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봄에여름을생각하고,여름엔가을을,가을엔겨울을,겨울엔봄이올것을대비하지만,자연은있는그대로법칙에따라변하면서변하지않는모습을담아내고있다.지리산이란거대한자연을통해서변하는듯변하지않는봄,여름,가을,그리고겨울,사계절을한번느껴보자.
지리산봄의첫전령은섬진강황어…설화·빙화·상고대가피는겨울이백미
그를만나러구례지리산까지찾아갔다.구례고속버스터미널에마중나왔다.확인전화를하니,웬바이크족같은사람이앞에턱하니나타났다.아래위모두바이커복장을갖춰의아했다.나중에안사실이지만그는전형적인바이커였다.그를거쳐간오토바이만하더라도11대나된다고했다.지리산을때로는걷다가,때로는오토바이로구석구석누비는그오토바이였다.충격을흡수하는산악용이었다.
뒤에타라고했다.난생처음오토바이를타봤다.그것도뒷자리에.타는것자체가낯설고어색했지만내색않고가방메고슬그머니올랐다.가볍게좌우로흔드는폼이역시예사롭지않았지만겁만더날뿐이었다.이슬비가후드득조금굵어지는듯했다.핸들을잡은한손을놓으며모자를건넸다.잡은손을놓을수가없어괜찮다고했다.목적지에내려난생처음오토바이를탔다고했다.웃으면서어색해했다.
그와의희한한첫만남이다.저녁늦게거나한자리가되기전에최대한그를파악해야했다.왜내려왔고,왜지리산이며,이번에낸책은어떻게나오게됐나등궁금한게한두가지가아니었다.사실이번만남은그가5월초에낸<지리산편지>(대교베텔스만)에대한이야기를듣기위해서였다.
그가낸책은이번이처음은아니다.지리산입산해서만벌써다섯권째다.시집<옛애인의집>(솔,2003),<강물도목이마르다>(실천문학사,2008)2권과산문집<벙어리달빛>(실천문학사,1999),<길을지우며길을걷다>(좋은생각,2004)에이어이번이세번째다.지리산생활11년간의소회가담긴산문집은처음이다.이전다섯권에는얼핏얼핏담았지만이번에는전부지리산이다.
“지리산은모성의산입니다.어머니의산이라는말그대로경이로운지혜로가득한백두대간의마지막이자,시작인산입니다.유정,무정의생명체들이깃들어살기에가장크고높고깊은산이라고나할까요.그러다보니다양한사람들또한곳곳에깃들어살고있습니다.원주민들이야이미고래로부터농사를짓거나,약초를캐거나,벌을치거나,지리산녹차를가꾸며대를이어왔으나,외지인들도각양각색의모습으로들어와살고있습니다.”
“3대명당중하나라는구례군토지면오미리의운조루처럼명당을찾아온사람들과하동군청암면청학동사람들처럼무리를지어유불선도를깨치기위해들어온사람들도많습니다.대성골등등산객들이접근하기어려운석실등에서생식을하며사는도인들도수없이있으며,남원실상사주변과하동군악양면등지에는전국에서귀농한농부들로셀수없을정도입니다.
지리산의푸른눈빛을받아대립과투쟁의방식을지양하고주로순례와참회를중시하는방식을택했다.새만금삼보일배를기획지원하고,낙동강1,300리도보순례,지리산850리도보순례,생명평화탁발순례1만리,대운하반대‘생명의강을모시는사람들’순례,4대강3천리도보순례등주로걸으며‘세상의평화를원한다면내가먼저평화가되자’며경청하는자세를잃지않으려노력하고있다고했다.
“지리산의남쪽섬진강변에는매화들이곧터질듯부풀어오릅니다.성질급한매화부터먼저피어날것이고,그에맞춰황어떼들이남해에서섬진강을따라하동에서구례로거슬러올라옵니다.봄바람과꽃소식은육지에서만오는게아니고,강물속으로도옵니다.아니어쩌면고로쇠수액이나황어처럼봄바람보다먼저오는것인지도모릅니다.
단풍도예외없이지리산의가을을수놓습니다.손때묻지않은자연그대로의단풍은지리산자락어디를가더라도즐길수있습니다.그러나지리산의참맛은뭐니뭐니해도봄을기다리는겨울입니다.