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너 알프스 *-

X-Dreams원정대②베르너알프스

스위스그린덴발트지역융프라우·뮌히등반
알피니스트발길끄는’아가씨와수도승’

◇융프라우마지막설벽구간을오르고있는조용준,윤재학대원.

스위스알프스의베르너오버란드(BerneseOberland)산군에서가장높은봉우리는’아가씨’라는뜻을지닌융프라우(Jungfrau·4158m)이다.유명한아이거(3970m)는수도승이라는뜻의뮌히(4099m)와나란히솟아있는융프라우에는늘관광객과산악인들의발길이끊이질않는다.이산의정상은1811년스위스의마이어형제가초등했는데,1871년당시등산의선구자였던영국산악인스테판레슬리가스위스알프스의고산들을오르기위한지침서로집필한<유럽의놀이터(PlaygroundofEurope)>라는책에도나와있다.

스위스알프스의아름다움을묘사한책에서처럼인터라켄에서융프라우산군까지이르는약18km에이르는구간은만년설이뒤덮인가운데빙하에서발원한수많은폭포와강,시냇물,호수가하얀산과어우러져마치그림엽서에서볼수있는장면을선사한다.알프스지역에서가장거대한빙하인,길이26km폭1.9km넓이171㎢에이르는알레처빙하(AletschGlacier)를비롯해융프라우산군은알프스에서처음으로헤리티지재단에서지정하는세계자연보호를위한유네스코보호지역으로지정되기도했다.

융프라우요흐철도역은유럽에서가장높은역으로3454m고도까지철길이이어져있으며,길은아이거의동쪽의터널입구를통해융프라우서쪽으로이어진약7km의갱도를통과한다.1898년에착공하여1912년에완공된철도는갱도중간역으로아이거미텔레기능선등반의기점이되는아이스미르(Eismeer·얼음바다)역과아이거반트역이있어규모를자랑한다.


아이스미르역에있는갱도제작시굴착된바위들을제거하기위해아이거북벽측으로뚫린창은오래전부터아이거북벽등반의기점이되기도했다.오늘날수많은관광객들은이창을통해아이거북벽의실체를보고있으며,특히아이거북벽의등반시조난한등반자들을구조할수있는유일한접근로이기도하다.융프라우또는뮌히등반을위해서는역에서약1시간거리에있는뮌히산장(3660m)에서숙박을한후등반을한다.

융프라우를오르는길은크게4가지가있으며,노멀루트는로타자텔(Rottasattel)을경유하거나남동설벽을다이렉트로오르는루트로난이도는PD+,Ⅱ급,등반에는뮌히산장부터약5시간이소요된다.이밖에남서릉은난이도AD,Ⅲ급으로로탈산장을출발해6시간가량이걸린다.북서릉은난이도D,Ⅲ급(고정로프사용시)으로실베르호른산장을출발해9시간여가걸리며북동릉은융프라요흐역에서8~9시간이걸리는코스로난이도는D+,Ⅴ/Ⅵ급으로다소어렵다.

◇융프라우정상직전설릉을오르고있는대원들.

베르너알프스의대표봉우리융프라우와뮌히


뮌히는베르너지역의가장인기높은3개의대표적인봉우리중의하나이다.왜냐하면융프라요흐철도역에가장근접해서접근이아주용이하며베르너오버란드지역의모든경관을한눈에볼수있기때문이다.따라서전세계의알피니스트들은한번쯤이곳을등반할정도로인기가아주높은봉우리중의하나이다.뮌히는알피니즘의황금시대인1857년그린델발트의가이드인크리스티앙알머,카우프만등에의해초등되었다
.

2년이지난후러시아의공주헬레네마샬스키와3명의가이드가함께정상에올라화제가되기도했다.특히노말루트인남동리지는4000m급의알프스봉우리중하루만에등반할수있어알피니즘에입문하는초보산악인들에게적당한곳이기도하다.노말루트반대편사면에위치한북서릉(WestSpur)인놀렌(Nollen·’코’라는뜻)루트는뮌히를오르는길중가장난이도가높은길로60도의빙설벽과짧은수직의암벽으로형성되어익스트림클라이머들이자신을시험하기위한도전의루트로각광을받고있다.

빙벽등반장비가개발되기이전인1866년베르너골짜기에살던등반가에드문드와가이드크리스티앙미셀등이이루트를초등하며인공등반을위해약10m에달하는사다리를이용했는데,이것이바로인공등반용로프사다리의원조가되었다고한다.최근스위스지리학회는뮌히봉의고도가지금까지알려진4099m가아니라4107m라고발표하기도했다.서쪽능선의루트는남동의놀렌루트보다더욱더곤란한부분이있으나상단부의능선은남동리지보다는더쉽다.

