나서만나결혼→이혼아픔
카일라스순례계기로‘봉사의삶’새길걸어


한산악인이눈쌓인안나푸르나를오르고있다.

산을오르고있는애니화이트하우스

티베트고원에위치한카일라스는인도인과티베트인이가장성스럽게생각하는산이다.부근마을에사는한주민이멀리하얀눈이쌓인카일라스를보면서절을하고있다.

수능시험이끝나고본격적인대학입시의계절이다가오고있다.언제나그랬듯이이맘때쯤이면누군가의볼멘항변이들려오는듯하다.“행복은성적순이아니잖아요?”나는이항변에전적으로동의한다.행복이란매우주관적인감정상태다.

그것의척도가메마른숫자들의나열일뿐인성적표에의해서가늠될수있다고생각하는것자체가난센스다.실제로내주변에포진해있는‘행복한’사람들에게물어보면그들이받았던성적표라는것들은한마디로‘개판오분전’이었던경우가훨씬더많다.

하긴뭐내주변에포진해있는인간들자체가워낙방외자적성향이강한자들이니이런반증따위가별반설득력있는위로의말은될수없는것일지도모른다.여하튼나는성적으로사람을서열화하려는태도에반대한다.산악인에대해서도마찬가지다.

성적만으로산악인을평가한다면가장높은산에가장많이올라간자가최고의산악인이될것이다.하지만그들이가장뛰어난등반능력을가지고있는가라고반문하면답변은명백히부정적이다.최고의성적표를가지고있는산악인이곧가장매혹적인인간인가라고물으면답변하기가곤란하다.

심지어과연그래서그들은행복한가라고묻는것은거의구름잡는선문답이되어버린다.분명한사실은단하나,각각의개별적인산악인들이느끼는행복이라는것은결코성적따위로,수치로가늠해볼수없다는것이다.

1978년의미국안나푸르나여성원정대는대단한기록을세웠다.오직13명의여성들로만이루어진이원정대는세계제10위봉인이산의정상(8,091m)에오르는데성공했다.남녀를통틀어미국산악인들로서는최초의기록이다.당시의원정대장인아렌느블럼이쓴등반기<여성들만의안나푸르나>는대단히감동적인책이다.

그녀는고백한다.“정작등반그자체보다힘들었던것은남성중심사회의편견이었다.그들은여성들끼리안나푸르나에오르겠다고하자코웃음을쳐댔을뿐그어떤자그마한도움도주려하지않았다.”당시까지안나푸르나에도전했던원정대는전세계를통틀어10개밖에없었고,그들중성공을거둔것은4개팀뿐이었으니이제와되돌아보아도참으로대단한등반이었다.

당시의등반기록을들여다보면그들이겪어내야만했던고통과환희의순간들이생생히느껴진다.등반도중그들은두명의대원을잃는다.산에서동료의죽음을목격하고그것을뛰어넘어앞으로나아간다는것은지옥을통과하는일이다.그들은그것을해냈고기어이정상에올라섰다.

그런데정상에오른대원의프로필을살펴보니어라,당시의나이가고작열아홉살이었다.그녀가바로애니화이트하우스(47)다.불과열아홉살때한나라를대표하는원정대원으로선발되어기어코정상까지올라서다니그저놀라울따름이다.

그녀에대해서조금씩더파고들자니이내내입가에미소가머금어지고가슴이따뜻해진다.애니는최고의성적을이룩한산악인은아닐지모른다.하지만그녀는행복한여자이고아름다운사람이다.

“제가정상에오를수있었던것은원정대장아렌느의확고한리더십덕분이었지요.”애니는겸손하게자신의공을원정대장에게돌린다.하지만그녀는원정기간동안‘치명적인명령불복종’을범한다.바로누구와도연애따위를하지말라는원정대장의명령을어기고원정대의요리담당셰르파예시텐징과사랑에빠진것이다.

