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극 빈슨 매시프 *-

남극빈슨매시프

노멀루트통해12월28일고인경·엄홍길등정

지구끝에서쌓은20여일간의우정

남극빈슨매시프원정대
대상지/남극빈슨매시프(4897m)
일정/2007년12월12일~2008년1월6일
대원/고인경엄홍길

12월12일오후3시,지구의끝을향해비행기에탑승했다.목적지는남극대륙에우뚝솟은설산(雪山)빈슨매시프.세계최초히말라야16좌등정신화를만든엄홍길대장이동행했다.수년전,우리는히말라야에서약속했다.함께남극최고봉빈슨매시프에오르자고말이다.삼년전내환갑기념으로아프리카최고봉킬리만자로(5895m)정상도단둘이올랐었는데….이제빈슨매시프도함께오르며,우리의오랜우정도저우람한산줄기처럼건강해지리라.

12월13일LA공항에서칠레항공을갈아타고아침6시30분에칠레산티아고에도착했다.다시칠레국내선으로갈아타서남미의땅끝도시푼타아레나스에도착했다.남극이점점가까워지고있었다.
서울을떠난지셋째날인12월14일에는남극대륙으로가는항공편을제공하는ALE의브리핑을받으러갔다.브리핑장에는세계각지에서온산악인들로가득했다.하나같이에베레스트등정경험이있었다.그들의얼굴에는남극에대한동경이가득번져있었다.그런데악천후로비행기가나흘동안이나뜨지않았다.덕분에푼타아레나스곳곳을구경할수있었다.

남극최고봉빈슨매시프를등반중인고인경(왼쪽)엄홍길씨.이번등반은두사람이전부터약속했던것이다.

칠레에서나흘간대기후남극대륙향해
12월19일,드디어남극으로가는비행기에올랐다.기내는화물칸을방불케할정도로사람들과짐으로빼곡했다.남쪽으로기수를돌린비행기는마젤란해협과베링샤우젠해양을건너,패트리어트힐빙하착륙에성공했다.그런데빈슨매시프로가는길은멀었다.베이스캠프의기상악화로패트리어트힐에서또기다림의시간을가져야했다.12월20일에서22일까지지루한대기를하게됐다.

그러던우리는훈련삼아패트리어트산(1800m)을등반해보았다.캐나다·세르비아·중국·에콰도르에서온4명의외국등반가들과더불어올랐다.다들어찌나빠르게오르는지나는그속도감에그만기가죽었다.12월23일에야우리는트윈오터경비행기로베이스캠프(2800m)에도착해1박했다.텐트주위를얼음블록으로단단히두른후잠을청했다.텐트바깥은눈이부실정도의백야였다.

다음날우리는로우캠프를가기위해서둘러야했다.가이드와등반일정과전략을논의한결과,베이스캠프외에로우캠프와하이캠프만치고정상공격을하기로했다.7일간의식량및장비,그리고연료등30kg이상의짐을썰매에실었다.가도가도끝이없는20~30도경사의완만한눈길을5시간걸어,로우캠프(2900m)에도착하였다.주위는황량한설원이었다.

크리스마스인25일은고소적응겸식량과장비수송을위해하이캠프(3800m)까지오른후다시내려오기로했다.40~70도의경사면설벽을1인10m간격으로주마링해서등반했다.나는고정로프에몸을확보하고아이스액스로의지해올랐다.반면엄대장은스틱만으로급경사를오르면서내안전에신경을써주었다.50~100m의고정로프로20여번이나카라비너안전핀을열었다닫았다한후에야,겨우급경사의설벽을올라설수있었다.이날운행은7시간이걸렸다.


살을에는찬바람에머리가아플정도였다.옷깃을여미자고글에희뿌옇게김이서렸다.점심은행동식으로때웠다.과자와초콜릿이전부였다.7시간만에약15분간휴식을취한뒤,다시1시간30분정도설원지대를올랐다.저아래작은봉우리들이내려다보였다.하이캠프에올라서자바람이거세게불어왔다.한기에몸이오싹했다.

등반중카라비너에부딪쳐앞니부러져

하이캠프로향하는급경사의설벽.경사40~70도에이르며고정로프를설치해주마링으로오른구간이다.

우리들은텐트와장비를보관시키고얼음블록담을세워방풍벽을구축했다.그리고텐트칠자리를평평하게한후에야하산했다.급경사를내려오자니한발한발조심스러웠다.대퇴부근육이서서히경직되고있었다.발아래깔린하얀작은봉우리들이파노라마처럼펼쳐지고있었다.밤11시가넘어서야로우캠프에닿았다.외국팀들이마중나와환호해주었다.사진촬영을하자고했지만,나는정중히거절했다.빠진이를드러내고사진을찍을수없었던것이다.

사실,등반중고정로프에걸린카라비너를바꾸어끼려고할때였다.손은얼어붙어곱은상태인데다불안감이덮치면서서두르다보니,카라비너에앞니가부딪치면서부러지고만것이다.엄홍길대장에게도이경미한사고를숨겼다.정상공격을앞두고불길한이야기를하는것이별로좋지않아서였다.
다음날,하루종일눈바람이흩날리며음산한날씨가이어졌다.화이트아웃현상도일어났다.여러생각이스치고지나갔다.