뮌히를오르는길은노멀루트인남서릉을따르면난이도PD,Ⅱ급으로45도경사의설벽과암벽,혼합등반을하게되며,뮌히산장에서3~4시간이면된다.남서릉은AD-급으로융프라우요흐역에서다이렉트로오르는루트는Ⅱ~Ⅲ급,4~5시간이걸린다.북동벽은D급의빙설벽으로경사는45~57도이며벽하단에서4시간정도소요된다.북서스퍼(놀렌루트)는D급의65도경사의빙벽으로7~8시간이걸리며북벽립라우퍼루트의경우D+/TD급으로Ⅴ-급의암벽과60도경사의빙벽으로되어있다.이루트는11~13시간이소요된다.

두조로나누어각각융프라우와뮌히등반

7월15일오후,스위스의아름다운산간마을그린델발트에도착한등반대는짐정리를한후,다음날산악열차를타고바위터널을한참을올라융프라우요흐역으로올라갔다.종착역에내려터널밖으로나서니눈앞에나타난모든것이백색의눈세계,가끔씩그리워하던바로그하얀산이다.좌측에는뮌히봉이있고,앞에는넓은설원이펼쳐있으며,멀리아래로빙하가보이고,우측편에는뒤쪽의융프라우로연결되는능선이길게뻗어있다.

우리는좌측뮌히쪽산자락아래설원의움푹내려간곳에캠프터를마련했다.수만년동안쌓인눈이흘러내리면서딱딱해져갈라진거대한크레바스한가운데였다.갈라진양쪽설벽의간격이30m정도에높이도10여m는되어보이는데이렇게큰크레바스가만들어지려면아마몇십년은걸렸을지도모른다.세월이흐르면모든것이희미해지는것인가?우리는그곳에텐트를치면서도그세월의희미한흔적만큼이나크레바스의위험성에대한감각이희미해져있었다.

우린그자리에서이틀이나머물면서현지구조대로부터한번도아닌서너차례의붕괴위험경고를듣고서야정말그럴수도있겠구나하는불안감을느끼면서그곳을나와옆으로텐트를옮겼다.내일등반을위한정찰도할겸오후시간에융프라우요흐타워에들러내부와그주변을관광하고건너편에보이는융프라우등반루트도살펴보며등반에대한의논을하였다.

눈위의발자국으로확인한,루트는두개인데첫번째는노말루트로서넓은설원을아래쪽으로질러건너가멀리건너편능선으로올라붙어우측융프라우쪽으로완만하게오르는능선길이다.두번째루트는우측의융프라우봉우리아랫자락을우에서좌로가로질러나아가건너편노말루트의완만한능선밑의가파른설벽으로연결되는것인데발자국이선명하게남아있고이동거리도훨씬짧아보였으나가파른설벽의높이와무너져내린흔적을보니만만찮아보였다.

대원중누가어디서전해듣고하는말이“얼마전에건너편능선의설벽에서눈사태로가이드와등반가여섯명이죽었다카더라”하며통신을날리는데앞에보이는발자국이사고당시구조대가출동하면서남긴것이라고하여마음이조금심란하였다.대원12명중융프라우등반조는4명(윤대표윤재학조용준공종철)이다.루트정찰결과우리조는융프라우아래를가로질러가파른설벽으로올려치는루트로결정하였다.

다음날인17일새벽4시경기상하여간단한아침을먹고등반에필요한장비와행동식등을꾸린후5시에등반에나섰다.윤대표선생은지친표정없이선두로빨리나갔지만우리는고소에서길을재촉하며걸으려니숨이매우가쁘다.이곳의고도가3400m정도이니,고도100m정도에서조상대대로살아온우리에게는참으로힘든일이아닐수없다.

융프라우타워앞을지나좌측으로돌아산자락밑의어제보았던발자국을따라진행하는데사람발자국옆으로짐승의발자국도보이는것같아서아마도구조대를따라간탐지견의발자국이아닌가생각하며,그래서어제그누가말한’카더라통신’을사실로믿게되었다.하얀설원에서는가까이에거리를측정할수있는지형지물이나목표물이없이백색으로만보이니까멀리있는목표지점이실제거리보다가까이보이게되어한참을걸어도목표지점은여전히멀리있고그래서걷기도더욱힘들게느껴지는가보다.

태양이올라오면기온이데워져신체의운동능력이둔해지고발밑의눈이녹으면서무너지고미끄러져발걸음이힘들어질것을알고있어서두르지만쉽지가않다.앞에놓여있는높고가파른설벽을보니캠프에서여기까지작은설능을조금씩오르내리며힘들게걸어온길은아무것도아닌평지처럼머릿속에기억되어졌다.아이젠을착용하고있는데갑자기순식간에태양이불쑥올라와눈이부시도록설벽을비추고열기를뿜어대며우리의등반을힘들고어렵게하였다.

여기서정상까지는바람에노출되는능선길과경사가가파른설벽구간이므로이곳에서충분히휴식을하고오르는것이좋다.올라온길이너무나힘들어내려갈때에는좀더편하게갈까하는생각에다른팀과같이올라온외국가이드에게정상반대편으로하산루트가있느냐고물어보니다른길은없다며매우힘들고위험하니가지말라고한다.우리가먼저정상으로출발하며뒤돌아보니가이드는손님을이끌고우리가힘들게올라온설벽으로하산을하고있었다.