“우리대원들은모두외로움과향수병에젖어감상에시달리고있었지요.저는오직등정에만몰두하고있었어요.그과정에서텐징으로부터많은도움을받았죠.그렇게사랑은부지불식간에우리두사람을맺어줬어요.”낯선이국땅,그것도황량한오지에내동댕이쳐진열아홉살의처녀가불현듯사랑에빠져든다는것은결코이해할수없는일이아니다.

하지만그사랑은불장난에그치지않고결혼으로이어졌다.애니는텐징을미국으로데려와정식으로혼인신고를하고신혼살림을차렸다.하지만최강의선진국처녀와최빈의후진국청년이꾸려가는결혼생활이그다지평탄했을것같지는않다.

“주변의편견과무시따위는두렵지않았어요.우리는그런것들쯤이야충분히극복해낼수있을만큼서로를사랑한다고믿었어요.”

그들의관계에금이가기시작한것은1980년다울라기리북벽여성등반대의원정기간동안이었다.애니일행은원정에서무서운눈사태를맞았다.대원1명이사망하고여럿이부상을입었다.하지만애니를가장힘들게한것은남편인텐징의등반만류였다고한다.“나는산에오를때행복감을맛보는여자예요.날더러산에오르지말라고하는것은제존재자체를부인하라는말과다를바없지요.”

등반은실패했고원정대는철수했다.애니는텐징과함께네팔에남아6개월간을머물렀는데,그기간은곧각자의삶에대한서로의차이를뼈아프게확인해보는시간이기도했다.애니와텐징은결국1982년에이혼한다.1983년에참여했던미국에베레스트서릉원정대의등반역시실패로막을내렸다.애니는8,500m지점까지진출했지만거의‘블리자드’급의강풍을만나가까스로생환에성공했을뿐이다.

베이스캠프로돌아오니오랫동안그녀를짝사랑해왔던남자친구가얼굴이새파랗게질린채로청혼을해왔다.“마이크와결혼한것은두번째실수였지요.”두번째의결혼마저이혼으로매듭지은애니는담담하게웃으며말했다.“하지만두명의전남편들모두내가어떤사람인지를깨닫게해주는데큰도움을주었어요.저는집에들어앉아살림만하거나주말이면낚시를즐기면서살수있는여자가아니에요.가정이나남편은제게사치이거나족쇄일뿐이죠.저는제내면의소리에귀기울이며저만의방식으로내삶을살아가기로결심했어요.”

"병든이웃손잡고뒷산오르는게히말라야정상서는것보다행복"

애니는몇차례의극한등반과두차례의이혼을겪고난다음서른살즈음을통과하면서삶의새로운지평을찾아낸다.그녀에게가장인상적인등반을무엇이었을까.“1983년의에베레스트도,1980년의다울라기리도,1978년의안나푸르나도아닙니다.제가까운여자친구와단둘이떠난카일라스(6,714m)순례였어요.그순례를통하여저는영혼의정화를체험했고제삶의비전을찾아내게되었지요.”

‘국경없는의사회’소속세계오지로봉사활동

카일라스는곧‘우주의중심’이라일컬어지는수미산이다.아시아대륙4대종교와4대강의발원지이기도하다.카일라스순례는흔히중국쪽에서시작된다.그나마접근이제일편하기때문이다.하지만애니는네팔북부에서출발하여히말라야산맥을걸어서넘었다.몇달이소요된강행군이다.종교적심성을갖추지못한자라면결코해낼수없는고행의길이었다.“등반할때는느끼지못했던히말라야의웅장함과신의위대함을온몸으로체험한행복한나날들이었습니다.”

한동안미공군의간호사로일하던그녀는이제‘국경없는의사회’소속의자원봉사자로서세계전역의오지를헤집고다닌다.“세계어디를가든항상가난하고병든사람들이있어요.그들에게도움을줄수있다는것은제삶의큰행복입니다.그들과함께손을잡고그들마을의뒷산에오르는것이원정대원의한사람으로서히말라야의정상에서는것보다훨씬더행복합니다.”

[심산의산그리고사람]<40>-8월3일까지휴가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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