하이캠프(3800m)까지오른것만으로자족할것인가,아니면위험을무릅쓰고정상에오를것인가?순간용기가생겼다.두려움을이기는것만이나자신과의싸움에서승리하는길이라는생각이들었던것이다.12월27일,만년설대륙은오늘도매서운추위로우리를경계한다.로우캠프를출발한이래네시간이지나고있었다.이틀전에올랐던70도경사면을다소쉽게올랐다.모든대원이한줄에매인상태였는데,선두에선가이드의속도가너무느렸다.그렇다보니힘들고지루했다.내가소리쳤다.

“Chris!Takeabreak!Andlet’stalkaboutourwalkingspeed(크리스,좀쉬었다가세!그리고걸음속도에대해이야기좀하면좋겠네!)”
그러자가이드가단호하게말했다.
“No,I’maguide.Walkslowlyandrest.Iwilldetermineourspeed.(안됩니다.가이드는접니다.천천히걸으며쉬세요.속도는제가결정합니다.)”
순간,피곤이가중되어오면서더이상참을수없을지경이었다.나는소리쳤다.
“What?ThisisnottheBoyscouts,butanadventureprogram.Weareyourclients.Justaswerespectyouasourguide,youmustrespectusasyourclient.(뭐라고?이것은보이스카우트가아니라,모험프로그램일세.우리는자네고객이란말이야.우리가가이드를존중해주듯,자네도우리를고객으로서존중해야줘야하네.)”
“…….”
“Iwanttogotothepeakofthemountain.Youarenotlettingusgotothepeak.Noteveryoneisthesame.Thewalkingpacewillbedifferentforeveryone.Butyou,asourguide,forceeveryonetomatchyourpace.(난정상에오르고싶은데자네가걸림돌이되고있네.걸음걸이는사람마다달라.그런데자네는가이드이면서모든사람들을자네걸음걸이에만맞추라고하고있어.)”
그러자가이드의태도가바뀌었다.

“OK.Mr.Go.Ichoseourwalkingpaceoutofconcernforyoursafety.(네,알겠습니다.안전을위해어쩔수없었습니다)”


이제나는가이드의로프에서벗어나50분쯤가다10분정도쉴수있었다.그시간에물도마실수있었고옷도갈아입을수있었다.
드디어급경사지대를다올랐다.그런데멀리서보기에는저능선만올라서면될줄알았는데,다시새로운능선이펼쳐지고있었다.바람도세찼다.오후8시가되어서야하이캠프에도착했다.얼음블록담안에삽시간에4동의텐트를설치했다.어찌나피곤한지저녁을먹을기력도없었다.그런데도엄대장은조원들6명을다챙겼다.저런초인적인힘은어디서나는것일까?

정상으로가는12월28일아침이다.침낭속에넣어두었던뜨거운물통도어느덧얼음장처럼차가워졌다.침낭발치에둔소변통도얼음덩이로변해있었다.드디어1100m의고도를높여정상을향하게된다.대원들은모두한줄로이어져올라갔다.엄대장의도움으로,나는다른에베레스트등정자들과같은속도로오를수있었다.

12월28일1100m고도올라고인경·엄홍길등정


이제부터는체력이아니라정신력이다.정상이보이기시작했다.잔혹한바람과강추위로정상부분임을실감했다.이제암벽을옆으로타고걸었다.드디어정상4897m에올랐다.엄대장과나를포함하여미국인가이드크리스,중국계미국인레이등4명이정상에올랐다.비몽사몽간에오른나는만사가귀찮았다.그저내려가고싶을뿐이었다.사진촬영보다도안전하게하산하는것이더중요하게느껴졌다.등반하며신경전을치렀던가이드크리스가내게말을건넸다.
“Congratulation!Irespectyou.(축하합니다.존경합니다.)”

해발2900m지점에위치한로우캠프.각국등반대의텐트가쳐있다.

오후8시45분에하산하기시작했다.엄대장은스키스틱만을사용할뿐,로프나피켈도사용하지않고틈틈이나를위해사진촬영을해주었다.가이드가리드하는대원들은우리보다한시간이상뒤처지고있었다.밤11시50분에이르러서야하이캠프로돌아왔다.엄대장은내앞니가부러진사실을그제야알아차렸다.천하의엄홍길도귀에콩알만한물집이잡혀있었다.동상이었다.하지만더없이보람있는등반이었다.

다음날,늦게까지잠을자며휴식을취한후하이캠프를정리하고11시에하산을시작했다.12월30일,한국을떠난지19일만이다.우리는오후7시20분경남극대륙을출발해,다시칠레푼타아레나스로향했다.비행기의트랩을내리자드럼통위에놓인우리여권에도장을찍어주었다.아마도등정확인도장인것같았다.오후11시15분러시아제수송기가우릴태우고이륙했다.

어느덧우리의원정은끝났다.지구상어느나라의영토도아닌,그원시의땅을밟고지냈던나날들은내생애에더없이소중한시간이될것이다.

-글·사진/고인경한국히말라얀클럽명예회장·파고다교육그룹회장/월간마운틴2008.02.-

parent.ContentViewer.parseScript(‘b_13421017’);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