아마도손님들이너무힘들어정상등정을포기하고하산키로결정을한것으로보였다.우리팀4명은아주어렵고위험한곳을빼고는처음부터로프를묶지않고각자개인적으로움직였다.정상으로향한능선위로올라서자반대편에서찬바람이세차게올려친다.멈추기좋은위치에서빨리윈드재킷을꺼내입고가파른설벽위로오르는데정상쪽에서6~7명이한무리를이루며하산을하고있다.그들과거리가가까워져자세히보니각기다른두팀인데철저하게안전한방법으로서로빌레이를하면서하산을하고있다.

이곳등반루트에는바위가노출된곳곳에확보용으로머리부분이동그란고리형태의굵은쇠말뚝을1m높이로박아놓았는데눈이쌓여도확보지점을찾기좋게하기위한것으로보인다.9시30분경정상에올랐다.건너편에뮌히봉이보이고그옆으로보이는곳이아마아이거의정상인듯하다.사방을돌아보지만어디가어딘지잘알지를못하니답답하고,서로돌아가면서사진촬영을하고나서하산을하는데내리막길은오를때보다경사가가파른듯느껴져몸놀림이매우조심스럽다.

가파른곳을통과하면서단독등반중인서양사람을만났는데나이가환갑을넘긴지가꽤되는노(老)클라이머였다.정말멋있어보여나도이다음에나이가더들면저렇게하고싶다는생각이들어얼굴을한번더자세히보게됐다.정상으로뻗은능선을내려와서우리는모두힘들고지친체력회복을위해충분한휴식을취하며행동식도거의다먹어치웠다.이제남은구간은능선아래로길고가파른설벽을내려가는것과융프라우타워쪽으로긴설원을건너가는것이다.

설벽을내려가는길은눈이녹아여간힘든것이아니다.경사가낮아지면엉덩이를깔고앉아글리세이딩을하려고해도축축하게녹은눈에빠지기만하고경사가높아지면굴러버릴까조심스러우니행동이느리다.설벽을내려와설원을지날때는다리가풀려울퉁불퉁한눈길에서스텝이어긋나며넘어지기도하였다.지치고힘들어터벅터벅걷다가뒤를돌아보고앉아공종철이뒤쫓아오면그의배낭속에마지막남아있는햄통조림이라도함께먹을까기대를하고한참을기다려도보이지를않아포기하고베이스캠프를향해무거운발걸음을옮겼다.

베르너산군의미봉들이뽐내는뮌히정상

김형주,이재하대원등8명은뮌히등반에나섰다.오전7시에출발해뮌히산장방향으로45분가량꾸준히걸으니이윽고남서릉출발기점에도착,안전을위해안자일렌을하고편마암너덜지대를오르기시작했다.날씨는덧없이좋으나먼하늘에서서서히몰려오는구름이예사롭지가않다.대부분알프스지역에서의등반이초행인대원들로구성되어있어서신경을많이써야했다.특히대부분대원들이고소에적응이되지않아가쁜호흡과저하된체력으로꾸준히오르려니모두들힘들어한다.

강우량측정을위해세워진3887m지점의기후대에서휴식을취한다.저멀리융프라우와알레처호른이보인다.지금쯤융프라우를오르고있는대원들이보이는듯하다.뮌히봉의이루트를여러번올라보았지만결코쉬운루트는아니다.오를수록날카로운설릉으로형성되어있고특히정상직전의리지양쪽으로형성된눈처마는붕괴의위험이있기때문이다.오래전이곳의가이드와동행자들이설능에서커니스붕괴로인해모두추락사망한사례도있었다.

지겨운너덜암벽지대를지나고나니날카로운설릉이나타난다.북동릉과만나는4065m지점까지등반을하니어느덧3시간이소요되었다.이제조금만더가면정상이라고생각하니모든대원들이마지막박차를가한다.12시,모든대원들이정상에올라알프스산군의아름다움을조망하며악수를청한다.오른쪽에서부터아이거북동벽,쉬렉호른,피에스처호른,핀스테라호른과그로스그룬호른이아름다운자태를뽐내며우뚝솟아있고융프라우의위용이바로맞은편에서있다.

대원들이정상에오른기쁨에감격하고느긋하게이멋진알프스의풍광을카메라에담고있다.30여분후우리는오르던길을내려가기시작했다.오를때는잘느끼지못했으나클라이밍다운해서되돌아내려가려니만만치가않다.특히암벽지대에서각별한주의를요한다.이윽고출발지점까지모두내려와베이스캠프에도착해내일의또다른산행을생각해본다.

/글김형주서울등산학교대표강사·윤재학코오롱등산학교대표강사·사진원정대

/월간마운틴2007.11

->영화’님은먼곳에’주제가를주인공수예님의음색이월남전의생존경쟁의암울한총소리와

함께어울려들려오는조금은살벌한음악이,생사의갈림길을걷는등산가들의생생한글을

읽으며들으니더욱가슴을조리게한다.하얀설원에서전쟁터에서우리는사랑을이야기하고

삶을이야기하면서보다건강하게밝은미래를꿈꾸어본다….망서리다가님은먼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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